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욱일승천기로 명동활보한 日녀 인터뷰

욱일승천기 일본녀들은 '바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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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현 기자
기사입력 2009/05/26 [08:01]

▲ 지난 4월 일본 태평양전쟁의 상징이기도 한 욱일승천기를 들고 명동을 활보한 두명의 일본여성, 우메미야와 안젤라를 하라주쿠 사무실에서 만났다.      ©jpnews

지난 4월 말, 욱일승천기를 들고 서울시내(명동)을 활보한 2명의 일본여성 동영상, 일명 “욱일기 일본녀 명동활보”가 인터넷 상에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대명천지에 한국땅에서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의 주력군이었던 해군 군함기(軍艦旗)를 펼치고 다닌 동영상이다. 화제가 안된다면 오히려 이상하다.
 
1분 남짓한 이 동영상은 인터넷 미디어 쿠키뉴스가 [단독] “일본 혼 퍼트리겠다” 日여성들,명동서 욱일승천기 행진 물의라는 제목으로 기사화를 하면서 한국 네티즌들에게 알려졌고 , 두명의 일본여성은 '당연'히 집중포화를 받았다. 그러나 며칠 후 “동영상에 등장하는 일본여성들이 물의를 끼쳐서 죄송하다는 사죄의 이메일을 보내왔다”는 쿠키뉴스의 후속보도가 나오면서 잠잠해져 가는 듯 했다.
 
그런데 문제는 하루 뒤에 터졌다. 사죄의 이메일을 보냈다는 '욱일녀'들이 “우리는 이메일을 보낸 적이 없다!”면서 “완전한 날조기사거나 아니면 누군가가 허위로 보낸 것이다”는 반론을 자신들의 홈페이지 <탐정화일>에 추가로 올린 것이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가 다 아는 <국민일보>가 운영하는 인터넷 미디어다. 쿠키뉴스가 지금까지 비록 몇몇 '낚시질'을 했다손 치더라도 “거짓말”을 기사에 버젓히 소개한다는 건 말이 안된다.
 
▲  일본 최대급의 뒷골목 뉴스/정보 사이트 <탐정화일> 
그런데 쿠키뉴스의 기사가 전부 사실이라면 이번엔 '욱일녀', 아니 '욱일녀'들이 해명을 올린 <탐정화일>이 문제가 된다. <탐정화일>은 온/오프의 뒷골목 세계에서 일어나는 온갖 잡다한 뉴스를 취급하는,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우라(裏)정보 사이트다.
 
2001년 개설이래 줄곧 일일 평균150만 페이지뷰(5월 15일 현재 총 28억 pv)를 기록하고 있는 <탐정화일>이, 물론 여기도 '낚시'기사가 전체의 반이상을 차지하지만, 자신들의 철칙인 '거짓말'은 절대 안한다를 어길리가 없다.
 
<쿠키뉴스 vs 탐정화일>. 무슨 한일전 비슷한 뉘앙스까지 풍긴다.
 
게다가 '욱일녀' 들은 해명기사에서 “사실은 한국에 상당한 매력을 느꼈고 호감을 느꼈다. 앞으로도 한국에 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네티즌들은 '욱일녀'들을 “혐한(嫌韓) 우익 ×××들”이라고 비난했지만, 혐한 넷우익들은 이런 말 죽어도 안한다.
 
또 2채널 혐한게시판에서는 욱일녀들의 이번 행위에 대해 “재일들의 자작연출극”이라는 비난 코멘트가 줄을 이었다. 서포터들에게 버림받은 셈이다. 그럼에도 '욱일녀'들은 꿋꿋해 보였다. 파문이 인 후에도 쿨(cool)하게 대응하는 그녀들이 오히려 신기해 보였다.
 
이쯤되면 사건도 사건이지만 캐릭터에 흥미가 샘솟았다. 그래서 과감히 그들과 접촉을 시도했다. 처음 메일을 보냈던 것이 골든위크 연휴였다. 연휴 끝나면 오겠지 싶었는데, 금세 답메일이 왔다.
 
“박상! 친절한 취재 인터뷰 메일 마음깊이 감사드립니다. 저 우메미야와 안젤라는 기쁜 마음으로 취재에 응하고자 합니다.”
 
