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PP 참가에 반대 입장을 표명한 각계각층의 일본인들이 한자리에 모인 대규모 집회가 25일, 일본정치의 중심 도쿄 가스미가세키 한복판에서 열렸다.
'STOP TPP!! 1만 명 촛불 집회(STOP TPP!! 1万人キャンドル集会)'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이날 집회에는 전국의 농민단체를 비롯해 의료계, 산업계의 단체들이 참가했고 수십 명의 현직 국회의원도 자리를 함께했다. 주최 측의 발표에 따르면, 약 5천 명이 이날 집회에 모였다고 한다.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의 미국 방문을 앞두고 TPP 반대의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는 시기인 만큼 이날 일본 언론의 취재 열기는 뜨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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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전날인 24일, TPP 협상 참가에 신중·반대의 입장을 가진 여·야당 국회의원들이 일본 중의원 회관에 모여 회의를 열고 TPP참가 반대 성명을 채택했다.
이 회의에 참가한 국회의원 수는 중·참의원 합해 총 300여 명. 이들은 '노다 총리가 이달 30일 열리는 미일정상회담에서, TPP 참가 협상에 참여 의사를 밝혀서는 안 된다'는 공식 입장을 결정했다.
또한, 반대의사를 밝힌 321명의 국회의원 서명을 후지무라 오사무 관방장관에게 제출했다고 한다.
소비세 증세법안을 둘러싼 대립이 깊어지는 가운데 당론을 떠나 여·야 의원들이 한목소리를 내는 것은 이례적이다. 과연 미국이 주도하는 TPP에 어떤 문제점이 있기에 정치인들이 당론을 떠나 한목소리를 내고 농업계를 비롯한 다양한 일본 업계가 강력 저지 의사를 표현하고 있는 것일까?
이날 행사에 참가한 도쿄대학 대학원의 스즈키 노부히로 교수(농업경제학)는 "일본 정부는 TPP 참가를 위한 협상을 정보수집을 위한 사전협의라고 설명하지만, 이는 거짓말이다. 미국으로부터 문제 해결을 요구받고 이를 일본이 정비하면 TPP 참가는 자동으로 이뤄진다. 언론, 정부, 일부 대기업은 베트남 등 TPP 참가국으로 일본이 본격적으로 진출할 수 있게 된다면, TPP는 일본에 있어 이익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TPP는 일본의 산업 공동화를 촉진하는 FTA(자유무역협정)와 다를 바 없다. 일본인의 고용을 축소할 뿐이다. 극히 일부 사람들의 이익을 위해 고용을 잃고, 식량과 의료 분야도 미국의 지배 아래 들어가게 된다. 사회 양극화는 불을 보듯 뻔한 결말이다. 국민에 정보를 주지 않고 미국에 '무엇이든지 하겠으니 참가만 시켜주십시오'라고 말을 하는 정부를 용서해도 좋을 것인가? 관료도 정치가도 언론도 '양심의 가책'은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인가?"라며, 언론과 정부, 대기업이 TPP의 본질을 감추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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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날 많은 인사가 한·미 FTA와 비교해 일본의 TPP 참가를 강력 저지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야마다 마사히코 중의원 의원은 한국의 쇠고기 수입 정책을 꼬집었다.
"한국의 뒤를 밟아서는 안 된다. 미국은 일본에 쇠고기 수입규제를 현재 월령 20개월 미만 규정에서 30개월 미만으로 완화하기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광우병 소가 또다시 발견된 지금 일본의 먹거리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은 미국과의 FTA를 통해 경제적 이익을 보장받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쇠고기 수입도 자유롭게 못 하는 나라로 전락했다. 일본은 한국의 전철을 밣아서는 안될 것이다"
한편, TPP 참가 후 일본의 농업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농민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히로시마에서 이날 집회 참가를 위해 올라온 농민 가토 겐지 씨는 기자의 취재에 먼저 "씨앗을 뿌려야 하는 시기에 농민이 밭에 있지 못하는 점, 스스로도 한심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일본의 TPP 참가는 막야야 하기에 참가했다"며 TPP가 일본의 식량 주권을 빼앗아 갈 것임을 성토했다.
"일본 정부는 자동차를 더 팔기 위해 농산품을 내준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국민의 식생활 수호를 포기한 것과 다름없다. 한미FTA를 보면 알 수 있다. 자국민이 먹는 쇠고기를 남의 나라 손에 맡기고 사실상 수입 금지도 할 수 없는 나라가 됐다. 그렇다고 한국이 더 많은 자동차를 팔 수 있을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관세를 대폭 낮춰 자유로운 교역을 허하겠다는 규정이 있지만, 미국이 뿔이 나면 언제든지 무효화할 수 있는 규정도 명기돼 있다고 들었다"
가토 씨는 '한국이 협정을 위반할 경우, 또는, 미국제 자동차의 판매·유통에 심각한 영향을 주었다고 미국 기업이 판단했을 경우,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FTA이전으로 되돌릴 수 있다'는 항목 때문에 한국은 자동차도 못 팔고 먹거리는 먹거리대로 미국에 지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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