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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박' 간판 사라진 日 코리아타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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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현 기자
기사입력 2009-08-17

"항상 이때면 단속을 하긴 하는데, 이번엔 신문에 나가는 바람에... 몸조심하고 있는 거지"
 
도쿄 최대의 코리아타운으로 불리는 신주쿠 오쿠보(大久保) 일대의 '민박 간판'이 일제히 사라졌다.
 
10여년전부터 오쿠보 일대에 생기기 시작한 한국인 전용 민박업체는 3, 4년전 원강세 현상으로, 일본을 찾는 한국사람들이 늘어나면서 한때 50여개 업체가 난립할 정도로 호황세를 누렸다. 
 
하지만 이들은 최대 성수기라 할 수 있는 여름철마다 매우 조심스러운 영업을 해왔다. 왜냐면 주로 '××하우스', '○○민박' 등의 이름으로 영업하는 이들 민박업체가 대부분 불법이기 때문이다. 
 
▲  일본을 찾는 한국인들이라면 한번쯤은 들어봤을 신오쿠보역. 도쿄 코리아타운의 입구다.   © 박철현/ jpnews
 
16년전에 일본에 와 2005년 9월부터 신오쿠보역에서 도보 7분거리에 민박집을 운영하고 있는 김재성(가명, 40대중반)씨는, 친하게 지내던 선배가 한국을 들어가면서 민박집을 물려받은 케이스다.
 
"난 운이 좋은 편이지. 선배가 급해서 권리금을 아주 싸게 줬거든. 정확하게는 말 못하는데,권리금만 천만단위로 주는 경우도 많아. 또 낡은 건물은 리폼도 해야 하니까 만만치 않지"
 
김씨는 다음해(06년) 7월 신주쿠 경찰서의 단속을 받았다. 자신의 민박집에 투숙하던 한국인 남자 관광객 4명이 주먹다짐을 벌이는 등 소란을 피우는 바람에, 주위 이웃들이 신고를 했기 때문이다. 처음엔 벌금만 좀 물면 될까 했는데 다음날 보건소에서 연락이 왔다. 
 
"민박집하는데 보건소 신고해야 한다는 거 그때 처음 알았어. 위생관련해서 허가받아야 한다고 하대. 그래서 그냥 다른 사람한테 물려주고 한동안 안했지"
 
김씨도 다음 사람에게 숙박업 신고에 대해 말을 안했다. 사자는 사람이 넘쳐나던 시기였다. 김씨는 "여름되면 단속뜨는데 그것만 잘 피하면 된다"고만, 후임자에게 말했다고 한다. 왜 숙박업 신고에 대해선 말하지 않았을까?
 
"(숙박업 허가받아야 한다는 것을) 말했어도 워낙 그땐 장사가 잘 되었으니까, 어차피 (후임자가) 했을꺼야. 그러니까 괜히 단속받았다고 말할 필요는 없지. 다만 투숙객들 무작정 받지 말고 사람보고 받아라고 충고했지. 신고 들어가면 큰일난다고도 말했고..."
 
매년 여름 신주쿠 경찰서 소속의 차량과 경찰들이 오쿠보 일대에 깔린다. 한국에는 코리아타운으로 알려져 있는 오쿠보지만, 사실은 아시아타운이 정확하다. 한국, 중국, 대만, 필리핀, 인도, 베트남 등에서 '재팬드림'을 찾아 몰려온 사람들이 정착하는 곳이 오쿠보이다.
 
그러다 보니 별의별 사람들이 다 몰리고, 개중에는 일본 국내법상 '위법'인 것이 횡행하기도 한다. 이를테면 불법체류, 성매매, 무허가 영업등이 그렇다.
 
지난 봄에는 가부키쵸의 무허가 한국인 호스트 클럽이 적발됐다. 그중 한명은 경찰의 단속을 피해 2층에서 뛰어내리다 목숨을 잃기도 했다. 6월에는 경시청이 가부키쵸를 중심으로 한국인, 중국인 호스테스 클럽을 대규모로 단속적발하기도 했다.
 
또한 신주쿠 경찰서는 매년 6월부터 8월까지 무허가 불법숙박시설 단속을 정기적으로 행한다. 매년 실시해 왔던 것이기 때문에, 김씨처럼 그런갑다하고 그냥 조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민박간판을 안으로 들여놓고, 숙박객들에게 절대 밤늦게 떠들지 말라는 식으로 주의를 주는 것이 바로 그러한 '조심'의 예가 된다. 그리고 단속이 끝나는 9월부터 다시 슬슬 영업에 들어가는 것이다. 
 
▲  오쿠보 거리에 주차된 신주쿠 경찰서의 순찰차. 경찰들은 단속하러 나갔는지 안 보인다.   © 박철현 / jpnews
 
신주쿠 경찰서는 여름을 노린다!
 
주로 '뉴커머'(80년대부터 일본에 정착하기 시작한 한국인들을, 재일동포들과 구분하기 위해 통칭해서 부르는 말)들이 운영하는 민박집은 거의 대부분이 관계당국에 신고를 하지 않은 무허가 영업시설이다.
 
일본 여관업법은 1948년 7월 12일에 처음 제정됐고, 2007년 6월 7일 법률 제53호로 개정됐다. 여관법업에 따르면 "일반인들에게 숙박료를 받고 투숙하게 하는 자는 여관업법에 따라 관계당국에 신고하며, 이 절차는 해당 지자체의 조례안에 따른다"고 명시돼 있다.
 
