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로 찰랑찰랑한 머릿결을 뽐내는 이들도 있고, 손이 많이 가는 올림머리, 딴머리, 볼륨머리까지 완벽하게 셋팅되어 있는 그들.
미용실에 가면 가끔 생각했다.
'헤어 스타일리스트들의 머리는 누가 만져줄까?'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궁금한 것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한국의 미용실은 스텝복을 입고 신발도 발 편한 단화나 통굽슬리퍼를 많이 신었던 것 같은데, 일본 미용실은 대부분 사복 차림. 여성들은 미니스커트에 하이힐을 신고 있기도 하는 등 자유로운 개성이 드러난다.
일본 미용실엔 왠지 특별한 것이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일본의 사이타마현 도코로자와를 거점으로 6개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 미용실 체인점 'bassa'의 다카다노바바 지점, 5년차 스타일리스트 이케다 유헤이 씨에게 일본 미용실에 대해 궁금한 점을 물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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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용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
고등학교 3학년 때 진로를 결정하다가 미용전문학교에 가기로 결정했다. 전문학교에서 자격증을 획득하고 지금 이 미용실에 오게 되었다.
- 취업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나, 실기를 보고 취업하나
미용실 스텝모집광고가 전문학교로 들어와서 큰 어려움은 없었다. 실기를 보는 곳도 있지만, 미용관련 자격증을 획득하면 보통 취업할 수 있다.
- 현재 경력 5년차. 스타일리스트가 되었다. 보통 승급하는데 얼마나 걸리나
스타일리스트가 되는데는 3년 정도 걸렸다. 승급은 햇수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실력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사람마다 다르다. 빠르게 톱 스타일리스트가 될 수도 있고, 계속 그 자리에 머물 수도 있다.
- 한 곳에만 5년째이다. 다른 미용실에서 스카웃 제의를 받기도 하나
친구들 중에는 스카웃 제의를 받았다는 친구도 있다. 조용히 다가와서 다른 데서 일해보지 않겠냐고 물어본다고 하더라. 나는 옮길 생각이 없다.
- 하루에 몇 시간 일을 하나. 일주일에 쉬는 날은 며칠이나 되나
아침 8시 30분까지 미용실에 와서 저녁 8시나 8시 30분 정도까지 일한다. 쉬는 날은 점포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여기는 한달에 6일 쉴 수 있다. 기본적으로 나는 월요일에 쉰다.
- 하루에 12시간씩 서서하는 일, 힘들지 않나
처음 시작했을 땐 허리나 다리에 무리가 갔지만, 적응하기 나름이다. 물론 힘들지만 적응되면 훨씬 나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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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용사 월급은 어느 정도 되나, 손님이 지명을 하면 지명비용을 더 받기도 하나
우리 미용실은 지명비용은 없다. 처음 미용실에 들어오면 월급은 15만엔 정도이다. 조금 경력이 쌓이면 20만엔으로 올라가고... 그런데 고정적인 월급이라기 보다는, 그 달에 자신이 맡은 손님이 얼마를 지불했냐에 따라 월급이 달라진다. 손님을 많이 받고, 매상을 많이 올리면 월급에 플러스 알파가 된다.
- 일본 미용실은 비싸다라는 인식이 강하다. 커트에 시간도 오래 걸리고..
하라주쿠 쪽은 헤어컷트만 6~7000엔 받지만, 이 근방은 3~4000엔 정도이다. 한 번 컷트하는데 드는 시간은 30분 이상. 단순히 머리카락을 자르러 온다기 보다는 서비스를 받으러 오는 손님들이기 때문에 커트에 시간을 많이 투자해 꼼꼼하게 커트하는 편이다.
- 일본, 특히 도쿄쪽의 젊은이들은 모두 염색을 하는 것 같다. 그런 이유 있나
글쎄. 염색하는 것이 보편적이라서. 오히려 검은 머리가 눈에 띈다. 헐리웃이나 서양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이 아닐까
- 지금 일본 여성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컬러나 스타일이 있다면
요즘은 아래쪽이 무거운 느낌을 주는 보브 스타일이 대세다. 컬러라면 애쉬 브라운?
- 올 가을에 이런 스타일이 유행한다. 이런 건 누가 정하는 것인가
헤어스타일 전문잡지가 있다. 거기서 마음에 드는 스타일을 골라서 자신에게 어울리는 스타일링을 제안하고 있다. (사람들이 많이 고르는 스타일이 유행이 되는 것이 아닐까?)
- 미용사들의 헤어스타일은 자신이 직접 하나?
