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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울리는 노래 '화장실의 여신'

홍백전 최고의 화제, 우에무라 카나 9분 52초간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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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민정 기자
기사입력 2010/11/26 [10:56]

▲ 제 61회 홍백가합전 첫 출장자     © jpnews/幸田匠

24일, 일본연말 최대가요축제인 홍백가합전 출장멤버가 밝혀지면서 일본 연예계에는 크고 작은 화제가 쏟아지고 있다. 
 
스물여섯번이나 출장했던 홍백가합전 단골스타 미카와 겐이치가 탈락하는 한편, 발표 직전까지 출장이 거의 확실시되었던 케이팝 아이돌은 단 한 팀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55세의 나이에도 파워풀한 무대매너를 보여주며 영원한 오빠로 군림하고 있는 고 히로미는 9년만에 23번째로 홍백가합전에 출장하게 되었고, 4인조 락밴드 라르크앙시엘은 10년만에 4번째 출장을 하게 되었다.
 
항간에서는 시청률도 뚝 떨어지고, 아줌마들이나 보는 프로그램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홍백가합전의 영향력은 여전히 대단하다.
 
홍백가합전은 일년 중 유일하게 온가족이 모여 함께보는 프로그램인데다, 도시, 시골 따지지 않고 전국 어디서나 똑같이 방송되는 네트워크를 가진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가수 인지도가 급상승하게 된다. 때문에 일본 가수들로서는 여전히 인생에 단 한 번만이라도 서보고 싶은 꿈의 무대이기도 하다
 
▲ 휴대폰 세대의 노래공주라 불리는 니시노 가나     © jpnews/幸田匠

올해 홍백가합전에 첫 출장하며 꿈을 이룬 가수들은 '휴대폰 세대의 노래공주'라 불리는 니시노 가나를 포함해 5팀이다.
 
니시노 가나는 21살의 풋풋한 나이에 귀여운 외모, 신세대의 마음을 그대로 표현한 절절한 가사로 10대, 20대 여성들에게 특히 인기를 끌었다. 히트곡 '아이타쿠테 아이타쿠테(会いたくて会いたくて)'는 휴대폰 다운로드 100만 건이라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에이벡스 소속의 남녀혼성 7인조 밴드 트리플a(aaa)는 데뷔 5년 만에 홍백가합전에 출장하게 된 중고 신인이다. 메인보컬이자 배우인 니시지마 다카히로가 영화 '러브 익스포저'로 각종영화제 신인상을 휩쓸면서 자연스럽게 그룹의 인기도 높아졌다.
 
그 밖에도 멤버전원 오키나와 출신 밴드 hy, 평화를 노래하는 반전가 '기도(inori~祈り~)'로 화제가 되었던 56세 가수 쿠미코, 그리고 올해 홍백가합전 최대 이슈인 9분 52초 짜리 긴 노래를 부르는 우에무라 가나가 첫 출장을 달성했다. 
 
올해 첫 출장을 달성한 신인들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우에무라 가나는 올해 27살, 효고현 출신 싱어송라이터다.  
 
▲ 싱어송라이터 우에무라 카나    © jpnews/幸田匠

길거리 라이브를 하며 가수 꿈을 키우던 우에무라는 2005년에 킹 레코드와 계약하고 메이저 데뷔를 했으나 좀처럼 눈에 띄는 가수는 아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프로듀서와 자신의 지난 인생이야기를 하게 되었고, 프로듀서가 관심을 보이며 인생이야기를 그대로 노래를 만들자라는 제안을 했다. 이 곡이 바로 화제의 '화장실의 여신(トイレの神様)'이다.

대중가요 제목에 화장실이라는 말이 들어가는 것은 상당히 드문 일. 그러나 이 노래는 우에무라가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23세까지 할머니와 지낸 추억을 노래하고 있고, 가사를 음미하다보면 왜 이런 독특한 제목을 붙이게 되었는지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할머니와 함께 살게 된 어린 우에무라는 화장실 청소하기를 싫어했는데, 어느날 할머니가 "화장실에는 정말 아름다운 여신이 사신단다. 매일같이 화장실을 깨끗하게 하면 여신이 너를 미인으로 만들어주신단다"고 이야기했고, 이 때부터 우에무라는 매일같이 화장실을 반짝이게 만들었다고 한다.
 
그 밖에도 이 곡은 할머니와 함께 장을 보러 나갈 때면 오리고기를 얹은 명물소바 '카모난바'를 먹었던 이야기, 매일 오목을 두며 즐거웠던 이야기, 유난히 좋아했던 코미디 프로그램을 실수로 녹화하지 못한 할머니와 싸운 이야기 등 소소한 일상이 조근조근 이야기를 들려주듯 9분 52초간 계속된다.
 
강렬한 임팩트는 없지만,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듯 고향 생각, 할머니, 할아버지에 대한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이 곡은 일본인들에게 많은 감동을 주었다. 신문, 방송 등 미디어들이 앞다투어 이 곡을 소개하기 시작했고, 7월에는 우에무라 가나의 자서전 출간, 9월에는 그림책으로 발간되며 '화장실의 여신' 신드롬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11월 일본유선대상에서 화장실의 여신은 유선음악우수상, 특별상을 수상, 그리고 데뷔 6년만에 처음으로 nhk 홍백가합전에 출장멤버로 선발되었다. 우에무라가 홍백가합전에서 처음 연락을 받았을 때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어 속으로 "정말입니까"를 다섯번이나 반복했다고 한다.
 
