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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도 하이힐 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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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호(동화작가)
기사입력 2013-01-25

시각장애인들은 담배를 안 피우지 않나요?
여성 시각장애인은 하이힐을 안 신지 않나요?

이런 물음에 당신이라면 어떻게 대답을 할지 모르겠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두 물음에 정답은 "아니다"입니다. 시각장애인들도 비장애인 못지 않게 담배를 피워대며 여성 시각장애인들도 뾰족한 하이힐을 신고 잘 다닙니다.
 
그런데 왜 이런 질문을 할까요?
 
이번 주 제 페이스북(face book)에 저와 페친을 맺고 있는 시각장애인들이 많이 화가났던 모양입니다.
 
시각장애인에 대한 그릇된 편견의 글을 접하고 화가나서 이런 저런 글들을 많이 올렸기 때문입니다.
 
그 중 하나는 와인전문가 박찬일씨의 글을 비판하는 내용이었습니다. 박찬일씨는 어느 매체에 "… 와인이든 음료든 눈과 코, 혀가 동시에 작용할 때 ‘맛’이란 것을 느끼게 된다. 시각장애인은 거의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담배 연기가 주는 시각적 자극과 멋이 없기 때문에 담배 맛을 잘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란 칼럼을 실었습니다. 그런데 이 글에서 와인을 오감으로 마신다는 것은 이해를 하겠는데 오감의 중요함을 설명하기 위해 비유된 '시각장애인과 담배'가 전혀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죠.
 
물론 저도 박찬일씨의 주장처럼 시각장애인이 담배를 별로 안 피웠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면 불과 몇 달 전에 지나친 흡연으로 인한 협심증으로 이 세상과 하직한 어느 선배님이 아직도 살아 계실 수도 있으니까요.
 
그렇지만 사실은 시각장애인들도 꼴초들이 많습니다. 조사된 통계는 아니지만 제 친구들중 시각장애인과 비장애인 그룹을 비교하면 시각장애인의 흡연율이 조금 더 높지 않을까 하는 것이 제 개인적 생각입니다. 그런데 솔직히 위의 박찬일 씨의 글을 보면서 실소를 금치 못했습니다.
 
담배를 피우는 흡연자들이 시각이 주는 자극과 멋 때문에 피울까요? 아직 어린 청소년들의 일부분은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각적 자극과 멋 때문이 아니라 담배의 중독성 때문은 아닐까요? 저는 와인에 대하여는 잘 모르지만 박찬일님이 주장이 맞다면 오감을 필요로 하는 와인은 시각장애인은 마시지 않겠네요?
 
그렇지만 시각장애인중에는 와인을 즐기는 사람도 많을 뿐더러 전문적으로 소믈리에로 활동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일부 장애인 직업 전문가중에는 소물리에 같은 직업군이 오히려 와인의 맛을 감별하기 좋은 조건이라며 시각장애인의 직업군으로 추천도 합니다. 문제는 시각장애인들이 담배를 피우고 안피우고의 문제가 아니고 이런 잘못된 편견이 아무렇게나 유통된다는 것이죠. 

◆ "송혜교씨. 걱정말고 연기하세요"

또 지난 22일에는 SBS의 새미니시리즈 '그 겨울, 바람이 분다'를 홍보하는 보도자료에서 시각장애인역을 맡은 송혜교씨가 하이힐을 신은 것을 가지고 "시각장애인이 하이힐을 신을 수 있냐?"와 "시각장애인도 하이힐 신고 다닌다"로 논쟁도 벌어졌습니다.
 
▲ 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 송혜교     ©JPNews

 

"시각장애인은 앞을 볼 수 없기 때문에 하이힐을 신으면 매우 위험하다. 그렇기 때문에 하이힐을 신지 않는다"라는 주장이 있는 반면 "시각장애인 중 중도 실명한 장애인도 많다. 그런 사람들은 하이힐을 신은 경험 때문에 하이힐을 신을 수 있다"라는 주장도 있었습니다.
 
사실 둘 다 틀린 주장입니다. 선천적이거나 후천적이거나 장애의 발생 시기나 정도와 하이힐과는 무관합니다. 개인적 성격이나 특성에 따라 하이힐을 선호하거나 선호하지 않는 차이는 있겠지요. 당연히 시각장애인 여성 가운데 하이힐을 신는 분들도 많습니다. 선천적 시각장애인인 제 아내가 구두를 살 때 저와 아내의 논쟁은 "하이힐을 신을 수 있냐? 없냐?"가 아니고 "얼마전에 사고 또샀냐? 신발장에 더 이상 넣을 공간도 없다"입니다.

