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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공산당 건재 그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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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유선 번역작가
기사입력 2016/07/04 [09:10]

일본 공산당은 아직도 건재할까?

 

영국의 블렉시트가 세계 경제를 뒤흔들고 있다. 최근 블렉시트가 대중 매체에 집중적으로 보도돼 이게 뭔가 싶었다. 새로 접하는 경제용어들이 다소 생소했지만 다행히 신문 기사만 제대로 읽어도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런데 10년 넘게 일본에 살면서 블랙시트보다 더 궁금한 것이 있다. 바로 일본 공산당에 대한 것이다.

 

일본의 정당 중에서 자민당이나 민주당, 사민당은 정확히 속 내용까지는 몰라도 자민당은 한국의 새누리당, 민주당은 한국의 더 민주당 정도로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공산당은 한국에서 인정되지 않는 사상과 정당이기 때문에 한국인 입장에서는 왠지 이질감을 느끼게 된다.   

 

오는 7월 10일, 일본의 참의원 총선거가 있다. 그래서인지 동네 공동 게시판을 보면 다른 정당과 함께 공산당의 각종 포스터가 붙여져 있고, 때로는 정책자료 책자가 비치돼 있는 곳도 있다.

 

그 중에서 제일 눈에 들어오는 것이 공산당의 공공 임대주택 신청에 관한 내용이다.  

  

전세 제도가 없는 일본에서 월세로 살면서 가장 아까운 것이 바로 이 집세였다. 매달 월세를 내는만큼 그 돈이 모두 없어지는 게 너무 아까워 가급적 빠른 시일내에 내 집을 마련하리라 마음먹었고, 마침내 금융기관의 도움을 받아 내집 마련을 했다.  

 

그래서 공산당이 동네 게시판에 붙여놓은 영구 임대주택 신청기간과 신청 가능한 주택을 소개한 일본 공산당의 포스터를 보면 길가다 멈춰서서 읽곤 했다. 혹시 우리 가족이 들어갈 싼 집이 있을까 싶어서였다. 일본 공산당은 나에게 그렇게 다가왔고 영구임대주택 신청 포스터로 기억되고 있다.

 

며칠 전 신주쿠를 나갔는데 신주쿠 중앙역 앞 광장에서 일본 공산당이 참의원 총선거를 위한 가두 연설을 하고 있었다. 연설 무대 주변에서는 당원들이 행인들에게 정책 내용이 담긴 전단지를 나눠주고 있었다. 전단지에는 일본 복지에 관한 것과 아베노믹스는 대실패한 정책이라는 내용의 비판이 쓰여 있었다.

  

뿐만 아니라, 월 80시간 이상 잔업을 하는 블랙잔업기업 리스트를 게재한 공산당 신문도 나눠주고 있었다. 블랙잔업기업 명단 중에는 우리가 먹고 마시고 입고 타고 사용하는, 우리가 너무도 잘 알고 있는 대기업들의 이름들이 줄줄이 올라와 있었다. 일본 공산당의 젋은 변호사가 블랙 잔업 실태를 조사해 밝혀진 사실이라고 한다.

 

그런가 하면, 국공립사립을 불문하고 10년 내에 학비를 반으로 줄이겠다는 공약도 있다. 아베노믹스의 실패는 빈부 격차를 넓히는 결과를 낳았고, 무엇보다 아베 정부는 전쟁법이나 마찬가지인 안보법을 폐지하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공산당이 내놓은 정책 내용을 보면 썩 괜찮은 정당으로 다가온다. 일본 공산당은 현 아베 정권의 실책에 대해서 구체적인 근거를 대며 잘못된 것은 잘못됐다고 확실하게 매서운 비판을 가한다.

 

기실 이런 비판 일변도의 일본 공산당을 보면 마치 쌈닭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집권당과 현 정부의 잘못된 정책에 대해 아닌 것을 확실하게 아니라고 비판하는 일본 공산당을 보면 나 자신도 모르게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다. 어떤 때는 이도 저도 아닌 애매모호한 논조를 펴는 진보 매체보다 더 후련한 느낌을 받을 때도 있다.

 

외견상 작은 정당에 불과한 공산당의 주장은 그러나 그 내용을 파고들어가보면 늘 거침없고 당당하다. 한국에서 인식되고 있는, 국가전복을 꿈꾸는 이미지의 공산당과 일본에서 현실적으로 마주치는 공산당의 모습은 하늘과 땅만큼이나 그 실체가 확연히 다르다. 그래서인지 일본 국민들 또한 공산당에 대해 그저 한 정당의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일본 공산당의 정책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국민복지에 관한 내용이다. 실제 시행되고 있는 복지사업 중, 제대로 그 정보가 알려지지 않은 내용들을 알려줘 현실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도와 주는 역할을 한다.

 

난 일본 정치에는 관심이 적어 일본 국민들의 정치적 성향에 대해서는 무지에 가까울 만큼 잘 모른다. 다만 내가 일본에서 접하는 공산당은 한국에서 어려서부터 배웠던 한국의 공산당과는 너무도 달라 신기할 뿐이다.

 

어렸을 적 내가 배운 공산주의자 혹은 공산당은 국가전복을 꾀하는 그런 위험천만한 사상주의자나 북한의 공산당 같은 이미지였다. 그래서 이와 약간이라도 관련된 서적을 읽으면 이적 행위로 간주돼 국가보안법에 의해 처벌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일본에 살면서 접한 일본의 공산당은 달랐다. 대부분의 일본인들이 느끼듯이 그저 한 정당에 불과할 뿐이었다. 물론 공산당의 태생부터 지금까지의 계보를 파고 들어간다면, 공산당 자체의 그 뿌리는 전 세계 어느 곳이든 하나로 귀결될 것이다.

 

아마도 일본 공산당이 아직도 건재한 것은 일본이 정치나 이념적으로 대립하고 있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만약 우리나라처럼 민주주의와 사회주의 사상으로 남북이 서로 갈라져 있었다면 일본도 사상의 자유가 지금처럼 여유롭지가 못했을 것이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존재한다는 분단된 우리나라. 그 중 한 쪽(북한)의 체제가 공산주의 국가이고, 그 반대편에 서있는 남한에서는 공산주의 사상을 가지는 것조차 범죄시되고 있는 오늘의 현실. 그런 의미에서 수시로 마주치는 일본 공산당은 그래서 더욱 신기하기만 하다.

 

한편으론 브렉시트란 단어를 내 상식 범주에 넣어야 할 만큼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국의 영향력이 부럽다. 일본 텔레비전에서는 각 방송국마다 블렉시트로 인해 파생하는 문제들에 대해 일본은 물론 미국 및 유럽 각 나라들의 손익 계산서를 분석해서 내놓고 있다.

 

하지만 나는 이러한 추상적인 방송보다는, 길거리에서 나눠주는 일본 공산당의 손바닥만한 정책 책자나 동네 게시판에 붙여진 공공임대주택 신청기간과 자격을 명시한 포스터에 더 공감가는 것은 나만 그런 것일까.

 

그것은 땅 시장에서 가장 작은 땅이 전체 땅덩어리를 쥐고 흔드는 알박기처럼, 크기로 보면 일본 공산당은 정당 중에서 아주 미미한 소수당에 불과하지만, 그러나 어느 정당도 그 작은 땅을 뺏지 못한 것을 보면 일본 공산당의 존재가치는 아직도 살아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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