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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고원지대에서 경험한 '아름다운 이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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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순(일본 전문 번역
기사입력 2009-07-07

지금 한국의 tv프로그램은 ‘버라이어티’가 유행이다.

방송마다 모두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 승부를 건다. ‘버라이어티’(variety:잡동사니)는 원래 노래와 춤, 코미디와 시추에이션 단막극 등이 혼합된 잡동사니 tv쇼로 미국에서 처음 시작됐다.
 
한국 tv에는 왜곡된 버라이어티가 있다고 지적하는 방송학자가 있다. 나도 가끔 보는 ‘1박2일’과 ‘패밀리가 떴다’란 프로그램이 꽤 인기를 얻는 편인데 남편은 안 본다. 재미있는데 왜 안보느냐고 물으면 킬링타임용이지 그것은 ‘버라이어티’가 아닌 ‘로드쇼’라는 것이다. 방송용어상의 문제가 있지만 난 재미있게 볼 때도 있다.

나는 도쿄 유학시절 <아름다운 1박2일>을 경험했다. 내가 경험한 1박2일은 진짜 버라이어티. ‘음악, 춤, 연극, 코미디’ 등이 망라된 ‘리얼 버라이어티’였다. 
 

▲ 기요사토 전경. 기요사토는 해발 약 1300m의 고원피서지다.
     ©jpnews


팬션! 그때는 생소한 단어였다. 유미코 씨 일행과 함께 떠난 여행은 ‘펜션’에서 1박 하며 코러스그룹 연수회를 겸한 친목여행이었다. 펜션이란 대체 어떻게 생긴 건지 궁금했다.

신주쿠에서 자동차로 세 시간 남짓 걸리는 야마나시(山梨)현 기요사토(淸里)는 마음 속 고향을 느끼게 하는 시골마을이었다. 전원풍경이 고즈넉한 마을의 이층짜리 아담한 주택에 방이 다섯 개 있는 펜션.
 
다다미방과 깔끔하고 세련된 침대방이 있는 곳으로, 창문마다 꽃 화분을 놓아 밖에서 보면 유럽의 예쁜 시골집을 연상케 했다. 창을 통해 바라보는 바깥세상은 액자 속 그림이었다. 주인이 직접 식사준비도 해주니 호텔 수준의 민박인 셈이다. 요즘 우리나라에 널리 퍼져있는 펜션문화는 일본에서 들어온 것이지만 방만 빌려주는 콘도식으로 바뀌어 아쉽다.
 
신주쿠의 매연 섞인 공기에 오염된 몸과 마음을 ‘깨끗한 마을(淸里)’ 기요사토에서 1박으로 닦아낼 수 있었다. 그 뿐 아니라 또 다른 버라이어티가 나를 감동에 흠뻑 빠뜨렸다. 함께 간 일행 25명은 주부 코러스그룹으로, 지휘를 맡은 사람은 오페라 계에서 유명한 테너 오구리 준이치(小栗純一) 씨였다. 세 시간의 버스여행 동안 그는 한국인인 나를 위해 아리랑 악보를 준비, 다함께 연습하자고 해 나를 울먹이게 했다.
 
내게 먼저 아리랑을 불러달라고 청했을 때 막상 시작하고 보니 목이 메고 눈물이 핑 돌아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한국을 떠난지 2개월 밖에 안 됐는데 어느 새 고국에 대한 그리움으로 가득했었나 보다.

아리랑 합창이 끝나자 오구리 선생은 한국가곡 씨디를 틀어주어 나를 또다시 울렸다. 합창단원이 박수치고 웃으며 달래준다. 그 때 흘러나온 우리가곡은 ‘그리운 금강산’ ‘청산에 살리라’ ‘보리밭’ 등이었는데, 오구리 선생도 무척 좋아하는 곡이란다. 한국음악을 듣고 좋아해주는 그들과 나는 한 발짝씩 더 가까워지고 있었다.
 
방송처럼 유명 연예인들이 나오는 ‘1박 2일’은 아니었지만, 핸드벨 연주와 수화(手話)노래를 배운 일은 지금까지도 즐거운 추억으로 남아있다.

