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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외국인은 집찾기 쉽지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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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철 기자
기사입력 2012-09-08

일본에서 자신이 살 공간을 마련하는 것은 생각만큼 녹록지 않다.
 
전세 제도가 없는 탓에 집을 사지 않는 이상 월세를 살아야하는데, 살인적인 방값은 논외로 치더라도 방 찾기가 복잡하고 신경 쓸 부분이 한둘이 아니다. 특히 외국인이라면 일본인보다 두 배는 어렵다. 바로 외국인이라는 자신의 신분 탓에 좋은 환경의 집을 발견해도 포기할 수밖에 없는 비애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이 일본에서 자신이 살 공간을 찾기 위해 부동산을 찾게 되면 크게 3가지 관문을 통과해야만 무난히 집을 얻을 수 있다.  
 
첫 번째 관문은 얼마나 이주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고 있는가이다.
 
한국과 비교해 일본에는 집을 빌릴 때 2가지 새로운 개념이 있다. '시키킨(敷金)', '레이킨(礼金)'이 그것인데, 시키킨은 보증금, 레이킨은 집주인에게 집을 빌려주어 감사하다는 의미로 주는 일본 특유의 부동산 문화로 이해하면 된다. 각각 한, 두 달 집세 분의 돈이 들어 일본에서의 집 찾기에 돈이 많이 들게 하는 주범으로 간주돼 왔다.

그런데 이것만 생각하고 부동산에 가면 낭패를 볼 수 있다. 부동산에서는 먼저 초기 이사비용에 대한 간단한 조사를 하고 집을 추천해 주는 것이 일반적인데 '시키킨', '레이킨'만 알고 갔다 그 배 이상의 금액이 드는 것에 아연실색하는 '초짜 외국인'이 많다. '시키킨', '레이킨'과 첫 달치 월세를 기본으로 깔고 부동산 수수료와 이사 비용, 보증회사 등록 비용, 화재보험 등의 잡비가 추가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잡비라고 하기에는 그 덩치가 크다는 것이다. 부동산 수수료는 계약한 집의 한 달 월세를 기준으로 정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부동산에 따라 혹은 계약 물건에 따라 수수료가 감면되는 경우도 있지만, 제대로(?) 된 집이 아닌 경우가 태반이다.  
 
이사비용도 만만치 않다. 거리와 짐의 양에 따라 다르겠지만, 평균 반달 치 이상의 가격을 생각하면 된다. 보증회사 등록 비용도 발생한다. 일본은 집을 계약할 때 보증인을 제시해야 하는 것이 관례다. 그러나 최근에는 시대에 뒤떨진 제도라 해 많은 사람들이 보증회사를 이용한다. 보증회사는 보증인의 역할을 대행하는 대신 일정 금액을 가져간다. 첫 계약금으로 작지 않은 돈이 들며 매달 월세의 2~5%의 비용을 다달이 내는 구조다. 화재보험은 의무다. 집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약 2~3만 엔 정도가 소요된다.  
 
위의 것을 고려해 월세 5만 엔(약 70여만 원)짜리 방을 평균적 조건으로 계약한다고 한다면, 총 25만 엔 정도의 비용이 드는 셈이다. 참고로 도쿄에서 5만 엔짜리 방은 거의 없다. 있다고 해도 생활의 질을 포기할 수 있다는 각오가 필요하다. 계약하는 집이 생활의 질이 좋은 신축일 경우에는 비싼 월세뿐만 아니라 시키킨, 레이킨이 각각 2~3달 치 분까지 오른다.  
 
▲한글로 된 입주자 모집 광고

 
두 번째 관문은 '너 자신을 알라'다. 일본에서 집을 빌릴 때는 월수입에 비례해 계약이 성립되는 경향이 있다. 보통 월수입의 1/3을 집세로 내는 것이 안정적이며 합리적이라는 불문율 아닌 불문율이 있는데 이에 근거해 집주인은 월세를 받을 수 있다, 없다를 판가름한다. 예를 들어 자신의 월수입이 10만 엔이라고 한다면, 월세 3만 3천 엔의 집이 적당선이 된다.  
 
부동산 측에서 월수입에 맞춰 집을 추천하는 것은 아무리 좋은 집이라도 집주인에게 신뢰를 주는 월소득을 올리지 못한다면 어차피 계약이 힘들다는 판단 때문이다. 반대로 생각하면 분수에 맞은 집을 고르라는 이야기로 해석될 수 있다.  
 
