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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창작 뮤지컬 '빨래' 일본에 서다

韓소극장 창작 뮤지컬 사상 최초 日진출한 뮤지컬 '빨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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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소라 기자
기사입력 2012/02/07 [17:09]

■ "여기가 한국이야, 일본이야?"


국제 슈퍼, 청담 보살집, 동네 치킨집과 급매물 광고지가 덕지덕지 붙은 전봇대까지.

일본 도쿄 미쓰코시 극장에서 공연하는 뮤지컬의 무대 세트는 그야말로 한국의 달동네를 고스란히 옮겨놓은 듯했다.

게다가 할머니와 주워온 종이박스에도, 주인공의 이삿짐에도, 심지어 월세를 독촉하는 집주인의 쪽지에도 '한글'이 눈에 띈다.

 "이번 달 월세, 수도세, 전기세, 변소세 빨리 내세요!"


▲ 뮤지컬 '빨래'의 일본 공연 모습. 무대 곳곳에 한글이 눈에 띈다.     © JPNews/사진: 신소라


등장인물도 대부분 한국사람, 다만, 무대에 오르는 이들은 일본 사람이다.  
 
공연 시작과 함께 무대에 오른 베테랑 연기자 미나미 토요카즈는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를 외치며 들어와 관객들에게 그 뜻을 알려주며 바람잡이를 한다.

주인공 나영 역을 맡은 노로 카요는 일본어로 극 중 나영의 고향인 강원도 강릉 가는 길을 설명한다. 중간에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한국 지명에 웃음이 튀어나온다. 
 
바로, 한국 소극장 뮤지컬 사상 최초 일본에 진출한 뮤지컬 '빨래'의 이야기다.

뮤지컬 '빨래'는 서울 달동네를 배경으로 한 사회 약자들의 이야기로, 2005년 초연 이후 지금까지 1,500회 이상의 공연이 이뤄지며 28만 관객을 끌어모은 롱히트 작품이다. 2005년 '제11회 한국 뮤지컬 대상'에서 각본상과 작사상을, 2010년 '제4회 뮤지컬 어워드'에서 최우수 작품상, 각본상, 작사・작곡상을 휩쓸며 작품성과 흥행성을 모두 거머쥐었다.

흥행을 위해 소위 말하는 '끼워넣기식'으로 참여한 연예인, 유명 배우 하나 없이도 순수한 작품성만으로 이같은 성과를 이룬 '빨래'가 급기야 일본까지 진출한 것이다. 먼저 '빨래' 측에 러브콜을 보내온 일본 공연제작사 '퓨어메리' 대표 호사카 씨와 스즈키 씨는 "서울의 달동네에서 일본의 희망을 보았다"고 고백했을 정도로 깊은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그들은 이 감동을 일본의 관객들에게도 전하고 싶어했다.
 
그리고 그들이 느낀 '감동'을 그대로 전하기 위해 '도쿄의 달동네'가 아닌, '서울의 달동네'를 전하기로 했다. 이에 뮤지컬 제목도 빨래를 뜻하는 일본어 "센타쿠(洗濯)"가 아닌 '빨래'라는 한국어 발음을 그대로 일본어식으로 표기한 '파루래(パルレ)'로 결정했다.  


▲ 뮤지컬 '빨래' 일본 공연 모습     ©JPNews/사진: 신소라

 
■ "경력 14년 베테랑과 뮤지컬 데뷔하는 아이돌 가수가 한 역할을?"

 
제이피뉴스에서는 한 달 전 뮤지컬 '빨래'의 제작발표회 소식을 전한 바 있다. 
 
그로부터 한 달 후 만난 뮤지컬 '빨래'의 무대 공개 현장. 관객들과 만나기 전 관계자들을 초대해 공연함으로써 공연의 종합적인 점검 및 홍보를 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진 것.
 
