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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경찰에게 살인사건 취조를 받다

[생활기] 일본에서 겪은 아찔한 경험 - 살인사건 연루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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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소라 기자
기사입력 2012/03/05 [15:51]

전편: 일본인도 싫어하는 일본 경찰의 반말
 
 
2005년 3월 1일, 신주쿠 가부키쵸에 있는 한 이자카야(일본식 선술집)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났다. 

피해자는 이자카야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18세 소년. 그는 주방의 식칼로 70여 군데를 찔린 채 숨져 있었다. 
 
'누가, 어째서 70번을 넘게 찌른 것인가'
 
그 극악한 살인 방법에 당시 TV를 비롯한 모든 매스컴이 이 사건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당시 필자는 일본에 온 지 5개월이 조금 지난 상태로, 일본어학교에 다니며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날밤, 집으로 돌아오니 룸메이트 언니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말했다.
 
"경찰이 너 찾는다며 왔었어. 신주쿠 가부키쵸 살인사건 때문이라는데..."
 
그렇다. 살인사건이 난 이자카야가 바로 필자가 아르바이트를 했던 곳. 
  


▲ 신주쿠 가부키쵸     ©JPNews/사진: 신소라


그때까지 뭐가 뭔지 전혀 알지 못했으나, 그날 밤 뉴스를 보고서야 사건의 전말을 알았다. 

전말은 이렇다.
 
사건 발생 시각은 2005년 3월 1일 오전 6시경. 범행 현장에는 아르바이트생인 도노 다카히로(18)가 주방 출입구 부근에서 칼에 찔린 채 숨져있었고, 현장에선 현금 15만 엔이 사라졌다.  

경찰청 조사에 따르면, 도노가 살해당한 시각은 1일 오전 6시 이후로 판명. 

그는 1일 오전 0시까지 가게에서 일한 후, 친구들과 함께 JR 키치죠지 역 근처 스튜디오에서 5시까지 밴드 연습. 그 후 어떤 이유에서인지 가게로 다시 되돌아온 것으로 보인다. 그가 사건 당일 오전 6시 JR신주쿠에서 하차한 것이 확인됐다.

오전 8시경, 배달업자가 가게를 방문했을 때 가게 문이 열려 있었고, 그는 이미 숨져있는 상태였다. 카운터에는 식칼 2개가 놓여 있었다. 2개 모두 가게에서 사용하고 있는 것이었다. 

단순 강도, 도난으로 보기에는 어쩐지 수상한 점이 많았다.

이 가게에서는 한 해 전 12월에도 현금이 없어진 사건이 있었다. 당시는 폐점 직후 유리창이 깨져있었고 카운터에 있던 현금 30만엔을 도난 당했다. 도난 사건 당시 현장에 사람이 없었기에 인명 피해는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 현금이 없어진 장소는 카운터가 아닌, 별도 장소의 봉투에 넣어 보관하고 있던 3일분의 매상의 일부였다.
 
카운터에 손을 대지 않고, 별도 장소의 현금을 가져간데다 범인이 무기를 소지하지 않고 가게에 들어왔다는 점으로 미루어 가게의 사정을 잘 아는 이가 그랬으리라는 추측이 나돌고 있었다. 
 
피해자는 왜 가게로 돌아왔을까. 범인은 왜 그를 70여 번 이상이나 찔렀을까. 원한에 의한 살인 가능성도 높아 보였다.

룸메이트 언니는 경찰들이 ‘(필자가) 이곳에 사는 것이 맞는지’를 확인하고, "다시 오겠다"는 이야기만 하고 돌아갔다고 했다.
 
덕분에 그날밤, 잠을 이루지 못했다. 
 
아무 일도 하지 않았지만, '혹시 누명을 쓰거나 하지는 않을까'하는 말도 안 되는 공포와 두려움이 엄습했다.

당시 아르바이트생을 포함한 모든 스탭들 가운데 필자만 외국인이었던 것도, 어눌한 일본어 때문에 다른 점원들과 사이좋게 지내지 못했던 것도, 살인사건이 있기 직전 아르바이트를 그만 둔 것도 괜한 오해를 사지는 않을까 두려워졌다.  
 