답이 너무 빨라 놀랬다. 일본에서 직격(直撃) 인터뷰가 아닌 보통 30분 이상의 시간을 소요하는 정식 인터뷰가 성사되기까지는 적어도 몇번은 메일을 주고 받거나 전화통화등을 기본적으로 해야 한다. 신원이 확인되지도 않은 사람에게 주소와 핸드폰 연락처가 적힌 답메일을 보내면서 순순히 취재에 응하겠다는 건 상당히 드문 케이스다.
 
골든위크 연휴가 끝난 5월 8일, 편집부 김현근 팀장과 함께 도쿄 하라주쿠에 위치한 <탐정화일> 사무실을 찾아 갔다. 오피스 옆 건물이 일본 최고(最古)의 탐정회사 “가루 에이전시(ガルエージェンシ)” 본사였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 '가루 에이전시'의 와타나베 후미오 대표가 탐정들의 뒷정보를 중심으로 일본의 기존 미디어가 절대로 보도할 수 없는 영역들, 이를테면 치한퇴치, av, 음성적 통신판매, 불륜등의 소재를 일반에 알리기 위해 <탐정화일>이라는 인터넷 미디어를 만들었다고 한다. 
 
▲ 도쿄 하라주쿠 <탐정화일> 오피스    ©jpnews
오피스의 철제문을 두드리자 동영상의 주인공 우메미야 다카코(33)가 나타났다. '대한민국'과 '훈민정음'이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안녕하세요”라며 어색하게 인사를 한다. 우리들이 인터뷰용 책상에 자리를 잡자 저쪽 파티션 뒤에서 170정도의 키에, 가슴이 움푹 패인 화사한 원피스 차림의 안젤라(20대 후반)가 커피를 들고 나타났다.
 
1시간 정도 걸린 인터뷰는 대부분 우메미야가 답했다. 하지만 존재감을 과시한 쪽은 안젤라였다. 이건 이전에 분명히 어딘가에서 느낀 아우라다. (인터뷰가 끝난 후 오피스로 돌아와 검색해 보니 역시 나의 예상은 맞았지만 여러가지를 고려해 안젤라의 소개는 이정도에서 멈춘다)
 
인터뷰는 유쾌했다. 그럴 수 밖에 없었던 게 이들은 '바보'였기 때문이다. 혹시 몰라 “그냥 '바보'라고 써도 되요?”라고 확인하자 “오! 그래 주셔도 되고!”라는 즉답이 튀어 나왔다.
 
처음엔 욱일승천기 들고 명동시내를 활보한 의도를 밝혀내기 위해 이리저리 다각도로 공격해 봤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포기해 버리고 말았다. 왜냐면 '바보'들이 “어?! 이거 하면 재미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 한 짓에 대해 “왜 당신은 근/현대사를 모르는 것인가!!”라고 흥분하는 것도 모양새가 이상하기 때문이다.
 
우메미야는 욱일기를 들고 명동시내를 활보한 경위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어느날 와타나베 대표가 '오랜만에 해외기획 해볼까'라고 말을 꺼냈다. 자, 어딜 하지? 그러다가 엔고/원하락 때문에 한국이 제일 싸다고 말하니 그럼 한국가는 걸로 해보라고. 기획내용에 대해서는 당시 이치로가 한국에서 화제가 되고 있었고, wbc도 있었으니까 일본국기를 들고 서울 한복판을 걸어다니면 재밌겠다고 생각해서 대표에게 말했더니 대표도 웃으면서 '오! 그거 재밌겠다'고 했다. 그래서 그냥 한 거일 뿐이다.”
 
우메미야는 나름대로 항변했다. 그래도 그렇지 태평양전쟁의 상징처럼 받아들여지는 욱일승천기다. 독일의 철십자가 아무리 본래 뜻이 그게 아니라도, 그거 새겨진 깃발들고 파리 개선문 근처 돌아다녔다간 대형사고 터진다. 왜 하필 욱일기였을까?
 
▲ 우메미야 다카코    ©jpnews
“그러니까 내가 정말 바본데. 난 역사나 그런거 전혀 모른다. 국기를 일단 흔들자 그런 기획이 짜여져서 집근처 가게에 국기 사러갔는데, 일장기를 안팔더라. 우리집은 가마쿠라에 있는데, 관광지라서 그런지 몰라도 욱일기 밖에 안팔았다. 외국인들한테는 화려한 욱일기가 더 먹힌다고 가게주인이 생각했던 모양이다. 
 
