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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녀 킬러' 꽃뱀에 농락당한 日 남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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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현 기자
기사입력 2009-11-18

최근 일본에서는 추리 서스펜스 드라마에서나 나올만한 사건들이 속출하고 있다. 
 
'페이스오프' 살인자에 킬러 '꽃뱀', 그리고 여대생 사체 절단 사건.
 
07년 3월 영국인 영어회화 교사의 시체를 아파트 베란다에 유기한 혐의로 지명수배를 받고 있던 이치하시 다쓰야(30)가 961일간에 걸친 도주과정에서, 적어도 세번 이상의 성형수술을 받았다는 사실로 세간의 주목을 끌었다면, 이번에는 체중 80~100kg에 달하는 '킬러 꽃뱀'들의 주변에서 의문사한 남성 12명이 연일 일본 매스컴을 장식하고 있다.
 
죽음을 부르는 결혼사기극의 주인공 기지마 가나에(木嶋佳苗, 34).
 
지난 9월 25일 사이타마 현경은 그녀를 결혼사기 용의로 체포했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흔히 있을법한 결혼사기극이겠거니 했다. 하지만 한달후인 10월 27일 <요미우리신문>의 특종기사(조간 1면 톱기사)로 인해 이 평범했던 사건은 특급 스릴러로 변하게 된다. 
 
결혼사기 여성, 지인(知人)남자 2명의 수상한 죽음
 
결혼을 위장한 사기혐의로 도쿄 도시마구에 사는 여성(34)이 사이타마 현경에 체포됐다. 이 여성과 교제관계였던 남성 2명이 올해 5월과 8월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잇따라 사망한 사실도, 26일 밝혀졌다.
 
사이타마현 수사관계자에 따르면 "남성의 사망경위에 의심스러운 점이 발견돼 체포된 여성에 의한 위장 연탄자살 살인혐의에 초점을 맞추어 수사중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이 여성과 관계된 또다른 남성 2명의 사망도 확인됐다고 한다. 현경은 이 부분에 관해서도 현재 조사중에 있다.(요미우리 12월 27일자에서 발췌)
 
이 기사가 나가면서 일본열도는 발칵 뒤집혔다. 사이타마 현경은 물론 종합일간지들은 용의자의 이름을 밝히지 않았지만 <주간현대>, <주간문춘> 등을 필두로 기지마 가나에의 이름이 실명보도됐다. 의문사를 당한 남성의 수도 4명이 아니라 6명이라는 새로운 사실도 밝혀졌다(또다른 2명은 현재 행방불명 상태).
 
이 결혼사기극이 인터넷 결혼사이트를 중심으로 벌어졌다는 점과 그녀가 요리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이 공개되면서 그녀의 블로그는 순식간에 '엔죠(炎上, 불타오르듯 들끓고 시끄러운 것을 의미함)' 상태에 빠졌다. 순식간에 4천여건의 댓글이 달렸고(11월 18일 현재 블로그는 폐쇄됨), 그녀의 중・고교시절 앨범사진이 거침없이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 꽃뱀 사기 / 기지마 가나에가 남성들을 유인하기 위해 블로그에 올렸던 사진    

또 이 사건뉴스는 11월에 들어서면서 사카이 노리코 등 유명 연예인들의 마약재판 뉴스의 시청률을 뛰어넘기도 했다. 11월 9일 사카이의 판결공판에서 만난 민방 와이드쇼 뉴스 제작회사의 모 디렉터는 기자에게 "지금 위(데스크급 간부)에서는 '사카이'보다 '기지마'에 더 관심이 쏠려있는 상황"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국민적 아이돌 사카이 노리코를 이겨버린 '킬러 꽃뱀' 기지마 가나에 

▲ 일본의 주간지들이 공개한 기지마 가나에의 고교시절 사진. 이 외모는 지금 현재도 변함없다. ©jpnews
하지만 세간의 폭발적 관심을 끌었던 이유는 다른 데 있다. 주요언론에서는 아직 그녀의 모습을 공개하고 있지는 않지만 <주간문춘> 등 시사주간지들은 이미 체중 100kg에 육박하는 그녀의 사진을 지면에 대문짝만하게 실었다.

