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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일본이름 강요당하는 재일동포

'이름 재판' - 당연하게 본명을 말할 수 있는 사회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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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혜(프리라이터)
기사입력 2013/02/05 [18:35]

직장에서 본명이 아닌, 일본식 이름을 사용하도록 강제했다하여, 효고 현 오자키 시 아마가사키 시의 재일코리안 김임만 씨(52)가, 근무처의 건설업자와 원청업체인 대형건설업체 등을 상대로 100만 엔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가운데, 오사카 지법에서 판결이 언도됐다.
 
이 재판은, '이름 재판'으로 불려왔다. 재일 코리안이 당연하게 본명을 말할 수 있는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일으킨 재판이다. 이 재판의 판결을 앞두고, 한국 주재 홍익대학교 조교수이기도 한 김웅기 씨로부터 절대 이 재판에 대해 글을 써야 한다고 연락을 받았다.
 
"'동포'라면, 의식을 공유해야 한다", "'재일'에 관한 문제가 간과되고 있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내 등을 밀어주었다.
 
내가 처음으로 원고 김임만 씨와 만난 것은, 2011년 8월, 오사카 아와지 교회에서 열린 '김임만 씨 본명(민족명) 손해배상재판을 지원하는 모임'에 참가했을 때다. 그 때는 '본명(민족명)을 말하는 의미'를 주제로 재일 시인인 정장 씨, 세키스이하우스 본명재판※의 원고였던 서문평 씨가 참석해 이번 재판에 대해 언급했다.
 
(세키스이 하우스 재판: 2006년 7월, 대형 주택 메이커인 세키스이 하우스에 근무하는 재일한국인 서문평 씨가 "차별 발언으로 상처받았다"며 오사카의 고객에 300만 엔의 위자료와 사죄 광고의 게재를 요구하는 소송을 오사카 지법에 냈다. 세키스이하우스 측은 "고용관리와 사회적 책임의 관점에서 재판을 지원한다"며, 소송비용을 부담하고 재판 출석 시간을 근무시간으로 인정하는 조치를 취했다.)
 
김임만 씨는 보통 때는 다큐멘터리 영상작가이기도 해 내가 아는 사람을 그도 많이 알고 있다. 재외국민 투표 때나, 故 고인봉 선생님의 강연회 때 등 이따금 만날 기회가 있어, 여러 차례 이야기를 나눴다.
 
세상을 떠난 나의 오빠와 비슷한 점도 많아, 이번 재판에 도움을 주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어떤 판결이 날지 미지수였지만, 전날까지 아사히 신문, 마이니치 신문, 고베 신문 등에서 이번 재판을 크게 다뤄 약간의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구루시마 군이치 판사는 이날, "피고 측이 일본식 이름을 강제하지 않았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구루시마 판사는 판결 이유에 대해 "당일부터 일하고 싶다는 원고의 희망을 실현하기 위해 업자가 일본명을 사용하라고 말했고, 원고가 이를 이해하고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 '이름 재판' - 당연하게 본명을 말할 수 있는 사회를 위해 ©JPNews


판결 직후 열린 기자회견 때, 김임만 씨는 故 최창화 목사※의 '이름과 인권'이라는 책을 꼭 쥐고 있었다. "안타까운 결과다. 일본명 사용을 이해하고 받아들였다는 건 정말이지 말이 안 된다"고 말하고는 굳게 입을 닫았다. 현장엔 긴 침묵이 흘렀다. 그런 장면이 기자회견 중에 2번이나 있었다.

(※최창화 목사는 재일한국인 목사로, 인권운동가이다. 1950년에 일본 공영방송 NHK를 상대로 재일한국인의 이름을 일본식이 아닌 한국식으로 읽도록 요구하는 소송을 일으켰다. 1963년에 일본 대법원에서 패소했으나, 이름의 원음 읽기에 다대한 영향을 주었다. 또한, 외국인 등록 때의 지문날인 거부 등 재일 한국인의 인권향상을 위해 힘쓴 인물이다.)
 
우연이지만, 최창화 목사는 김임만 씨의 아버지와 동갑이라고 한다. 그러나, 김임만 씨의 아버지는 "일본에서는 일본명을 사용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이 재판에 반대했다고 한다.
 
▲ 김임만 씨가 손에 꼭 쥔 최창화 목사의 '이름과 인권' ©JPNews

 
김임만 씨는 "이름과 관련해서는 가족과도 생각이 엇갈린다"며, 이 문제의 어려움에 대해 언급했다.
 
그러나 그의 아버지는 자신의 묘석에 본명을 써놓았다고 한다. 김임만 씨는 "재일은, 죽지 않으면 본명을 사용하지 못하는가. 살아있는 동안에 본명을 사용하는 사회를 만들자", "다음 세대에도 이 같은 목소리가 이어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니, 부르짖었다.

▲ 김임만 씨  ©JPNews
 

이번 재판에서 피고가 된 업체 사장도 또한, 재일한국인 2세다. 차별의 구조에 편입돼 재일동포끼리 다투는 것도 슬펐고, 복잡한 심정이었다. 이 사건은 재일코리안이 본명을 내세우는 것이 쉽지 않다는 사실을 알려줄 뿐만 아니라, 일본사회의 노동이나 경제 면에서의 문제점을 말해주고 있다.
 
그리고 일본이름을 말하도록 강요당하는 것.
 
김임만 씨는 기자회견에서 "이런 일은 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렇게 흔히 있는 차별의 이야기를, 일본인을 비롯한 많은 이들은 모른다. 물론, 한국사람들도 마찬가지다.
 
고소하는 일은, 보이지 않는 차별을 가시화하는 일이기도 하다.
 
아직까지 재일 코리안들은, 창씨개명이라는 슬픈 역사를 안고 있다. 재일 코리안을 아는 것은, 일본 사회를 아는 것으로도 연결된다. 그리고 본국의 한국인이 너무도 당연해서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는, 자기 이름의 소중함과 의미를 아는 일이 된다고 생각한다.
 
본명을 말하는 것의 의미에 대해, '재일동포'가 호소하는 소리를 들어들어 주길 바란다.
 
※ 추가
 
한편, 이번 재판의 판사는, 김임만 씨가 특별영주자로 외국인 취업신고서 제출의무가 없는데도, 원청업체 직원이 하청업체 측에 이 서류의 제출을 요구했다며, 이 요구가 "원고가 일본이름을 사용하는 계기가 됐다"고 지적했다.
 
김임만 씨의 변호인단은 "피고의 변명에 말려들어, 증거에 대한 재판부의 평가가 부당했다. 엉터리 판결"이라고 비판하며 항소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 '이름 재판' - 당연하게 본명을 말할 수 있는 사회를 위해 ©JPNews


 
▲ '이름 재판' - 당연하게 본명을 말할 수 있는 사회를 위해 ©JPNews


 
▲ '이름 재판' - 김임만 씨의 성인 '김'이라고 적힌 이름표와 일본식 이름 '가네우미'가 적힌 이름표 ©JPNews

  

◆ '이름 재판' 관련 홈페이지
 
'이름' - 당연하게 본명을 말할 수 있는 사회를 위해
http://d.hatena.ne.jp/i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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