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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의 섬 '도쿄 디즈니랜드'에서 일한 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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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필선
기사입력 2009-05-28

워킹홀리데이비자를 가지고 일본에 입국한 지 세달째 될 무렵, 나는 도쿄 디즈니 시(sea)에서 근무하게 됐다. 대부분의 한국사람이 그렇듯 나 역시 도쿄 디즈니에 대한 각별한 애정은 없었다. 단지, 사무직보다 현장직을 좋아하는 터라 엔터테인먼트 업종의 아르바이트를 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도쿄디즈니랜드와 도쿄디즈니시가 수많은 일본인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를 조금은 알 수 있게 됐다. 그리고 나 또한 도쿄디즈니가 좋아졌고 연간 패스포트를 구입하는 이유에 동감하게 됐다.

▲ 월트 디즈니와 신데렐라성     ©박필선

■ 도쿄디즈니는 꿈을 현실화하는 장소

도쿄디즈니랜드와 도쿄디즈니시는 상상의 세계를 현실화 해 놓은 테마파크다.
이는 단순히 놀이기구를 타기 위해 방문하는 유원지와 다르다. 예전 la의 디즈니랜드를 방문할 때 현지 사람들은 "놀이기구라면 다른 곳이 훨씬 재미있다"고 얘기한 적이 있다. 즉, 디즈니랜드는 놀이기구를 주 목적으로 하는 장소가 아니다.

디즈니랜드의 역사를 간략히 알아보면, 미키와 미니를 만들어 낸 월트디즈니는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온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 바로 그곳이 디즈니랜드다. 도쿄디즈니시는 바다를 테마로 한 리조트로서 세계에서 유일한 장소다.

사실 내가 처음부터 이런 것들을 알고 입사한 것은 아니다. 입사 후 도쿄 디즈니 시에 대해서 알고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도쿄 디즈니랜드보다 좋다던데요..."라는 멋쩍은 대답을 한 적이 있다.

나는 입사 전까지만해도 도쿄디즈니랜드나 도쿄디즈니시를 가본 적이 없다. 한마디로 내가 일하고 있는 곳이 어떤 곳인지 모르는 것과 다름 없었다. 그래서 소위 연수기간이라 불리는 첫 두달은 하루도 긴장감 없이 보낸 날이 없다. 그 이유는 연수기간이 끝나고 재계약 할 때 자기가 일을하고 있는 곳이 어떤 곳인지도 모르고 일본어도 잘 안 통해서 더 이상 일을 맡길 수 없다는 평가를 받을까봐 두려워서였다.
 
하지만 그런 모든 것들은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자기가 맡은 일만 잘 하면 그것 으로 ok다. 단, 주위 사람들이 도쿄 디즈니랜드에 대해 얘기할 때 딱히 할 말이 없다는 단점은 있다.
 
▲ 미니 페어     ©박필선

■ 디즈니 캐스트로서의 첫인상은 '세뇌'

도쿄디즈니에 근무하면서 처음 가진 느낌은 '세뇌'였다.

한마디로 일하는 동안은 머릿속에 디즈니만 생각하게 하는 것이다. 물론 외부에서 강압적으로 세뇌시키는 것은 아니다. 출근을 위해 마이하마역에 도착하면 디즈니음악을 듣게 된다.
 
평소 디즈니 음악을 무척 좋아하는 터라 즐겁고 가볍게 흥얼거리며 직원출입구로 향한다. 락커에 도착하면 또다른 디즈니 음악이 흐른다. 지난해부터 올 4월까지는 도쿄디즈니랜드의 25주년을 테마로 하고 있었기 때문에 25주년 테마송이 흘렀다. 오후가 되면 락커의 음악은 리조트채널이라는 라디오채널로 바뀌기도 한다.

옷을 갈아입고 현장에 가면 또 다른 세뇌도구가 있다. 식사시간과 휴게시간을 보내는 직원식당의 텔레비전이 바로 그 것이다. 리조트채널은 라디오 뿐만이 아니라, 케이블에도 있다. 그 케이블채널을 통해 도쿄디즈니에서 볼 수 있는 쇼, 어트랙션, 티켓정보, 호텔 소식 및 직원들의 이야기 등이 방영된다. 프로그램은 20~30분 분량으로 텔레비전이 켜져 있는 한 하루 종일 반복해 볼 수 있다.

