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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 전 일본, 끔찍했던 그 사건

옴진리교가 일으킨 '도쿄 지하철 사린 사건'을 돌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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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구 기자
기사입력 2012/03/19 [21:31]

1995년 3월 20일 아침 출근시간, 지하철 역에 가짜 수염을 붙인 젊은 남자 다섯 명이 일본 지하철 마루노우치 선, 히비야 선, 지요다 선 전철에 각각 올라탄다. 그들이 탄 열차는 모두 일본의 주요 관공서가 밀집해있는 가스미가세키를 지난다.

열차에 올라탄 이들은 어떤 액체가 담긴 비닐봉지를 문 앞에 내려놓는다. 그리고 가지고 있던 우산 끝으로 비닐봉지를 찔러 구멍을 낸다. 그리고 유유히 전철에서 내린다.

비닐봉지에는 휘발성 강한 액체가 들어있다. 바깥에 노출된 이 액체는 기화돼 금세 객실 내로 퍼진다.

냄새도, 색깔도 없다. 그러나 이 기체는 승객의 몸에 닿는 순간부터, 그리고 승객의 호흡을 통해 체내로 흡수되는 순간부터 그 어떤 것보다 확실하게 존재감을 보여준다.

승객들은 갑자기 호흡곤란에 빠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격렬한 고통과 함께 온몸의 근육이 마비된다. 하나 둘 바닥에 쓰러지고, 신음한다. 그리고 죽어간다.



그렇게 13명이 목숨을 잃었다. 6,300여 명에 달하는 사건 피해자 중 17년이 지난 지금도 극심한 사고 후유증에 시달리는 이들이 부지기수다.

이 흉악한 무차별 테러사건이 바로 그 유명한 '도쿄 지하철 사린 사건'이다.

역사상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이 독가스 테러는 대도시에 사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첫 독가스 테러였다는 점에서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를 경악하게 만들었다.

사건이 발생한 지, 이달 20일로 정확히 17년이 됐다. 오랜시간이 지난만큼, 사람들의 추모행렬은 뜸해졌지만, 가스미가세키 역 사무실에서는 오전 8시부터 이 사건의 희생자를 기리는 추모제가 열려, 24명의 역무원이 이들의 넋을 기렸다.


◆ 옴진리교 교주, 아사하라 쇼코


일본뿐 아니라 전세계를 충격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도쿄 지하철 사린 사건'. 이 사건의 배후에는 사이비 종교단체 옴진리교가 있다. 이 단체의 교주는 아사하라 쇼코(麻原彰晃, 본명은 마쓰모토 지즈오 松本智津夫)로, 사린 사건을 주도했다.
 
아사하라 쇼코 교주는 자신의 교단을 창단하기 전인 1980년, 25세 나이에 신흥 종교 단체에 입회했다.

그는 이후 치료원이나 한약방을 운영하고 의약품을 판매했지만, 보험료 부정 청구나 무허가 의약품 제조·판매 등으로 체포된 이력도 있다. 당시 그의 동료가 말한 바에 따르면, 그가 평소 "가장 돈벌이가 좋은 비즈니스는 종교다"라는 말을 했었다고 한다.

요가와 선인 사상에 관심을 가진 그는 자신의 나이 31세에 히말라야로 깨달음을 얻기 위한 수행을 떠났다. 아사하라는 자신이 이 여행을 통해 '최종 해탈'에 이르렀다고 말하곤 했다.

1987년, 그는 32살의 나이로 '최고의 진리를 추구한다'는 뜻의 옴진리교를 창시했다. '세속화, 정형화된 종교를 타파하고 영혼을 구제한다'는 포교활동을 전개하며 서서히 신자를 늘려갔다.

옴진리교는 불교와 힌두교, 서양의 점성술과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 등을 뒤섞은 교리로 세력을 확장했다. 특히 성적, 실적만을 중시하던 일본의 교육제도와 기업 시스템에 염증을 느낀 20, 30대의 젊은이들이 이 종교에 빠져들었다.



◆ 왜 독가스 테러를 실행했는가


옴진리교가 독가스 테러를 실행에 옮긴 직접적인 이유는 좁혀오는 경찰의 수사망 때문이었다.

어느날, 옴진리교의 한 신자가 교단의 무리한 요구에 견디지 못하고 탈출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옴진리교 측이 몇천만 엔의 기부에 만족하지 못하고 토지와 건물까지 기부할 것을 강요했기 때문이다. 탈출 이후 옴진리교는 이 신자의 남동생을 납치, 감금하고 그녀의 행방을 추궁했다.

그러다 경찰에 의해 납치 행각이 발각될까 우려한 교주 아사하라는 납치 피해자의 살인을 명령한다. 이 때가 1995년 2월 28일, 도쿄에서 지하철 테러를 감행하기 약 한 달 전이었다.

교주의 명령에 따라 납치범들은 납치된 피해자의 목을 졸라 교살을 시도한다, 그러나 피해자는 이미 사망한 상태였던 것으로 이후 경찰 조사를 통해 밝혀졌다. 사망 원인은 과도한 마취제 투여였다. 납치, 감금되는 사이 피해자의 도주와 반항을 막기 위해 납치범들은 마취제를 투여했던 것이다.

경찰이 옴진리교에 대해 의문점을 가지고 수사에 착수한 것은 교단의 신자들이 잇달아 살해되거나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89년에는 신자들의 탈출을 돕고 옴진리교를 공개적으로 비난한 사카모토 쓰쓰미 변호사와 일가족 3명이 실종되는 사건도 발생했다. 경찰은 사카모토 변호사가 옴진리교의 종교 허가를 취소하는 소송을 준비 중이었다는 정보를 입수한다.

