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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高, 일본 사는 한국인은 돈 벌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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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민정 기자
기사입력 2009-04-30

2~3년 전만 해도 100엔 당 7~800원대에 머물던 엔화가 어느새 2배로 올라 지난해 말부터 1400~1600원대 사이를 오가게 되었다. 이로 인해, 일본에서 유학하고 있는 많은 한국 학생들이 눈물을 머금고 짐을 싸고, 일본에 오려고 준비했던 많은 사람들이 포기를 해야했다. 일본 유학을 도와주는 유학원들도 엔화가 오를 때마다 캔슬하는 유학 신청에 한숨만.

그렇다면 일본 현지에서 엔화를 벌고 있는 직장인, 자영업자들은 어떨까?
과연 그들은 한 몫(?) 톡톡히 챙겼을까?

       ['엔화 강세 원화 약세'의 영향으로 '지금이 기회다'라며 저렴한 한국여행을 광고하는 여행사가 늘고 있다]

직장생활 2년차 a씨(29)
3년 전 일본에 와서 어학연수를 받고 현지에서 취직한 케이스이다. a씨가 어학연수를 받았던 당시에는 엔화가 가장 쌌던 7~800원대로 유학원에서는 지금 유학하는 것은 '부모님께 효도하는 것'이라는 말까지 들으면서 어학연수를 마쳤다고 했다. a씨는 이후 일본내 한국계 기업에 채용되었고, 이 때부터 서서히 엔화는 오르기 시작해 주변에서는 '쌀 때 공부하고 비쌀 때 돈 번다'며 a씨를 부러워하는 사람도 많았다고 했다.
 
지난해 9~10월, 엔화가 1000원 선을 넘고, 하루가 다르게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하면서 a씨는 엔화 환전에 눈을 돌렸다. 이 때, 엔화를 원화로 환전을 하면 크게 이익을 볼 수 있을 것만 같은 생각에 부풀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환율이 100엔당 1200원일 경우 100만엔을 환전하면 1200만원, 환율 1500원일 경우, 100만엔이 1500만원이 되는 것이니, 환율에 따라 몇 백만원이 왔다갔다하는 '기회'였다.

매일 아침 저녁, 시시각각 환율의 변동을 체크하고 신경을 곤두세웠지만, 환율 변동을 개인이 예측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오를 때마다 마음 졸여야 했고, 내려갈 때마다 전전긍긍이었다고.

결국, a씨는 1300~1400원 무렵에 가지고 있던 엔화 전부를 환전했다고 했다.

그 당시는 회사에 출근하면 아침 인사 대신 환율 소식이 먼저 전해질 때였고, 일본 은행보다 좀 더 편리하게 환전이 가능한 외환은행 동경지점 등 한국계 은행들은 환전을 원하는 한국인들이 몰려들어 아침부터 줄을 서서 은행에 원화가 바닥이 났을 때였다.

'누가 얼마를 환전해서 얼마가 됐다더라'는 말이 연일 화제가 되던 그 때, '직장인 대출'이라도 받아서 환전해야 된다고 말했던 그 당시는 '엔화가 없어서 한'이었다는 a씨.

그런데, 갑자기 미국발 금융위기가 '뻥' 터져버렸다.
먼 나라의 일이었지만, 그 타격은 한국을 거쳐 일본에, 일본을 거쳐 한국에 뻗어나갔고, 한국에 본사를 두고 본사의 지원을 받아 운영하던 a씨 근무처는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원화로 입금되는 회사 지원금은 엔화로 바뀌어 반토막이 나 버렸기 때문이다. 2년 전, 1억원이 송금되어 환전하면 1300만엔 정도가 2008년 12월에는 6~700만엔선으로 딱 절반으로 줄어들어, 고통을 겪어야만 했다.

같이 입사했던 동료들이 권고사직이나 정리해고되기 시작했고, 난방비를 줄여야 한다거나, 당장 필요하지 않은 물건은 다음에 구입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점점 재정이 악화되는 회사 사정에 a씨는 자의반, 타의반 퇴사를 하게 되었다고 했다. 일본에서 권고 사직의 경우, 1~2개월 가량의 급여가 지급되지만, 회사가 휘청거리고 있는 탓에 위로금도 받지 못하고 올해 2월에 걸음을 돌려야 했다는 a씨. 재취업을 희망하여 구직 활동을 열심히 하고는 있지만, 일본인들도 취직이 어렵다는 요즘, 외국인은 더더욱 취업이 힘들다고 했다.

게다가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 통장 잔고.
비싸기로 유명한 동경의 집값은 매달 날짜를 기다리고 있고, 일을 하지 않는다고 생활비가 크게 줄지도 않아 구직활동이 길어질 경우, a씨는 눈물을 머금고 환전한 원화를 엔화로 다시 바꿔야 한다고 했다. 최근 환율은 1400~1500원 선으로 a씨는 손해를 보고 재환전할 생각에 요즘 속이 쓰리다고 했다.

그래도 a씨는 '자신은 양호한 편'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아는 b씨는 지난해 결혼, 출산 등으로 지출 규모가 커지자 연봉 인상을 노리고 지난해 11월 경 전직했으나 전직한 회사가 금융위기를 이겨내지 못해 입사 2개월만에 도산, 아기는 점점 자라가고 세 가족이 어떻게 살야야 할지 길을 잃었다고 했다. 또 c씨는 지난해 10월, 카드론까지 빌려 무리하게 환전을 하고 엔화가 떨어지기만을 기다렸는데, 6개월 이상 지속되고 있어 환차익보다 더 비싼 이자를 물어주게 생겼다고 했다.

일본 내 코리아타운 자영업자들의 한숨도 깊어지고 있다.

              [한국 간판이 줄지어 늘어선 도쿄 신오오쿠보 일대의 코리아 타운은 '불경기 직격탄'을 맞았다]

코리아타운에서 5~6평 남짓, 작은 한국 음식집을 운영하는 d씨.
일본 전체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북적거리던 코리아타운에도 손님의 발길이 끊겼다. 한국의 맛을 그리워해 가끔 찾는 재일 한국인들은 물론이고, 코리아타운의 실질적 단골인 한류팬 아줌마 부대도 자취를 감췄다고 했다. 특히, 3월에 결산하는 일본 특성상, 2009년 3월의 매출은 지난해의 2~30%에 그쳤다고. 

d씨의 말에 따르면 가게 자리세는 변함이 없는데 뚝 떨어진 매출에 견디지 못하고 내놓은 가게가 이 골목에만 대여섯군데. 직원들 월급을 못 줘서 고민하고 있는 가게도 태반이라고 했다. 코리아타운 식당 일대에 야채를 대고있는 도매상 e씨는 몇 달째 야채값 회수가 안돼 생활고를 겪고 있다고 했다.

현재 엔화가 아무리 비싸다고 해도 이들에게는 '그림의 떡'. 돈이 돌지도 않는데다, 일본에서 생활하고 있고, 앞으로도 살아가야 하는 현지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원화'가 아니라 '엔화'이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돈을 버는 사람들도 반갑지만은 않은 '엔高현상'은 언제쯤 막을 내릴까.
그 해답은 누구도 말해주기 어려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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