한 달 만에 만나는 주인공들은 어느덧 스스럼없이 가까워진 모습이었다. 또한, 한국에서부터 날아와 일본 연기자와 스태프진을 지도한 각본가 겸 연출가 추민주도 큰 언니처럼 친근한 모습으로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취재진은 그녀에게 주인공 나영 역에 더블 캐스팅된 노로 카요와 기무라 하나요, 두 사람 각각의 매력을 물었다.
 
재밌게도 두 사람의 뮤지컬 경력은 '하늘과 땅 차이'.
 
노로 카요는 일본의 국민 아이돌 'AKB48' 출신으로 현재는 SDN48의 리더를 맡고 있다. 한국 뮤지컬 '빨래'는 그녀에게 첫 뮤지컬 데뷔 무대다.
 
반면 기무라 하나요는 '캣츠', '미녀와 야수' 등 굵직굵직한 뮤지컬에서 여주인공을 맡아온 경력 14년차의 베테랑 뮤지컬 배우다.
 
"노로는 천성이 밝은 친구다. 본인이 가진 밝음으로 옆에 있는 사람까지도 밝게 하는 힘이 있는 친구다. 그러한 본인의 성격이 뮤지컬에서도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했다. 또한 호기심도 많고, 연구도 많이 하는 친구라 연기가 처음이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잘해 주었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 노로의 칭찬을 줄줄이 늘어놓던 연출가 추민주. 반면, 기무라에  대한 칭찬은 간결하다. 그러나 힘이 있다.
 
"이렇게 연기를 잘하는 베테랑 배우와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은 연출가로서 큰 영광이다."

이들과 함께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방법을 연구했다는 그녀.
 
그녀는 "뮤지컬 '빨래'는 '왜 이렇게 사는 게 힘든데 사람들은 살아갈까'라는 의문에서 시작된 공연"이라고 고백했다. 그런데 이같은 의문이 '나는 이렇게 힘든데, 남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라는 의문으로 번졌고, 이에 '우리 이웃에의 정'을,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정'을 느끼며, 이것이야말로 힘든 세상을 버티게 해주는 힘이라 확신하게 된다.

첫 공연에 앞서 두 명의 '나영'과 연출가는 입을 모았다. "뮤지컬 '빨래'를 통해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으면, 그리고 그 따뜻함을 가지고 돌아가셨으면 좋겠다"라고. 

 
■ "노로 카요, 누가 아이돌 출신이라 무시했나."

 
기자는 노로 카요와 기무라 하나요, 이 두 사람의 공연 중 누구 공연을 봐야하나 심각하게 고민했다. 물론 둘 다 보면 금상첨화였겠지만, 다른 취재 일정도 있기에 한 공연만 선택해야 했다. 
 
14년 베테랑 배우의 공연이냐, 뮤지컬 첫 데뷔 하는 AKB48 출신 가수의 공연이냐.
 
기사가 되겠다 싶었던 것은 후자였다. 그녀의 상대역인 솔롱고 역을 맡은 '노지마 나오토'가 트리플 캐스팅된 다른 남자 배우들에 비해 약간(?) 잘생겼던 것도 한 몫 했다. 
 

▲ 뮤지컬 '빨래' 일본 공연 모습     ©JPNews/사진: 신소라
 

그러나 노로의 공연을 보고 난 기자는 내심 그녀를 아이돌 출신 가수라 무시했었음을 반성했다.
 
아이돌도 그냥 아이돌인가. 멤버 수가 자그마치 50여 명에 달하는 걸그룹이다 보니 주요 멤버를 제외한 다른 멤버들의 실력 따위는 알 수도 없었고, 관심도 없었다.  
 
그런 그녀를 '빨래'의 여주인공으로 세웠을 때 기자는 내심 걱정을 했었다. 화제성을 위해 그녀를 끼워넣은 것은 아닐까. 더 솔직히 말하면 '화제가 될 수는 있으나 '빨래'라는 좋은 공연을 망치는 것은 아닐까' 생각했었다.
 
