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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국민 걸그룹 눈치 보는 日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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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하(프리라이터)
기사입력 2012-02-21

지난 한 주 동안 일본을 떠들썩하게 만든 사건이 하나 있었다.
 
일본 최고 인기 아이돌 그룹 AKB48의 주력 멤버이자 사실상의 그룹 리더인 타카하시 미나미의 어머니가 15살의 소년과 성관계를 맺은 혐의로 체포된 사건이다.
 
제이피뉴스 기사 참조: '충격' 日국민 걸그룹 멤버母, 15세 소년과 성관계로 체포
 
하지만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것은 이 사건보다도 이 사건이 주류 언론에 보도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일명 "타카하시 미나미 엄마 보도 스루 문제"다.

이 사건은 일본의 시사 주간지인 '슈칸분슌'에 매우 자세히 실명으로 보도되었고, 인터넷을 통해서 널리 퍼져서 이미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건이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이 사건은 대다수 메이저 언론사가 보도하지 않거나 작은 기사로 보도하더라도 'AKB48의 인기 멤버(20세)'라는 식으로만 보도했다.
 
일부 실명으로 보도되었던 인터넷 기사도 몇 시간 만에 이름 부분을 삭제해서 다시 올렸다. 결국 이름이 제대로 공개된 곳은 교도통신뿐이었다. 지지통신은 정보를 입수하고도 보도하지 않다가 슈칸분슌이 발매된 날 오후 4시에나 기사를 올렸다. 물론 타카하시 미나미의 이름은 없었다.

▲ 타카하시 미나미 JPNews/사진:야마모토 히로키

 

TV도 이 사건을 전혀 다루지 않았다. 와이드쇼에서 마구잡이로 보도할만한 사건이었음에도 한마디 언급조차 없이 일주일이 지나버렸다. 지금까지의 다른 연예인 사건과는 너무나도 비교되는 대응이다. 이후 이런 보도 자숙에 대해 스포츠 호치의 기자들이 문제를 제기하는 내부 블로그 내용이 유출되면서 더욱 큰 문제가 되었다.

문제를 키운 가장 큰 원인은 AKB48의 운영사인 AKS측이 '슈칸분슌'의 기사에 대한 공식 입장을 너무 늦게 표명했다는 것에 있다. AKS 측은 기사가 나가고도 침묵이었고, 이렇다 할 대응을 하지 않다가 며칠 지난 후에야 타카하시 미나미가 소속된 기획사 측에서 블로그를 통해 사건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는 글을 올렸다.

필자가 친분이 있는 일본 기자들을 통해 확인한 바로는 이 사건의 보도에 대한 AKS나 덴츠로부터의 특별한 압력은 없었다고 한다. 보도의 자숙을 요구하는 공문도 돌지 않았다. 다시 말해서 미디어들이 AKB48라는 권력에 알아서 기어버린 꼴이다.

현재 일본 미디어는 AKB48 없이는 지면을 꾸릴 수 없을 만큼, AKB48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K-POP 없이는 지면을 꾸릴 수 없는 각종 연예 잡지들이 K-POP에 대한 네거티브 정보를 철저하게 무시하는 것과 같은 이유다. AKB48을 뒤에서 밀고 있는 곳이 광고대리점 덴츠이고, 니혼테레비, NTT 등 너무 큰 기업들이 붙어 있기 때문에 AKB48에 대한 흠집 내기는 자칫 미디어의 생존을 위협할 수도 있다고들 판단하고 있는 듯하다. 마치 도요타 사건이 커질 대로 커진 뒤에야 언론에 보도되기 시작했듯이 말이다.

이번 사건의 경우 타카하시 미나미 본인이 잘못한 것도 아니고 그녀의 어머니가 피해자일 가능성도 있는, 아직은 명확한 결론이 나지 않은 사건이기 때문에 미디어의 입장에서는 다루기가 껄끄러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나중에 생길지도 모를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서 데스크도 기자들도 슬금슬금 피해 가는 모습은 그다지 좋은 인상을 주지는 않는다. 이미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SNS를 통해서도 이 사건은 퍼질 대로 퍼져서 모르는 사람이 없지 않은가?

