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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무더위, '절대약자' 목숨부터 앗아간다

가난한 고령자들 속속 죽어나가... 냉난방시설 없는 이들 대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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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현 기자
기사입력 2010/08/20 [13:48]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일본. 죽어가는 사람들이 급속도로 늘고 있다.
 
전국적으로 3만명 이상이 후송되고 300명 이상 죽어나간 일본 무더위는 사그라들 기미조차 안 보인다. 일본 기상청은 9월초까지 혹서기준인 35도 내외를 기록할 것이라 전망하고 있어 앞으로도 이 수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런 가운데 최근 70세 이상 고령자들이 자택에서 사망하는 숨지는 사태가 연일 발생하고 있어 더욱 가슴을 아프게 한다. 또한 이들 숨진 고령자들 중 일부는 마땅한 수입이 없으면서도 생활보호대상자로 지정받지 못한, 이른바 '사회적 약자'로 밝혀져 사회 안전망의 총체적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일본 사이타마현 사이타마시에 살고 있던 74세 노인이 15일, 숨진 채로 발견됐다. 발견장소는 길거리나 후송된 병원이 아니라 그가 아들과 거주하고 있던 월세집이었다.
 
아사히신문이 전하는 바에 따르면 이 노인은 31도를 기록한 15일 오전 9시 "덥다, 덥다"를 외치면서 아들에게 고통을 호소하다가 숨져갔다고 한다.
 
아들은 아버지의 몸에서 열이 나길래 처음에 감기인 줄 알고 정오쯤 약국에 들러 감기약과 해열제를 처방받았다. 집으로 돌아와 아버지에게 약을 지어주자 아버지가 온화한 표정을 지으며 "이제 괜찮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오후 4시 20분경 갑자기 아버지 방에서 마루바닥을 세차게 내려치는 소리가 들렸다. 아들은 다시 아버지 방으로 찾아갔지만 이미 아버지는 숨져있었다. 병원진단 결과 장내 온도가 39도를 기록해 일사병으로 인한 죽음이라는 의사 소견서가 나왔다.
 
경찰의 조사에 따르면 이들 부자는 이미 10년전부터 전기, 가스, 전화를 해약한 채 살고 있었다고 한다. 공공서비스 혜택을 받지 못할 정도로 빈곤한 가정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아버지가 목수 일을 하고 있어 생활보호대상자 지정을 받지 못했다. 집 안에는 냉장고와 에어컨이 설치돼 있었지만 아들은 "10년전부터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아버지는 건설현장의 목수였다. 아내와 아들이 있었고 한 때는 실력있는 목수로 대접받았다고 한다. 그러다가 운송회사에 취직한 아들이 허리를 다치는 바람에 15년전부터 그를 돌봐야 했다. 설상가상으로 09년 아내가 숨졌고 자신도 60대에 접어든 십 몇년 전부터 일거리가 사라졌다.
 
아버지도 결국 7월중순 몸져 누웠다. 그리고 곧 닥쳐온 혹서에 괴로워했다. 아버지는 이웃과도 교류가 없었다. 근처에 살고있는 주민은 아사히신문의 취재에 "눈을 마주쳐도 마치 죄인처럼 고개를 숙이거나 얼굴을 돌렸다"라고 말한다.
 
아들은 전혀 수입이 없었다. 이 가정의 유일한 수입원은 한 달에 한번씩 나오는 6만 5천엔의 연금수입이었다. 하지만 이 돈은 5만 5천엔인 월세에 거의 충당됐고 남은 1만엔은 둘의 식비에 사용됐다. 기본요금 몇 천엔씩 하는 가스, 전기를 도무지 지불할 수 없었다. 10년전 가스, 전기, 전화를 해약한 것도 요금지불이 힘들었기 때문이다.
 
