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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정초부터 백화점 앞에 줄서는 이유

매년 긴자 백화점 거리 곳곳에서 긴 줄이 늘어서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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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철 기자
기사입력 2013/01/02 [13:57]

도쿄 최대의 상업지구인 긴자에서는 매년 정초 이른 아침마다 보기 드문 광경이 연출된다. 아직 영업도 시작하지 않은 백화점이나 유명 브랜드 매장 앞에 수백미터나 되는 줄들이 길게 늘어서는 광경이 긴자의 거리 곳곳에서 펼쳐지는 것이다.

수많은 명품 백화점을 비롯해 해외 유명 브랜드들이 집결해 있어 1년 내내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긴자는 왜 유독 정초가 되면 더욱 활기를 띠는 걸까?

이유는 간단하다. 후쿠부쿠로(福袋)를 살 수 있는 유일한 기간이기 때문이다.  
 
◆ 후쿠부쿠로 사려고 밤 새우기도

2013년 1월 2일 오전 7시 40분경, 긴자로 이어지는 JR유라쿠초역에는 새해 벽두 새벽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 그리고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약속이나 한 듯 총총걸음으로 긴자를 향했다. 
 

▲마쓰이 백화점 긴자점의 후쿠부쿠로     © JPNews


고급 백화점과 해외 명품 브랜드의 건물들로 즐비한 긴자의 메인 거리에 들어서자 이미 수천 명 단위의 긴 줄들이 곳곳에 형성돼 있었다. 모두 후쿠부쿠로를 사기 위한 줄이다. 일본의 연초 분위기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모습 중의 하나다.  
 
일본은 매년 새해 무렵에 여러 가지 물건을 주머니에 넣고 봉해서 싸게 파는 상습관이 있다. 후쿠부쿠로(복주머니)라 불리는 이 주머니에는 각기 다른 상품이 무작위로 들어가며, 비교적 저렴한 고정 가격에 일률적으로 판매된다. 주머니 속 내용물을 전혀 알 수 없는 점이 특징이다.
 
주머니에 담긴 상품 종류를 고지하거나 살짝 들여다볼 수 있게 하는 것이 최근 추세지만, 실제 어떤 상품이 들어 있는지는 직접 사서 열어보기 전까지 알 수 없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주머니에는 이따금 매우 고가의 물품이 들어가 있기도 한다. 잘못 뽑으면 전혀 필요없는 물품을 사게 되는데도 이 주머니를 찾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꽝이 없는 복권과 비슷한 개념인 것. 이 같은 사행성 때문에 일본인들은 연초마다 후쿠부쿠로를 찾아 줄을 서는 것이다.
 
후쿠부쿠로의 가격은 가게와 내용물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천 엔짜리부터 수십만 엔을 호가하는 후쿠부쿠로도 있다.
 
중저가 의류업체를 예로 들면, 보통 5천 엔~2만 엔 사이의 가격으로 후쿠부쿠로를 판매한다. 보통 정가 기준으로 후쿠부쿠로 가격의 1.5~2배에 상당하는 상품들이 후쿠부쿠로 안에 담기며, 이 중에서 운이 좋으면, 4,5만 엔 이상을 호가하는 상품이 들어있기도 하다. 
 
일부 고가 브랜드 판매점의 경우, 수십만 엔짜리 후쿠부쿠로를 내놓는 경우도 있다.
 
특히, 일본의 각 유명 백화점이나 쇼핑몰이 판매하는 후쿠부쿠로는 인기가 대단하다. 각종 유명 브랜드 상품이 혼합돼 들어있기 때문이다.
 
통상 판매가격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여러 상품을 즐길 수 있다는 점도 인기의 요인이다. 필요없는 물건이 나오더라도 후쿠부쿠로를 산 다른 친구들과 교환하면 된다는 인식도 후쿠부쿠로에 대한 부담을 덜어준다. 
 
1일 오전 8시 20분경, 마쓰야 백화점과 미쓰코시 백화점에 늘어선 긴 줄은 건물을 한 바퀴 이상 돌고도 남았다. 줄의 선두 부근에서 영업 시작 시간 오전 9시 30분을 손꼽아 기다리는 일본인 중 40대 여성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그녀는 오늘을 위해 어제저녁을 거리에서 노숙했다고 한다.  
 
"어제 오전 9시부터 줄을 섰다. 밍크코트가 제1목표이기는 하지만, 1개 한정이기 때문에 살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평소에는 엄두도 안 났던 백화점 브랜드 상품들을 싸게 손에 넣을 수 있는 유일한 찬스라 큰마음 먹고 줄을 섰는데 잘 될지 모르겠다. 최선을 다해 뛰어야겠다"며 전의를 불태웠다.
 
그녀가 밤을 새울만한 이유는 충분했다. 평소라면 수십만 엔을 호가하는 밍크코트가 새해 후쿠부쿠로에 담기면 3만 엔에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고가의 밍크코트가 들어있는 후쿠부쿠로를 운좋게 집었을 경우다. 집지 못하더라도 각종 고가 물품을 정가보다 훨씬 싼 가격으로 손에 얻을 수 있다.

▲마쓰이 백화점의 신년 세일에 줄 선 사람들     © JPNews


이날 긴자 마쓰야 백화점에는, 1캐럿 다이아몬드로 장식된 반지와 목걸이 세트가 담긴 백만 엔짜리 후쿠부쿠로, 드라이버 1개와 5개의 아이언이 담긴 고급 골프채 세트가 담긴 20만 엔짜리 후쿠부쿠로를 시작으로, 의류, 신발, 인테리어, 가전, 식품 등 거의 모든 상품군의 후쿠부쿠로가 준비됐다.  
 
◆ 애플도 후쿠부쿠로 판매 "아이패드 반값에 샀다"

마쓰야 백화점의 바로 길 건너편에는 아이폰으로 전 세계를 석권하고 있는 애플 일본 직영점이 자리잡고 있다. 이곳에서도 8시 영업 시작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줄 서 있었는데, 이 줄은 어림잡아 1km가 넘어보였다. 백화점과 비교해볼 때, 남성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이 특징이었다.  
 
오전 8시, 애플 영업점의 문이 열리자마자 들어가 일찍 쇼핑을 마친 한 30대 일본인 남성은 올해 애플의 후쿠부쿠로 상품이 '아이패드'와 '맥북 에어'라고 귀띔해 주었다.  
 
"어제 오후 2시부터 와서 기다렸다.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거의 절반 가격에 아이패드를 살 수 있어 기쁘다. 기자 양반도 후회하지 않으려면 오늘 꼭 사야 한다"며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긴자에 위치한 애플 직영점      © JPNews

◆ "줄이 예전보다 줄었어요" 

한편, 이날 취재에 응한 마쓰야 백화점 관계자는, 오랜 경기 침체로 서민들의 지갑이 좀처럼 열리지 않은 상황에서 새해맞이 대바겐세일도 약발이 떨어져간다고 한탄했다.
 
이 관계자는 "고객에게 기쁨을 준다는 의미에서 후쿠부쿠로를 제공해왔다. 좀 더 좋은 상품을 저가에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이전보다 줄이 줄어든 느낌이라 약간 쓸쓸한 기분"이라고 전했다.
 

▲후쿠부쿠로를 손에 진 일본인     © JPNews

 
▲저렴한 가격에 아이패드를 산 일본인     © JPNews

 
▲후쿠부쿠로를 손에 진 일본인    © JPNews

 
▲후쿠부쿠로가 진열된 마쓰이 백화점    © JP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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