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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토 로봇청소기 흑역사 (마지막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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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갑
기사입력 2016/08/07 [09:08]

3일 째 되던 날 미나는 드디어 눈 앞에 로봇 청소기의 동체 뚜껑을 다시 덮을 수 있었다.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이미 다했다. 이제는 제대로 전원이 들어오는 지 확인하는 일만 남았다. 가슴이 이상하게 뛰었다. 얼마나 버려져 있었는지도 모르는 고철을 주워와 일부러 휴가까지 내며 확인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미나 스스로도 아직 확실하게 알 수 없었다. 도로 위에 아무렇게나 방치돼 있던 로봇 청소기 때문인지 아니면 그 어떤 무엇인가를 찾는 것인지. 다만 그녀는 나중에라도 후회하지 않기 위해 마음이 가는대로 움직였다. 비록 그 결과가 그녀 자신에게 참혹할 지라도.

 

꼬박 3일을 걸려 고친 로봇 청소기는 전원이 들어오지 않을 확률도 매우 높았고, 상태가 워낙 안 좋아 메모리가 살아 있을 확률도 매우 희박했다. 더군다나 시동어를 모르면 켜도 움직이지 않을 것이 뻔했다. 그렇게 되면 초기화 하는 수 밖에 없었다.

 

미나는 길게 그리고 깊숙하게 심호흡을 했다. 어느새 그녀의 손은 스위치 전원에 가 있었다. 미나는 가만히 스위치를 눌렀다. 그러자 부자연스러운 마찰음과 함께 전원에 빨간 불이 들어왔다. 일단 시동은 걸린 것이다. 미나는 로봇 청소기를 조심스럽게 바닥에 내려 놓았다.

 

‘결국 여기까지 왔어.’

 

시동어를 모르면 더 이상 다음 단계로 진행할 수 없었다. 미나는 마음 속으로 이미 어떤 단어들을 떠올렸지만 막상 입 밖으로 내려니 왠지 긴장이 됐다. 미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텅 빈 거실을 한 참 동안 왔다갔다 빙빙 돌았다. 시계를 보니 이미 8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그제서야 하루 종일 아무것도 먹지 않은 것이 기억이 났다.

 

“시코 료칸”

로봇 청소기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히노, 히노 사노스케.”

로봇을 데리고 올 때부터 그녀의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던 한 사람의 이름도 결국 정답은 아니었다. 로봇 청소기는 조용했다. 결국 그냥 도로 위에 버려진 로봇 청소기에 불과했던가. 나는 무엇을 기대했던 거지. 미나는 허탈함에 잠겨 한 동안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미나는 욕실로 들어가 뜨거운 물을 받아 놓고 그렇게 한참을 욕조에 몸을 담그고 있었다. 그리고는 온 몸 곳곳에 앉아 있는 로봇 청소기의 먼지를 씻어내고 3일 동안 샤워를 하지 못해 떡진 머리를 개운하게 감아내렸다.

 

미나는 새 옷을 꺼내 입고 화장도 오랜만에 정성스럽게 했다. 구두도 파란 스커트와 잘 어울리는 하늘 색으로 골랐다. 몇 켤레 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기분을 내고 싶은 마음에 신발장 앞에 서서 한 참을 골랐다. 그러다 정말 스스로 생각해도 농담 같은 어떤 생각이 웃음 소리와 함께 터져 나왔다.

 

“설마... 산몬 사노스케?”

「위잉..」

 

마치 오랫동안 기다렸다는 듯이 낡은 로봇 청소기가 그렇게 바퀴를 굴리며 조금씩 조금씩 그녀 앞으로 다가왔다.

 

(아... 산몬 아저씨...)

무엇인가 형용할 수 없는 것이 가슴 깊숙한 곳으로부터 치밀어 올라 왔다.

 

(산몬 아저씨...)

그제서야 미나는 산몬 헤이죠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을 것 같았다. 또 그의 진심이 무엇인지도. 그리고 이 녀석이 산몬에게 다시 돌아갔을 때, 그가 어떤 표정을 지을 지도 한꺼번에 파노라마처럼 미나의 머리 속에 그림처럼 떠올랐다. 

 

평소 그녀답지 않게 흥분한 미나는 곧바로 야스다에게 전화를 걸었다.

 

"야스다 상, 이번 주말에 잠시 차를 빌릴 수 있어요?"

미나의 뜬금없는 전화를 받고 놀란 것은 오히려 야스다였다. 

 

“회사 차라... 게다가 휴가 중인 사원한테는 좀 곤란한데.”

전화기 너머 야스다의 목소리는 여느 직장인들이 그렇듯이 매우 사무적이고 차갑기까지 했다. 그렇다고 그대로 물러날 미나도 아니었다. 더구나 지금 미나는 흥분해 있다.

 

“야스다 상, 그 때 제가 주워온 로봇 청소기 다 고쳤어요. 그런데 그 로봇 청소기가 시코 료칸 거였나봐요. 시동어가, 글세 시동어가... 이름이 산몬 사노스케였어요. 그래서 돌려 드리려구요.”

 

순간, 야스다는 망치로 머리를 얻어 맞은 것 같은 강한 충격을 느꼈다.

 

"..."

"야스다 상, 지금 제 말 듣고 있어요?"

"..."

 

(산몬  사노스케라구? 산몬 사노스케! 하아 산몬 사노스케... 하지만 히노 선배는 지금 이 세상에 없잖아.)

야스다는 마음 속에서 절규하듯이 혼잣말로 외쳤다. 야스다는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하고 있다가 겨우 입을 떼었다.

 

“있잖아. 내가 주말에 차를 가지고 갈게. 같이 가자.”

 

미나는 전화를 끊고 밖으로 나갔다. 오랜만에 아무 생각없이 신주쿠를 한 바퀴 빙 돌았다. 이어서 한국인들이 많이 가는 돈키호테에 가서 큰 자명종 시계와 구두약, 새 후라이팬을 샀다. 그런 다음 고픈 배를 채우기 위해 일본 젊은이들이 자주 가는 사이제리야에 들어가서 명태알 스파게티로 늦은 저녁을 해결했다.

 

그리고 신오오쿠보의 한국 노래방에 들러 목이 터져라 한국 노래를 불렀다. 그렇게 혼자 새벽 1시까지 마음 속에 담아 두었던 의식의 찌꺼기들을 모두 토해 냈다. 휴가 막바지에 달해서야 휴식다운 휴식을 취한 것이다.

 

새벽녘이 되어서야 미나는 비로소 집에 들어갈 마음이 생겼다. 집 문을 열자 어둠 컴컴한 방에서 혼자 청소를 하던 로봇 청소기가 미나를 반겼다. 아무래도 베어링이 조금 헐거운 모양이었다. 그래도 미나는 좋았다.

 

“타다이마, 산몬 사노스케!”

미나는 속삭이듯 아무도 없는 현관 앞에서 잘 다녀왔다고 나즈막히 읊조렸다. 그리고는 또다시 큰소리로 로봇 청소기를 향해 외쳤다.

 

"타다이마, 산몬 사노스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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