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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민감한 한국, 소리에 예민한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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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유선 번역작가
기사입력 2016-06-19

도쿄에서 전차를 타고 가다가 사소한 일이긴 하지만 갑자기 가슴이 쿵하고 내려앉을 때가 있다. 한국인이 전차 안에서 큰 소리로 전화 통화를 할 때다. 그럴 때면 일본인들이 그 한국인에게 뭐라고 시비를 걸지 않을까 보는 내가 다 가슴이 조마조마해진다.

 

위급한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전화 통화를 해야 한다면 이해못할 것도 없지만 말이다. 하지만 일본에선 전차나 버스 안에서는 물론 커피 숖이나 공공 장소 등에서 큰 소리로 전화 통화를 하는 것은 매너 위반이다.

 

일본인들은 소리에 매우 예민한 편이다. 반면 시각에는 매우 관대하다. 어쩌면 우리와는 정반대일지도 모른다.

 

한국인들은 너무 자극적이거나 계절에 맞지 않은 특이한 모양새를 보면 흘깃흘깃 쳐다보는 경향이 있지만, 반대로 일본인들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 그래서 코스튬을 입은 많은 코스플레이어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거리를 활보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일본인들은 소리에 자극을 많이 받는다. 쌀로 만든 과자나 비스킷을 먹을 때 씹는 소리조차 싫어서 그런 과자를 안 먹는 사람이 있을 정도다. 물론 한국인 중에도 그런 이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래서 일본의 공동 주택에서는 층간 소음뿐만 아니라 복도나 엘리베이터 등의 공유 공간에서 조금이라도 시끄러우면 바로 관리사무소에 클레임을 건다.

 

우리 집은 맨션 현관에서 복도 맨 끝에 위치해 있다. 바로 아랫층에는 한국인이 살았었다. 그런데 그 집에 한국인 젊은 청년 몇명이 장기 투숙을 했다. 그래서 집주인이 이들에게 밤에 술 마시고 들어올 때 절대 큰소리 내지 말라고 주의를 주었다.

 

어느 날 이들이 밤늦게 술을 마시고 들어오면서 복도에서 잡담을 나누었는데, 그 소리에 복도 초입에 사는 일본인 남자가 나와 한밤중에 시끄럽게 군다면서 주먹을 날렸다

 

아랫층 주인 남자가 폭력을 휘두른 일본인에게 왜 때리느냐고 따졌다. 하지만 문제의 일본 남자는 그런 적이 없다고 시치미를 뗐다. 급기야 경찰을 부르고 복도에 설치되어 있던 감시 카메라를 확인하게 되었다. 결국 감시 카메라를 통해 주먹을 휘두른 증거가 나오고 일본 남자는 한국인들에게 사과를 하는 것으로 일은 마무리가 되었다.

 

그런 일이 일어난 후 두세 달 후에 일본 남자는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갔다. 난 두 집 모두를 잘 알았다. 일본 남자가 좀 까다로운 성격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특별히 폭력적인 사람도 아니었다. 문제는밤 12시에 술을 마시고 들어오면서 다른 집에도 크게 들릴만한 소리로 잡담을 나눈 한국인들이었다. 그것도 한 두번이 아니라 자주 그런 일이 있다 보니 그렇잖아도 예민한 그 일본인을 자극한 것이다. 이것은 공동 주택의 룰을 위반한 일이었다.

 

더러는 길을 가다가도 시끄럽게 떠든다고 주의를 주는 일본인들도 있다. 내가 양국에서 살아 본 경험에 비춰보면, 일본인은 한국인에 비해 3배 이상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

 

반면 시각적인 측면에서는 한국인이 일본인에 비해 3배 이상 예민하다. 일본에서는 타인의 옷차림이나 행동에 대해 한국인처럼 그렇게 예민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아예 관심을 두지 않는다고 해야 하나. 이에 반해 한국인들은 시각적인 면에서 이상하다고 느껴지면 즉각 상대를 확인하듯 다시 쳐다본다. 일본에서 그러면 진짜 큰일 난다. 수년전에는 전차 안에서 서로 눈이 마주쳤다고, 그 중 한 사람이 왜 째려보느냐고 상대방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사건까지 일어났었다. 

 

이렇듯 한일간에는 같은 것에 대한 반응이 정반대인 것이 더러 있다. 일본은 겨울에 추운데도 난방에는 매우 인색하다. 옷을 겹겹이 껴입을망정 집안이 따뜻하다고 느낄만큼 난방을 하지 않는다.

 

반면 여름에 냉방은 아주 시원하게 에어콘을 켜고 산다. 한국에서라면 참을 정도인 데도 일본인들은 냉방을 한다. 일본 가정에서는 빠르면 6월부터 에어컨을 켜기 시작해서 대체로 한국보다 늦게까지 가동한다.

 

물론 습한 일본 날씨 탓도 있다. 그래서 일본은 맥주가 맛있는 나라다. 겨울에 마시는 맥주보다 여름에 샤워 후에 마시는 맥주는 더위와 갈증을 동시에 날려버리는 최고의 술이다. 그래서인지 낮에 맥주를 마시는 일본인들이 많은데, 여성들 또한 낮맥주를 즐겨 마신다.

 

일본인들이 술을 마실 때는 "도리아에즈 비루까라(일단 맥주부터)"를 외친 뒤 맥주부터 마시기 시작한다. 그 다음부터 본격적으로 다른 종류의 술을 마시기 시작한다한국에서는 일단 소주부터 시작해서 마지막에 입가심으로 맥주를 마시신다고 하니까 음주문화도 참 많이 다른 셈이다.

 

한국은 여자들이 머리에 가장 많은 공을 들인다. 만면 일본인들은 여자보다 남자들이 머리에 더 많은 공을 들이고 힘을 준다. 일본 여자들은 머리 손질을 한국 여자들보다 덜 하는 편이다.

 

내가 보기에 퍼머를 했나 안했나가 한국 여자냐 일본 여자냐의 판단 기준이라면, 남자들은 퍼머를 하든 무스를 바르든 머리에 확실히 표시나게 힘을 줬느냐가 한국 남자냐 일본 남자냐의 판단 기준 이 될 수도 있다.

 

이렇게 사소한 생활 속의 차이가 전혀 다른 문화를 낳는 셈이다. 서로 다른 이질적인 문화가 그 나라의 기질로 이어지고, 종국에는 그것이 국민성이나 민족성을 형성시키는 것은 아닌가 싶다.

 

일본인 친구들과 일본의 문화나 민족성 등에 대해 얘기를 하다 보면 간혹 "섬나라라서"라는 말 을 들을 때가 있다. 그들 스스로 마음 속에 대륙에 붙어 있는 한반도인에게 그 어떤 이질감을 느끼는 것은 아닐까 생각되어질 때가 많다.

 

물론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 공통된 분모를 찾아 조화를 이루려고 하는 일본인들을 보면, 새삼 이런 것이 선진국의 의식이구나 하는 것을 느낀다. 그러면서도 양국 국민들이 똑같이 쌀을 주식으로 하고 된장국을 먹으며 젓가락을 사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고(思考) 능력은 정반대인 것을 생각하면, 그 이질감에서 오는 신기함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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