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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맞선 요리교실, 그 곳에선 어떤일이?

김밥 말면서 결혼상대 찾기? 일본 맞선 요리교실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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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민정 기자
기사입력 2010/02/07 [16:40]

"간 좀 봐주시겠어요?" "아~"

미혼남녀들이 요리를 함께 하며 서로를 알아가는 맞선 요리교실이 도쿄 에비스에서 지난 6일에 개최되었다.

지난해 일본에서는 혼활(婚活,결혼활동)이라는 말이 대유행했다. 대학생들이 취업을 위해 정보를 모으고, 취업설명회에 참가하는 등 노력하는 것을 취활(就活,취업활동)이라고 하는데, 결혼이 어려워진 요즘, 결혼도 취업활동처럼 노력이 필요하다고 하여 생긴 말이 바로 결혼활동, 혼활이다.

혼활은 기존의 맞선(お見合い,오미아이)이나 미팅(合コン,고콘)과는 조금 다르다. 참가자를 모집하여 단체로 이성을 만난다는 데서는 미팅과 비슷하고, 결혼을 목적으로 모임에 나온다는 것에는 맞선과 가깝다. 혼활은 결혼하고 싶은 사람들이 자신에 맞는 이성을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자리이다.

혼활이란 말이 유행하면서 일본의 맞선 상담회사들은 결혼하고 싶은 이들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어냈다. 서로 취미가 같으면, 결혼생활도 쉽다는 생각에서 골프를 취미로 하는 사람들의 만남, 골프콘, 애완동물과 함께하는 펫콘 등이 활발하게 개최, 또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 요리를 함께 만드는 요리콘이다.
  
▲ 한국 요리 혼활 요리교실     © jpnews / 타쿠미 코우다

이번에 열린 혼활 요리교실은 조금 특별했다. 한국요리에 관심있는 남, 녀가 모여 한국음식을 만들면서 서로를 알아가는 혼활이었기 때문이다. 지금 일본은 전국 어디에나 김치를 팔고, 평범한 가정의 저녁식사로 김치찌개(기무치나베)가 등장할 정도로 인기. 한국음식은 건강에도 좋고 미용에도 좋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한국 음식에 관심을 갖는 사람도 늘고 있다. 한류열풍 이후 한국의 모든 것에 관심을 갖는 한류팬 여성들은 물론, 한 번 먹으면 멈출 수 없는 자극적인 맛에 남성들에게도 인기. 이번 혼활 요리교실은 인터넷 커뮤니티, 신문광고를 본 사람들과 예전부터 요리교실이 열리는 한국요리점을 자주 찾는 단골들로 이루어졌다.
 
혼활 요리교실을 기획한 곳은 도쿄 에비스역 근처에 위치해있는 떡카페 및 한국요리점 바람. 바람을 운영하는 조선옥 요리연구가는 일주일에 1~2회 한국요리를 일본인들에게 가르치고 있는데, 이 요리교실을 다니는 회원들 및 바람을 자주 찾는 사람들이 이번 혼활 요리교실에도 대부분 참여하고 있었다.
 
▲  요리연구가로 한국음식을 일본인들에게 전하고 있는 조선옥 요리연구가    ©jpnews / 타쿠미 코우다

기획당시에는 남, 녀 각각 6명, 총 12명이 참여할 계획이었으나 참가자가 늘어 남, 녀 각각 7명, 총 14명이 이번 혼활 요리교실에 참가. 여성들은 20대 후반부터 40대까지. 남성들은 30대부터 40대까지의 사람들로 일본기업에 근무하고 있는 한국인들도 서너명 눈에 띄었다.
 
요리교실에 찾아온 이들은 우선 오늘의 요리에 대한 레시피와 앞치마를 받았다. 그리고 14명이 다 모였을 무렵, 함께 요리를 만들 팀짜기 자리선정에 돌입. 번호표를 한 사람씩 뽑아 4명 혹은 3명씩 팀을 이루게 되었다.
 