"그 사진 인터넷으로 봤는데 도무지 이해가 안 가더라구요. 아니 어떻게 그런 여자한테 다들 엮이는지... 일본사회가 병든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인터넷 모바일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네모토(28) 씨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다른 2,30대 남성들의 반응도 대부분이 "어떻게 이런 여자에게!"라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30대후반, 40대이상의 미혼남이 되면 상황은 180도 달라진다.
 
사이타마 현경은 기지마 가나에를 살인혐의로 추가기소하면서 그녀에 의해 목숨을 잃은 것으로 보이는 희생자들의 명단 4명을 공개했는데 그중 한명인 41세의 샐러리맨 오이데 씨의 블로그에 실린 '혼전여행을 떠난다'라는 포스팅에 달린 1700여개의 댓글이 흥미롭다.
 
고인을 추모하는 댓글들 중에는 그의 심정, 즉 결혼에 들떠있는 그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는 동병상련의 심정을 토로하는 글들이 많다. 젊은 세대들은 경악했지만 피해자와 같은 세대의 일본남성들은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반응을 보인 것이다.
 
사이타마 현경이 밝힌 피해자들의 신원을 보면 40대에서 80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대부분이 수면제 및 연탄가스 중독에 의한 죽음으로 최초 희생자는 2007년 8월에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리사이클 숍을 운영했던 후쿠야마 사다오(향년 70세) 씨는 기지마에게 2004년부터 06년까지 7천 4백만엔(한화 약 9억원)을 건넸다. 지바현 마쓰도시의 소문난 재력가였던 그는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온 기지마의 거짓 게시물에 속아 그녀와 메일교환을 주고 받으면서 서서히 헤어날 수 없는 늪에 빠져 들어갔다.
 
"구니타치 음대를 졸업하고 지금은 야마하 악기에 근무하고 있어요. 케임브리지 대학에 유학하고 싶은데 자금원조를 해 주실 분을 찾고 있습니다."
 
누가 봐도 사기성이 농후한 내용이다. 하지만 인터넷 경험이 얼마되지 않았던 후쿠아먀는 흥미삼아 메일을 보냈고 기지마는 금세 답장을 보내왔다.
 
당시 기지마와 후쿠야마가 나누었던 메일 내용을 입수, 보도한 <주간문춘>(11월 12일 발매)에 따르면 기지마는 당시 "국립음대는 수석졸업", "야마하의 중역이 케임브리지로 가라고 했는데, 우연찮게도 우리 할아버지도 케임브리지 졸업"등의 메일을 보냈다고 한다.
 
이 메일을 받은 후쿠야마는 "엄청난 가문의 젊고 재능넘치는 여성을 알게 됐다"고 주위에 자랑하고 다녔다고 한다. 실제로 만나면서 후쿠야마는 지원금 명목으로 2천만엔 정도를 줬고, 나머지 5천 4백만엔은 빌려줬다. 성관계 유무는 불확실하지만 둘이서 같이 러브호텔에 들어가는 것을 목격했다는 증언도 있었다고 <주간문춘>은 보도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후쿠야마는 점점 기지마의 언동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눈치챘고, 07년 7월에는 주위 사람들에게 "슬슬 (그녀에게) 빌려준 돈을 받아야겠다."라고 털어놓았다고 한다. 하지만 후쿠야마는 1개월 후 자택 목욕탕에서 변사체로 발견됐다.
 
주위에서는 "어제까지 그렇게 건강했던 양반이 갑자기 죽을 수 있냐?"며 기지마가 죽였을 의혹을 제시했으나, 사건을 담당했던 지바 현경은 "사건성 없음"으로 결론내렸다.
 
<주간아사히>는 당시 이 사건이 제대로 파헤쳐 졌더라면 이후 남성 5명의 죽음이 어떻게 됐을지 아무도 모른다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후 기지마 주위에서는 그녀와 관계된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속속들이 죽어 나갔다. 
 
사이타마 현경은 적어도 후쿠야마를 비롯한 4명의 죽음에 기지마 가나에가 관련돼 있다고 판단, 그녀를 살인혐의로 추가기소했다. 
 
▲ 또다른 살해의혹을 받고 있는 '뚱녀' 호스테스 우에다 미유키. 그녀는 자식들이 5명이나 있다.  ©jpnews
 
또다른 '뚱녀' 호스테스... 현역 신문기자, 형사도 당했다?
 