회사에 머물고 시간 동안은 아무리 일을 하고 있다 할지라도 도쿄디즈니의 방문객 못지않게 디즈니만 생각하게 된다.

▲ 미키마우스 집, 게스트와 캐스트     ©박필선

■ 월트디즈니의 철학

도쿄디즈니에서 일하는 모든 직원은 캐스트(cast)라고 부른다. 그리고 방문객은 게스트(guest)라고 부른다. 캐스트와 게스트가 직접 만나는 장소, 즉 게스트가 존재하는 곳은 온스테이지(on-stage), 게스트가 입장할 수 없는 곳은 백 스테이지(back-stage)라고 부른다.

처음 이러한 설명을 들었을 때는 단순히 '재밌네, 역시 테마파크라 남다르군'라고 생각했었지만, 이러한 명칭에는 월트디즈니의 대단한 철학이 숨어 있었다.

월트디즈니는 디즈니랜드의 명성을 유지하는 것은 신나는 쇼와 놀이기구가 아니라 바로 캐스트라고 말한다. 캐스트는 단순히 디즈니랜드에서 일하는 사람이 아니다. 모든 캐스트는 디즈니랜드의 출연자이며, 캐스트의 역할은 게스트에게 해피니스(happiness) 즉, 행복을 전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나는 온 스테이지가 아니라 백 스테이지에서 근무했지만, 백 스테이지의 캐스트라도 역할은 같다. 게스트를 직접 대하지는 않지만, 온스테이지의 캐스트와 쇼의 출연자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서포트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비록 내가 보여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나의 행동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도쿄 디즈니의 쇼를 보면 특이한 복장이 참 많다. 그리고 쇼 도중에 같은 사람이 다른 옷을 입고 출연하기도 하며, 때로는 무대위에서 변신을 하기도 한다. 내가 했던 일은 그 의상들을 관리하면서 출연자들의 옷을 갈아 입히는 것이었다. 조금 더 경력이 있었다면 무대에 같이 올라가 미키의 변신을 도왔을 지도 모른다. 따라서 내가 실수를 하게 되면 쇼 자체가 엉망이 되고 만다는 생각에 더욱 진지하게 일을 하게 된다.

월트 디즈니의 이러한 철학이 순수하게 사람을 아끼는 마음에서 출발했는지 여부는 사실 알 수 없다. 경영심리학이 발달한 미국에서는 이런 방법으로 직원을 교육시키는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나는 이러한 사고 방식 자체가 나쁘지는 않다고 본다. 나 역시 어느덧 세뇌당했는지도......
 
▲ 레스토랑에 줄 선 사람들     ©박필선

▲ 귀여운 모자를 쓰고 친구들과 점심     ©박필선

■ 현장직 알바라도 직원은 직원

나는 도쿄디즈니시에서 정사원이 아닌 준사원의 자격으로 근무했다. 주 5일, 1일 8시간 근무에 야근, 잡일 등 각종 수당을 받고, 국민연금, 의료보험, 고용보험 등 각종 사회보험에 자동으로 가입된다.

채용 통보를 받으면 우선 입사식을 한다. 입사식은 디즈니 유니버시티라는 곳에서 디즈니랜드의 시작과 역사 그리고 운영철학 등을 교육받는다. 하루에 걸쳐 받는 이 교육은 도쿄디즈니랜드와 도쿄디즈니씨 외에도 앰버서더 호텔 등 olc그룹사 소속이라면 누구나 수료해야 한다.

입사식이 끝나면 명찰과 락커 등을 지급받고 근무스케쥴에 따라 출근을 하면 된다. 지각 결근 조퇴 등이 발생했을 때는 소속 부서가 아닌, 관할 부서에 일일이 본인이 직접 보고하고 서류를 작성한다. 서류는 편의상 소속 부서의 리더에게 제출하고, 리더는 다시 그것을 슈퍼바이저 혹은 해당 부서에 전달한다.