암튼 일본 국기를 들고 활보한다는 기획이니까 국기 비슷한 거라도 일단 사자 해서 골랐던 게 욱일기였을 뿐이다. 욱일기가 그런 의미라는 거 나중에 알았다. 우린 정말 역사나 그런거 전혀 모르는 바보다.”
 
우메미야와 안젤라는 “정말 이렇게 큰 뉴스가 될지는 꿈에도 몰랐다”면서 “<야후!코리아> 톱뉴스로 실리고 사태가 너무 커지는 것 같아서 우리 사이트에 '해명글' 을 올렸는데, 쿠키뉴스가 갑자기 사죄메일이 왔다면서 하니까 많이 황당했다”고 고백했다.
 
“보낸 적이 없는데 사죄메일이 왔다면서 우리 해명글을 인용하고 있었다. 설마 거짓말을 쓴거는 아닐테고 아마도 우리 해명을 본 다른 독자가 우리를 사칭한 이메일을 보낸게 아닌가 한다. 우리 쪽에도 정말 메일이 많이 왔다.”(우메미야)
 
“한 200통 이상인데 거의 대부분이 비난메일이었다. 유튜브 댓글도 그렇고 2채널에서도 난리가 났었다.”(안젤라)
 
“좀 웃긴게 외모나 그런 걸로 우리가 '자이니치(재일)'이라고 낙인찍는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는 거다. 심지어는 쿠키뉴스와 재일의 짜고 치는 행위(マッチポンプ)라고 하는 인간들도 꽤 있었다. 물론 한일우호를 위해 그런 자극적인 행위를 해선 안된다, 역사공부해라 등등의 의견도 있었다. 이런 의견은 받아들일 가치가 있는 것이라 생각하지만, 재일이 어쩌고 하는 건 그냥 한 귀로 듣고 흘렸다. 사실이 아닌지라 일일이 대응한다는 것도 웃긴 것 같아서 답장은 안했다.”(우메미야)
 
그러나 이들은 탐정화일에 결국 “우리는 일본인이다”는 것을 증명하는 패스포트를 '인증샷'으로 올렸다. 일일이 대응한 건 아니지만, 한 귀로 듣고 흘리기엔 억울했던 모양이다.
 
동영상을 촬영한 사람은 우메미야의 남편. <탐정화일>의 스탭이 스케쥴이 안 맞아 어쩔 수 없이 남편을 동원했는데, 명동 욱일승천기 활보의 경우 실제 촬영한 시간은 2분 남짓이라고 한다. 이 외에 복원중인 숭례문 앞에서 이치로 티셔츠와 훈민정음 티셔츠를 입고 한일 대결을 벌이는 영상이 있는데 이건 5분 정도 찍었다고 털어 놓았다.  




숭례문은 그렇다 치더라도 명동 활보 동영상 제목, “한국에 대화혼(大和魂)을 보여주고 돌아왔다!”는 너무 자극적인 제목이다. 왜 이런 제목을 붙였는지, 아니 애초에 동영상은 왜 찍었던 것일까? 우메미야는 이렇게 답했다.
 
“동영상은 사진이나 그런 거 보다 훨씬 임팩트가 강하고, 또 디카로 그냥 손쉽게 찍을 수 있으니까. 실제로 이 영상들도 전부 휴대용 디카로 찍은거다. 제목도 임팩트가 강한 걸로 고르다 보니 그리 된거다. wbc 대회 때문에 양국간의 라이벌 의식도 있었고... 제목이 세야 많이들 보니까. 덕분에 조회수는 엄청나게 늘었다.”
 
아무튼 그녀들의 이런 행동은 아무 제지를 받지 않았다. 한국의 네티즌들은 “욱일승천기가 아니라 일장기였으면 아마 난리났을 것”, “명동이라서 살아남은 거다. 종로 탑골공원이었음 니넨 죽었다”, “요즘 명동, 한국사람들 보다 일본인이 더 많잖아”등의 의견을 내었지만 한국에서 실제로 욱일승천기를 들고 활보하는 행위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던 것일까.