기지마 가나에의 엽기적 결혼사기 살인극에 일본열도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던 11월초 돗토리현(鳥取県)에서도 이와 유사한 사건이 일어났다.
 
올해 35살의 현역 호스테스 우에다 미유키(上田美由紀)의 주변에서도 과거 5년간에 걸쳐 6명의 남성이 의문의 죽음을 당했다는 사실이 돗토리 현경의 수사와 지역 주민들의 제보로 인해 밝혀진 것이다(우에다는 현재 사기혐의로 돗토리 현경에 체포된 상태).
 
결혼사기를 되풀이 해 온 기지마와 달리 우에다는 5명의 아이를 둔 아줌마였지만 둘의 공통점은 꽤 많다. 먼저 체중이다. 우에다는 기지마만큼 뚱뚱하지는 않지만 "80kg은 족히 나갈 것"이라고 한다. 사기친 금액도 5천만엔대에 이른다. 차이점이 있다면 기지마처럼 결혼을 전제로 빌린 것이 아니라 그냥 '2차' 댓가로 받은 돈이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프라이데이>, <플래쉬> 등이 보도한 우에다의 사진을 보면 기지마와 우열을 가리지 힘들 정도로 비만형 몸매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그녀가 실제로 일했던 곳도 '뚱녀 전문 스낙크(술집)'다. 즉 비만형 여성에 호감을 가지는 남성들을 대상으로 하는 술집에서 그녀는 손님을 유혹한 것이다.
 
그녀의 주변에서 의문사한 남성들은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다. 가장 어린 고가 신이치(27, 경비원) 씨는 2007년 8월 18일 돗토리현 인근 해안가에서 시체로 발견됐다. 09년에 들어서면서 의문의 죽음은 기승을 부렸다.
 
4월에 트럭운전사 야베 가즈미(47) 씨가 고가가 죽은 곳에서 불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익사체로 발견됐고, 10월에는 전기공사업에 종사하는 57세 남성, 무직 58세 남성이 의문의 죽음을 당했다. 04년에는 당시 우에다와 교제관계에 있던 <요미우리신문>의 기자(42)가 열차에 치여 죽는 사건이 일어났고, 08년 역시 그녀와 사귀고 있던 현역 경찰관(41)이 자택에서 목을 매단 채 발견됐다.
 
이쯤되면 궁금해진다. 먼저 아무리 애교가 있고 화술이 뛰어나다 하더라도 어떻게 저렇게까지 남자들이 넘어갈 수 있을까라는 점이다. 두번째는 이런 엽기사건이 지금까지 감추어져 왔다는 사실이다. 
 
이 두 '꽃뱀'은 처음부터 살인혐의로 구속된 것이 아니다. 사기혐의로 체포된 이후 후속조사를 통해 주위 남성들이 죽어 갔다는 새로운 사실이 드러났다. 실제 기지마의 경우 살인 및 살인교사 혐의로 추가기소됐지만 우에다는 아직 뚜렷한 살인관련 죄목이 없는 상태로 아직 조사중에 있다.
 
지난 11월 10일 초순 돗토리현에서 직접 이 사건을 취재한 <주간실화>의 n씨는 <제이피뉴스>의 취재에 "(우에다는) 보통 상식에서 본다면 전혀 미인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지만 술집 손님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애교부리는 것이 능숙했고 화술도 좋았다고 한다. 또 다른 호스테스들과 달리 서너번 자신을 지명해주는 손님과는 스스럼없이 잠자리도 같이 했는데, 사람들의 말에 의하면 우에다의 '잠자리 테크닉'이 끝내준다고 한다."고 말한다.
 
두번째 이유에 대해서는 일본경찰들의 매너리즘에 빠진 수사관행이 문제점으로 지목된다. 경찰 저널리스트 데라사와 유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일본경찰들은 웬만한 살인사건이 아니면 습관적으로 '사건성 없음'이라고 발표한다."고 지적한다.
 
