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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판 최순실? 아베 총리 부인 '아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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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순 기자
기사입력 2017-04-30

일본인들의 특징은 타인의 일에 절대로 간섭하지 않는 것이다. 설사 그 대상이 가족일지라도.


하지만 이번 일만큼은 일본인들이 단단히 화가 났다. 상식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그것은 다름아닌 현재 국민 지지율 57%를 기록하고 있는 아베 신조 수상의 부인 아키에 여사의 정치 관련 이야기다.


요즘 일본 정가는 아키에 여사의 스캔들로 매우 시끄럽다. 아키에 여사가 극우 성향으로 알려진 오사카 모리토모 학원 재단과 부정행위에 깊게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모리모토 재단은 이미 잘 알려진 것처럼 유치원생들에게 군국주의 교육이념을 외치게 하고 학부형에게는 왜곡된 혐한, 혐중 내용의 편지를 보내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문제가 많은 곳.


또한 아베 수상의 이름을 딴 초등학교를 건립한다는 명목으로 전국에서 기부금을 모으는가 하면, 아키에 여사에게 로비를 벌여 8억엔에 상당하는 국유지를 2억도 채 안되는 헐값에 매입하는 등의 불법행위도 서슴치 않은 사실이 밝혀져 일본 열도를 들끓게 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났는데도 불구하고 아베 수상과 아키에 여사가 관련 사실을 극구 부인하고 있다는 것. 그동안 아키에 여사가 문제의 학교에 가서 강연을 하기도 하고 남편의 이름으로 100만엔의 기부금을 내는 등 이런저런 크고 작은 민원을 해결해 준 사실이 연달아 언론에 폭로됐다.

 

뿐만 아니라 정치적 사상이나 이념이 아베 수상과 같다는 이유만으로 건립 예정의 초등학교 이름조차 '아베 신조 초등학교'로 명명했을 만큼 깊은 관계였음에도 이를 부인해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하지만 아베 수상은 국회에서 야당의원들이 사실관계를 따지자, 그런 일이 절대로 없다면서 전면 부인했다. 만약 그랬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당장 수상직을 그만두겠다는 배수진으로 관련 사실을 극구 부인했다.

 

그렇지만 문제의 모리토모 학원재단 이사장은 국회 증언에서 아키에 여사를 통해 아베 수상 이름으로 100만엔의 기부금을 받은 사실이 있다고 증언했다. 그러자  아베 수상 측은 슬그머니 아키에 여사의 비서가 단독으로 처리한 일이라고 그 책임을 비서에게 떠넘겼다.


이에 대해 56%에 달하는 일본국민들은 이 같은 아베 수상의 해명에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납득한다는 대답은 고작 27%였다. 덕분에 60%를 넘던 아베 내각의 지지율은 작년 11월 이 후 5개월 만에 50%대로 떨어졌다.


문제는 모리토모 학원재단의 그 어떤 논리로도 설명이 안되는 극우 성향에 있다.         


"선서 ! 뜨겁고 뜨겁던 여름이 지나고, 우리가 그토록 기다리던 헤세이 27(2015)년도 가을 대운동회가 찾아 왔습니다. 선생님, 친구들과 함께 음악, 체육, 달리기 등 오늘 하루 열심히 하겠습니다...(중간 생략)


어른들은 일본이 다른 나라에 지지 않으려고 센카쿠 열도·다케시마(독도)·북방 영토를 지키고 일본인을 악인으로 취급하는 중국, 한국이 마음을 바로잡고, 역사에서 거짓말을 가르치지 않도록 부탁 드립니다.


아베 총리, 간바레(힘내)! 아베 총리, 간바레!  안보법제국회 통과 잘 됐습니다!  우리, 우리도 오늘 하루 힘을 내겠습니다. 일본 간바레! 으샤- !"

 

위의 인용문은 어른들이 외치는 문구가 아니다. 바로 모리토모 학원재단이 운영하는 츠카모토 유아원의 2015년도 가을 운동회 DVD 영상 내용에 나오는 말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이다.

 
일본의 유치원생의 연령은 대개 3-5세 사이. 이제 겨우 '아기' 연령대에서 갓 벗어난 어리디 어린 아이들에게 외치게 한 내용이다. 단어의 의미조차 이해하기 어려운 정치구호를 외치게 한 것도 모자라 한일, 한중관계를 이간질 시키는 행위를 교육이라는 명목으로 서슴치 않고 있다. 오죽하면 아베 신조 수상의 이름을 따 초등학교를 건립하려 했을까.