한 연예 전문 미디어의 일본인 기자는 필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데스크는 네가 쓰고 싶다면 써도 좋다고 이야기하는데, 그것은 나는 책임을 질 수 없으니 기사를 올려서 생기는 책임은 너 스스로가 져야 한다는 의미다. 왜 이런 것도 마음대로 이야기를 못하게 하는지 모르겠다. 본인이 잘못한 것도 아니니까, 가십 이외의 그 무엇도 되지 못하지 않나? AKB48을 비판하자는 의도가 아닌데도 그렇게 받아들이고 있으니, 우리도 보도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

비슷한 사례로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 최근 일본 내에서 연일 보도되고 있는 인기 여성 개그 콤비 ‘오세로’의 멤버 '나카지마 토모코' 사건이다.
 
제이피뉴스 기사 참조: 日미녀 개그맨의 추락, 불어난 몸집에 집세 체납 소송까지 
 
나카지마 토모코는 여성 개그맨으로서 톱이라 할 수 있는 인물인데, 사귀던 유명 영화배우와 헤어진 뒤 점쟁이에게 의존하게 되면서 갑자기 살이 찌고, 방송 펑크가 잦아지면서 작년 봄에 연예계를 일시적으로 은퇴하게 되었다. 현재는 점쟁이와 동거 중이고, 그 가족들까지 맨션을 빌려서 살게 해주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수입이 전혀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월세와 공과금 등이 300만엔 이상 밀려서 집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이런 상황이 되자 각종 미디어가 이 사건을 크게 이슈화시키고 있다.
 
▲ 나카지마 토모코의 바뀐 모습을 소개한 일본 매체 도쿄스포츠 © JPNews

  
그런데 나카지마 토모코가 점쟁이에 의해서 마인드 컨트롤 되고 있다는 문제는 이미 2010년경부터 인터넷 게시판과 연예 주간지에서는 이슈로 다루어지고 있었고, 지금 방송에서 보도하는 내용 대부분이 이미 인터넷을 통해서 다 퍼질 대로 퍼진 내용이다. 그런데도 전혀 보도하지 않다가 나카지마 토모코가 휴업하고 사실상 소속사인 쇼치쿠 예능으로부터 계약 해지 상태에 놓이자 문제 없이 보도하고 있다는 인상을 강하게 주고 있다.

일본은 보도 통제가 매우 심한 편인데, 딱히 힘에 의해서 정보가 통제되지 않더라도 언론사와 광고주와의 관계 때문에 미디어 측이 알아서 보도를 자제하는 경우가 많다. 2010년의 도요타 사건이 가장 큰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우에스기 타카시 씨를 중심으로 프리 저널리스트들이 모여 '자유보도협회'라는 단체를 구성, SNS를 중심으로 언론이 알아서 보도를 자제하는 각종 정보를 배포하고 있다. 우에스기 타카시는 이집트의 민주화에 대해 자신의 트위터에서 "소셜 미디어의 혁명"이라 평가하며 자신도 트위터와 블로그를 적극 이용하고 있다.
 
주류 미디어에서는 애써 부정하고 있지만 이미 자유보도협회의 영향력은 매우 크다. 단순히 지면을 통해서 필터링 된 정보만을 제공하는 기존 미디어에 비해 우에스기 타카시는 자신의 의도에 맞춘 편향된 정보라고는 할지라도 근거가 될만한 자료들을 전부 링크해 오픈하기 때문이다.

이번 타카하시 미나미 어머니 사건은 의도하지 않던 방향으로 일본 언론의 치부를 드러내는 사건이 되고 말았다. 수준 낮은 가십 보도도 때로는 필요한 것이다.


글 | 김상하(프리 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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