사실 아르바이트는 이미 그만 둔 상태였다. 

처음엔 그저 '일본인 가게에서 설거지를 하며, 귀동냥으로 일본어나 배워야지'하는 요량으로 일본인 가게를 찾아 갔다. 당연히 주방 설거지를 맡게될 줄 알았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홀서빙을 맡게 됐다. 일본어라고는 아주 기본적인 것밖에 몰랐던 시절이었으니, 당연히 접객은 무리였다. 그 사실을 너무 잘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도전해보고 싶었다. 

미친 듯이 메뉴를 외우고, 접객할 때 필요한 문장도 달달 외워 일을 했다. 그런데도 실수가 이어졌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실수해 혼이 나면 오히려 속이라도 시원할 텐데, 아무도 직접적으로 야단치지 않았다. 미안하고 답답했다. 그러다 나 때문에 다른 친구들이 같은 일을 두세 번 하는 수고를 겪는 모습을 보고는, 결국 자진해서 그만뒀다. 그런데 하필 그만둔 시기가 살인 사건이 나기 직전이었다. 
 
혹여 아르바이트생들과 사이가 좋지 않아 홧김에 사건을 저지를 계획을 세우고 아르바이트를 그만두었다고 생각하진 않을까.
 
딱히 아르바이트생들과 사이가 좋지도 않았지만, 나쁘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내가 성실하고 착한 사람이란 걸 증명해 줄 사람은 없나'

당시 일본에 지인이라고는 어학원 사람들과 룸메이트 언니 정도가 다였다. 일본에 오며 알게 된 이들이라 알게 된 지 채 반년도 되지 않는 사람들이었다. 
 
그렇게 있는 상상 없는 상상을 하다가 어슴푸레 날이 밝을 무렵에야 겨우 잠에 들었다.
 


 
▶ 드디어 올 것이 오다. "잠시 저희와 함께 가시죠"


다음날 경찰이 찾아온 곳은 집이 아닌 어학교였다. 
 
제복 차림은 아니었지만, 덩치 큰 남자 두 명이 필자의 교실을 찾았을 때 필자는 직감적으로 '형사가 나를 찾아왔구나' 알아차렸다. "잠시 나가 보라"는 선생님의 말에 필자는 덤덤히 자리에서 일어나 그들을 따라나섰다.
 
같이 수업을 듣던 친구들은 무슨 일인가 웅성거리며 술렁이기 시작했다. 

일본에 온 지 3개월이 갓 넘어 일본어가 아직 초급이었던 시절, 필자가 신오쿠보의 한국 가게가 아닌, 일본인들만 있는 일본 이자카야에서 아르바이트를 하자, 같은 반 친구들은 내심 부러운 기색을 보였다. 더구나 함께 일하던 아르바이트생들은 하나 같이 키도 크고 꽃미남이었다.
 
실제, 당시 필자가 일하던 이자카야에 놀러 왔던 같은 반 친구들이 "우와, 쟤네 가게 진짜 분위기 괜찮더라. 알바생들 스타일도 장난 아니야"라고 말해 우쭐했던 기억도 있다. 

그런데 인생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고 그들이 그렇게 부러워하던 아르바이트 장소에서 그런 일이 벌어진 것이다. 

형사를 따라가는 몇 분 동안의 시간은 그야말로 '공포' 그 자체였다. 그들은 자신들의 정체(?)를 밝힌 후, "잠시 저희와 함께 가시죠"라며 한 마디하고는 한 걸음 앞서 걷기 시작했다.
 
그 사이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말들 때문에 공포심은 극에 달했다. 

“사람을 여러 번 찔러 죽인다는 건, 찌른 상대가 혹시라도 살아났을 때 자신을 알아보면 곤란하기에 그렇다는 거야. 예를 들면, 원래부터 알고 지내던 이라면 금방 알아보겠지. 그러니까 아는 사람이 그랬을 가능성이 크다는 거야.”

