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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베트남 노동자 속여 제염작업 투입

방사능 오염제거 작업 투입된 베트남 노동자 3명, 건설업체 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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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호 기자
기사입력 2019/09/05 [13:58]

베트남인 기능실습생 3명이 후쿠시마 현 고리야마 시(郡山市)의 건설회사를 상대로 총 1230만 엔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후쿠시마 지방재판소 고리야마 지부에 제기했다. 건설회사가 위험한 방사능 오염 제거(제염) 작업에 원고 측을 무단으로 동원했다는 이유에서다. 기능실습생 제염작업 투입 문제가 지난해 3월 불거진 이래, 제소가 이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원고측의 변호인단과 이들을 지원하는 노동조합 측이 이달 4일, 도쿄 가스미가세키 후생노동성 건물에서 제소를 알리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20190904 베트남 기능실습생 제소 발표 기자회견     ©JPNews

 

변호인단에 따르면, 원고 세 명은 2015년 7월 철근이나 거푸집 시공기술 습득을 목적으로 일본에 입국해 후쿠시마 현 고리야마 시의 건설회사 히와다(日和田)에서 일을 했다. 히와다는 2016년부터 2018년까지 기능 습득과는 전혀 무관한 방사능 오염 제거 작업에 이들을 투입하는가 하면, 방사능 오염에 의해 진입이 금지됐던 후쿠시마 현 나미에마치에서 배관 교체 등 인프라 관리 공사를 진행하게 했다.

 

세 사람의 제염작업 참여 일수는 총 약 300~420일에 이르렀다. 그러나 일하는 동안 방사선피폭 위험성 등에 대한 교육은 제대로 받은 바가 없다고 한다. 제염작업에 참여한 증거도 있어, 회사 측은 이들을 제염작업에 투입한 사실을 부인하지 못하고 인정했다. 그러나 재판 전 원고측과의 협상에서 원고 측의 보상금 및 사죄 요구를 거절했다. 결국 원고측은 소를 제기했다.

 

이날 참석한 '도쿄노동안전위생센터'나 '자유인권협회' 등은 이번 케이스는 '빙산의 일각'이라면서 건설업체가 외국인 노동자를 제염작업에 투입한 경우는 이밖에도 무수히 많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 문제가 표면화할 수 있도록 소송을 제기한 세 명의 노동자에게 "오히려 고마울 지경"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들은 건설업자들이 무단으로 외국인 노동자들을 제염 작업에 투입하는 이유로 '금전적인 요인'을 꼽았다. 보통 위험한 제염작업의 경우, 노동자들에게 높은 임금을 지불해야 한다. 그러나 원고 3명은 일당 5700엔 가량을 받았다. 이는 후쿠시마 최저시급에 해당하는 임금이다. 그러나 일반 일본인들은 같은 작업으로 1만 2천 엔 이상을 지급받는다. 같은 노동을 하고도 임금에서 명백히 차별을 받고 있었던 것.

 

외국인 노동자를 방사능 오염제거 작업에 투입하는 것은 위험이 따른다. 제염작업 전 숙지해야하는 안전 메뉴얼은 일본인이 읽기에도 복잡하다. 더구나 외국인 노동자 대부분은 이를 읽고 숙지할 만큼 일본어를 잘하지 못한다. 건강상의 어떤 문제가 생길 경우를 대비해 노동자들의 사후 관리도 필요하다. 그러나 곧 고국으로 돌아가게 될 외국인 노동자들의 건강을 지속적으로 관리하기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건설업체 '히와다' 측은 이윤을 위해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험한 현장으로 내몰았다. 심지어 이번 재판의 원고 세 명은 자신들이 제염작업에 동원되었다는 것을 전혀 알지 못한 채 일을 했다. 

 

지난해 3월, 일본의 기술을 배우기 위해 기능실습생으로 입국한 베트남인들이 제염 작업에 무단으로 동원됐다는 보도가 일본 언론을 통해 나왔다. 원고 세 명은 이 보도를 보고나서야 자신들의 업무가 혹시 제염작업은 아닌지 의심하게 됐다. 작업 현장 사진을 찍어 구리야마 시청 측의 확인을 받고나서야 이들은 본인들이 제염작업에 참여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현재 베트남에 체류 중인 원고인 구엔 바 콩(37) 씨는 변호인단을 통해 '회사가 제염작업을 시켰다. 위험한 일이라는 걸 몰랐다. 장래에 정말 건강이 걱정이다. 회사랑 협상했지만 회사는 사죄도 하지 않고 보상도 하지 않았다"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기능실습은 외국인이 일본에서 일하면서 기능, 기술, 지식을 습득해 모국의 경제발전에 이바지하게 하는 게 본래 목적이다. 

 

외국인 기능실습생 권리 네트워크 하타테 아키라 이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기능실습 제도가 어떻게 이용되고 있는지 적나라한 실태를 보여주고 있다. 본래 기술 이전이라는 국제공헌을 위한 제도였을 터였다. 원전이 없는 베트남에서 방사능 제거 작업은 전혀 필요 없다. 기능실습이 일본 측의 필요에 의해 외국인 노동자들을 입맛에 맞게 사용하려는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일본 법무성은 기능실습생에 의한 제염작업이 논란이 되자, "취지에 맞지 않는다"면서 지난해 10월, 이번에 제소된 건설회사를 포함한 2사에 대해 3~5년간 실습생 고용을 금지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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