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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집에서 쫓겨나는 사람이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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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근 기자
기사입력 2009-04-30

일본에서 세입자가 집에서 쫓겨나는 일이 늘고 있다.
 
경제불황으로 월세를 조금이라도 체납하게되면 관리하는 부동산회사가 열쇠를 바꿔버린다거나 하는 방법으로 세입자를 강제로 내쫓고 있다. 이런 피해는 주로 주로 보증금,사례금이 없는 0,0 물건(物件)에서 주로 일어난다고 한다. 
 
0,0 물건이란?
이를 알기 위해서는 우선 일본에서 집을 빌리는 시스템을 알아야 한다.


■ 일본에서 집을 빌린다는 것

일본에서는 자가주택이거나 월세밖에 없는 시스템이라서 론을 끼고 집을 사지 않는 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집을 빌려서 산다. 즉 월세로 사는 것이다. 그런데 일본에서 집을 빌리는 것은 의외로 까다롭다. 일본에서 집을 빌릴 때 필요한 것은 다음과 같다.

1. 빌리는 사람의 소득증명(전년도 원천징수표 등)
2. 연대보증인(일본인의 경우 보통 소득이 있는 부모)
   - 부모가 아닌 경우는 보증인도 소득증명을 해야함
3. 보증금(2개월치 월세)
4. 사례금(2개월치 월세)
5. 중개료(1개월치 월세)
6. 한달치 월세 선불  


예를 들어 월세 8만엔짜리 집을 빌린다고 하면 초기에 들어가는 비용은 다음과 같다.

보증금(16만엔) + 사례금(16만엔) + 중개료(8만엔) + 월세 선불(8만엔)
즉 48만엔이라는 목돈이 필요하다.
여기에 만약 연대보증인이 없다면 연대보증을 해주는 회사에게 돈을 지불한 후 계약을 하게 된다.
화재보험까지 포함하면 대략 50만엔이 넘어간다.

* 사례금: 집주인에게 집을 빌려줘서 고맙다는 뜻으로 주는 사례비 


물론 집의 상태(낡거나, 교통이 불편하거나)에 따라서 보증금이나 사례금이 한달치인 경우도 있다.

만약 월세가 5만엔짜리 방이라면 30만엔이 필요하다. 불황에 일당직 노동자나 파견사원으로 한달치 벌이를 대부분 생활비로 쓰는 사람에게 목돈 30만엔은 분명 부담되는 돈이다. 또한 유흥업소에 일하는 사람의 경우는 소득증명이나 연대보증인을 세우기 힘들기 때문에 일반적인 집에 들어갈 수 없다. 이런 불황을 타고 인기를 끈 물건이 바로 0,0물건이다.
 
■ 0,0 물건이란?

0,0 물건이란, 앞서 집을 빌릴 때 드는 돈 보증금과 사례금이 없는 물건이다. 집은 좀 낡았지만 월세 체납에 대해 연대보증하는 회사만 있다면 쉽게 입주가 가능한 집이다. 이런 집은 초기 비용이 그만큼 안드는 만큼 목돈이 없거나 안정적인 수입이 없어 집을 쉽게 빌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주 고객인 셈이다. 일본 경제가 빈부격차사회에 진입하면서  이런 집을 찾는 사람이 늘었고. 부동산에서도 손님을 끌기 위해 가게 앞에 경쟁적으로 0,0물건이 있다는 광고판을 세워둔 것을 보기는 어렵지 않다. 


그렇지만 쉽게 들어갈 수 있는 만큼 위험도 도사리고 있다. 보증금이 없는 집이기 때문에 만약 월세가 체납되거나 하면 보증금 등의 환불절차가 필요 없어 곧바로 쫓겨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월세를 체납했다는 이유로 쫓겨나는 물건의 대부분은 이 0.0물건이 대부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월 14일 도쿄도내에서 열린 '주거 빈곤문제를 위한 네트워크'('住まいの貧困に取り組むネットワーク)의 설립집회에서는 월세체납으로 집에서 쫓겨난 사람이 체험사례를 보고하기도 했다.


■ 어떻게 쫓겨나는가

일단 월세를 체납하면 일본 부동산회사에서는 어떻게 처리하는가. 다음은 세입자를 쫓아낼 때 주로 하는 행위인데

1. 독촉장 - 월세 지불을 독촉하는 문서를 현관, 엘리베이터 등에 게시한다
   공동주택의 경우 이렇게 월세가 체납되었다는 내용을 실명으로 적어서 붙여둠으로써 거주하는 세입자가 수치심을 느끼고 집을 나가게 만드는 방법이다.
2. 다른 사람이 집에 들어가기 
   세입자의 의사와 반하여 다른 사람이 집에 들어가는 것이므로 주거침입죄에 해당한다.
3. 잠금장치 바꾸기
   기존 열쇠를 쓰지 못하도록 다른 잠금장치로 교체함으로써 방에 들어갈 수 없도록 한다. 
4. 가재도구 철거
    세입자의 의사에 반하여 가재도구를 꺼내서 처분한다.      

 이렇게 집에서 쫒아내는 행위는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 행위다. 
 그럼에도 월세체납회수를 위해 부동산에서 쓰는 이런 방법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국토교통성 조사에 따르면, 체납회수방법을 둘러싼 상담이 05년도이후 계 190건 있었는데 그 내역을 살펴보면 '집요한 독촉(101건)', '잠금장치 교환(38건)','고액의 위약금 청구(25건), '실내침입(19건)', '가재도구 처분(13건)' '강제퇴거(8건)'으로 나타났다.

 이런 사례로 빌린 집에서 쫓겨나는 사례는 얼마나 될까.
 도쿄도내 '소비생활센터'에 작년 4월 이후 보고된 월세 보증 트러블에 대한 상담은 전년도 67건의 배 가까이 되는 122건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04년도의 22건에 비하면 4년동안 5배가 늘은 수치로 대부분 '0,0물건' 등의 피해가 눈에 띈다고 한다.  

 
■ 집에서 쫓겨남과 동시에 홈리스가 될 가능성

이렇게 쫓겨나게 되면 결국 주소지가 없어서 제대로 된 곳에 취직을 할 수 없게 된다. 그러다 보니 구할 수 있는 일도 다시 일용직 파견밖에 없게 된다. 일용직을 전전하다 보면 피씨방이나 공원 등 노숙을 하는 신세로 전락하는 경우도 많다. 

비정규직이 1800만명에 이른다는 일본은 지금 고이즈미 개혁 이후 짙게 드리워진 빈부격차의 그늘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점점 더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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