당시 그 말을 누군가에게 들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일리가 있는 말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피살자)가 아는 사람 속에 나도 포함된 것인가'라는 데에 생각이 미치자 소름이 돋았다.
 
내가 아는 소년이 살해 당했다. 그리고 나는 용의선상의 인물 중 한 명으로 취조를 받으러 간다. 부모 형제도, 가까운 친구들도, 오래 일을 함께 한 동료도 이곳엔 없다. 그리고 묻는 말에 또박또박 조리 있게 대답할 수 있는 일본어 실력도 갖추지 못했다. 적어도 나보다 일본어를 잘하는 누군가 한 사람이라도 동행했으면...
 
그러나 이미 눈 앞에는 경찰서가 보이기 시작했다.  
 
신주쿠경찰서 오쿠보코방(新宿警察署大久保交番). 신오쿠보 역에서 걸어서 5분 남짓한 거리에 위치한 어학교를 가는 길에 무수히 오갔던 그 앞을 이런 식으로 갈 줄이야.
 
그런데 앞서 걷던 형사들이 코 앞에 경찰서를 두고, 다른 곳을 향하고 있었다.
 
‘더 큰 경찰서로 가는 것인가’

당시 필자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경찰서의 맞은 편에 있던 패밀리 레스토랑인 '가스토(ガスト)'를 향하는 것이 아닌가. 

‘어라? 지금 뭐하는 시츄에이션이야?’


▲ 신주쿠 가부키쵸     ©JPNews/사진: 신소라

 
 
▶ 日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살인사건 취조를 받다.

 
“프림, 설탕은 안 넣으세요?”

덩치 큰 형사 둘이 친절하게 커피를 가져다 주며 물었다.
 
"괜찮습니다"라고 하자, 필자의 자리에 커피를 놓으며 자리에 앉는 그들. 그제서야 그들의 얼굴을 제대로 보았다. 한 명은 30대 초반, 또 한 명은 30대 중후반으로 보였다.
 
그들은 "커피를 들라"며 미소까지 보인다.
 
"일본어는 괜찮으세요?"
"아, 아직 기본적인 것밖에 (할 수 없습니다.)"
"그 정도면 괜찮습니다"
 
또다시 미소를 짓는 그들. 언뜻 무슨 상황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지금 살인사건 때문에 온 거 맞지?'

"일본 온 지는 얼마나 됐어요?", "일본 생활은 어때요?", "(남자들한테) 인기 많을 것 같은데" 등등 그들은 마치 미팅에라도 나온 듯 가벼운 일상이나 신변잡기 등을 소재로 대화를 이끌었다.
 
그렇게 한참이 지나서야 본론을 꺼내는 그들이었다.
 
"많이 긴장한 것 같은데, 괜찮으세요?"
"네."
"실은 용의자가 누구인지 수사가 어느 정도 윤곽이 잡혀진 상황이니 크게 염려하시지 않아도 됩니다. 그저 참고 삼아 몇 가지를 여쭈어 보려고 합니다"
"네."
"000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것은 언제입니까?"
 
그렇게 본격적으로 아르바이트하던 가게와 점원들, 아르바이트생들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그리고 그들은 그제서야 가방 안에서 취조 수첩으로 보이는 수첩과 커다란 파일 하나를 꺼내 들었다.
 
파일 속에는 당시 함께 아르바이트를 하던 친구들의 얼굴이 크게 확대된 사진이 꽂혀 있었다. 사진관에서 현상한 것이 아니라, 컬러 프린트기로 뽑은 듯 선명하지 않은 색상 때문에 멀쩡한 사람도 범인스럽게(?) 보였다.  
 
그들은 그 파일을 한 장 한 장 넘기며, "이 친구는 어땠습니까?", "친했나요?", "친절했나요, 무뚝뚝했나요?", "이 친구와 이 친구는 사이가 좋았나요?" 등의 질문을 반복했다.
 
파일 속에는 고인이 된 피해자의 사진도 있었다. 순간 가슴이 먹먹해졌다.
 
'아. 이 아이였구나.'
 
