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한달을 꼬박 일본의 메인뉴스를 차지한 것은 정치도, 경제문제도 아닌 여배우 사카이 노리코의 '마약사건'이었다.
'일본의 미소', '원조 국민 아이돌', '원조 일류스타'로 불리우는 아시아의 청순파 여배우가 '마약'을 복용한 것은 물론, '마약 복용 혐의'를 지우기 위해 도주까지하면서 각종 사생활이 꺼집어 내졌기 때문이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8월 3일 새벽, 사카이 노리코의 남편 다카소 유이치가 경찰의 불심검문에서 마약을 소지한 혐의로 체포되면서 부터다. 당시 함께 있었다는 사카이 노리코는 그날로 도주했고, 소속사 사장이 실종신고를 내면서부터 일본 언론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남편의 체포로 충격을 받아 자살을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동정론으로 바라보던 일본 언론과 국민들은 사카이 노리코의 방에서 발견된 마약, 남편의 진술 등을 토대로 일주일만에 '마약혐의 용의자'로 전락시켰고, 8일 사카이 노리코가 도주를 포기하고 자진출두함으로써 '원조 아이돌의 몰락'이 시작되었다.
14살의 나이에 데뷔하여 영화배우로, 가수로, 일약 스타덤에 오르며 일본의 아이돌 시대를 개막한 사카이 노리코. 그녀의 인기는 중국, 대만 등 중화권을 넘나들었고, 1995년에는 한국의 드라마 '봄날'의 원작 '별의 금화' 주연을 맡으면서 일본 tv 드라마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 8~90년대 일본의 연예계를 풍미한 대표 연예인으로 군림했다.
그런 그녀가 하락세에 접어든 것은 1998년 갑작스런 결혼을 발표하면서부터이다. 현재 남편인 다카소 유이치(자칭 프로서퍼)와 결혼을 발표한 사카이 노리코는 '속도 위반'도 고백, 99년 7월에 아들을 낳았다. 이후 2000년부터 연예계 복귀를 시작하고 2003년에는 자신의 패션브랜드를 런칭하는 등 '엄마 아이돌'로서 활약을 했지만, 전성기 때와 같은 인기는 누리지 못했다.
'남편에게 마약을 권유받았다'고 밝힌 사카이 노리코. 결국 8월 28일, 그녀는 마약 사용 위반으로 기소되었고, 24년간 그녀를 돌봐주던 소속사 '산뮤직'으로부터 해고 통지를 받고, 스스로 연예계 은퇴 선언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사카이 노리코가 자진출두한지 41일째가 되는 9월 17일 오후 4시 30분경, 그녀는 500만엔의 보석금을 내고 풀려나 처음으로 기자들과 국민들 앞에 섰다. 경찰서를 나오면서 "사카이 노리코를 아껴주셨던 팬들에게 드릴 말이 없습니다. 죄송합니다"라고 말하고 오랜 시간 고개를 숙여 사죄의 의사를 보였다.
그녀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몰려든 보도진은 약 300명, 단순히 연예인의 잘못된 마약 복용문제가 아닌 사회적인 문제로 인식된 대형 사건인 만큼, 일본 열도 전체가 발칵 뒤집혔고, 이 때문인지 사카이 노리코는 오후 6시 30분 기자회견을 열고, 전 국민을 대상으로 눈물의 사과문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 굵은 눈물을 뚝뚝 떨어뜨린 사카이 노리코 © jpnews/oishi kazuki | |
다음은 사카이 노리코의 기자회견 발언 전문 이번에 저는 한 사회인으로서, 인간으로서, 결코 손을 대서는 안되는, 약물이라는 것에, 저의 나약함에 졌고, 그리고 지금 이렇게 세상을 소란스럽게 만들고, 많은 사람들에게 심려를 끼쳐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저를 지켜주시고 응원해주셨던 많은 분들에게는 얼마만큼의 아쉬움과 저의 무책임한 행동에 환멸을 느끼실까. 이것은 정말 헤아릴 수 없는, 결코 용서받지 못할 것입니다.
이 죄값을 앞으로, 어떻게 갚아야 할까, 일단은 저의 죄를 인정하고 두번 다시 이런 사건에 손을 물들이지 않도록, 이 맹세를 일생의 약속으로 마음깊이 맹세합니다.
제가 저지른 이번 일은 저를 아는 많은 사람들의 신뢰를 바로 회복시킬 수 있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매일 느끼고 있는 후회, 되돌릴 수 없는 실수를 저질러 버린 자신의 유약함을 벌하고, 반성해, 다시 한번 태어나는 기분으로 마음을 바꿔 매일 노력하겠습니다.
그리고 이 날까지 저를 지켜주신 분들의 따뜻한 마음에 깊이깊이 감사하고 있습니다. 결코 두번다시 이런 일로 여러분들의 신뢰를 배신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이 마음은 결코 잊지않고 은혜를 갚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들의 꾸지람을 달게 받아들이고 새로운 한발을 내딛겠습니다. 지금까지 응원해주신, 일본, 해외팬 여러분, 일적으로 돌봐주신 분들, 그리고 이제까지 저를 지켜주셨던 스탭여러분, 이번에 정말 정말 죄송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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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오다이바 완간서에 41일만에 모습을 드러내는 사카이 노리코- 현장에는 사카이 노리코 팬도 150여명 몰려들었고, 그 중 몇명은 '(보석을) 축하한다'라는 플랜카드를 펼쳐보이며 응원에 나서기도 했다.
* 사카이 노리코 보석 석방 현장 분위기 ©梨本芸能裏チャンネル | |
* 노리피~ 라고 외치는 팬의 목소리에 미소를 짓는 사카이 노리코 © 梨本芸能裏チャンネル / jpnews | |
* 41일만에 대중앞에 모습을 드러낸 사카이 노리코 © 梨本芸能裏チャンネル /jpnews |
◆ 도쿄 치요다 소재 죠스이카이칸 호텔에서 기자회견에 임하는 사카이 노리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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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카이 노리코 기자회견장에 몰린 취재진, 구경꾼들 500명이 넘는 사람이 몰렸다 © jpnews/ oishi kazuki | |
* 사상 최대의 보도진이 몰린 사카이 노리코 사건 © jpnews/ oishi kazuki | |
* 고개 숙인 일본의 미소, 사카이 노리코 © jpnews/ oishi kazuki | |
* 기자회견 초반부터 눈물을 떨어뜨린 사카이 노리코 © jpnews/ oishi kazuki | |
사카이 노리코는 10월 26일 첫공판이 열릴 예정이고, 기자회견을 마치고 약물 중독 치료를 위해 병원으로 바로 갈 것을 밝혔다. 과연 '일본의 미소' 사카이 노리코에게는 어떤 판결문이 내려질 것인가. 온 국민이 주목하고 있다.
■ 취재 뒷이야기
[뒷담화] 해도해도 너무한 日 매스컴의 사카이 노리코 보도행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