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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왕과 천황, 그리고 비판과 비난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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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순
기사입력 2012-09-22

9월 21일, '싸이의 겸손과 한류스타들의 오만'이란 타이틀로 기사를 썼다. 이에 대한 반응은 포탈 사이트에 걸린 댓글이 1,600여 개가 넘을 정도로 뜨거웠다. 아마도 싸이에 대한 관심과 애정 때문이었으리라. 

그런데 제이피뉴스를 찾는 독자들을 위해, 제이피뉴스의 정체성에 대해서 확실하게 해두어야 할 것 같아서 이 글을 쓴다.

먼저, 제이피뉴스는 ‘일본전문 인터넷신문’이다. 일본과 일본인에 대한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취재하여 보도하는 일간지 형태의 인터넷신문이다. 독자는 한국어를 모국어로 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구독은 무료다. 그런 만큼, 제이피뉴스는 일본의 룰을 따른다. 

우선 호칭부터 보자. 한국에서는 일본인들이 '천황'이라고 부르는 이를 ‘일왕’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제이피뉴스에서는 '천황'이라고 호칭한다. 그 이유는 천황을 존경해서, 인정해서 그렇게 부르는 것이 아니다. 제이피뉴스가 ‘일본전문’ 매체니까 그렇게 호칭하는 것이다.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

며칠 전, 제이피뉴스 기자가 심각한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독자들이 천황이라는 호칭에 엄청난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고 있는데요. 제이피뉴스가 친일파라고 비난하고."

그래서 내가 그 기자에게 단호하게 말했다.

"제이피뉴스는 일본전문뉴스 매체다. 우린 '일본전문'이란 것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 일본인들이 부르는 호칭은 '천황'이다. 그러므로 우린 일본식을 따라야 한다. 다만 기자가 개인적으로 타 언론사에 기고를 할 때는 ‘국왕’으로 호칭해도 상관없다."

80년대 초, 일부 일본언론에서 한국을 가리켜 '남조선'이라고 호칭한 적이 있었다. 한국정부가 맹반발을 했음은 물론이다. 아직도 일부 우익들은 지금도 남북한을 가리켜 남조선, 북조선으로 부른다. 하지만 일본언론들은 '한국'으로 호칭하고 있다. 당시 한국정부에서 강력하게 항의를 해, 한국식 호칭으로 통일했기 때문이다. 반면 북한은 여전히 일본언론에서 '북조선'으로 표현한다.    

'천황'이란 호칭도 마찬가지다. 제이피뉴스가 '일본전문' 매체이기 때문에 일본식 호칭을따르는 것뿐이지, 여기에 이념이나, 역사관, 아이덴티티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

일부 독자 중에 제이피뉴스를 가리켜, 친일파라고 비난한다. 일본입장에서 보도하기 때문이란다.  

4년 전, 내가 제이피뉴스를 만든 것은 바로 이 같은 이유 때문이었다. 우리나라 보도기관들은 어쩐 일인지, 일본에 대해서만큼은 자사 입맛에 맞게 기사를 쓰고 보도해왔다. 하지만 실제 일본의 현실은 국내보도와는 많은 괴리가 있었다. 특히 한일간의 역사문제에 있어서 그 ‘침소봉대’형 기사가 너무 많았다. 

가령 예를 들면, 일본의 과거 침략사에 대해 상대국 국민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양심있는 지식인들이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 같은 일본인들이 지극히 적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역사문제가 불거질 때만 잠깐 언론에 나와 코멘트를 하고는 이내 묻혀버린다. 극소수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국내언론은 이들이 마치 일본 식자층을 전부 대변하는 양 대서특필한다. 일본현실은 전혀 다른데도 말이다.  

그래서 제이피뉴스를 만든 것이다. 일본의 실상을 아무 가감없이 ‘있는 그대로’ 전해주자는 의도에서. 나쁜 것은 나쁜 그대로, 좋은 것은 좋은 그대로 말이다. 

제이피뉴스는 정치인을 비롯해 연예, 심지어 포로노 배우, 야쿠자, 우익까지 인터뷰해 보도를 한다. 신분의 귀천을 따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들 모두가 일본인이기 때문이다.   

물론, 한국인 입맛에 맞게 ‘각색’이 전혀 없다 보니, 때론 읽을 때 마음이 불편하거나 불쾌할 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도 일본인들의 목소리다. 불편하고 불쾌한 일본인들의 소리일수록 우린 더 들어야 한다고 나는 감히 생각한다. 그래야 한일간에 문제가 생기면 전략을 짜던지 대책을 세울 것이 아닌가. 

제이피뉴스 기능과 목적은, 어떻게 하면 소소한 일본 정보 하나라도 더 한국인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설령 그것이 한국인을 욕하는 일본인일지라도 제이피뉴스는 아무 가감없이 그대로 보도를 한다. 일본인의 목소리이기 때문이다. 

