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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정부와 국민은 따로국밥?

[유재순의 도쿄라이프]한반도 상황에 의외로 차분한 일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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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순 기자
기사입력 2017/04/24 [16:32]

최근 일본에 오는 한국인을 만나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있다. "일본은 왜 그리 난리야? 금방이라도 전쟁이 날 것처럼"


그렇다. 요즘 텔레비전을 켜기만 하면 북한 얘기다. 바로 얼마전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얘기로 온통 낮 프로그램을 채우더니 지금은 북한이다. 지난 4월 16일에 있었던 북한의 군사퍼레이드 장면을 질리지도 않은지 보여주고 또 보여준다. 고 김일성 주석 탄생 105주년을 맞아 세계 언론인들을 대거 평양에 초청, 군사 퍼레이드를 보여줬다. 그 때 찍은 영상을 일본 텔레비전에서는 하루에도 수십번 씩 북한의 핵 미사일 관련 뉴스를 보도하면서 보여주는 것이다.


정말이지 서울에서 온 손님의 말대로 일본 텔레비전 뉴스만 본다면 당장이라도 한반도에 전쟁이 터질 것만 같다. 아니 일부 언론은 4월 26일 밤을 아예 미국에 의한 선제공격디데이로 정해놓고 그에 대한 대응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가 하면 각 민방은 노골적으로 드러내놓고 한국특파원 출신, 군사전문가 등 한국 관련 인사들을 패널로 출연시켜서는 한반도 전쟁 운운해가면서 일본은 이에 어떻게 대응해나가야 하는지, 마치 전쟁을 기정사실화 해 이야기하고 있다.


특히 산케이 신문 같은 부류의 우익성향의 언론사들은 한반도 전쟁 발발 뿐만 아니라 일본에도 원자폭탄이 떨어져 피해가 발생했다는 가정하에 오염된 방사능으로부터 어떻게 대피하고 대처해야 하는지 아주 적나라하게 피난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일본정부 또한 지난 11일 외무성발로,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일본인과 앞으로 한국을 여행할 자국민에게 "유사시, 즉 전쟁이 발발했을 경우 한국내 일본대사관이나 일본관련 기관 등 비상연락망을 숙독하고 특히 한반도의 정세에 각별히 주의를 기울이라"는 '안전메뉴얼'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한술 더 떠 한 외무성 관계자는 일본언론에 일본정부가 만든 더 구체적인 피난 메뉴얼이 이미 나와 있는데 한국민을 의식해서 차마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못하고 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사실은 유사(전쟁)가 현실화 될 경우, 그 절차가 대단히 민감한 부분이 많다. 하지만 그 구체적인 대응 내용에 대해서는 한국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에 공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일본정부와 일본언론이 파악하는 한반도 정세는 한 마디로 4월 26-7일 사이에 전쟁이 발발할 가능성이 상당히 농후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본정부와 국민은 이에 대비를 해야 한다는 것.


실제로 이나다 도모미 방위청 장관은 18일 중원안전보장위원회의 질의 응답에서 "만일 한반도에서 일본인 등 피난이 필요한 사태에 이르러 민간항공기 편으로 출국이 어렵게 될 경우,  자위대 법에 근거한 재외국민 보호조치, 수송의 실시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를 위해 현재 자위대가 각종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쯤되면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하는 것은 이미 정해진 수순처럼 보인다. 일본정부와 언론이 그렇게 분위기를 몰아가고 있다. 때문에 일본에 온 한국인들이 일본 텔레비전 뉴스나 기타 프로그램을 보고는 기겁을 하며 놀라는 것이다.  


그럼 일본 국민들의 생각은 어떨까?


한 마디로 넌센스라고 웃어 넘기는 일본인들이 대부분이다. 그것은 특정 집단들의 '시코토(일)' 일뿐이라고 비앙냥대는 이들도 많다. 특히 중년층의 일본인들은 "여당인 자민당은 북한의 핵문제에, 반면 야당인 민진당은 아베 수상의 부인인 아키에 여사가 직접적으로 관련된 것으로 알려진 오사카 모리토모 학원과의 밀착 스캔들에 매달리는 일,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라고 치부한다.


