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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단 '민주주의 북페어', 오사카에서 재개

우익압력으로 중지된 민주주의 관련 책 이벤트 다시 재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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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순 기자
기사입력 2015/11/18 [03:32]

최근 이슬람(IS)의 잔혹한 프랑스 테러로 전 세계가 테러공포에 떨고 있는 가운데, 특별 이벤트를 벌였던 도쿄 시부야의 한 대형서점이 우익세력의 협박에 굴복해 포기하자, 오사카의 한 고서점이 이 이를 그대로 이어받아 재개했다.   

 

문제의 발단은 아베 정부가 강력하게 밀어부쳤던 11개의 안보관렵법안에 대한 시위부터 시작된다. 이때 반대 시위 중심에 분연히 들고 일어난 대학생 그룹인 '셀즈(SEALDs)'가 있었다. 대학생 중심으로 구성된 실즈는 인터넷을 통해 '전쟁반대' '아베 정부 반대' 메시지를 적극적으로 발신하며 시위세력들을 규합했고, 이는 전국구 대규모 시위를 이끌어 내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문제의 안보법안은 아베정부가 목표한대로 결국엔 통과됐다. 야당인 민주당보다 압도적인 의석수를 가진 자민당에 의해 강제표결돼 통과된 것. 

 

▲ 우익들의 협박으로 중단된 서점체인 '준쿠도'의 민주주의 북페어     ©준쿠도

 

그렇지만 실즈의 성과는 막대했다. 그동안 정치에 전혀 관심이 없다고 치부되던 젊은이들이 전쟁반대를 외치며 거리로 뛰쳐 나온 행동력과 그 의식에 대해서만큼은, 일본 전국민에게 '희망'과 함께 강한 인식을 심어주기에 충분하고도 또 충분했다. 

 

이 같은 전 국민적 함의는 그대로 출판계로 이어졌고 '실즈'에 대한 책이 봇물터지듯이 쏟아져 나왔다. 실즈 그룹이 직접 썼거나 구성한 책도 있었다. 급기야는 이같은 선풍적인 관심과 인기를 계기로 도쿄 시부야에 있는 체인 전문서점 '준쿠도'가 '지금 민주주의를 생각하는 49권의 책'이라는 이벤트를 기획, 별도 코너를 만들어 특별 전시를 하기에 이르렀다.

 

일본언론들의 관심 또한 폭발적이었다. 일본 언론 매체 대다수가 이 특별 전시회를 기사화했을 만큼 뜨거운 화제를 모았다. 서점을 찾는 독자들의 발길도 계속 이어져 해당 책들은 순식간에 베스트셀러가 됐다.  

 

하지만 이 같은 열기는 오래 가지 못했다. 이유는 우익 세력들의 협박 때문이었다. 나중에는 서점을 폭발시켜버린다는 극단적인 협박도 날아왔다. 결국엔 서점을 찾는 손님들의 안전이 우선이라고 생각한 서점 측은 마침내 특별 이벤트를 중지하고 말았다. 극우세력들의 협박에 굴복한 것이다.

 

물론 일본언론에서는 이같은 사태에 대해 극우 세력들을 강하게 비판했지만, 그렇다고 특별 이벤트를 중지한 준쿠도를 비난할 순 없었다. 실제로 그들의 과격함을 너무도 잘 아는 일본 국민들은  그들이 무슨 짓을 할 지 모르기 때문에 준쿠도의 결정을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 오사카 소재 서점 '청풍당'에서 준쿠도의 특별 이벤트를 그대로 이어 받아 '자유와 민주주의 페어로부터 제외 된 40권'이라는 타이틀로 책을 특별 전시회를 한다고 발표했다. "서점(준쿠도)의 기획은 편협되면 안된다"고 하는 일부 사람들의 논리 주장에 납득할 수 없다는 생각에서, 실즈 편저를 비롯해 민주주의에 관련된 서적 40여 권을 별도로 모아 전시를 하게 됐다는 것이다. 부제도 준쿠도의 타이틀을 그대로 이어 받아 "계속 민주주의를 생각하는 40권"이라고 정했다.

 

'실즈, 민주주의는 이것이다(SEALDs저)'

'사회를 바꾸려면(小熊英二)'

'국가(플라톤)'

 

이에 대한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다. 페이스북이나 라인을 통해 이같은 소문은 삽시간에 퍼졌고, 특히 10-20대 젊은이들은 오사카 '청풍당' 서점의 결정에 환호성을 질렀다.

 

오사카 시 북구 소네자키 2초메 빌딩 지하 2층의 '청풍당' 한켠에는 이들 책들이 전시되어 있다. 이 서점을 찾았던 사람들은 이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페이스북과 트위터, 라인에 올려 알리는 등 그야말로 화제 만발이다.  

 

"다시 항의가 와도 조금도 위축되지 말고 계속 이어나가길"

"모 민주주의 페어에서 제외된 40권 전시 대단해"

"나는 이제부터 이 청풍당세만 책을 살거야!"

"아무리 심한 항의와 협박이 와도 절대로 굴복하지 마세요!"

"앞으로 이 서점을 절대적으로 응원한다!"

 

이 이벤트를 기획한 '청풍당' 측은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편향된 기획이라는 이유로 독자적으로 기획한 북페어를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습니다. 트위터 등 SNS 선상에서 많은 사람들이 서점의 위축을 염려하는 글을 읽고 우리 서점에 있는 책들을 따로 모았습니다. '극화 히틀러(미즈키 시게루)', 'I Have a Dream!"(킹 목사) 등 같은, 우리 서점에 없는 책들은 현재 주문해 놓았고, 이 페어를 통해서 압력에 굴하지 않는 분위기로 바꾸고 싶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준쿠도의 사태가 재연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안보관련 법안 통과를 계기로 일본국민들의 문제의식이 높아지자 일부 대형서점에서 같은 내용의 특별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지만, 준쿠도처럼 극우세력들로부터 압력과 협박을 받을까봐 언론에 보도되는 것은 극구 사양하고 있다고 한다.

 

때문에 대부분의 서점들은 이번 '청풍당'의 용기있는 결정에 소리없는 응원을 보내고 있지만, 추후 어떤 압력을 받게 될지, 모두 초긴장 상태에서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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