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정상회의를 위해 베이징을 방문 중인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10일, 인민대회당에서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과 25분간 회담했다. 한중 정상회담은 2012년 5월에 민주당 노다 요시히코 총리와 원자바오 총리가 회담한 이래 약 2년반만이며, 제2차 아베 내각에서는 처음이다. 일본 총리와 중국 국가주석의 회담은 2011년말 이래 약 3년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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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에 나타난 양국 정상은 악수를 나눴다. 이 때, 아베 총리가 무언가 말을 건넸지만, 시 주석은 이에 답하지 않고 시선 또한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표정 또한 굳어있어 있었다. 앞선 박근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는 미소로 악수하던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양국 정상은 '전략적 호혜관계'에 기초해 중일관계를 발전시키자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또한 양국이 센카쿠 열도 주변에서 긴장관계를 이루고 있는 만큼, 해상에서의 우발적인 충돌을 피하기 위한 방위당국간 '해상 연락 매커니즘'을 운용하기로 하고, 이를 사무레벨에서 협의하기로 했다.
더불어 1) 국민간 상호이해의 추진 2) 경제관계의 심화 3) 동중국해에서의 협력 4) 동아시아 안전보장환경의 안정을 위해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이날 양국은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도 '센카쿠 열도'나 '야스쿠니 신사' 등 고유명사를 서로 언급하지 않고 '동중국해의 협력' 등의 완곡한 표현을 사용하는 등 상대방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였다. 이 때문인지 회담이 끝난 뒤 일본 정부 측은 "초반의 냉랭함과 달리 본 회담은 신사적인 분위기에서 진행됐다"고 취재진에 설명하기도 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회담에서 "중일간에 여러 문제가 있지만, 이같은 문제로 인해 전체적인 관계를 해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회담 뒤에는 "회담을 계기로 시 주석과 함께 중일관계 개선에 노력하겠다"고 언급했다.
시 주석은 아베 총리가 회담에서 "중국의 평화적 발전은 국제사회와 일본에게 있어 찬스"라고 발언한 것을 중시하고 있다며, "이번은 (관계개선을 위한) 첫걸음이며, 앞으로도 점점 관계개선을 위해 노력해나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날 회담에서도 역시, 일본의 역사인식 문제가 언급됐다.
시 주석은 회담에서 "역사 문제는 13억 중국인민의 감정의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무라야마 담화 등 역대 일본정부에 의한 약속을 지키는 것만이 아시아 이웃국가와 미래지향적 우호관계를 쌓을 수 있는 길"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아베 총리는 "역대내각의 역사인식을 계승한다"는 입장을 설명했다고 한다.
이번 중일 정상회담에 대해, 일본 정부는 "여러 문제를 극복하고 정상회담 실현된 것은 매우 크다. 단순히 회담뿐만 아니라 전략적 호혜관계를 발전시키고, 해상연락 매커니즘을 만들기로 양국 정상이 합의한 것은 커다란 성과다"(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라고 자평했다.
일본언론은 이번 정상회담의 성과에 대해 "중일 관계개선의 길이 열렸다", "양국이 관계개선을 위해 한걸음 내딛었다"고 평가했다. 일부 매체는 "중국 측의 요구에 큰 양보 없이 정상회담이 실현되었다"(니혼TV)며 이번 회담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이 매체는, 아베 총리가 "대화의 문은 항상 열려있다"고 중국에 어필해왔고, 일본이 관계개선에 적극적인데 왜 중국은 응하지 않는가하는 국제사회의 분위기를 만들었다. 이것이 이번 정상회담의 성사를 가져왔다"며 아베 총리의 외교적 수완이 가져다준 성과라고 평가했다.
다만, 정상회담으로 이제 첫걸음을 뗀 만큼, 중일관계 개선은 이제부터가 문제라는 게 대다수 언론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번 회담은, 긴 테이블에 양측이 바라보고 앉아 열리는 형식이 아닌, 시 주석이 표경방문한 타국 인사를 만날 때 사용하는, 양국 정상이 나란히 앉는 의자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형식이었다.
그래서인지, 이번 회담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일본 측과 달리, 중국 외교부는 이번 만남을 정상회담이 아닌 "일본 측의 요청으로 성사된 '회견'으로 규정해 그 의미를 축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