커트나 염색 스타일 등 보통 동료들이 해준다. 여자들 같은 경우는 아침에 모자쓰고 출근해서 아침에 스타일을 만든다. 누군가한테 권유를 받기보다는 스스로 스타일을 정해서 그렇게 해달라고 한다.
- 스텝들끼리는 저렴하게 하는 것인가?
기본적으로 무료다. 서로 알아서 해 주는 것이니까. 염색이나 파마의 경우에도 약 값 정도 지불할까 말까 정도.
- 복장도 자유복인 것 같다. 아무런 규제가 없나?
자유다. 대신 청바지나 민소매 티셔츠는 안된다. 너무 작업복 같은 것은 안되는 듯. 그 외에는 자신이 입고 싶을 걸 입으면 된다.
- 여성들은 하이힐을 신고 있는데..
신고 싶어서 신는 거니까.. 근데 자신이 힘들거라고 생각된다. 편한 신발 신어도 힘든 직업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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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님들이 와서 '알아서 해주세요' 할 경우 어떻게 어울리는 스타일을 설정하는 건가
일단 스타일북을 보고 어떤 스타일이 마음에 드는지 골라보라고 한다. 그 스타일을 참고로 해서 얼굴형이나 이목구비, 치아의 균형 등을 보고 알맞게 커트한다.
- 이목구비나 치아의 균형도 헤어스타일에 영향을 미치나?
그렇다. 눈코입이 모인 경우, 앞머리를 중심으로 집중시키면 더욱 몰려 보이기 때문에 조절하기도 하고, 치아도 어느 한 쪽으로 쏠린 경우라든가.. 전체적으로 본다.
- 단골 손님이 많다보면 혹시 타입인 여성이 있거나 하지 않나? 썸씽같은 것 없나?
물론 있을 수도 있지만, 미용실 안에서 만난 손님은 손님으로 본다. 장기적으로 오래 손님으로 와 줬으면 하기 때문에 개인적인 연락처를 주고 받거나 그런 일은 없다.
- 그럼 스텝들 중에서는? 귀여운 스타일리스트들도 많고, 여자들에 둘러싸인 직업인데..
여자들에 둘러싸인 것은 뭐 학교 다닐 때부터 여자 비율이 월등히 높았으니까.. 남자 7명에 여자 40명 정도.. 다른 사람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는 일하는 곳에서는 일만 하고 싶다.
- 그럼 이제까지 손님 중에 가장 인상깊었던 사람은 누구인가?
처음 온 손님이었는데, 스타일을 마음에 들어해 다음주에 파마를 하러 오고, 그 다음주에 염색을 하러 오고 하는 식으로 연속해서 와 줬던 손님이다.
- 1주일 간격으로 오는 것이 특이한 일인가? 보통 손님들은 어느 정도 주기를 두고 오나?
1주일 간격으로 오는 것은 특별한 경우다. 보통 남자 손님이 한달에 한번 꼴로 오고, 여자 손님들은 두 세달에 한번 꼴로 온다.
- 미용사 입장에서 반갑지 않은 손님이 있다면?
손님은 누구나 반가운 데.. 굳이 꼽자면 만취상태로 오는 손님? 몸을 제대로 못 가누는 데 머리를 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 한국 손님도 있나? 일본인과 한국인의 머릿결이나 차이가 있나?
담당하는 손님 중 5~6명 정도가 한국인이다. 일본인과 한국인의 머릿결 차이는 별로 없다. 거의 비슷한 편이다.
- 미용실에서는 샴푸만 해도 머릿결이 훨씬 좋아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미용실 샴푸나 재료들은 어떤 걸 쓰나?
미용상품 도매점에서 여러가지 상품 중 괜찮은 것을 직접 고른다. 시중에서는 살 수 없는 물건들이다. 가끔 여기저기 미용실에서 이거 쓴다더라 해서 권유받는 경우도 있다.
- 미용사들의 퇴임연령은 어느 정도인가? 항상 젊은 미용사들만 보게 되는 것 같다
그건 어느 정도 나이가 되고 경력이 되면 자신의 숍을 차리기 때문이다. 자신의 숍을 차리는 것이 수입이 보장도 되고..
-그럼 본인의 장래목표도?
그렇다. 자신의 숍을 여는 것이 꿈이다.
- 만일 미용사가 안되었다면 어떤 직업에 종사하고 싶었나
아마도 관광가이드? 시간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일을 하고 싶다
- 마지막으로 미용사가 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인내력이다. 기술에 대해서도 인간관계에 대해서도 인내력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 늦게까지 남아서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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