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검색

일본 관객 울었다, 똥파리 기적의 흥행

강렬, 자극, 감동 일본을 매료시킨 영화 <똥파리>가 상영되기까지

가 -가 +

안민정 기자
기사입력 2010/04/21 [01:08]

한국영화 <똥파리>가 일본에 개봉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내심 걱정스러웠다.
 
각종 국제영화제 상을 휩쓸고, 한국 내에서도 높은 평가를 얻었던 영화이지만, 잔인함과 폭력성을 일본인들이 어떻게 받아들일까라는 걱정이 앞섰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을 한 것은 혼자만이 아닌지, 일본에서 공개된 <똥파리>는 포스터도, 제목도, 분위기도 한국과는 달랐다.
 
주연배우이자 감독인 양익준이 험악한 얼굴로 담배연기를 뿜어내는 것이 한국 <똥파리>의 포스터였다면, 일본은 <숨조차 쉴 수 없다(息もできない)>라는 제목에 김꽃비와 양익준을 양사이드로 배치하고 러브스토리에 촛점을 맞춘 듯 보였다.
 
▲ 한국의 포스터와 비교하면 상당히 애절한 분위기가 풍기는 일본 포스터    ©jpnews/ 야마모토 히로키

그러나 <똥파리>는 어디까지나 신인감독의 독립영화. 일본인들이 과연 이 영화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반응이 궁금했다.
 
똥파리 일본 상공을 날다

3월 20일, <똥파리>는 <숨조차 쉴 수 없다>라는 제목으로 도쿄 시부야 시네마라이즈 상영관(단관개봉)에서 막을 올렸다. 패션의 거리이자, 젊은이의 거리인 도쿄 시부야 한 가운데 위치한 시네마라이즈는 매니악하거나 작품성있는 영화를 상영하기로 유명하다.
 
어느 영화 배급사나 마찬가지겠지만, 흥행을 기대하고 단관개봉을 하는 영화는 없을 것. <숨조차 쉴 수 없다>도 모험에 가까운 투자를 한 영화였다.
 
일본 배급을 맡은 비터즈엔드의 사타케 야스나리 씨는 <제이피뉴스>의 취재에 "우연히 지인의 소개를 받아 이 영화를 보게 되었는데, 충격이었습니다. 일본영화를 비롯하여 전세계적으로 신인감독이 이렇게 재밌고 대단한 것을 만들 지 못 합니다. 이거 뭐야... 이 사람 대단하네. 이 작품을 어떻게든 소개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라며 <똥파리>를 평가했다.
 
"물론, 처음엔 고생했죠. 작품만 본다면 폭력적이고, 신인감독인데다가 유명한 배우도 한 명도 나오지 않으니까요. 그렇지만, 양익준(감독, 주연)이라는 사람은 알아둬야겠다. 정말 재밌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2시간 10분 상영시간 동안 영혼을 일깨우고, 마음을 움직이는 영화였으니까요" 사타케 씨의 입에서는 <똥파리>에 대한 찬사가 끝날 줄을 몰랐다. 이렇게 배급사, 영화관, 홍보팀이 반해 <똥파리>의 일본 개봉이 추진되었다.
 
<똥파리>에 반한 것은 이들 뿐만이 아니다. 특별히 홍보를 부탁한 것도 아닌데, 일본 신문사, 잡지사, 영화 소개 프로그램에서는 앞다투어 <똥파리>를 '올해 놓치면 안 될 영화'로 소개했다. 영화평론가들은 <똥파리>에 별 다섯개를 부여하는 데 망설임이 없었고, 일본의 영화배우 다니하라 쇼스케는 자신의 프로그램에서 "이 영화를 기대한다. 꼭 보겠다"고 말했다.
 
똥파리가 숨 조차 쉴 수 없는 영화로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똥파리>는 일본인들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영화는 아니다. 우선 제목이 지극히 한국적이고, 대사의 절반 정도는 욕설이다. 주인공은 화가 나면 아버지든, 경찰이든 사정없이 뭉개버린다. 너무나도 잔혹한 장면에 제대로 눈을 뜨고 바라볼 수 없기도 하다.
 
때문에 배급사는 우선 제목부터 다시 생각하지 않으면 안됐다. <똥파리>라는 제목을 그대로 쓰지 않은 것에 대해 아쉬움을 표하는 관객들도 적지 않았지만, 신인감독의 무명배우 영화를 의미가 모호한 제목으로 할 수는 없었다. 그렇게하여 탄생한 제목이 <숨조차 쉴 수 없다>. 양익준 감독의 지인이 붙였다는 영어 제목 'breathless'에서 힌트를 얻었지만, 영화를 보고 난 뒤 숨쉬기 어려울 정도로 울컥하는 기분을 제목으로 표현한 것이다.
 
가장 어려운 점은 배우들의 대사 절반을 차지하는 욕설이었다. 입버릇처럼 튀어나오는 욕설은 단순한 직역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많은 의미를 담고 있었다. 친한 친구에게도, 생판 모르는 사람에게도, 누나에게도 거침없이 뱉어내는 욕설에는 희노애락이 그대로 녹아있었고, 욕설의 종류가 그렇게 많지 않은 일본어로는 번역에 한계가 있었다.
 