일본경찰의 태만, 사법해부율 불과 4%에 불과해
 
"일본은 사법해부 실시율이 선진국중에서 가장 낮다고 알려져 있다. 의문사, 변사체를 보고도 그냥 자살로 처리하거나 '사건성 없음'으로 결론내리고 마는데 이는 직무유기라고 봐도 무방하다. 경찰입장에서는 예산편성 문제, 검시관의 절대적 부족을 그 이유로 들지만, 유족들 입장에서는 조금 황당할 수 있다. 누가 봐도 문제없고 멀쩡하던 사람이 그 다음날 '자살'한다는 게 말이 안되는데 그걸 사건성이 없다고 하니, 유족 입장에서는 당연히 화가 날 법하다."(데라사와 유)
 
실제 일본의 사법해부율은 형편없는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2005년에 나온 경찰백서에 따르면 2004년까지 일본 전국의 경찰서에 신고된 변사체는 총 13만 6092건. 하지만 사법해부 명령이 내려진 사체는 고작 4969건에 불과했다. 퍼센테이지로 따지면 4% 수준이다. 다른 선진국에 비교한다면 턱없이 부족한 사법해부율이다.
 
국제보건기구(who)가 1998년 발표한 '의문사(변사체)의 사법해부율' 통계자료에 따르면 헝가리 49%, 영국 24%, 미국 12%, 독일 8%다. 98년의 일본 사법해부율은 3%수준으로 통계자료를 제출한 나라들 중에서는 가장 낮다.
 
▲ 스모선수 린치사건 당시 사죄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일본스모협회의 기타노우미 이사장  ©박철현/jpnews
이러다 보니 누가 봐도 명백한 살인사건이 경찰발표에서는 '자연사망'으로 돌변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2007년에 발생한 스모선수 린치 사망사건이 대표적인 예다. 도키쓰카제(時津風) 도장에서 일어난 이 사건은 17세의 어린 스모선수가 선배들로부터 집단린치를 당해 사망한 사건이다.
 
그때 마침 기자도 그 근처에 있었던 관계로 사건소식을 듣고 바로 현장으로 달려가 주변의 정황을 스케치했다. 며칠후에는 <주간현대> 기자와 함께 그가 죽은 병원에서 사망직후의 사진을 확인했다. 온몸에 타박상을 입고 몸이 부어 올라있던 그 사진은 누가 보더라도 집단구타로 인한 사망임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경찰은 불과 하루만에 '사건성이 없으며 급성심부전으로 인한 사망'이라고 발표했다. 물론 경찰의 발표는 <주간현대>의 특종기사로 인해 재조사를 거쳐 '상해치사'로 수정됐지만, 이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일본 경찰의 사망사건 발표는 상식적으로 이해가지 않는 점이 많다.
 
이번 킬러 꽃뱀들에 의한 살해사건 및 의혹도 마찬가지다. <주간아사히>(11월 13일호)는 올해 2월 도쿄 오메(青梅)시에서 일어난 결혼사기녀 기지마 가나에에 연관된 샐러리맨의 의문사를 다루는 기사에서 경찰의 이러한 경향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경시청은 이 사망사건을 언제나 그렇듯 '사건성이 없으며 자살로 추정된다'고 발표했지만 조금만 더 신중하게 조사했다면 보통의 자살사건과는 다른 점을 포착할 수 있었다. 그의 통장에는 1700만엔을 결혼사기녀에게 보낸 기록이 있었다. 아파트에는 6개의 연탄풍로가 발견됐다. 연탄풍로를 6개나 사용하는 자살시도는 누가 봐도 이상한데 경시청은 간단하게 자살이라고 단정지었다."(주간아사히, 11월 13일호)
 
<주간아사히>는 기사를 통해 "경찰이 이 사건만 제대로 조사했다면 후속 피해자가 나오지 않았을 수 있다."라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결혼을 갈구하는 미혼 중년 남성과 외로워하는 노장년층에 접근해 그들의 돈과 목숨을 갈취한 킬러 꽃뱀들. 그녀들이 마음대로 활개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 일본 경찰들에게도 일정한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닐까?
 
▲ 일간지들이 아직 사진은커녕 얼굴도 공개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주간지들은 심층 취재에 들어간 상황이다.  위가 요미우리신문의 현직기자와 경찰관까지 휘말린 우에다 미유키 사건이며 아래는 결혼사기, 자살위장 살해를 되풀이한 기지마 가나에.  © 박철현/jp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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