일본 수사 당국은 일련의 실종 사건과 살인 사건의 배경에 옴진리교가 있다고 판단했다. 교주 아사하라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한 경찰은 옴진리교 본부의 압수수색을 1995년 3월 22일로 예정하고 있었다.

위급한 상황임을 감지한 아사하라 교주는 경찰력을 분산시키고, 경찰 수사를 방해하기 위한 목적으로 생명체에 치명적인 신경가스인 사린을 도쿄의 지하철에 살포하라는 명령을 신도들에게 내린다.


◆ 월요일 출근 러쉬 시간인 8시를 노려


옴진리교의 목표는 일본 주요 관공서가 모여있는 나가타초(永田町)와 가스미가세키. 압수수색을 이틀 앞둔 상황에 일본 심장부의 혼란을 야기하여 위기를 넘긴다는 계획이었다. 실행은 3월 20일 8시. 월요일 출근 시간대를 노려 피해자 확대를 노리는 잔인함을 보여준다.

옴진리교 신자 5명은 국회와 주요 관공서를 통과하는 지하철 3개 노선 5개 차량에 비닐봉지에 담겨 있는 액체 사린을 운반했다. 많은 사람이 출근하는 때라 아무도 수상한 물체가 승강문  근처에 놓인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다.

사린 운반책들은 끝이 뾰족한 우산을 미리 준비했고, 지하철에서 내리기 전에 신문지에 싸인 사린 봉투에 수차례 구멍을 뚫었다. 사린이 살포된 히비야 선의 열차에서는 구멍이 뚫린 지 10분 만에 수십 명의 승객이 쓰러졌다.

계속되는 피해 보고에 지하철 운영회사는 사린이 살포된 3개 노선의 지하철 운행을 정지시켰다. 그러나 사람들의 옷 등에 묻은 사린으로 인해 피해는 다른 노선까지 확산됐다. 이에 사건이 발생하고 2시간여가 지난 시점에는 전 역과 전 노선의 지하철 운행이 중단됐다.


▲ 현재도 도주 중인 옴진리교 신자, 다카하시 가쓰야. 왼쪽이 사건 당시 얼굴이다. 가운데 사진은 45세, 오른쪽사진은 53세가 됐을 때의 예상되는 얼굴이다. JPNews


일본 구조 당국은 사건 발생 당시 사린에 의한 화학 공격인지 몰랐다고 한다. 당시 구조대와 소방대원들이 아무런 대비를 하지 않고 구조 활동을 펼쳤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피해자는 속출했다. 구조에 나선 구조대원들이나 역무원들도 쓰러졌다.

그러나 옴진리교는 목적을 이루지 못했다. 옴진리교에 대한 압수 수색이 예정대로 이틀 후에 진행된 것이다. 오히려 경찰은 옴진리교에 대한 수사를 대폭 강화했다. 이후 수사 과정에서 사린 제조와 관련된 증거들이 잇따라 발견됐고, 군용 헬기나 자동 소총 등도 발견됐다.

교단 관계자가 증언한 바에 따르면, 이들은 궁극적으로 테러를 통한 국가 전복을 꾀하려 했다고 한다. 자체적으로 만든 70톤의 사린을 국회와 수상관저 등이 있는 가스미가세키, 그리고 왕실에 공중 살포하려 했다는 것. 또한, 대량살인을 통해 혼란을 노리고 자동소총을 가진 신자들이 수도를 제압한다는 시나리오를 그렸다고 한다. 헬기, 자동소총, 사린 등 실제 계획에 필요한 요소들이 많이 갖춰진 상태였었다는 점에서 등골을 오싹하게 한다.
 
그러나 이들의 이 같은 황당한 계획도 아사하라 교주를 비롯해 옴진리교 간부들이 잇따라 체포되면서 무위로 돌아간다.

사린 사건 주모자인 아사하라는 사건 발생 약 2달 후 체포돼 사형을 선고받았다. 사린 살포와 관련된 주요 간부 등도 사형이나 무기징역 등의 중형을 선고받고 집행 대기 중이다.

얼마 전 옴진리교가 벌인 일련의 살인 사건과 관련된 것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사건 발생 20여 년이 지난 시점에서 자수했다. 아직 관련 용의자들 다수가 아직도 도주 중이고 지명 수배를 받고 있다. 한편, 옴진리교는 단체명을 '알레프'로 바꾸고 아직도 교세확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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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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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a 12/03/20 [21:04]
대단하네. 일본애들 카미카제식으로 충성하는거 보면 얘들이 인간인가 개미인가 생각이 들 때가 있다니깐
지나가다 12/06/05 [14:12]
기사 내용이 알려진 사실과 약간 다른듯 싶네요.
이번 NHK 스페셜에서 쇼코와 주요 지도부의 음성녹음 파일과 경찰 수사기록을 분석한 내용을 보면, 경찰의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해서라는 사건을 일으켰다는 것은 잘못 알려진 사실입니다.
그리고, 경찰도 사건이 발생하기 3개월 전부터 사린을 제조하고 있다는 정황을 포착했지만 경찰내부의 정치적인 문제로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는 내용도 나왔구요.
옴진리교 혐오 시민 16/08/30 [22:28]
경찰 수사망 벗어나려 했다는거 맞아요. 그리고 경찰내부의 정치적인 문제도 있지만, 결정적으로 경찰 자체가 옴진리교를 파악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것도 있어요. 결국 안전불감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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