떡카페 바람을 자주 찾아 서로 안면이 있는 사람부터 처음보는 사람들이 뒤섞여 있는 상황에서 혼활 요리교실은 시작되었다.
 
우선, 간단한 자기소개부터 시작. 이름과 혼활 요리교실에 참가하게 된 계기, 지금 하고 있는 일 등을 한 사람씩 이야기했다. 광고를 보고 참가하게 되었다는 남성, 한국의 전통차와 한과를 배우고 있다는 여성, 요리교실에 꼭 한번 오고 싶었는데 평일에 열려 참가하지 못했다가 이번에 주말에 열린다고 해서 참가했다는 여성 등이 있었다.
 
남성들은 대부분 엔지니어 계통의 일을 하고 있었고, 여성들은 바리스타부터 성우, 주택 설계사까지 다양. 한국요리에 관심있다는 공통점으로 이들은 한 곳에 모이게 되었다.
 
혼활 요리교실 메뉴는 김밥과 잡채.
 
▲ 끈끈한 인연을 이어갈 수 있도록 ~©jpnews / 타쿠미 코우다

김밥은 한국의 대표적인 피크닉 음식으로 이번 혼활 요리교실에서 좋은 인연을 만나 함께 피크닉을 가는 일이 있었으면 하는 바램에서, 잡채는 일본인들이 기본적으로 좋아하는 한국요리이기도 하면서, 언제나 좋은 일이 있으면 빠지지 않는 축하음식. 탄력있는 당면처럼 좋은 인연이 이어지길 바란다는 의미에서 선정하게 되었다고 조선옥 요리연구가가 말했다.
 
우선 요리연구가의 시범을 통해 김밥과 잡채 만드는 방법을 설명. 한국 음식을 많이 먹어봤지만, 만드는 것은 처음이라는 사람들이 많아서인지 참가자들은 꼼꼼히 메모를 하면서 설명을 경청했다.
 
"김밥의 밥은 어느정도 넣어야 하나요?"
"당면은 어느 정도 삶아야 적당한가요?" 질문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왔다.
 
당면의 삶은 정도를 설명하면서 예전에 한국 어머니들은 삶아진 정도를 보기 위해 당면을 벽에 튕겨 붙여봤다는 선생님의 설명에 혼활 요리교실 참가자들은 눈을 휘둥그레. 잘 삶아진 당면은 벽에 찰싹 달라붙어 떨어질 줄을 몰랐고, 처음보는 일본인들은 "정말요?" "재미있다"며 즐거워했다.
 
선생님의 설명이 끝나고 다음은 참가자들의 차례. 무엇부터 해야할지 우왕좌왕하면서 드디어 활발한 분위기가 되었다. "저는 김밥을 만들께요" "그럼 저는 잡채 면을 삶을까요?" 서로 역할 분담을 하고 본격적인 요리 만들기에 돌입했다.
 
김밥의 밥에 참기름과 소금으로 간을 한 남성은 고개를 갸우뚱. 아무래도 맛에 자신이 없나보다. 곧이어 남성은 옆에 있는 여성에게 "간 좀 봐 주시겠어요"라며 밥을 내민다. "저도 처음 만드는 거라 자신은 없지만..." 여성은 밥알을 몇 개 먹어보고 소금을 좀 더 넣으면 좋겠다고 조언해주었다.
 
김밥 속에 들어가는 재료는 한번씩 볶아서 사용하라는 선생님의 말을 곧이 곧대로 들은 참가자들은 거의 조리되어 있는 햄이며 맛살을 태우는 사태도 벌어졌다. 한쪽 테이블에서는 탄 내가 모락모락 나고, 한쪽 테이블에서는 "선생님, 단무지도 볶아야하나요?" 이런 질문도 오가는 자리였다.
 
다 말은 김밥을 썰면서 나오는 김밥 끄트머리 부분은 사이좋게 서로 입에 넣는 모습. "이거 하나 드셔보세요"라며 처음 보는 남녀들이 자연스럽게 김밥 끄트머리를 나눠먹게 되었다.
 
