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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드의 대세가 40대 女인 이유?

아마미 유키 주연 '보스'의 성공으로 보는 한국 드라마 맹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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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석 (문화평론가)
기사입력 2009/06/30 [12:12]

아마미 유키 주연의 수사 드라마 <보스>가 최종회  20.7% 시청률을 기록하며 성공적으로 끝났다. 성공의 이유로 첫손에 꼽히는 것은 단연 아마미 유키다.
 
최근 일본에서는 20대 초반과 40 전후의 여배우들이 함께 인기를 누리는 진풍경을 보여주고 있다. 나이가 들어서도 여전히 멜로나 로맨틱 코미디에서도 주연을 맡는 남자배우들과는 달리, 여배우는 30대 중반에 접어들면 이미 나이가 든 것으로 여겨지며 점점 주연을 맡는 경우가 줄어드는 것이 이전의 관례였다. 
 
그러나 '나츠카와 유이'와 '아마미 유키'를 필두로 30대 후반이 넘어서도 인기를 얻는 여배우들이 점점 늘고 있다. 그 중 42살의 아마미 유키는 <여왕의 교실> <이혼 변호사> <어라운드 40>의 연속 히트로 현재 가장 잘 나가는 여배우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 아마미 유키     ©보스 후지 tv 캡쳐
아마미 유키의 인기는 주로 동세대의 여성들에게서 나온다. 작년에 방영된 <어라운드 40>는 제목 그대로 40살 전후의 여성들에 관한 이야기였다.
 
서른아홉 살의 정신과 의사 사토코는 아직 미혼이고, 그녀의 주변에는 결혼을 하고 주부로 지내는 미즈에와 성공을 위해 결혼같은 것은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나오가 있다. 
 
<어라운드 40>는 중년의 나이에 접어든 그녀들의 일상을 진솔하게 그려낸 드라마였다. <어라운드 40>는 방영 당시 시청률 15%를 기록하며 동세대의 여성들에게 견고한 지지를 받았다. 그리고 <어라운드 40> 이후 ‘아라포’라고 부르는 40대 전후를 겨냥한 드라마와 영화들이 쏟아져 나왔다.

<어라운드 40>가 동세대 여성에게 큰 인기를 얻은 이유를 알고 싶다면, 일본의 마흔 전후 여성들이 어떤 세대인지를 먼저 알아야 한다.
 
1968년 전후에 태어난 여성들은 80년대에 중학교에 들어갔다. 당시 일본에서는 <올리브> <비비> 등 20대를 겨냥한 여성지가 등장하여 인기를 끌었고, 여대생이 하나의 브랜드로서 각광받게 된다. 고등학교에 올라가서는 같은 나이대의 소녀가 ‘오냥코 클럽’에 들어가 tv를 통해 스타가 되는 것을 보게 된다. 또한 만들어진 아이돌만이 아니라, 평범한 소녀가 아이돌로서 상품화되는 것 또한 목격한다.
 
그들이 대학에 들어갈 즈음인 86년에 '남녀고용기회균등법'이 시행됨으로써, 여성으로서도 충분히 사회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단카이 세대의 여성들이 ‘회사 인간’으로 질주하는 남성들을 집에서 내조하는 것으로 만족했던 것과는 다른 인식이었다.

‘아라포’가 대학에 들어가던 즈음은 버블경제가 한창이었다. 청춘남녀의 화려한 연애를 그린 트렌디드라마가 시작되고, 엔고를 바탕으로 한 해외여행이 붐이고, 무난하게 취직이 되어 자리를 잡고 나자 한순간에 버블이 붕괴해버린다.
 
그녀들이 청춘을 보낸 시절은, 그야말로 일본 경제의 최전성기였다. 거기에는 일장일단이 있었다. ‘아라포’는 소비문화를 한껏 구가한 세대이자 패션과 브랜드가 일상에 가까울 정도로 친숙하고, 보디콘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자신의 육체성을 인식한 세대다. 자신의 가치에 대해서 너무나 잘 알고 있었고, 그것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도 알게 된 여성이 바로 ‘아라포’였다. 열심히 놀고 또 열심히 일하면서 살아온 세대이기도 하고.

<어라운드 40>가 인기를 끌 무렵에, 일본에서는 극장판 <섹스 앤 더 시티>가 개봉했다. 일본에서는 <섹스 앤 시티>가 ‘아라포’의 이야기라고 선전했다. 그 말처럼 ‘아라포’는 자신의 직업에 충실하면서, 섹스를 두려워하지 않는 세대이기도 하다. 아라포에는 자신감 넘치는 도시여성, 캐리어우먼의 이미지가 있다. 
 
그것이 단카이 세대의 여성과 다르다. 회사형 인간으로 맹렬히 달려가는 남편들을 뒤에서 보필하던, 가정을 위해서 모든 것을 바친 단카이 세대의 여성과 달리 ‘아라포’는 직접 사회에 진출하여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물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사토코의 친구인 미즈에는 주부로서 견실한 삶을 살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그녀도, 아이가 어느 정도 성장한 지금은 자신의 일을 찾고 싶어 한다. 자신의 진정한 가치를 찾고 싶어 한다.