그리고 기자회견이 있던 24일, 우에무라는 "꿈만 같습니다. 어제 라이브를 마치고 출장소식을 들었는데, 정말? 정말? 정말? 이라며 속으로 얼마나 외쳤는지 모릅니다"라며 벅찬 소감을 나타냈다. 또한 "홍백가합전에 나가기 전에 고향에 돌아가 할머니에게 인사를 드리고 오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관건은 홍백가합전 역사상 가장 긴 곡인 이 노래가 노컷트로 방영될 수 있을까라는 것. 우에무라의 곡은 다른 가요의 약 2배 이상이나 되는 길이로 라디오 방송에서도 종종 중간까지 밖에 노래를 들을 수 없었다고 한다.
 
이에 nhk 측은 "'노래로 하나가 되자'라는 홍백가합전의 테마에 가장 잘 맞는 곡이기 때문에 9분 52초 전곡을 방영하기로 했다. 우에무라는 많은 출장자 중 한 명이 아닌 홍백가합전 기획의 하나로 삼겠다"며 전곡 방영을 약속, 기대감을 드러냈다.
 
홍백가합전 출장 소식이 알려지면서, 화장실의 여신은 음원사이트에서 다시 탑텐안에 드는 등 인기 재점화되고 있는 상태다.

가족 누구도 연락을 하지 않아 쓸쓸히 혼자 죽음을 맞는 고령자 고독사(孤独死)가 문제시되고 있는 일본, 우에무라 가나의 '화장실의 여신'은 그런 일본 사회에 가족의 의미를 다시 한번 일깨워주고 있다. 
 
 

화장실의 여신(トイレの神様)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어째선지

할머니와 살게 됐지

우리집이 바로 옆인데도

할머니와 살게 됐어

 
매일같이 심부름을 하고

오목을 두었어

하지만 화장실 청소만큼은 서투른 나에게

할머니가 말씀하셨어


화장실에는 너무나 너무나 아름다운

여신님이 살고 계신단다

그러니까 매일 깨끗이 청소하면 여신님처럼

예뻐질 수 있을거야

 
그 날부터 난 화장실을

반짝반짝하게 만들었어

꼭 예뻐지고 싶었어

매일같이 광을 냈어

 
장보러 가는 날이면

둘이서 오리고기 소바를 먹었어

코미디프로그램을 잘못 녹화한 할머니를

울며 괴롭히기도 했어

 
화장실에는 너무나 너무나 아름다운

여신님이 살고 계신단다

그러니까 매일 깨끗이 청소하면 여신님처럼

예뻐질 수 있을거야

 
어느덧 조금 어른이 되고 나서

할머니와 싸우게 됐어

가족들과도 사이가 멀어져서

갈 곳을 잃어버렸지
 

휴일에도 집에 돌아가지 않고

남자친구와 놀러다녔어

오목도 오리고기 소바도

두 사람 사이에서 사라져 갔어
 

어째서일까 사람들은 서로를 상처 주고

소중한 걸 잃어버리곤 해 

늘 내 편이 되어준 할머니를 남겨둔 채

혼자 떠나버렸어
 

도쿄에 와서 2년이  지나

할머니가 입원을 했어

여위고 가늘어진

할머니를 만나러 갔어
 


일부러 '할머니, 다녀왔어요!'라며

옛날처럼 말해봤지만

잠깐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오늘은 이제 그만'이라며 병실에서 나와야했어
 

다음날 아침 할머니는

조용히 잠드셨어

그것은 마치 내가 오기를

기다렸다는 것 같이
 

이렇게 잘 키워주셨는데

아직 효도도 못했는데

좋은 손녀로 살지도 못했는데

이런 나를 기다려주었던 거야
 

화장실에는 너무나 너무나 아름다운

여신님이 살고 계신단다

그러니까 매일 깨끗이 청소하면 여신님처럼

예뻐질 수 있을거야
 

화장실에는 너무나 너무나 아름다운

여신님이 살고 계신단다

그러니까 매일 깨끗이 청소하면 여신님처럼

예뻐질 수 있을거야


현모양처가 되는게

꿈이었던 나는

오늘도 부지런히 화장실을

반짝반짝하게 만들어


할머니
할머니
고마워요

정말로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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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백가합전 신인발표 기자회견에서, 우에무라 카나     © jpnews/幸田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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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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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드 10/11/27 [09:35]
은근 감동이 있네요 ㅎㅎ 좋은기사 감사합니다 ^^
콜필드 10/11/27 [16:47]
아침에 슷끼리 프로그램에 출현해서 라이브로 부르는 걸 보면서 이유도 없이 펑펑 울었습니다. 뭔가 묘한 분위기가 있는...
단세포 10/11/29 [10:48]
눈시울이 뜨거워지네요. 한번 들어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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