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검색

한국서 아이 아프면 병원비부터 걱정

[육아일기] 완전간호제와 무상의료 절감하다.

가 -가 +

신경호(동화작가)
기사입력 2012/02/16 [06:12]

※ 본 기사에서 설명한 병원비나 건강보험료, 사적보험료 등은 개인적 상황임을 알려 드립니다.[기자 주]
 
우리 가족은 지난해 일본 대지진이 난 후 잠시 일본을 떠나 우리나라로 일시 귀국했었다. 그리고 얼마 전 몇 개월 만에 다시 일본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일본으로 돌아온 후 첫 밤을 보내고 난 아침에 만 5살된 딸이 눈을 뜨면서 하는 말이 "머리아파"였다. 가슴이 뜨끔했다. 바로 2주 전에 한국에서 병원에 입원하기 전에도 딸 아이는 머리가 아프다고 했었기 때문이다.
 
그때가 떠오르자 나와 아내는 "바로 병원으로 가야 하나?", "조금 경과를 두고 봐야 하나?"를 두고 잠시 머뭇거렸다. 다행히 딸 아이는 잠시 후 머리가 안 아프다며 우리를 안심시켰다. 아이를 키우자면 정말 이런저런 어려운 일이 있겠지만, 아이들이 아픈 것 만큼 엄마 아빠를 애태우는 일은 없을 것이다. 우리도 마찬가지. 가장 어려운 것이 아이들이 아플 때면 정말 내가 대신 아프고 싶은 마음이다.
 
우리 못된 딸은 엄마 아빠의 그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태어날 때부터 자주 아팠다. 태어날 때 체중이 2.1kg으로 작게 태어난 탓이었을까? 유독 몸이 약한 딸아이는 발육도 조금 늦고 늘 이런저런 병치레를 했다. 그런 과정에서 며칠씩 병원에 입원했음은 물론이다. 일본에서 서너 번 그리고 작년 4월 이후 한국에 머무르면서 두 차례 입원을 했는데 그럴 때마다 부모의 마음은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가장 먼저 아이가 걱정되지만 아이의 상태 말고도 걱정되는 것이 또 있다.
 
 
◆ 완전간호제가 필요하다
 
작년 딸아이가 한국에서 처음 입원을 했을 때 나는 일본에 있었다. 현재 대학원에서 공부하고 있기 때문에 가족과 조금 떨어져 살았는데 그때 우리 딸 비가 입원했다.
 
딸아이는 감기에 걸리면 곧잘 장염으로 번지곤 한다. 그때도 장염으로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줄곧 토하기만 해서 탈수증 위험 때문에 입원해야 했다. 아내는 아이가 입원하자 간호 문제로 골머리를 앓아야 했다.
 
당시 아들 녀석이 돌을 넘긴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행히 낮에는 어린이집에 보낼 수 있었지만, 밤이 문제였다. 할 수 없이 나의 조카에게 부탁했다. 그래서 회사원인 조카가 퇴근하고 병원에서 딸아이를 돌본 뒤 아침이 되면 출근해야 했다.
 
일본에서 아이가 입원했을 때는 이런 문제가 없었다. 일본은 '완전간호제'이기 때문에 입원 환자의 간호 문제는 전적으로 병원 측에서 책임진다. 딸아이가 일본에서 몇 차례 입원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엄마, 아빠가 특별히 간호상 할 일은 없었다.
 
오히려 일본도쿄도립병원인 히로오병원에 아이가 입원했을 때는 저녁 9시부터 아침 7시까지 보호자가 모두 병실을 떠나야 했기 때문에 아이를 혼자 병실에 두고 나와야 하는 아내가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그런데 한국에서 입원하면 기본적 간호는 간호사가 담당하지만, 용변이나 기타 간호는 온전히 가족의 몫이 된다.
 
가족이 간호를 담당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럴 형편이 안되거나 간병인을 둘 수 없는 처지인 사람들은 여간 힘들지 않겠다는 생각을 아이의 입원을 통해 몸소 느꼈다.
 