그렇게 한 시간 정도 지나자 김밥과 잡채의 모습이 거의 갖춰졌고, 참가자들은 팀 별로 자신들이 만든 잡채와 김밥을 내 놓았다. 똑같이 설명을 듣고, 똑같은 재료로 만든 음식이지만 팀 별로 조금씩 개성이 다른 모습. 맛도 조금씩 달랐다.
 
▲ 서로 도와가며 하나의 음식을 만들어요~     © jpnews / 타쿠미 코우다

다 만들어진 음식에 대한 선생님의 평가를 한 마디씩 들은 후, 이윽고 시식시간. 떡카페 1층에 셋팅된 식탁에 각 팀들이 만든 음식이 놓여졌다. 선생님이 축하주로 만들었다는 생딸기 막걸리 칵테일과 유자 막걸리 칵테일이 와인 글래스에 따라지고, 참가자들은 좋은 인연이 있기를 기대하면서 건배를 외쳤다.
 
참가자 남성은 "한국요리를 처음 만들어봤는데 재미있었습니다. 만들면서 하도 주워먹어서 벌써 배가 부르네요"라며 환하게 웃었다.
 
이제까지 결혼하지 않은 이유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글쎄요. 결혼보다도 재미있는 게 많았기 때문?(하하) 이것 저것 정신없이 하다보니 이 나이까지 오게 되었네요. 오늘요? 예쁜 여성분들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게 되어서 좋았습니다. 결혼생각이요? 오늘 이 자리에 나온 걸 보면 모르시겠어요?"라며 즐거운 모습이었다.
 
▲ 한국요리를 만들고 예쁜 여성들을 많이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는 남성  ©jpnews / 타쿠미 코우다

참가한 한 여성은 "사실은 재일동포 3세입니다. 그러다보니 한국 음식이 가까운 편인데 만들어서 먹는 요리실력은 안 되서, 찾게 되었어요. 다음번에 또 참가할 의향이요? 글쎄, 맛있는 음식을 또 만들 수 있다면 올 것 같아요"라며 참가자 남성보다는 한국 요리에 더욱 관심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또한, 여성은 "요즘 일본 여성들은 혼자서도 충분히 벌고 생활할 수 있으니까 결혼의 때를 놓치는 것 같아요"라며 "(자신도) 특별히 좋은 남성을 찾기 위해 이 자리에 나왔다기보다는 취미활동인 요리교실에 참가하고 싶은 목적이 컸다"고 말했다.
 
결혼하고 싶지만 결혼하지 못한 사람들이 많아 혼활이 일본에서 유행하는 것에 대해 조선옥 요리연구가는 "예전에는 직장에서 만나 결혼하거나 소개를 통해 알음알음 결혼하는 이들이 많았지만, 요즘은 인터넷 등 루트가 다양해지다 보니 좋은 사람을 찾기가 더 어려워진 것 같다"며 "요리라는 공통관심사를 통해서 좋은 인연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1개월에 1~2회 꼴로 혼활 요리교실은 개최될 예정이라고도 전했다.
 
막걸리 칵테일이 오가면서 얼굴이 붉어진 참가자들. 맛있는 음식과 술을 앞에 두고 이야기도 무르익어가는 눈치였다. 과연 이 중에서 커플은 탄생할 수 있을까? 제 1회 한국음식 혼활 요리교실은 성황리에 막을 내려가고 있었다. 
 
▲ 좋은 인연을 만들어요~ 건배       ©jpnews / 타쿠미 코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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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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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2/08 [10:09]
좀...  그렇네
베르투스 10/02/08 [11:50]
ㅎㅎㅎㅎㅎ 아이고 재밌어라... 
step on you 10/02/08 [12:57]
잡채하고 김밥이 뭐가 이렇게 맛있다고 가르쳐주는건가? 오히려 배우는 일본인들이 너그러운거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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