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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회사에서 휴대폰 충전은 도둑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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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호 기자
기사입력 2012-03-16

얼마 전, 회사에서 휴대폰을 충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취지의 기사가 일본 매체를 통해 보도됐다. 한국에서는 너무도 당연시되는 부분이 일본에서는 문제가 되고 있었던 것.
 
최근 한국과 일본을 막론하고 많은 직장인이 스마트폰을 사용한다. 스마트폰의 유일한 단점은 배터리가 금세 줄어든다는 점. 이렇다보니 집 바깥에서 지내는 시간이 긴 직장인들은 회사나 카페 등 다양한 곳에서 충전을 시도하게 된다.
 
한국에서는 어느 곳에 가도 휴대폰을 충전할 수 있고, 이를 제지하지 않는다. 안 되는 곳이라면 돈을 받고 휴대폰을 충전해주는 편의점 정도일 것이다. 종종 카페에서 전기 콘센트를 막아놓는 경우도 있지만, 휴대폰 충전을 막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손님이 노트북을 사용하며 장시간 앉아있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직장 내에서도 마찬가지다. 휴대폰을 충전하는 데 아무런 문제도 없고, 제지하려는 이도 없다. 제지하면 오히려 "충전하는 데 돈이 얼마나 든다고 그러세요?"라고 핀잔을 듣기 쉽상이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는 달랐다.
 
 
◆ "회사에서 휴대폰 충전하는 건 전기도둑이나 마찬가지야"
 
 
일본 인터넷 언론 매체 J-Cast뉴스의 '말못할 회사 트러블' Q&A 기사란에 제시된 사례 하나를 살펴보자.
 
한 광고대리점 3년차 영업사원 A씨는 최근 상사에게 화가 나는 일이 있었다. 그가 스마트폰을 회사에서 충전한 것에 대해 상사가 크게 꾸짖은 것이다.

"너, 스마트폰 충전을 회사에서 하는 거야? 그런 건 집에서 하고와. 회사의 콘센트에 꽂아놓고 무단으로 충전하는 건, 전기도둑이랑 마찬가지야"
 
이 같은 말을 들은 A씨는 화가 났다. 물론 회사의 전기지만, 친한 고객에게 전화가 올 수도 있다. 그 때 스마트폰 전원이 나간다면 연락을 취할 수 없다.
 
더구나 스마트폰의 충전 정도면 전기요금이 그리 드는 것도 아니다. 그 정도 전기요금을 아끼느니, 다른 데에서 아끼는 것이 효율적이다. 특히 사무실 여자들의 책상 위에는 USB를 통해 전력을 취하는 형식의 전기제품이 적지 않다. 여름에 선풍기, 겨울에는 가습기나 미니 난로도 사용하고 있다. 어느쪽이 전기요금이 더 나갈까.

▲ 제이케스트 뉴스 - 말 못할 회사트러블     ©JPNews
 

A씨가 다른 부서 동기에게 하소연하자, "과장도 참 쫀쫀한 소리 한다야", "(휴대폰을) 일로도 사용하니까 괜찮은 거 아냐"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과장이 말하는 게 맞아"라는 사람도 있었다.
 
A씨는 이 같은 자신의 사례를 J-Cast 뉴스 Q&A란에 투고, 회사에서 휴대폰을 충전하는 것이 정말 옳지 않은 일인지를 물었다. 한국 사람의 일반적 상식이라면 당연히 허용돼야 할 문제. 그러나 답변은 상상을 초월했다.
 
답변자로 나선 사회보험노무사 노자키 다이스케 씨는 편의점 외벽의 콘센트를 통해 무단으로 휴대폰을 충전한 중학생 2명이 '피해액 1엔'으로 검찰에 서류송치된 사례를 들며 "아무리 사용되는 전기가 적더라도 절도는 절도"라며, 휴대폰 충전을 도전(盜電)으로 규정했다.
 
그는 "엄격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 같은 작은 일에 안이하게 대처하면 '이 정도면 어때'하는 생각이 직장에 만연하게 된다"며 회사에서의 스마트폰 충전은 옳지 못하다고 강조했다.
 
또 한사람의 답변자인 임상심리학자 오자키 겐이치 씨는 무조건적으로 안 된다는 식이 아닌, 회사와 직원간의 룰을 만들어 어느 정도 선까지는 허용하도록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 또한 회사의 전기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룰이라면 그 룰에 따라야한다고 봤다.
 