▲ 안젤라    ©jpnews
“오기 전에 주위에 기획내용을 이야기하니 다들 질겁을 했다. 니네 강간당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까지 나왔었다. 그런데 아무 일도 없었다. 오기 전에 한국에 대한 안 좋은 이야기 많이 들었는데 전혀 그런 것 없었다”(안젤라)
 
“이거(명동촬영) 끝나고 배가 너무 고파서 삼계탕 먹으러 갔다. 정말 맛있었다. 두번째 오는 건데 한국의 음식은 정말 끝내준다.

촬영은 뭐 어차피 이런 기획 다른데서도 많이 했으니까 불상사가 생기면 그건 그것대로 재미있으니까. 인상적이었던 건 무사(?)히 촬영이 끝난 후 이치로 티셔츠에서 대한민국이 새겨진 티셔츠로 갈아 입었는데, 게스트 하우스 아줌마가 기특하다고 끌어안아 주신 것. 한국인들 참 정이 많다고 실감했다.”(우메미야)
 
결국 욱일승천기 이야기는 이정도에서 끝나고 말았다. 사실 더 이상 나올 이야기가 없었다. 당연한 결과다. 역사에 대해 전혀 모르고 또 알 필요조차 느끼지 못하는 '바보'들이 회사 사장 명령으로 그동안 자신네들 사이트 <탐정화일>에서 으례 해 왔던 기획을 한 것이다.
 
<탐정화일>의 기획물은 엽기적인 것들 투성이다. 예를 들어 <치한퇴치 시리즈>가 그렇다. 늘씬한 미인에게 초미니스커트를 입히고 전철을 타게 한 다음 치한이 그녀를 만지면 주위에서 감시하던 <탐정화일>의 스탭이 갑자기 플래쉬를 터뜨리며 등장, 치한의 얼굴과 인적사항을 인터넷에 그대로 올리는 식이다.
 
<탐정화일>은 이 외에도 대변카레 먹기, 진검을 피하는 다이어트 체조등 그야말로 엽기적인 기획물을 구상해 왔다. 그녀들에게 있어 이번 욱일승천기는 이런 기획의 일환 그 이하도 그 이상도 아니었던 것이다.
 
그래도 “역사 공부 좀 하는게 나을 것 같은데...”라고 운을 떼어 보았다. 그러자 둘은 이구동성으로 “이번에 좀 느낀게 있어서 공부 하려고 했는데, 어려워서 관뒀다”면서 나머지 30분 동안 한국 음식과 미용, 예를 들어 리어카에서 먹는 떡볶이, 뽑기, 찜질방등에 대해 잡담을 늘어 놓으며 결론적으로 “한국은 정말 다시 가고 싶은 나라”라고 엄지손가락을 내민다.

30여분간 둘의 잡담을 듣다 보니 사실은 일본 젊은이들의 거의 대다수가 이렇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다. 역사는 “듣보잡 취급”이지만, 음식과 미용에 관해서는 정확한 본토발음까지 구사하는 일본의 젊은이들 말이다.
 
<마이니치> 논설위원을 했었던 고(故) 요시오카 타다오씨는 생전 “일본과 한국이 서로 '외국'이라는 것을 자각했을 때 양쪽 국민 사이의 우정이 싹틀 수 있다”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 적어도 우메미야와 안젤라에게 한국이란 나라는 완벽한 '외국'이었다. 

 © jpnews

한국과 일본을 오고가는 연간 200만명의 양국 국민들 역시 대부분이 이렇지 않을까? 우메미야가 인터뷰 도중에 잠시 언급했던 말이 인상깊었다.
 
“물론 일본인 중에는 여전히 한국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고 자극적인 소재만 크게 다루는 매스컴들이 있지만 그런, 뭐랄까 싫다는 사람들은 그냥 계속 그러고 살면 된다. 다만 우리들처럼, 비록 이번 건으로 문제를 일으키기는 했지만(웃음), 한국을 직접 경험해 보고 좋은 감정을 가지게 된 사람들이 거의 대다수 일테다. 그러니까 결국 장래적으로 일본과 한국 사이는 좋아질 것이라 본다.” (끝)


■ 부록 

 [동영상] 욱일승천기 일본녀들이 한국인에게 보내는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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