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검색

일본에서 일본인 친구 사귀기

가 -가 +

최경순(일본 전문 번역
기사입력 2009-06-16

jpnews 여행란을 통해 4회에 걸친 ‘오사카 여행기’를 기고하면서 문득 도쿄 유학시절이 떠올랐다.
 
야스다 신궁(1회)에서 결혼식 장면을 찍던 중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
 
“유미짱~!”
“유미코~!”
“응? 유미코?”
 
나도 모르게 뒤돌아봤다. 기모노를 입은 여인이 자신의 아이를 부르는 소리였다. 너 댓살 정도로 보이는 어린 소녀가 엄마에게로 달려간다.
 
유미코!
나의 도쿄 유학시절 처음으로 일본 가정 방문을 통해 만난 사람으로, 나에게 많은 것을 경험케 했고 일본을 보여 준 아주 유쾌하고 매력적인 여인의 이름이다. 가족들과 친구들이 ‘유미짱’이라 부르는 그녀와 지금까지 연락을 주고받으며 우정을 나누고 있다.
 
그러니까 8년 전, 1년 예정으로 떠나 모든 게 힘겹고 적응하기 어려웠던 도쿄에서 유미코 씨를 만난 건 행운이었다. 그녀와의 첫 만남은 <국제교류협회>를 통해서였다.
 
일본에 3개월 이상 장기 체류자는 거주지 구청에서 외국인등록을 해야 한다. 우리의 주민등록증에 해당하는 것으로 외국인등록증이 없으면 불법 체류자가 되는 등 불편한 게 많다. 건강보험 혜택도 받을 수 있고(외국인등록증 신청시 건강보험증도 함께 신청) 휴대폰 장만할 때는 물론 학생의 경우 정식 아르바이트를 할 때도 필요하다. 방을 얻거나 은행에 통장을 개설할 때도 제시해야 한다. (학생의 경우 학생증으로 대체되는 경우도 있다)
 
일본으로 떠나기 전, 유학생활에 필요한 사전 지식을 취재하던 중 일본에는 <국제교류협회>가 있다는 걸 알았고, 외국인 등록을 위해 구청에 간 김에 국제교류협회 사무실(구청소재)을 찾아 일본인 가정을 방문하는 ‘홈비지트’를 신청했다. 비고 난에 ‘일본 가정에 한국의 음식문화를 알려주고 싶다’는 희망을 적었다. 학업도 중요하지만 일본인의 사는 모습을 직접 눈으로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일주일 쯤 지났을까 연락이 왔다. 국제교류협회 담당자가 알려준 번호로 전화를 했다. 이름은 유미코라는 주부였다. 방문일시를 약속하며 김치 만드는 법을 알려주겠으니 재료를 준비하라고 말하니 비명을 지른다.
깜짝 놀라는 내게 “기무치, 기무치를 너무 좋아하기에 기뻐서 소리를 질렀다!”며 미안해했다. 유미코씨가 “기무치, 기무치”하고 소리 지른 데는 충분한 동기가 있었다.

내가 유학 간 그 무렵은 마침 故이수현 씨의 의로운 죽음(2001년1월, 신오쿠보 역에서 취객을 구하려다 사망)으로 인해 한국에 대한 관심이 고조된 시기였다. 그 분위기를 타고 한국 음식이 일본인의 입맛을 한창 사로잡고 있었으니 나의 ‘김치교류’는 그야말로 적시타였던 것이다. 
 
▲   액자-유미코 씨가 그린 그림. 전시회에 내놓았던 그림을 선물로 받은 것. 그림의 이미지와 유미코 씨는 거의 흡사하다. © 최경순   
드디어 약속 날, 기숙사(무사시세키)에서 두 정거장 떨어진 가미이구사역(上井草駅)에 약속시간보다 5분 일찍 도착했다. 조금 있으니 남편과 함께 나타난 그녀. 신기하게도 우린 서로 금방 알아봤다. 그녀의 독특한 외모는 뭇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당시 50대인 그녀는 레게스타일로 가닥가닥 땋아 내린 긴 머리에 얼기설기 짠 니트모자를 쓰고 있었으며 옷차림은 항아리처럼 둥글게 발목까지 내려오는 당꼬바지를 입고 있었다. 활달하게 인사하며 내 손을 잡는 유미코 씨는 내가 생각해온 일본인의 모습과 많이 달라보였다. 패션 감각도 매우 뛰어나 보였다. 나의 속마음을 알아차렸는지 그녀가 먼저 말한다.
 
자신은 ‘일본인 같지 않은 일본인’이라고.
 
소리 내어 깔!깔!깔!!! 웃었지만 유머감각이 넘친다.첫 대면이지만 편안했다.
‘일본인’하면 겉으로는 친절하고 예의바르며 상냥하지만 절대 속내를 보이지 않는 ‘차가운’ 사람으로 인식하고 있던 터여서 그녀가 더욱 친근해졌다. 솔직한 성격의 그녀를 만나고 나서 ‘혼네(本音)와 다테마에(建前)’(속마음을 감춘 이중성이라기보다 일본인의 특질로 이해하는 편이 좋을 것 같다)에 대한 고정관념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역에서 10분 정도 걸어야 하는데, 차로 마중 나올 수도 있지만 다음에도 다시 찾아오려면 길을 익혀야 하니 걸어서 왔노라는 남편 말에서도 참 따뜻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렇게 해서 우리의 만남은 시작됐다. 유학기간 내내, 유미코 씨로 인해 난 ‘민간 외교’도 경험해 보는 뜻밖의 보람 있는 유학생활을 할 수 있었다.
 
나의 잠깐의 유학생활이 또 다른 유학을 꿈꾸는 분에게 적으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계속) 
 

 
<일본학을 공부하고 일본에 대한 관심이 많은 사람으로 jpnews의 탄생을 축하합니다. 날로 높아지는 힌국인의 일본에 대한 관심을 jpnews가 충분히 만족 시켜 주리라 믿으며 일본의 모습을 가감 없이 알려주는 眞 media가 되길 바랍니다.> (崔 慶 順)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Share on Google+ band URL복사
URL 복사
x
  • 위에의 URL을 누르면 복사하실수 있습니다.

PC버전 맨위로

Copyright ⓒ JPNews.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