저는 절대로 반대입니다. 오히려 그곳을 아예 없애야 합니다. 왜냐하면 한국의 수치이니까요.”
일본에서 이처럼 극단적인 발언을 하는 한국인을 처음 봤다. 그것도 코리아 타운으로 알려진 신주쿠의 쇼쿠안도리가, 일본인들의 발걸음이 뜸해져 울상을 짓고 있다고 하자 대뜸 이같은 말을 한 것이다.
그는 한 술 더 떴다. 한류붐이 좀 더 밑바닥으로 떨어져야 그와 관계된 일을 하는 한국인들이 반성을 한다는 것이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한류뿐만 아니라 한국, 한국인에 대한 이미지만 점점 나빠져갈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 근거로 세가지의 이유를 들었다.
“특파원으로 있는 지난 2년 반동안 일주일에 두세번 정도 일본손님을 모시고 쇼쿠안도리에 있는 한국식당에 갔어요.
그런데 갈 때마다 얼굴이 화끈거려 혼났습니다. 그래서 몇 번은 책임자를 불러 따지기도 하고 두번 다시 안간다고 다짐을 하기도 했지요. 하지만 손님이 가자고 하면 어쩔수 없이 따라 나설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2년전에 느꼈던 문제점이 현재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는 거예요. 뭔가 잘 못된 점이 있어 지적해주면 반성하고 고쳐야 하는데 전혀 그런 것이 없어요. 말하자면 배짱 장사를 하는 거죠. 오기싫으면 관둬라 하는 심뽀죠.
그런데 손님이 없어 울상이라구요? 한국식당들 더 바닥으로 떨어져야 합니다.
생각해 보세요. 한국음식이 맛있습니까? 맛 정말 없습니다. 그럼 친절하기라도 한가요? 너무너무 불친절 합니다. 손님이 많으면 오래 앉아 있는다고 나가라고 합니다. 눈치주는 것은 곳도 많구요. 그러면 값이 싸기라도 합니까? 아시다시피 엄청 비싸지 않습니까.
상황이 이런데 손님이 줄어드는 것이 당연하지요. 맛, 값, 친절 이 세가지 중에 어느 한가지라도 확실하게 하는 곳이 쇼쿠안도리에는 없습니다. 아니 쇼쿠안도리뿐만 아니라 한국식당 대부분이 이 조건에 안 걸리는 곳이 아마 없을 겁니다.”
이렇게 신랄하게 한국식당의 문제점을 꼬집는 이는 다름아닌 공영방송의 n특파원이었다.
나는 그가 지적하는 한국식당들의 맛, 값, 친절에 대한 세가지 문제점에 백번 공감하고 또 공감했다. 일본에 사는 한국사람들이 앉으면 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n특파원은 한국음식이 비싸면 맛이라도 있던지, 아니면 친절하기라도 해야 하는데, 그것마저 없다고 성토했다. 그래서 점잖은 일본손님과 한국식 당에 가서 식사를 할 때는 얼굴이 화끈거릴 때가 한두번이 아니라고 했다.
그러면서 일본손님이 찾아오기를 기대하느냐고 비판했다.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하여 많이 주문하기만 바랄뿐, 손님에 대한 서비스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실 이 같은 사례는 비단 한국식당에 국한된 것만은 아니다. 한류붐도 마찬가지다.
한 건으로 대박을 노리는 한탕주의 업자들 때문에 한국연예인들의 일본공연 내용이 부실한 게 너무 많다.
특히 일본에서 한번 뜨면 일확천금을 얻을 수 있다 라는 그릇된 인식이 한국연예 관계자들 사이에 널리 퍼져, 일본팬들이 무슨 봉인냥 치밀한 준비 없이 공연에 나서는 연예인도 더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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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와서 이 같은 경향이 많이 줄어 들었지만, 아직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한일 양국을 오가면서 일본연예 관계자들을 현혹시키는 브로커들이 존재하고 있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요즘 일본에서 살고 있는 뉴커머, 소위 신한국인들을 만나면 먹고 살기가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뉴커머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유학생 신분에서 그대로 일본에 눌러 앉아 요식업이나 식품업, 혹은 한류연예인 관련 일을 하는 사람이 많다.
작년 9월부터 세계적인 금융위기로 일본도 한동안 극심한 불황(지난달 부터 불황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기로 일본정부가 발표)에 빠졌었다.
일본경제가 나빠지면 가장 많이 타격을 받는 이들이 바로 뉴커머. 일본인들이 많이 찾아주어야 뉴커머들의 비지니스가 왕성해진다. 특히 일명 코 리안타운이라고 알려진 쇼쿠안도리는 주고객이 한류연예인 일본팬들이다.
그들의 발걸음이 뜸해지면 덩달아 코리아타운도 침체기에 빠져 든다. 그래서 앞의 n파원이 그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다.
한번 오면 또 다시 오게끔 만들어야 하는데 한국식당이나 상점들은 그 부분에 대해서 서비스정신이 희박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많은 일본인들에게 물어보아도 친절하다든가 값이 싸다든가 맛이 특별히 좋다라는 대답은 별로 듣지 못했다. 그저 코리아타운에 가면 한류에 관한 물건을 살 수 있으니까 ‘재미있는 곳’이라는 정도에 머물렀다.
많은 한국인들이 지적하고 있다.
한류의 불을 지핀 것도 한국인이지만, 그붐을 죽이는 것도 바로 한국인 자신들이라고.
이제는 냉정하게 내용으로 승부를 해야 한다. 한국식당은 맛과 친절로, 식품업계는 품질과 서비스로, 그리고 기타 업무는 신뢰와 신용으로 일본인 들의 생활속으로 파고 들어야만 한류의 붐을 되살릴 수가 있다.
성을 쌓기는 어렵지만 허무는 것은 한 순간이다.
한류붐도 마찬가지다. 일본에서 한류붐을 일으키는데 수십년이 걸렸지만 이 열풍을 잠재우는 것은 순간이다.
다행히 요즘 ‘장금이’ 재방송도 시작됐고, 아이돌그룹가수 동방신기의 노래 가 오리콘 차트에서 1등을 했고, 소지섭, 신현준같은 중견인기 배우가 일본에 와 뜨거운 열기를 다시 한번 달아오르게 했다.
바로 이러한 때에 우리 한국인이 주변환경을 되돌아보고 맛과 친절에 좀 더 신경을 쓴다면 사그러드는 한류붐에 조금이라도 활기를 불어 넣을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