◆ 일본 네티즌 갑론을박 "지킬 건 지켜야" VS "휴대폰 충전도 못하나"
 
 
이 기사를 접한 일본 네티즌은 갑론을박을 펼쳤다. "엄밀히 말해서 과장 말이 맞다. 회사 전기를 왜 사유화해? 지킬 건 지켜야지"라는 의견도 있었던 반면, "과장이 너무 쫀쫀하다", "그러다 화장실 물 내리지 말라는 소리까지 나오겠다"는 등 회사 내에서의 휴대폰 충전을 꾸짖는 상사가 이해 안 된다는 댓글도 적지 않았다.
 
또한 "과장 말이 맞지만, 여성 사원에게는 아무 말 않는 건 형평성에 안 맞잖아", "과장 말이 맞는 말이지만, 저런 회사는 다니기 싫다"는 등의 의견도 있었다. 또 "실적이 나쁘니까 저런 소리를 듣지. 실적이 좋아봐라. 상사가 저런 소리 하나"라는 현실적인 댓글도 눈에 띄었다.

A씨의 동료 대다수가 A씨에게 과장이 지나치다고 말했고, 일본 네티즌도 상당수가 회사에서 휴대폰 충전을 하는 것이 왜 나쁘냐는 반응을 보였다. 실제로 일본의 많은 직장에서 사원의 휴대폰 충전이 암묵적으로 허용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자면 과장의 말이 맞고, 회사의 룰이나 분위기에 따라서는 회사에서의 휴대폰 충전을 조심해야 된다는 데에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 융통성 중시하는 한국, 원칙 중시하는 일본

 
필자의 주변에서도 저런 유사한 일이 종종 발생한다.
 
얼마 전, 제이피뉴스 소속 기자가 카메라를 들고 어느 지역 시청 안에서 열린 이벤트에 취재를 간 적이 있다. 그런데 촬영 도중 카메라 배터리가 떨어졌고, 급한 마음에 시청 건물 안에 설치된 콘센트에 충전기를 꽂아 충전시켰다. 그런데 그 모습을 본 시청 직원이 다가와서 이 카메라맨을 크게 나무랐다고 한다. 다른 카메라맨들도 이 같은 경험이 종종 있었다.
 
시청이나 회사에서의 휴대폰 충전이 문제시되고, 이 문제로 갑론을박이 펼쳐진다는 사실에서 한국과의 문화적 차이가 느껴진다. 이를 본 한국인의 입에서 나올 외마디 말이 있다.
 
"융통성 없다"
 
일본에 체류하는 한국인이 일본인을 평가할 때 흔히 쓰는 말이다. 1억 명이 넘는 일본인을 이 같이 단순하게 일반화할 수는 없다. 다만, 일본에 살다보면 "정말 융통성 없네"하는 말이 저절로 나올 때가 종종 있다. 한국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로 트러블이 발생하다보면 더욱 그렇다.
 
회식을 마친 후 300엔이 모자라 한 사람당 10엔 씩 걷었다는 류의 다소 황당한 일화는 지금도 종종 주위사람에게 전해들을 수 있다. 위에서 언급한 회사 내 휴대폰 충전의 사례도 융통성보다 원칙을 중요시하는 일본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것이다.
 
그러나 일본의 원칙 중심주의는 배울 점도 적지 않다. 철저한 저작권 의식이 대표적이다. 같이 일하는 일본인 카메라맨의 지나치리만치 꼼꼼한 저작권 의식은 혀를 내두르게 한다. "저 정도면 괜찮은데" 싶은 부분에서도 예외 없다. 이런 일본의 투철한 저작권 의식은 일본의 지적산업을 이끈 원동력이었다.
 
한국은 반대로 융통성을 너무 중시해서 탈이 생긴다. 그러다보니 원칙을 금방 바꾸고, 공과 사를 구분 못하는 경우도 일상다반사다. 그러나 이 같은 융통성은 한국의 빠른 발전과 다이내믹함을 끌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같이 일본과 한국은 융통성의 측면에서 양 극단을 달리고 있는 것이다. 규정으로 정해진 일을 어떻게든 되게 해달라고 부탁하는 한국인도 피곤하지만, 굳이 메뉴얼에 나온 그대로만 하려고 하는 일본인도 피곤할 때가 있다.

일본에서 20년 이상 체류한 필자의 지인이 항상 18번으로 하는 말은 "일본사람이랑 한국사람을 섞어서 반으로 나누면 딱 좋을텐데"였다. 그렇게 한다면, 이상적인 국민성이 나올 것이라는 것.

이 말이 심히 공감이 가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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