뉴스에서는 모자이크 처리돼 이름만 듣고는 누군지 대번에 얼굴이 떠오르지 않았다. 비슷한 질문이 이어졌다.
 
"피해자와 이 친구는 사이가 좋았나요?", "피해자와 사이가 나빠보이는 친구는 없었나요?"
 
반복되는 질문은 지루하기까지 했다. 파일을 넘기고 또 넘겨도 어느 순간부터는 죽은 아이의 사진으로만 보였다.  
 
한 시간 정도가 흘렀을까. 그들이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저는 보시다시피 아주 기본적인 일본어만 가능한데다 일하는 것만으로 빠듯해 다른 친구들과 많이 친해지지 못했습니다. 함께 일하던 친구들은 모두 친절하게 대해 주었습니다. 특별히 사이가 나빠보이는 친구들도 없었습니다." 
 
나의 대답은 수사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것들뿐이었다.
 
한 형사는 가져온 파일을 주섬주섬 챙겨 넣었다. 나머지 한 사람은 "필자의 사진을 참고 삼아 한 장 찍어도 되겠느냐"며 사진을 찍었다.
 
그렇게 사진을 찍고 돌아가면 되는가 지레짐작하며 한 시름 놓고 있는데, 또다시 "참고삼아 검사할 것이 있다"며 경찰서에 동행할 것을 청했다.
 
그리고 패밀리 레스토랑을 들어오기 직전 비껴왔던 바로 그 경찰서, 신주쿠경찰서 오쿠보 코방(파출소)으로 향했다. 당시 필자는 그곳에서 열 손가락의 지문 검사와 타액 검사를 했다.
 
'이곳이 이리 복잡한 구조였나' 싶을 정도로 여러 개의 방으로 되어있던 경찰서에 들어오니 또다시 긴장됐다. 그러한 필자의 상태를 파악한 듯 두 명의 형사는 "어디까지나 참고 삼아 하는 것이다", "용의자는 누군지 이미 다 나왔다"라며 번갈아가며 이 어눌한 외국인 처자를 안심시켰다.
 
그렇게 어학교로 돌아온 며칠 뒤, 그들은 한 번 더 찾아왔다. 약속이나 한 듯 지난 번 함께 갔던 패밀리 레스토랑 '가스토'로 향했다. 질문의 내용도 비슷했다. 그런데 그들이 내민 파일 속에 지난 번엔 없었던 필자의 사진이 꽂혀 있었다.
 
순간 등줄기에서 땀이 솟았다. 지난 번에 "참고 삼아 찍겠다"던 사진을 출력해 꽂아넣은 것이다. 역시 뿌연 색상 덕분에 범인스럽게(?) 보였다.
 
이 사진을 보이며 다른 이들에게 나에 대해 물었겠구나. "이 사람은 어땠습니까?"라고. 사람들은 뭐라고 대답을 했을까.
 

▲ 신주쿠 가부키쵸 길가에 나와 호객행위를 하는 아르바이트생들     ©JPNews/사진: 신소라

 
▶용의자, 체포되다.
 

한동안 그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궁금해질 즈음, 사건의 용의자가 체포되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사건이 일어난 지 12일 만인 2005년 3월 12일이었다. 용의자는 같은 해 1월까지 같은 이자카야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점원 후루야 마나부(24)였다.
 
그는 "돈 때문에 곤경에 처해 있었다. 도노 군에게는 나쁜 짓을 했다"고 혐의를 인정했다.

당시 돈이 급했던 후루야는 문득 아르바이트를 그만두면서 가게의 열쇠를 반납하지 않은 것을 생각해내고 범행을 도모했다고 한다. 그러나 돈을 훔쳐 가게를 나오려는 순간, 뜻밖에 아르바이트생을 만나게 됐고, 자신의 도난 행각이 발각될 것이 두려워 살인까지 저지르게 된다.
 
'70여 군데나 찔렀으니 피해자와 큰 원한 관계가 있을 것이다'라는 일반적인 추측과 달리, 피해자인 도노 군은 그저 범인과 '마주쳤다'는 이유로 끔찍한 죽음을 당했던 것이다.  
 