실제로 오는 4월 말부터 시작되는 약 10일간의 골덴위크 기간 동안 어떻게 유용하고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지 그 생각으로 모두들 가득차 있다. 말 그대로 "너희들은 떠들어라, 나는 나의 길을 간다"는 식이다. 


며칠 전 만난 한 일본대학 교수는 일본국민들이 느끼는 한반도 정세에 대한 체감온도를이렇게 전해줬다. "진짜 일본인들이 무서워하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북한이 쏘아 올리는 핵미사일의 실패, 두 번째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다.

 

첫째가 무서운 이유는 북한이 미국을 겨냥하고 쏘아올린 핵미사일이 실패해 일본에 떨어졌을 경우가 핵미사일 발사 성공보다 실패가 훨씬 더 무섭다는 것이다. 그럴 경우, 우선 42만명의 일본인 사망자와 부상자, 그리고 방사능 오염 등 모두 81만여 명의 피해가 예상(2016년 일본방위성 자료)된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 트럼프 대통령이 무서운 이유는 그가 어디로 튈 지 모르는 럭비공 같은 성격인데다, 얼마 전 시리아 공격처럼 북한에 대해서도 앞뒤 안 가리고 즉흥적인 판단으로 선제공격을 할 가능성이 없지 않아 무섭다"는 것이다.


그럴 경우 북한에게 미운털이 단단히 박힌 일본의 경우, 북한은 미국의 최우방국인 일본에게도 핵미사일을 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북한 혼자 죽지 않을 것이라는 것. 심지어 북한의 김정은보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더 무섭다는 일본인들이 많다는 것이다. 


이렇듯 대다수의 일반 일본인들은 일본정부나 언론의 호들갑스런 보도와는 달리 아주 태연히 일상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이제 며칠 있으면 다가오는 약 열흘 간의 골덴위크 기간중에 한국으로 여행가는 일본인이 많아, 그 기간 중의 비행기 티켓은 이미 동이 나버렸고, 특히 북한 취재를 위해 북한에 특파된 일본기자는 평양 근교 메기 양어장에서 생중계를 통해 메기회와 찌개를 먹으며 "오이시이(맛있어)"를 연발해, 일촉즉발의 긴장감 높은 평양을 기대했던 이쪽 사회자를 머쓱하게 만들었다. 그게 바로 엇그제의 일이다.


현재 일본인들이 공포에 떠는 것은 북한 문제가 아니다. 며칠 전, 아주 밝고 귀엽게 생긴 배트남 출신의 초등학교 여자아이가 같은 학교 학부모회 회장에 의해 무참히 살해된 사건이 보도돼 일본열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밝고 심성이 착해 학교에서나 동네에서도 인기가 높았던 린짱이, 평소 친절하기로 품평이 좋았던 학부모 회장에게 잔인하게 살해를 당해 하천에 유기된 것이다.


이 사건을 접한 일본인들은 살해당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그 이유 때문에 극도의 공포감을 호소하고 있다. 혹시 묻지마 무차별 살인사건이 되풀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품은 것이다. 그런 한편으로 일각에서는 살인용의자 학부모 회장이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변태성욕자이거나 아니면 일본거주 소수민족에 대한 증오 감정으로 무차별 살인행위를 저지른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조심스럽게 대두되고 있다. 때문에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가 있는 집에서는 등하교를 반드시 보호자와 함께 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본인들은 매일 방송에서 떠들어 대는 한반도 전쟁설보다는 바로 이같은 자국민에 의한 무차별 살인 사건을 더 무서워하고 있다. 또한 아베 신조 수상의 이름을 그대로 차용해 극우적 초등학교를 설립하려 했던 오사카의 모리토모 학원과 아베 수상 부부와의 밀접한 관계를 일본국민들은 더 혐오스러워하고 싫어한다. 이유는 아베 수상 부부가 잘못을 인정할 줄 모르고 전혀 반성하지 않기 때문이란다. 


이렇듯 요즘 일본언론은 그다지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 일반 국민들과는 달리 매일같이 북한의 김정은과 트럼프 미 대통령을 대비시켜가며 4월 26-7일을 선제공격 디데이로 기정사실화 해놓고 재미있는 컴퓨터 게임을 진행하듯 이에 대한 토론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마치 전쟁이 일어났으면 하는 분위기를 띄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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