만약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완전 간호제로 바뀐다면 어떨까? 물론 현재 제도로서는 불가능하다. 현재도 한국의 병원노동자들은 매우 열악한 상태에서 엄청난 노동을 강요당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만약 간병에 필요한 재원을 건강보험에서 지금보다 더 부담한다든가 간호사 외의 간병인 같은 제도를 건강보험에서 담당한다면 현재 개인이 부담하는 비용이나 노력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이를 위해선 건강보험료의 인상은 불가피하겠지만, 현재도 개인이 부담하고 있는 간병비나 개인적 시간과 비교한다면 그 정도 보험료 인상은 국민이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 아이는 아픈데 엄마는 병원비부터 걱정

장염으로 입원한 딸이 퇴원하자 아내는 제일 먼저 보험부터 가입했다. 병원비가 너무 많이 든다는 것이 이유였다.
 
물론 당시 딸아이의 병원비는 그리 많은 편은 아니었다. 장염으로 인한 몇 가지 검사와 탈수증을 막기 위한 수액 투여 정도였고, 우리 두 아이는 차상위 의료 서비스를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아내는 이런저런 보험을 알아보고는 아이들이 입원하거나 부상당하면 얼마간에 보상을 받는 보험에 가입했다. 대략 한 아이 당 월 보험료가 3만 원인 상품이었다. 요즘 많이 유행하는 의료실비보장보험(실비보험)에는 가입하지 않았다. 얼마 뒤면 다시 일본으로 가야하는데 굳이 실비보험에 가입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내가 우겼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본으로 떠나기로 한 날을 며칠 앞두고 아이가 머리가 아프다고 했고 이어 열이 오르고 줄곧 토하는 증상을 보였다. 의사는 입원을 권했고 설을 며칠 앞두고 딸아이는 입원해야 했다. 아이가 입원하자 나도 아내도 병원비가 걱정됐다.
 
전에 장염으로 입원했을 때는 규모는 있지만 병원급 의료기관이었는데 반해 이번에는 대학부속병원의 3차 요양기관이었고 MRI 등 보험급여가 되지 않는 검사도 했기 때문이다. 부랴부랴 귀국한 나는 왜 전에 의료실비보장보험 가입을 막았냐?는 아내의 핀잔을 들어야 했다.
 
다행히 아이는 6일 만에 퇴원을 했다. 6일간 치료비가 59만 원. 물론 이것은 건강보험에서 부담하는 금액을 제외하고 우리가 부담한 금액만을 말한다. 앞서 말한 보험에서 입원 보상비로 18만 원을 받았으니 6일간 병원비로 우리가 지불한 돈은 41만원이 되는 셈이었다. 보험에서 보상을 받았지만 그리 녹록한 금액은 아니다.
 
아내는 퇴원 후 곧바로 실비보험에 가입했다. 한국에서의 생활을 겨우 열흘 정도 앞두고 말이다. 그만큼 아내에겐 병원비가 신경이 쓰였나 보다. 일본에서의 생활 때는 병원비 걱정은 전혀 않던 아내였는데 말이다.
 
일본은 중학교 졸업까지 연령의 아동에겐 모든 의료가 무상으로 제공된다. 대략 의료비의 70%는 건강보험재정에서, 그리고 나머지 30%는 지방자치단체인 토도부현(우리의 시도에 해당)에서 부담한다.
 
아동뿐만 아니라 장애인이나 고령자, 난치병 환자 등 특별히 의료 수요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무상 또는 최소한의 본인부담금을 내도록 의료 서비스가 이루어진다. 이런 관계로 적어도 우리 가족이 일본에서 생활한 몇 년 동안 의료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었다.
 
물론 이렇게 의료 서비스를 보장하자면 막대한 예산이 든다. 일본의 1년 국민의료비가 약 33조 엔(한화 약 500조 원) 정도라고 하니 그 재정 마련도 보통 일이 아닐 것이다. 따라서 건강보험료 부담도 한국보다 높은 것이 사실이지만 소득이나 재산 정도에 따른 차등 부과는 우리나라와 같은 제도를 취하고 있다.
 