"영화 속에서 수없이 나오는 '시발놈아'라는 욕설을 일본어로 '쿠소야로(나쁜놈 정도의 말)'로 직역해서 모든 장면에 대입하기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정말 어려웠죠. 번역을 하면서 대단한 문화 차이를 느꼈습니다" 배급사 사타케 씨가 말했다.
 
"욕설이 난무하고, 미남, 미녀 배우가 출연하는 것도 아니지만, 영화에 빠져들면 그들이 너무나 사랑스럽게 보였습니다. 이 영화를 믿을 수 밖에 없었죠. 한국에서도 분명 이런 느낌으로 흥행으로 이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사타케 씨는 다시 한 번 <똥파리>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지난 3월 20일에 개봉하여 약 한 달이 지난 시점이었지만, 영화관은 꽤 붐볐다. 티켓을 구입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이루고, 200석 가까이 되는 좌석은 70% 가량 차 있는 모습이었다.
 
사타케 씨는 "보통 영화는 1주차가 가장 많은 관객이 들고 2주차부터는 서서히 감소하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똥파리는 달라요. 2주차에 들어서면서 관객수가 무려 150%가 늘어났습니다. 한 달이나 지난 지금도 객석 대부분이 차 있는 게 보이시죠? 독립영화가 이렇게 흥행하는 것은 처음있는 일입니다"라고 말했다.
 
개봉 첫 주에는 신문, 잡지의 평가를 보고 극장을 찾은 4~50대 이상의 남성 관객이 주를 이루었다면, 2주차부터는 입소문을 듣고 찾은 젊은 관객들이 늘어났다. 영화를 본 관객들이 블로그, 트위터에 소개하면서 삽시간에 영화평이 퍼졌기 때문이다. <똥파리>를 본 관객들은 "이 영화 대단하다"라고 열변을 토했다.
 
▲ 개봉 5주차를 맞은 주말, 똥파리는 입소문만으로 관객을 끌고 있다    ©jpnews/ 야마모토 히로키

영화 상영이 끝나고 영화관을 빠져나오는 관객들은 20대부터 머리가 하얀 노인층까지 다양했다. 여성 관객들은 대부분 얼굴이 눈물 자국으로 얼룩져 있었다.
 
영화일을 하는 친구에게 '좋은 영화'라고 소개받았다는 40대 부부 관객은 "감동했습니다. 남자 주인공이 일을 그만둬야겠다고 친구에게 말하던 장면이 인상깊었습니다. 영화를 끝내는 부분은 정말 좋았구요. 심각한 영화였지만, 중간중간 유머도 들어있고, 2시간 내내 눈을 뗄 수 없었습니다"라고 말하며 감동을 표현했다.
 
인터넷에서 영화평을 보고 관람하러 온 20대 커플은 "남자주인공이 무릎을 베고 눕는 장면이 인상 깊었습니다. 슬픈 내용이지만, 구원받지 못하는 결말은 아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좋은 영화였습니다. 기억에 남는 대사요? 역시 '쿠소야로'가 많이 나와서 'xx놈'이라는 한국어가 자연스럽게 외워지더군요"라며 밝은 표정을 지었다.
 
자신을 영화팬이라고 밝힌 40대 남성은 "강렬 그 자체였습니다. 가정폭력이 난무해 자극적이었습니다. 지난해에 '마더(일본명: 母なる証明)'를 봤는데, 그것도 좋았지만 이번 것이 더 좋았다고 생각합니다"라며 만족의 표정을 지었다.
 
다음 시간대 영화를 보기 위해 티켓을 구매한 20대 남성 둘은 "tv에서 소개되는 것을 봤습니다. 평이 너무 좋아서 꼭 보자고 생각했고, 주말이라서 친구랑 둘이 나오게 되었습니다"라며 기대를 감추지 못했다.
 
▲  영화관은 젊은층부터 노인층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찾았다    ©jpnews/ 야마모토 히로키
 
똥파리, <숨 조차 쉴 수 없다>는 여세를 몰아 4월 17일부터 영화관을 신주쿠, 롯본기 등 3군데로 늘렸고, 지방 상영도 계획하고 있다. 똥파리는 한국에서도 그랬듯이 일본에서도 천천히 그렇지만 강렬하게 영화팬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똥파리, 도쿄 시부야 상영 모습>
 
▲  도쿄 시부야 상영관, 시네마 라이즈     ©jpnews/ 야마모토 히로키

▲ 양익준 감독의 친필사인, 처음 일본상영이 결정되었을 때 양 감독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jpnews/ 야마모토 히로키
▲  영화를 보고나와 눈물을 감추지 못했던 20대 여성     ©jpnews/ 야마모토 히로키
▲  똥파리를 강렬함 그 자체로 표현했던 40대 영화팬     ©jpnews/ 야마모토 히로키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Share on Google+ band URL복사

최신기사

URL 복사
x
  • 위에의 URL을 누르면 복사하실수 있습니다.

PC버전 맨위로

Copyright ⓒ JPNews.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