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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 시골마을, 하루키에 뿔났다

무라카미 하루키 단편소설에 등장한 작은 마을이 하루키에 항의문 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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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순
기사입력 2014/02/05 [12:02]

세계적으로 유명한 일본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소설이, 홋카이도의 작은 마을을 하루아침에 일약 전국구 마을로 만들었다.

내용인즉은 이렇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작년 12월호 '문예춘추'에, '드라이브 마이카-여자가 없는 남자들'이라는 단편소설을 발표했다. 직업이 배우인 50대의 주인공이, 홋카이도의 작은 마을을 드라이브 하면서 죽은 아내와의 추억을 더듬어가는 내용이다.
 
오픈카를 좋아하는 주인공은, 자신의 전속 '드라이버'인 24세의 여성 와타리 미사키를 화자로, 죽은 아내가 살아생전 사귀었던 다른 남자에 대한 이야기를 아무 감정없이 두런두런 이야기한다. 그러는 동안 두 사람은 어느새 '남자'와 '여자'로서의 아주 미세한 감정의 울림을 느낀다.
 
이렇게 드라이브를 하던 중 마침 '드라이버' 미사키의 고향이기도 한 나카돈베쓰초(中頓別町)를 지나게 된다. 그때 미사키가 문득, 나카돈베쓰초의 도로는 1년 중 반 가까이 얼어 붙어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그녀는 피우던 담배를 아무렇지도 않게 차창밖으로 던져버린다. 그 담배꽁초에는 아직 불이 붙어 있다.
 
주인공은 그런 미사키의 모습을 보면서 혼자 생각한다. "나카돈베쓰초에서는 모두가 보통 이렇게 한다는 것일까" 하고...
 
그런데 바로 이 문장이 문제가 됐다. 나카돈베쓰초의 주민들이 발끈해서 문제 제기를 한 것. 담배꽁초, 그것도 불이 붙은 담배꽁초를 아무렇게 버리는 것이 나카돈베쓰초에서는 '보통'이라고 표현한 대목이, 이 지역 주민들을 발끈하게 만든 것이다. 
 
주민들은 나카돈베쓰초가 전혀 그렇지 않은데도 일상적으로 그렇게 하는 것처럼 묘사했기 때문에 주민으로 하여금 굴욕감을 느끼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때문에 그대로 묵과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나카돈베쓰초 지역유지들에 따르면, "읍 면적의 9할이 밀림이라 방재의식이 대단히 높다. 차안에서 담배를 버리는 행위가 '보통'이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항의 표시로, 우선 초(町. 읍에 해당)의 회의에서 '문예춘추' 편집부 앞으로, 왜 그런 표현을 썼는지 그 진의를 묻는 질의서를 보내기로 결정했다.    
 
또한 나카돈베쓰초 의회의 미야자키 야스히로(30세)씨는, "무라카미 씨의 소설은 세계적으로 팬이 많다. 그래서 오해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만약 회답이 없으면 읍의회에서 어떤 형태로든 결의안을 만들어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예춘추' 편집부에 따르면, 아직 나카돈베쓰초 의회의 질의서가 도착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이 질의서에 대해 뭐라고 코멘트를 할 수가 없다는 것. 저자인 무라카미 하루키 또한 이에 대한 반응은 없다.  
 
재미있는 것은 무라카미의 작품속에는 유달리 홋카이도가 자주 등장한다는 것이다. 한국에도 번역돼 베스트셀러가 됐던 '노르웨이 숲', '댄스댄스댄스'에도 홋카이도의 삿포로, 아사히카와 등이 무대로 등장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불이 붙은 담배꽁초 하나로 지역 주민들의 예기치 못한 항의를 받게 된 것. 그렇지만 이 작은 소동으로 인해 나카돈베쓰초가, 하루 아침에 전국적으로 유명한 지역이 되었다는 점에서는, 다소  이미지적으로 추락했지만 홋카이도의 천연기념물인 나카돈베쓰종유굴 등 관광차원에서는 전혀 의미가 없는 것 같지는 않다.  
 
아무튼 인구 1900여명의 작은 읍 나카돈베쓰초는, 무라카미 소설의 한 문장으로 인해 좋든 싫든 하루아침에 그와 이름을 나란히 하는 전국적인 유명세를 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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