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원전 재가동과 고리원전 재가동
지난 5월,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원전인 고리원전에 관한 충격적인 조사결과가 나왔다.
"급성 피폭에 의한 사망자는 4만 7,580명, 방사능에 의한 장기적인 암 사망자는 최대 85만 명, 피난비용을 포함한 경제피해 예상액은 628조 원"
한국 최대의 환경 NGO '환경운동연합'이 공표한 수치는 고리원전 1호기에서 체르노빌 급 중대사고가 발생할 경우를 가정해 나타낸 것이다.
한국에서 특정 원전의 사고를 가정해 피해규모를 계산한 것은 처음이다. 아직 수습이 끝나지 않은 상황이지만,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피해를 가볍게 웃도는 수치다.
고리원전의 심각성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고리원전 1호기는 1978년 상업운전개시를 시작한 이래 빈번한 트러블로 말이 많았던 원전이다. 원자력안전기술원이 공표한 것만으로도 2010년까지 모두 127회의 사고나 고장이 발생했다. 연평균 3.84회라는 계산으로 이는 한국 내의 다른 원전보다 6배나 높은 수치.
게다가 올해 2월에는 정기검사 중 외부전원이 정지하는 중대사고가 발생했다. 비상용 엔진도 작동하지 않아 모든 전원이 상실되는 사태에까지 이르렀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사실이 1개월 가까이 은폐됐다는 것.
고리원전 1호기에 대한 비판이 집중됐고 각지에서는 항의데모가 일어났다. 결국,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은 일단 가동 중지를 명령했다.
그러나 "안전성이 확보됐다", "여름철 전력수급에 영향이 있다"는 이유로 서둘러 재가동을 추진했고 7월 4일에는 재가동 계획을 발표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처음으로 일본에서 재가동을 하는 오이원전의 재판을 보는 듯하다.
◆한국은 다르다?!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원인을 조사한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조사·검증위원회의 하타무라 요타로 위원장은 일본정부에 제출한 최종보고서를 통해서 일본의 고도성장에 따른 안전 불감증이 원전사고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진에 의한 피해는 고려됐지만, 쓰나미에 의한 피해는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이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일본은 고도생산기 당시 품질 높은 상품을 생산해 힘을 키웠다. 전력 생산에서도 이 같은 일본식 생산방식과 자부심이 작용했고, 품질 높은 전력을 생산하는 만큼 일본에서는 장시간에 걸친 정전이 일어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는 관념이 지배했다. 이 같은 안전 불감증에 의해 쓰나미의 습격을 상정하지 않았고, 그에 대한 대비 부족이 참사를 불렀다"고 지적했다.
다시 말해 스스로 만든 안전신화에 매여 절대로 일본의 원전은 안전하다는 맹신이 사태를 키웠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한국의 경우를 살펴보면, 하라무라 위원장의 말이 후쿠시마 원전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고리원전 측은 일본 주간지 아에라의 취재에 한국에서 원전사고는 없다고 단언했다.
"세계에서 최고수준의 원자력 발전소 기술을 가진 일본에서 그런 사고가 발생한 것은 한국의 원자력 업계에 큰 충격을 줬다. 그러나 한국은 일본을 넘는 안전대책과 기술혁신을 거듭해왔다. 후쿠시마와 같은 사고는 절대로 한국에서 일어나지도 일으키지 않을 것을 단언한다"
연평균 4회의 사고가 일어나고 올 2월에는 전원을 상실하는 심각한 사고를 일으킨 고리원전 측이 하는 말로는 믿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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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나간 후쿠시마의 교훈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세계에서는 원전에 대한 생각에 큰 변화가 일고 있다. 독일은 모든 원전의 운행 중단을 결정했고,유럽 각국은 원전에 대한 의존도 줄이기에 골몰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만은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한국은 후쿠시마를 통해 보다 더 안전한 원전 만들기에만 집중하고 있는 형국이다.
일단 한국정부는 원자력을 나라의 기간 에너지로 삼아 왔다. 2024년까지 현재 운영 중인 21기의 원자로에 추가로 14기의 원자로 건설을 증설할 계획이며 장래적으로 전체 전력 생산 가운데 약 48.5%를 원전에 의존한다는 방침이다.(현재는 35% 정도) 그런데 작년 3월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일어났음에도 이 같은 정책에는 변화가 없다.
작년 4월 김황식 국무총리는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관련해 "지속적인 경제 성장이 필요한 한국이지만, 마땅한 에너지원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제까지의 원전정책을 바로 포기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며 계속해서 원전을 국가 기간 에너지 사업으로 추진할 방침을 밝혔다. 더욱 안전한 원전대책을 마련한다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태도다.
하지만 한국 기상청의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일본 혼슈 근해에서 규모 9.0 이상의 지진이 발생할 경우 울산에 10m높이의 쓰나미가 올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게다가 아직까지 동해 쪽에서의 지진 발생과 쓰나미 습격은 아예 상정되지도 않은 실정. 무엇으로부터의 안전인지도 불분명한 상황에서 원전의 안전을 논하는 이상한 꼴이라는 것이 일본 언론의 시각이다.
어처구니없게도 현재 고리원전 경지 내에는 3기의 신규 원자로 건설이 진행 중이고 장래적으로는 2기의 원자로가 더 추가될 예정이라고 한다. 현재는 4기의 원자로가 가동 중이다.
고리원전의 반경 30km 권내에는 인구 340만 명이 있는 한국의 제2도시 부산과 140만 명이 밀집한 울산이 있다. 만일의 경우가 발생한다면, 후쿠시마 원전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피해가 올 것이라고 일본의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