아들은 10년전 쯤 생활보호 대상자 신청을 하기 위해 시청을 찾아갔던 경험을 털어 놓았다. 아버지는 자기보다 나이어린 시청직원이 생활보호 대상자가 아니라며 건방진 태도를 보이는 것에 화가 나 "두번 다시 거기 안 간다, 싫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아버지는 전기와 가스 계약은 해지했지만 수도는 계속 놔 뒀다. 풍로를 사서 수도물을 끓여 지난 10년간 생활을 해 왔다. 아버지는 매월 한번씩 이 지역에서 가장 싼 대형마트를 들러 한꺼번에 한달치 식료품을 사 왔다고 한다. 냉장고가 없기 때문에 주로 말린 음식이 많았다.
 
아들은 "해가 지면 우리 집도 어두워졌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세상에 아무도 없는 듯한 느낌이었다"고 말한다. 또 그는 "그럴 때마다 지금은 몸이 괜찮으니까 다행이지만 혹시라도 아버지 몸이 상하기라도 하면 큰일"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 모든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이렇게 웃으면서 생활할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을까?     ©도쿄도청 제공
 
한편 고베시의 한 맨션에서는 70대 중반의 노부부가 19일,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고 마이니치신문이 전했다. 
 
이 신문은 "남편은 부패현상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사후 일주일 이상 지난 것으로 보인다"며 "아내는 사후 2~3일 정도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발견당시 실내에는 에어컨, 선풍기 등 냉방장치가 하나도 없었고 주위 사람들의 증언에 따르면 아내는 치매증상을 보이고 있었다고 한다.
 
이 두 부부는 자녀들과 떨어진 채 둘이 살고 있었다. 근처에 살고 있는 큰 딸이 간혹 전화로 안부를 물어올 뿐 다른 교류는 전혀 없었다. 부모의 시신을 발견한 큰 딸은 경찰 수사에 "전화를 며칠동안 받지 않길래 이상한 예감이 들어서 찾아왔더니만 속옷 차림으로 부엌에 쓰러져 있었다"고 말했다.
 
사건을 담당한 효고 현경은 사망한 노부부가 속옷 차림이었던 점과 에어컨 등 냉방장치가 없었던 점을 들어 일사병으로 숨진 것이라 보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nhk는 19일 저녁뉴스를 통해 19일 하루동안 도쿄 23구 내에서만 남녀 7명이 일사병으로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50대 1명, 60대 1명, 그리고 나머지는 모두 70대 이상이다. 이들은 모두 집에서 발견된 일사병 사망자들로 잠자던 도중 사망하거나 낮 시간대에 고통스러워하다가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이 매체는 "이들 중 5명이 혼자 사는 독거노인이었다"고 보도했다. 도쿄도감식의무원은 "사망자들의 집을 보면 에어컨이 설치되지 않은 집이 많다"며 "에어컨이 없더라도 창문을 밤중에 창문을 열어 놓는 등의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고독사 문제를 오랫동안 다뤄온 모토키 마사히코 씨는 제이피뉴스의 취재에 "이들 고령자의 사망은 일본사회의 근본적 결함이 노정된 것"이라며 "최근 계속되고 있는 고령자 행방불명 사건과의 연계선상에서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때 일본사회를 견인하며 청춘을 다 바친 그들이 지금 '절대약자'로 분류돼 혼자 쓸쓸히 죽어가고 있다"며 "가족, 복지, 커뮤니케이션, 실버 산업, 로컬 공동체 등 다양한 방안을 연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본정부는 이 추세로 간다면 2030년에 60세 이상 고령자 인구가 전 인구의 40% 수준에 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사회적 안전망 바깥에 있는 이들 '절대약자' 고령자 문제를 근본적으로 생각해보지 않는 한 일본의 미래는 암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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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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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oia 10/08/21 [00:55]
사회 복지 부분이 우리나라보다 더 낫다고 하는 일본도 저정도인대 한국은 어떨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저도 나이드신 부모님이 계시기에 남에 일 같지가 않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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