바로 이 같은 극우 성향의 위험천만한 교육재단과 수상 부부가 깊게 관련이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부부는 언론에 폭로되자 관련 사실을 부인하기에 바쁘다. 그래서인지 일부 언론에서는 실제적인 증거가 드러났는데도 구치소로 가는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다를 게 없다고 수상 부부를 비판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일본의 일부 언론이 '일본의 최순실'이라는 오명을 쓰게 된 아키에 여사가 처음부터 세속에 물든 정치 권력에 젖어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옹호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아키에 여사는 모리나가 제과 창업주의 장녀로 금수저 출신이다. 덕분에 부족함없이 자랐고 정치에는 아예 관심조차 없는, 미니스커트를 즐겨입는 자유분망한 부잣집 딸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 그녀가 현실 정치에 눈을 뜬 것은 2006년 남편이 제 1기 수상직에 오른 후부터였다. 퍼스트 레이디로서 각국의 정상 부부들과 회담을 하면서 해박한 지식과 확고한 정치이념에 강한 자극을 받은 것.


그래서 그녀는 2011년 릿교대학원에 진학, 개발도상국의 교육을 연구하기 시작했고 그때부터 정치인 '아베의 부인'이 아닌 한 인간 '아키에'로서의 홀로서기에 나섰고, 공개적으로 '가정내 야당'을 자처하는 등 일정부문 성취를 이루기도 했다.

 

또한 2012년 10월에는 중의원 신분이었던 남편과 시어머니의 강한 반대를 무릅쓰고 선술집 'UZU'를 오픈해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이 때 그녀가 내세운 논리는 평소 정치인 남편이 들을 수 없는 시민의 소리를 대신 들어 전해주겠다는 것이었다.


그래서였을까. 2012년 12월 아베가 제2기 수상직에 취임했을 때 그녀는 전에 없던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2011년 3월 11일 동북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하자 이에 대해 원발재가동 반대를 공개적으로 주장해 세간을 놀라켰고, 이어서 아베 수상의 정책과는 정반대인 TPP반대를 외쳐 아베 내각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아베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정책을 그것도 수상 부인이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반대의사를 나타내자 여당은 물론 정치권에서 큰 파문이 일었던 것.

 

이때까지만 해도 일본 국민의 여론은 아키에 여사 편이었다. 아베 수상이 워낙 극우적인 성향이었던 탓에 국민적 거부감도 상당했다. 이를 조금이나마 희석시켜 준 것이 바로 아키에 여사였다. 정치인 아내, 그것도 수상부인으로서가 아닌 한 인간으로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행동하는 것에 많은 일본인들이 공감했고, 특히 젊은이들이나 반 아베운동을 하는 시민단체들은 열광했다.

 

그래서 아베 수상이 임기를 마치면 바로 이혼할 것이라는 루머 또한 떠돈 것도 사실이었다. 이를 뒷받침이라도 하듯 재일동포 출신의 한 뮤지션과 한밤중에 술집에서 밀착된 스킨쉽을 나누는 등 과감한 언행을 일삼아 수상 부부의 이혼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소문도 한동안 떠돌았다.

 

현재 아키에 여사는 모리토모 학원재단과의 관련 문제로 국회청문회에 소환해야 한다는 여론이 빗발치는 등 사면초가에 몰려 있다. 뿐만 아니라 지지율 추락이 말해주듯 아베 수상의 안위마저 위태로울 지경에 이르렀다.


'가정 내 야당'인으로서 시민의 소리를 대신 들어 전해 주겠다며 그동안 선술집을 운영하고 수많은 사람들과 만나며 자신의 목소리를 당당하게 주장해 왔던 아키에 여사. 그래서 일본 언론들과 그녀의 지인들은 이번 모리토모 학원재단과의 유착관계 스캔들을 보며 "아키에 여사가 과거에는 안 그랬는데"라며 실망스러움과 함께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력의 달콤함에 젖어버렸던 것일까. 아니면 백년대계라는 교육기관의 교명이 남편 이름으로 된다는 것에 과욕이 된 것일까. 평소 한국 드라마를 즐겨 보고 김치를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진 아키에 여사의 이번 정교밀착은 그래서 더더욱 뼈아프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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