그 해 10월, 후루야는 강도 살인 혐의에 대해 무기징역 판결을 받았다.
 
후루야 마나부(24). 그가 1월까지 일을 했다면 필자와도 잠시나마 같이 일을 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점원들의 이름을 전부 외우지 못한 탓에 이름을 들어도 그가 누구인지 얼굴이 떠오르지 않았다.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한편, 살인 사건이 일어난 이자카야는 얼마 지나지 않아 폐업했다. 그러나 현재 다시 같은 간판을 달고 영업하고 있다. 당시 사건을 기억하는 몇몇 일본 누리꾼은 "아무렇지 않게 계속 영업을 하고 있다. 신주쿠라는 곳의 무서움을 다시 한번 느낀다"고 말했다.    
 
필자도 감쪽같이 폐업한 줄만 알고 있었다. 그런데 우연히 인터넷 검색을 하다 다시 영업을 하고 있는 것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내부 구조도, 메뉴도 당시와 똑같았다.
 
사진 속 가게 모습을 보고는 7년 전 기억이 되살아났다.
 
신주쿠 가부키초 한복판에서 코끝이 빨개지도록 "이자카야, 이까가데스까?(이자카야, 어떠세요?)"를 외치던 7년 전 나의 모습도, 그렇게 손님을 모시고 가게에 돌아가면 손님에게 자리를 안내하며 빙긋이 웃어주던 소년의 모습도...
 
"서빙은 괜찮은데, 밖에 나가는 건 정말 싫다"고 엄살을 부리면, "그래도 한 건 했네"라고 웃으며 어깨를 툭 치던 소년이... 죽었다.

사실 이 기사를 쓰기 전까지 필자가 일본에서 살인사건과 연루해 조사를 받았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살았다. 어쩜 그런 일을 잊고 살 수가 있었을까 소름이 돋을 만큼 정말 완전히 잊고 지냈다.
 
그런데 필자는 어떻게 그런 사건을 까맣게 잊고 지낼 수가 있었을까. 
 
물론 필자가 잠재의식 속에 '잊어버리자', '잊어버리자'라고 자기최면을 걸었을 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당시 기자가 만났던 형사들의 배려 때문은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만약 그때 호된 절차(?)를 치루었다면, 필자는 그 사건을 잊을래야 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부모 형제도 없는 이국땅에서 살인사건과 연루돼 조사를 받는 외국인을 배려해 경찰서에 가기 앞서 패밀리 레스토랑에 간 것도 그렇고, "너를 의심하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참고일 뿐이다"라며 연신 안심을 시켜준 것 또한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런데 이같은 사건을 다시 떠올린 것은 순전히 '일본 경찰의 반말'에 대한 기사를 준비하면서부터다.
 
'일본 경찰은 왜 시민에게 반말을 쓰는가'에 대한 기사를 준비하다 문득 필자의 기억 저편에 이같이 젠틀한 형사들이 있었음을 떠올리게 된 것이다. 물론, 그들은 '경어'를 쓰고 있었다.
 
그렇다면 결론은 무엇인가. 

"케이스 바이 케이스?"

필자가 만났던 형사들은 "당신을 의심하고 있지 않다"는 인상을 반복적으로 심어주었던 데 반해, 이전 기사에서 소개한 경찰들은 "당신은 수상하다"라는 전제 하에 시민들에게 불심검문하고 있었던 게 큰 차이일 것이다.
 
적어도 '수상하다'고 의심했는데 '수상하지 않은 사람'이었다면, 겉모습만 보고 의심한 것에 대해 미안한 마음이라도 가져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보다 "범죄 예방, 범죄 해결을 위해 검문 중이니 협조해 주십시오"라고 정중히 양해를 구하는 것이 '베스트'겠지만 말이다.  

이전 기사 보기: 일본인도 싫어하는 日경찰의 반말
 
 
▲ 신주쿠 동쪽 출구 앞 풍경     ©JPNews/사진: 신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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