▲  2008년에 방영된 아마미 유키 주연 드라마 '어라운드 40'
 
사실 마흔이라는 나이는, 한번쯤 자신의 인생을 돌아볼만한 시기다. 어떤 목적을 향해 달려왔건, 그냥 눈에 보이는 것만을 맹목적으로 쫓아왔다 해도, 이제는 한 번 숨을 고를 때인 것이다.
 
<어라운드 40>의 여성들이 지금 처한 위치가 그렇다. 그들은, 자신들의 삶이 충분히 만족스러운 것이었는지, 어딘가 뒤틀린 것은 아닌지, 고민하게 된다. 게다가 40이라는 나이는, 예전의 40과 다르다. 인생의 고비를 넘어서 한숨 돌리면서 남은 인생을 차분히 지켜보는 것이 과거의 40이었다면, 현재의 40은 앞으로 살아가야 할 40년을 위한 중간점검의 고비가 된다.
 
지금이라도 내 인생을 바꾸지 않는다면, 나머지 40년이 악몽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회에서 어느 정도 경륜을 쌓고, 자신의 일에서도 고비 하나 정도는 넘었지만 아직도 갈 길은 멀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어라운드 40>가 동세대 여성의 지지를 얻은 이유는, 드라마 속 캐릭터들이 겪는 위기와 고민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그들 역시 사토코와 미즈에의 고뇌를 지금 겪고 있기 때문이다. 40은 또 한 번의 청춘을 준비하는, 제 2의 사춘기인 셈이다.

아마미 유키는 <여왕의 교실> <이혼변호사> 등에서 현 일본 사회의 문제를 비판하고 해결책을 찾아나갔다. 그런 아마미 유키를 지지하는 것은 역시 동세대의 여성들이다.
 
<보스>가 전통적인 수사 드라마들과는 다르게 화사한 느낌을 준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보스>에서 돋보이는 것은 남성들의 전유물인 일본의 경찰 조직에서 ‘보스’로서 생존하는 아마미 유키의 카리스마다. 당당하게 조직에서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는 아마미 유키의 이미지는 곧 아라포의 열망이기도 하다.

▲ 찬란한 유산     © sbs 홈피 캡쳐
여기서 한 번 한국의 상황을 보자. 한국 드라마의 주요 시청자들 역시 40, 50대의 여성들이다. 그들이 가장 좋아하는 드라마는, 얼마 전까지 <아내의 유혹>이었다. 지금은 <찬란한 유산>이다.
 
가정 내에서 벌어지는 암투, 치정과 유혹 같은 것들에 관심이 쏠려 있다. 간혹 가다가 <하얀 거탑> 같은 드라마에 빨려들기는 하지만. 대체로 정치나 사회 문제에는 관심이 없다. 심각하거나 너무 사회성이 강하면 외면당한다. 

코미디와 로맨스를 꽤 앞으로 내걸었지만 정치 문제를 다룬 <시티 홀>도 고전하고 있다. 왜 한국의 ‘아라포’는 사회에 관심이 없는 것일까? 또는 구체적인 그들의 현실 대신, 극적으로 과장된 신파에만 빨려드는 것일까?

하지만 아라포에 해당하는 한국의 386세대 여성들은, 독재정권에 적극적으로 저항하여 작은 승리를 이루어냈던 이들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문제는 사회성이 아니라, 그들이 공감할 수 있는 여성상을 드라마나 영화가 제시해주지 못했기 때문으로 볼 수도 있다.
 
<시티 홀>은 무척 흥미로운 드라마지만 캐릭터가 너무나 희화화되어 있다.

<어라운드 40>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아라포 시청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의 존재 때문이었다. 판타지도 좋지만, 자신들의 자화상을 보는 것 역시 시청자들이 가장 원하는 것의 하나다. 한국에서 필요한 것도, 한국의 ‘아라포’가 공감할 수 있는 동세대 여성들의 리얼리티 아닐까.

(편집자 주: 이번주부터 대중문화평론가 김봉석씨의 기사가 매주 한꼭지씩 실립니다.
드라마뿐 아니라 만화,  애니메이션, 영화, 장르문학 등 일본대중문화를 그 동안 폭넓게 비평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한일대중문화를 같이 묶어서 보다 쉽고 재미있는 글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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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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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라 09/07/15 [10:44]
그리고 시티홀은 40대보단 20~30대 여성들의 지지를 받았습니다. 일부 남성들두요. 시청률도 상당히 잘 나왔는데요. 항상 순위권 안에 들었으며 크고 작은 임팩트를 남겼다고 생각합니다.  한국과 일본의 버블 시기가 달라서 해당 연령층도 다르기에 아직 시간이 필요한것 같네요.
재밌다 09/08/02 [21:03]
무식하여 길게 답글달지 못합니다
읽고 재밌다고 생각했고 머리속에 무언가 새로운 영감들이 뭉게뭉게 피어오르는데 체계적인 지식이 없고 얕아서인지 구체화되어서 써내지는 못하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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