만약 독자들이 좋아하는 기사만 써야 한다면 제이피뉴스가 존재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무조건 일본을 비판하는 기사를 쓰는 것은 아주 쉽다. 그런 것은 하루에 수십개라도 쓸 수 있다. 하지만 제이피뉴스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그날 그날 일본에서 일어나는 일을, 팩트에 입각해서 기사를 쓴다. 때문에 일본인의 행동을, 말을 그대로  전달하다보니 일본인들의 입장에서 쓴다는 오해를 받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제이피뉴스는 어디까지나 '일본전문' 인터넷신문이다. 독자들은 이점을 정확히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그런 의미에서 제이피뉴스는, '비판'은 얼마든지 좋지만 '비난'은 절대로 사양한다. 왜냐하면 비판은 '근거'에 따라 ‘토론’이 가능하지만, 비난은 비논리적이고 감정적이므로 '싸움'이 돼 후에 '앙금(원한)'이 남기 때문이다.  

그리고 '입으로 하는 애국'도 절대 사양이다. 사실관계없이, 국익에 관계없이, 무조건 소리 높여 감정적으로 일본을 비난한다고 해서, 그것이 진정한 의미에서의 애국심이라고는 결코 생각하지 않는다. 
 
80년대 후반부터 일본시민단체들과 위안부, 강제징용, 연행된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일본정부와 일본기업을 상대로, 20년 넘게 현재까지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이분들의 재판은, 일본시민단체들의 적극적인 지원과 일본인 개개인의 희생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벌써 20년 넘게 일본 시민단체들은 이 재판을 지원해왔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위안부 할머니, 강제징용・연행된 유족이나 관계자를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입으로 애국하는 사람들은 너무 많은데 막상, 실행에 옮겨야 될 결정적인 순간에는, 그렇게 입에 침을 튀겨가며 흥분하던 사람들은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는다.

한일 양국에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이라는 단체가 있다. 이분들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패소할 줄 알면서도 과거에 일본이 저질렀던 만행을 하나라도 더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20년이 넘도록 노구를 이끌고, 일본법정에서 증언을 계속 해오고 있다. 

이럴 때마다 어김없이 대두되는 문제가 있다. 항공요금, 일본 내에서의 교통비, 식사비, 안내, 통역비 등등. 지난 20년 동안 이 비용을 누가 부담해왔는지 아는가. 바로 이들 시민단체다. 비록 패소할지라도 역사적 사실을 온몸으로 말하고 있는, 일제 강점기 시대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증언을 한 마디라도 더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지난 20년간 묵묵히 지원해오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한국내에서는 이 단체를 지원하는 한국인 봉사자들이 거의 없다. 그래서 포기한 지 오래됐다. 때문에 모든 비용과 증언, 증거 채집을 일본인들이 일일이 한국에까지 와서 진행하고 있다.
 
반면, 일본에서는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해, 일본 어느 지역에서 재판을 하더라도,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불편하지 않겠끔 성심성의껏 지원을 한다.  

하지만 재판이 한 두건도 아니고, 일본시민단체 멤버들은 각자 생업에 종사하고 있는 평범한 생활인만큼, 수입 또한 넉넉지 않다. 그럴 때마다 재판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그들은 별도의 아르바이트를 하고, 시간을 쪼개 무료 봉사를 한다.

제이피뉴스는 80년대 후반부터 이들 단체와 행동을 함께 해왔다. 유학생들과 함께, 재판을 위해 일본에 오신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식사 반찬을 담당하기도 했고, 때로는 통역을, 숙박비가 모자를 때는 2-3,백 명분의 김밥을 밤새 말아 팔아서 보탰다. 소수의 인원일 때는 제이피뉴스의 숙소도 제공했다.

이 같은  제이피뉴스의 참여는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그래서 그분들이 일본에 오실 때마다 제이피뉴스 기자들도 덩달아 바빠진다. 취재뿐만 아니라 시민단체의 일원으로서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것을 '애국'이라 포장하지 않고, 일본에 사는 한국인으로서의 '의무와 책임', 그리고 한국인의 자존심 때문이라고 정의를 내린다. 실제로 그렇기 때문이다.

제이피뉴스는 친일도, 그렇다고 반일도 아니다. 그냥 '지일'일뿐이다. 일본정치인이나 우익들이, 과거 역사에 대해 부인하고 망언할 때는, 한국인으로서 분노를 느끼며 매서운 비판을 할 것이고, 반면 그들이 반성하고 미래지향적인 태도를 보일 때는 우리는 긍정적인 그 모습 그대로 제이피뉴스를 통해 보도를 할 것이다. 그것이 제이피뉴스의 책무이기 때문이다.

제이피뉴스에 대한 '비판', 얼마든지 좋다. 그러나 '비난'은 사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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