시각장애인에 대한 그릇된 편견들. 사실 이런 논란은 많이있을 수 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저도 실명하기 전에는 시각장애인에 대하여 잘 몰랐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당연히 시각장애인은 컴퓨터를 할 수 없다고 생각했고 컴퓨터를 하려는 노력도 하지 않았던 기간이 5,6년이나 되었으니까요. 그런데 아주 간단한 프로그램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시각장애인도 컴퓨터를 할 수 있고 인터넷을 돌아다닐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너무 놀랐던 적이 있습니다.

지금은 컴퓨터는 물론이고 스마트폰도 사용합니다. 또 책을 올려 놓으면 척척 읽어주는 보조기기 덕분에 일반 소설책도 혼자서 읽을 수 있습니다.전 위의 담배나 하이힐과 같은 논쟁이 벌어지는 것이 참 안타깝습니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장애인에 대하여 그릇된 편견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시각장애인을 포함한 장애인이 대략 인구의 10%정도라고 합니다. 그럼 우리들 주위에서 열 사람 중 한명은 장애인일텐데 우리가 하루에 만나는 수많은 사람들 중 장애인은 얼마나 될까요? 그 만큼 장애인의 사회참여나 활동이 어렵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요?
 
저는 2006년부터 일본에서 살고 있습니다.그런데 한국에서 살때보다 일본에서 살면서 훨씬 더 많은 장애인을 만납니다. 왜 그럴까요? 일본이 한국보다 장애인 비율이 높아서일까요?
 
그럴 수도 있습니다. 일부 주장엔 일본의 경우 근친결혼으로 인한 열성유전으로 인한 장애인이 많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으니까요.
 
그렇지만 제 개인적 생각은 한국보다 일본이 장애인이 활동하기 편한 사회적 환경과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다르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일본에서는 초등학교 4,5학년이 되면 시각장애인이 사용하는 '점자'와 청각장애인이 사용하는 '수화'를 모든 학생들이 배우는 기회가 있습니다. 또 휠체어를 직접타는 경험도 합니다. 이런 교육이 단지 '장애체험' 때문만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교육을 통해 두가지의 효과가 있다는 생각입니다. 첫째는 장애를 갖지 않은 아이들도 장애인 친구에 대한 이해의 폭이 커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 이런 교육 후 시각장애인 학생들에게 필요한 책을 점자도서로 만드는 점역 자원 봉사를 하는 아이들도 늘어나고 수화 통역을 배우려는 아이들도 늘어난다고 합니다.
 
또 하나는 혹시 자신이 장애인이 될 경우 정보의 습득과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기회를 알 수 있는 계기가 됩니다. 실제 장애인 중 약 10% 정도만이 태어날 때부터 장애인인 선천적 장애인이고, 나머지 90%이상이 중도 장애인입니다.
 
이렇게 중도에 장애인이 되면 장애인으로 살아갈 방법을 알고 적응해야 하는데 개인이나 가족이 그런 정보를 얻는데 매우 시간이 걸리는게 문제입니다.
 
만약 어릴 때부터 장애에 대한 충분한 정보나 재활 방법등을 알고 있다면 자신이 불의의 사고나 질병으로 인해 장애인이 되었을 때 훨씬 빠르게 사회에 적응 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장애인과 비장애인, 남성과 여성, 외국인과 내국인이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죠.

장애인들이 가장 원하는 것 중 하나가 직업활동입니다. 그런데 실제 직업을 가질 수 있는 장애인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이유는 장애인의 능력의 문제가 아니고 "장애인은 능력이 없다"란 그릇된 인식 때문입니다.
 
하이힐 하나도 제대로 신지 못한다는 인식이 이 사회에 팽배해 있는 한, 시각장애인이 컴퓨터를 하고 인터넷을 검색하고 파워포인터로 프리젠테이션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테니까요? 그러나 시각장애인이 비행기도 조종하고 사진작가로도 활동하고 전문 컴퓨터프로그래밍도 할 수 있습니다.
 
우리 마을에서 불쌍한 시각장애인에게 한 덩이의 빵을 줄것을 고민할 것이 아니라 빵을 만드는 시각장애인에게 마을 사람들이 모두가 한 덩이씩 빵을 산다면 그 시각장애인 빵집 주인은 옆집에서 만두를 사 먹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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