오쿠보에서 민박업을 할 경우 관할 신주쿠 경찰서에 숙박업 등록 신고를 해야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업주들은 거의 대부분 신고를 하지 않는다. 앞의 김씨처럼 몰라서 안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어차피 신고해봐야 허가가 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또 숙박업의 경우 경찰서에 신고한다고해서 끝나는 것도 아니다. 한국도 그렇겠지만, 보건소 식품안전관리위생규정과 소방서의 소방관련규정을 통과해야하기 때문인데, 이 규정이 상당히 엄격하다.
 
행정서사 김모씨는 jpnews의 취재에 "일본의 경우 아예 처음의 설계부터 숙박시설에 맞게 지어야 보건소 및 소방서, 그리고 관할 경찰서의 허가를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아주 까다롭다"고 말한다.
 
그러나 오쿠보에서 민박집을 운영하는 이들은 대부분은 그냥 일반주택이나 맨션내부를 개조해 운영한다. 그러다 보니, 신고해봤자 통과되지 않을 가능성도 높고, 또 세금문제도 있다보니 결국 '단속기간만 피하면 된다'는 생각이 정착되어 버린 것이다. 
 
실제 <마이니치 신문>이 8월 14일자 인터넷판에 올린 특집기사 "'잠수 민박', 신주쿠 경찰서 오쿠보 일대 무허가 민박집 단속강화할 방침'를 보면, 7월에 적발된 대만 국적의 부부는 2층짜리 목조주택을 리폼해 허가받지 않은 채 민박집을 운영, 매달 120~150만엔의 매상을 올리고 있었다고 한다.
 
2003년부터 불법영업을 하고 있던 이들 부부에 대해 도쿄도 보건소는 몇차례에 걸쳐 경고를 했다. 하지만 부부는 신고를 하지 않았고, 결국 이번에 철퇴를 맞았다.
 
오쿠보 일대의 민박집이 인기가 있는 이유는 교통의 요지인 신주쿠와 가깝고, 또 세계 최고의 환락가라는 평을 듣고 있는 가부키쵸와 근접(도보 10분이내)하고 있으면서도 숙박요금이 3, 4천엔에 불과하다는 데 있다. 
 
물론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숙박자체가 불법인지 모른다.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나 카페를 통해 알게된 정보를 취합해서 어떻게 하면 가장 싸고 분위기 좋은 곳에 숙박할 수 있을까에만 신경을 쓸 뿐이다. 
 
그래서 무허가 민박집 업주들은 이렇게 항변한다.
 
"수요가 있으니까 공급이 있는거야. 아니 우리 민박집에 오겠다는 데 어떻게 말려? 딴데 가라고 그럴 수도 없잖아. 말도 안 통하고. 같은 민족끼리 서로 돕고 살아야지." (u지역에서 무허가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s씨)
 
▲  경찰은 커다란 여행용 가방을 든 여행객들을 미행, 무허가 민박집을 색출해 내기도 한다.  © 박철현 / jpnews
 
민족끼리 돕고 살아야 한다고 불법 영업을?
 
6월과 7월, 신주쿠 경찰서가 오쿠보 일대에서 적발한 무허가 민박집은 총 10군데다. <마이니치 신문>의 표현대로 전례없는 단속열풍이다. 신문은 강경한 단속을 펴는 신주쿠 경찰서의 방침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투숙객들이 밤늦게까지 떠들고 고성방가를 하는 등 인근 주민들로부터 소란스럽다는 신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또한 체류기간이 지나버린(overstay) 불법체류자들이 무허가 민박집에 잠수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단속을 강화했다"(마이니치 신문, 8월 14일자)
 
그러나 앞서 언급한 김씨의 말은 다르다.
 
"그때(2006년)와 지금을 비교해보면 오히려 지금 손님들은 얌전한 축에 속한다. 불법체류자들은 아예 받질 않는 곳도 많다. 관광객이면 여권을 꼭 확인하고, 체류자일 경우 외국인등록증을 확인하니까"
 
그러면서 김씨는 이번 단속강화를 "결국 한국사람들 일본호텔이나 그런데서 돈 쓰라는 거지. 지네도 경기가 안좋으니까...(단속은) 맛좀 봐라 이거야"라고 말한다.
 
한국의 경우 최근 원약세로 인해 평소보다는 적은 사람들이 일본을 찾고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100만명은 훌쩍 뛰어넘는다. 그런데 이들이 돈을 아끼려고 민박집을 애용하게 되면 원래 성수기 특수를 누려야 할 일본호텔이 그만큼 손해를 보게 된다. 
 
또 호텔의 경우 숙박료도 숙박료지만, 투숙객들이 부대시설을 이용하는 등 관련산업의 시너지 이익도 생기게 되고, 정부는 이 수익에 따른 세금을 투명하게 징수할 수 있어 일석 삼조의 효과를 보게 된다.
 
하지만 이들이 무허가 민박집에 투숙할 경우 이 모든 것들이 불투명해질 가능성이 크다.
 
김씨는 "물론 불법은 나쁜 것"이라고 전제하면서도 "투자한 게 있으니까 본전찾을 때까지는 안 들키게 해야지, 뭐"라며 한숨을 내쉰다.
 
끝으로 "본전 찾으면 그만둘 생각이냐?"이냐고 물어봤다. 그러자 그는 "권리금만큼만 벌면 이제 또 딴거 해야지. 언제까지 민박따윌 할 순 없잖아. 식당차릴 생각이야"라고 짧게 내뱉었다.
 
하지만 권리금을 지불한 후임자는 또다시 그 권리금만큼 벌기위해 무허가 영업을 계속할 것이고,  여름이 되면 '민박 간판'을 숨길 것이다. 
 
언제까지 이런 악순환이 되풀이될까?
 
▲  얼마전까지만 하더라도 우편함에 "아무개 민박"이라고 적어놓았던 곳도 명패를 철거  © 박철현 / jp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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