골치 아픈 문제지만, 두 번째 관문까지는 경제적 여유가 있다면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코스다. 그러나 마지막 관문은 외국인에게만 적용되는 시련으로 내가 외국인이야 아니냐에 따라 아무리 돈을 많이 가지고 있어라도, 윤택한 월수입이 있더라도 마음에 드는 집을 계약할 수 없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일본에서는 외국인의 입주를 꺼리는 집주인이 상당히 많기 때문이다.  
 
필자도 최근 개인적인 사정으로 집을 알아보고 있다. 첫 번째와 두 번째 관문을 무사히 통과해 좋은 조건의 집을 간신히 찾게 되더라도 외국인이라는 조건 때문에 고배를 마신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일주일 동안 그 지역에서 나오는 매물을 매일같이 검색해 자신의 조건에 적당한 집을 꼽아 미리 예약한 날짜에 부동산을 찾아 직접 둘러보는 것이 일본에서 방 찾기의 정석이다. 그러나 언제나 직접 방을 둘러보기 전에 이뤄지는 부동산 업주와 집주인과의 통화를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다.  
 
통화의 내용은 주로 매매를 희망하는 집의 공실(空室) 여부와 외국인 입주 가능 여부다. 마음에 드는 집을 발견하기도 어려운데 기껏 찾아 단계를 밟으려 해도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집도 보지 못하고 접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했다. 불합리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보증인 제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외국인에만 예외 조항을 두는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폐쇄적인 일본 사회의 전형이 이런 곳에까지 나타나고 있다는 생각에 내심 불쾌하게까지 생각됐지만, 나름대로 집주인들만의 사정이 있는 듯했다.  
 
▲일본의 대표적 부동산 회사 'SUUMO'

 
일본 사이타마 현 가와구치 시에 있는 한 부동산에서 근무하는 야부타 게이지 씨에 말에 따르면, 외국인, 특히 중국인들의 '먹튀'가 가장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야부타 씨는 "어느 날 집세를 석 달 동안 내지 않고 연락도 닿지 않는 입주자 집에 찾아갔더니 전기도 들어오지 않았고 사람이 사는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이상하다 생각해 전기와 수도 계량기를 확인했더니 두 달간 사용한 흔적이 없더라. 알고 보니 입주자는 중국인으로 집세를 내지 않고 이미 귀국한 것으로 밝혀졌다. 보증인이 있기는 했지만, 보증인도 모르는 일이라며 발뺌만 해 어쩔 수 없이 집주인이 모든 것을 부담하게 됐다. 밀린 월세는 물론 각종 공과금까지. 게다가 집안의 가재도구도 그대로 있어 이를 처리하는 데도 금전적 손해를 봤다"며 외국인의 '먹튀'가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음을 경험을 토대로 설명했다.  
 
또한, 야부타 씨는 중국인 임차인에 대한 큰 불만을 드러냈다. 일부 중국인 임차인들의 '만행(?)'에 아예 '중국인은 이렇다'라고 일반화시키며 열변을 토했다. "자신의 것이 아니라는 개념이 강해서인지 함부로 침을 뱉고 아무렇게나 집을 쓴다. 분리수거 문화가 없는지 쓰레기 버리는 것도 대충이고 지정된 날짜를 잘 지키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나마 쓰레기라도 제때 내놓으면 다행. 복도에 쌓아 놓거나 해 주변에 민폐를 끼치기 일쑤다. 그것을 치우고 정리하는 것이 다 집주인의 몫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요즘은 중국인을 경계하는 집주인이 많다"는 것이다. 그나마 한국사람들의 이미지는 최근 들어 좋아졌지만, 불과 십수 년 전에는 같은 이유로 꺼렸다고 설명했다. 
 
또 서양 외국인들의 경우에는 신발을 벗고 집안에 들어간다는 개념이 없어 다다미(畳) 바닥까지 흙 묻은 신발로 돌아다니는데, 이를 용납하지 못하는 집주인도 있다고 한다. 집을 빌려 쓰면 그 상태로 깨끗이 돌려줘야 한다는 개념이 정착한 일본인들의 눈에는 예의가 없는 모습으로 받아들여졌다는 것.  
 
이런저런 이유로 외국인을 들이는 것에 거부감을 표현하는 일본인이 많아 입주 자체를 일본인에 한정하는 곳이 있다는 이야기다. 일본인도 질 나쁜 사람이라면 같은 트러블이 발생하겠지만, 심적으로 외국인보다 안심할 수 있다는 논리다.  
 
한편으로 이해도 가지만, 그 덕분(?)에 여전히 집 찾기가 만만치 않다. 돈 있고 여유로운 환경이라면 그냥 집을 사면 그뿐이겠지만,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않은 외국인 신분의 나로서는 ‘외국인도 입주 가능’이라는 문구를 찾아가며 집을 고를 수밖에 없는 고단한 현실이다.
 
▲일본의 다다미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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