서류단계가 이처럼 다단계로 이루어지고 총무, 스케쥴러, 슈퍼바이저 등 여러 부서의 사람들과 내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자각 했을 때 나는 내가 정말 준사원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원천징수 증명서나 연말 정산 등을 할 때, 연차 등을 소진할 때는 한국에서 회사에 다닌 경험이 빛을 발했다. 이는 일본인이라도 처음 하는 사람은 쉽게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캐스트로서 무엇보다 맘에 들었던 것은 디즈니의 상품을 조금 싸게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어느 회사든 직원 할인이 있게 마련이다. olc도 마찬가지여서 캐스트 전용 샵이 있다. 물론 그곳에 들어오는 물건들은 재고가 엄청 많거나,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않은 과자들이다. 처음에는 이런 것 까지 돈받고 파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식인지 일본식인지 모를 장삿속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디즈니'라는 것이 익숙해질수록 조금씩 조금씩 그곳의 물건들이 집에 쌓여가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됐다. '명색이 도쿄 디즈니 직원인데 이런 것쯤은 가지고 있어야지' 라는 근거없는 의무감마저 생겼다. 나는 캐스트로서 '디즈니'에 점점 빠져 들고 있었다.

▲ 게스트와 사진 촬영중인 데이지 덕     ©박필선

■ 캐스트는 거의 디즈니팬

일하면서 들은 이야기 중 재미있는 것이 하나 있다.
 
도쿄디즈니의 캐스트는 거의 연간 패스포트를 가지고 있다는 것.실제로 근무지에 있는 사람들을 보면 디즈니랜드나 디즈니시 혹은 양쪽 공용 연간 패스포트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적잖게 있다.

올해로 26년째에 접어들고 있는 디즈니랜드라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 20대들의 기억 속에 디즈니랜드가 없었던 적이 없는 셈이 된다. 4세 이전의 도쿄를 기억하는 이가 있다면 조금 다른 이야기가 되겠지만 말이다.

보통 가족, 친구, 연인끼리 방문하는 디즈니랜드이기에 어른들에게도 도쿄디즈니는 소중한 추억의 장소다.

디즈니시에서 일을 하는 동안 몇 번 온스테이지에 나간 적이 있었다. 일본의 전국 마칭 퍼레이드 인솔자 등 타부서 업무를 지원하거나, 연수차 타 부서의 쇼를 관람했을 때다.

처음 본 온스테이지의 풍경은 정말 멋졌다. la의 디즈니랜드와 느낌이 사뭇 달랐다. 만일 내가 일본에서 태어났다면 나도 디즈니의 팬이 됐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처음부터 게스트로서 돈을 내고 입장했으면 또 다른 인상을 받았을 거라는 생각을 한다.

설령 티켓값을 비싸게 주고 들어왔다 하더라도 솔직히 돈을 안 쓰면 딱히 할 게 없다. 놀다 보면 배고프고, 목이 마르다. 캐릭터 상품들을 구경하다 보면 구매충동을 강하게 억누르지 않으면 안된다.

그리고 도쿄 디즈니 시에서 근무하지 않았다면 그곳에 정말 단 한번도 가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어디까지나 나는 아직 외국인이고 일본에서 체류한 지 1년도 안됐을 뿐 더러, 같이 놀러갈 친구도 없는데 굳이 미국풍취가 물씬 풍기는 디즈니에 혼자 가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디즈니의 캐릭터가 살아 숨쉬고, 이제까지 보아오던 주위의 풍경과 다른 공간이 있다면 확실히 매력이 있는 테마파크다. 도쿄디즈니에서 볼 수 있는 미국적 풍경과 미키마우스와의 만남, 그리고 정말 환타스틱한 공연 등 도쿄디즈니를 있는 그대로 보면 멋진 곳이다.

디즈니랜드에서 살고싶다는 말에 한국인들은 흔히 코웃음 치지만 나는 정반대다. 온스테이지에 처음 나갔을 때 나는 "아! 여기 살고싶다"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일본에 머무는 1년 중 10달을 함께한 도쿄 디즈니.
 
비록 한국으로 되돌아가지만, 입사시 부여받은 종업원번호가 영구히 남는다는 사실은 언제든 도쿄디즈니의 캐스트로 복귀할 수 있다는 또다른 여운을 갖게 한다.

▲ 캐릭터 공연     ©박필선

▲ 마크 트웨인호     ©박필선

▲ 팅커벨 , 퍼레이드 중    ©박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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