예를 들면, 우리가 일본에서 부담하는 건강보험료는 월 9,300엔(한화 약 14만 원) 정도이다. 현재 육아를 위해 퇴사한 아내와 대학원에 재학 중인 내가 수입이 전혀 없기 때문에 상당히 적은 액수의 보험료를 내고 있다. 똑같이 수입이 없는 한국에서 우리가 부담한 건강보험료는 65,000원 정도. 단순 계산하면 우리 가족의 경우 한국보다 일본의 건강보험료가 약 2배 비싸다.
 
그렇지만 앞서 말한 사적보험을 포함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우리는 현재 두 아이의 입원이나 부상 등을 위한 보험료로 약 6만 원(3만 원*2명)과 실비보험 2만 원(1만 원*2명), 그리고 나와 아내가 가입한 암이나 성인병을 위한 보험료등을 합쳐 대략 16~17만 원의 사적 보험에 가입해 있다.
 
물론 사적보험과 건강보험을 단순 비교할 수는 없지만 일본에서 사적보험의 필요성을 별로 느끼지 못한 우리로서는 우리나라에서 매월 납부하는 의료 관련 보험료(건강보험료와 사보험)가 비싸다는 인상을 갖기에 충분하다.
 
 
◆ 건강보험에서 실비보험까지 책임진다면...

현 정부 들어서 의료 부문과 관련해 꾸준히 제기되어 오고 있는 문제가 영리병원과 건강보험 민영화이다. 의료보험연합회(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근무했던 경험으로 조금은 건강보험에 대한 지식이 있는 나로서는 참으로 이해가 안 가는 대목이다.
 
영리병원이나 건강보험의 민영화보다 현 건강보험제도를 좀 더 내실화하고 민간부문이 담당하고 있는 의료관련 보험을 건강보험에서 흡수한다면 어떨까? 현재 건강보험의 재정과 관련 보험료 부과는 소득이나 재산 정도에 따라 차등을 두는 반면 급여혜택은 전 국민이 똑같다.
 
만일 이런 급여혜택에서 일반급여는 현행제도를 그대로 유지하되 자기가 원하는 급여를 추가로 선택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현재 국민이 병원 등 요양기관에서 납부하는 의료비는 대략 세 부분으로 이루어진다. 우선 건강보험의 급여가 되는 항목과 급여가 되지 않는 항목으로 나뉜다.
 
예를 들면, X-레이 촬영은 보험 적용이 되지만 MRI는 보험급여가 되지 않는다. 이들 보험 급여 항목에서 입원이나 외래, 의원급과 병원급 등 의료기관의 종별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대략 55~70%를 건강보험에서 부담하고 나머지를 환자 본인이 부담한다.
 
또 아예 보험급여가 안되는 항목은 당연히 본인이 부담한다. 만약 현행제도에서 보험급여분의 본인부담금이나 비급여 항목의 본인부담금을 원하는 사람에 한해 추가 보험료를 내고 보장을 받게 하면 어떨까?
 
간단히 말하면, 건강보험공단에서 실비보험을 판매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전체 건강보험재정에도 도움이 되고 국민의 의료서비스와 관련 부담도 적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제도는 세계에서도 아주 훌륭한 제도이다. 자꾸 민간으로의 전환만 생각하지 말고 민간부문의 공영화도 이제는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아무튼 다음에 그리운 고국땅을 밟았을 때는 우리 딸아이가 아프지 않았으면, 조금 아프더라도 병원비 걱정은 없었으면 좋겠다.

 
※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 게재된 바 있습니다.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Share on Google+ band URL복사

최신기사

URL 복사
x
  • 위에의 URL을 누르면 복사하실수 있습니다.

PC버전 맨위로

Copyright ⓒ JPNews.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