특히 달빛 쏟아지는 펜션 정원에서 일본의 전통춤인 봉오도리(盆踊り)를 함께 추었던 기억은 두고두고 잊을 수 없다. 봉오도리는 원래 음력 7월 15일을 전후한 오봉(お盆, 우리의 추석에 해당함) 축제 때 남녀노소가 유카타를 입고 함께 추는 춤으로, 같은 동작을 되풀이 하면서 마당을 빙빙 돌아간다. 그 때는 아직 오봉 시기가 아니었지만 궁금해 하는 이방인을 위해 일본의 문화를 직접 몸으로 보여주고 가르쳐 주기 위한 코러스 멤버들과의 ‘달밤의 체조’였다. 
 
▲ 기요사토에 함께 갔던 분들과.    ©최경순
 
다음 날 신주쿠로 돌아오는 길에 ‘버찌 따먹기(사쿠란보가리)’ 체험도 했다. 야마나시현(山梨県) 나카고마군(中巨摩郡) 시라네쵸(白根町)라는 곳에서였는데, 내가 이렇게 지명을 자세히 적는 덴 이유가 있다. 그 지역이 주변과의 합병에 의해 2003년 4월 1일부터 미나미(南)알프스시(市)로 변경되는 바람에 이젠 내 기억 속에만 존재하는 시라네초가 되었기 때문이다. 

사쿠란보가리는 그곳의 한 농원에 일인당 2천 엔을 내고 입장, 나무에 달린 버찌를 맘껏 따먹는 것이다. 일교차가 큰 시라네초의 버찌는 다카사고(高砂)라는 품종으로, 버찌 중에서도 가장 먼저 열매를 맺는다고 하는데 과육이 부드럽고 새콤달콤한 맛이 특징이다. 나무에서 잘 익은 것만 골라 따먹으니 그 싱싱하고 달콤한 맛을 어찌 다 말로 표현할까. 돌아올 때는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바구니 가득 버찌를 선물 받기도 했다. 
 

▲ 신나게 따먹으며 놀았던 버찌나무. 동심을 느낄 수 있는 이런 시간이 어른들에게도 가끔은 필요하다.    ©최경순
▲ 사쿠란보가리 (유미코 씨와 함께)     ©최경순

마트에서 서양체리를 보면 그 때의 추억이 슬몃슬몃 고개를 든다. 나와 합숙했던 합창단원들은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도쿄 여성버스운전사 1호였던 이토 씨, 지금도 시내를 질주하고 있을까. 유난히 살갑게 대해주던 료코 씨, 하지만 그녀는 몇 년 전 세상을 떠났다. 나에게 일본의 전통문화를 하나라도 더 알려주려 애쓰던 료코... (그녀에 대한 진한 얘기는 나중에...)
 
차 안에서 만난 후지산도 잊을 수 없는 풍경이다. 어느 길을 달려도 구름 위로 솟아 있는 후지산이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보였다.
 
▲ 우키요에-후지산 (동해도53차 시리즈 중 13번째 그림)    


유럽의 인상파 화가들에게 영향을 끼친 것이 바로 일본의 전통 목판화인 우키요에(浮世繪)다. 이는 서민들의 풍속화로, 19세기 이후 유럽에 건너간 도자기를 싸는 포장지로 쓰였다고 한다.
 
클로드 모네는 파리 만국 박람회장의 쓰레기통에서 우연히 보게 된 포장지에서 우키요에를 보고 모사했다고 한다. 이후 많은 화가들이 앞 다투어 일본의 우키요에를 모사했고 이것이 ‘인상파’를 낳은 계기가 되었는데 마네를 비롯한 고흐, 르누아르, 드가 등이 여기에 속한다.

그 우키요에 중에는 후지산을 소재로 한 그림이 많았는데 특히 ‘노을에 붉게 물든 후지산’에 넋을 잃은 화가가 많았다고 한다. 



▲ 유미코 씨가 그린 캐리커처에 오구리 선생이 친필 싸인을 담아 편지를 보내왔다.    ©최경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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