그러나 공연을 보다 보니 어느덧 여동생처럼 친근하게 느껴질 정도로 편안한 연기를 보여줬다. 또한, 망가질 때는 확실하게 망가져 웃음을 주기도 했다.
 
'뭐야. 뮤지컬 처음 한다더니. 제법이잖아.'
 
그녀는 초연이 끝나고 울음을 터뜨렸다. 공연을 보러 온 그녀의 지인들이 "잘 했다"고 격려해주자, 긴장이 풀려서일까. 엉엉 울음을 터뜨렸던 노로의 모습이 참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멀리서 연출을 맡은 추민주도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 AKB48 출신 노로 카요가 명연기를 펼치고 있다.     © JPNews/사진: 신소라


■ "일본 관객들, 뮤지컬 '빨래'를 통해 기즈나(絆) 느낄까?"


뮤지컬 '빨래'는 가난하지만 열심히 살아가는 소시민들의 모습이 '빨래'라는 매개체를 통해 비춰진다.

강원도에서 상경해 비정규직을 전전하는 '나영'의 빨랫줄에는 일주일 치 스타킹이 널려있다.
 
구두쇠에 윽박지르기 선수인 주인집 할머니의 빨랫줄에는 '40이 넘은 딸의 똥기저귀'가 언제 그랬냐는 듯 새하얗게 빨려 널려있다.
 
타향도 아닌 타국에서 외롭게 살아온 몽골 청년 '솔롱고'는 바람에 날려온 이웃집 처녀의 빨래에 가슴이 뛴다. 
 
그리고 극이 끝날 무렵, 이들은 어느새 함께 '빨래'를 하고 있다. 
 
찬물에 빨래를 하는 주인 할머니를 위해 옆집 처녀는 말없이 할머니의 빨래통에 뜨거운 물을 부어준다.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던 '솔롱고'에게 까칠했던 '나영'은 어느덧 그와 함께 빨래를 짜고 넌다.   
 
각본 겸 연출을 맡은 추민주는 "'빨래'를 통해 '우리 이웃에의 정'을,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정'을 느꼈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는 대지진 후 일본의 버팀목이 되어준 단어 '기즈나(絆)'와도 일맥상통한다. 
 
'기즈나(絆)'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인연', '정', '이어짐'을 의미하는 말로, 대지진 후 일본인들은  '기즈나(絆)'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됐다. 때 아닌 동창회에 참석한다든가, 잊고 지냈던 소중한 사람에게 연락을 하는 등 예전보다 '사람과의 관계 회복'을 더 중요시하게 된 것.
 
어느덧 대지진이 일어난 지도 1년이 다 되어간다.
 
과연, 순수한 작품성만으로 일본 진출에 성공한 뮤지컬 '빨래'가 대지진 1주년을 맞는 일본에 '기즈나(絆)를 느끼게 해 줄 것인가. 일본 관객의 반응이 궁금하다.
 
뮤지컬 '빨래'는 2월 4일에서 16일까지 도쿄 미쓰코시 극장에서, 2월 17~18일은 오사카 산케이홀 브리제에서 공연된다.  


▲ 뮤지컬 '빨래'  일본 공연 모습     © JPNews/사진: 신소라
 
 

▲ 뮤지컬 '빨래' 일본 공연 모습     © JPNews/사진: 신소라

 
▲ 뮤지컬 '빨래' 일본 공연 모습     © JPNews/사진: 신소라

 
▲ 뮤지컬 '빨래' 일본 공연 모습     © JPNews/사진: 신소라
 
 
 
▲ 뮤지컬 '빨래' 일본 공연 모습     © JPNews/사진: 신소라
 

▲ 뮤지컬 '빨래' 일본 공연 모습     © JPNews/사진: 신소라
 
 
 
▲ 뮤지컬 '빨래' 일본 공연 모습     © JPNews/사진: 신소라

▲ 뮤지컬 '빨래' 일본 공연 모습     © JPNews/사진: 신소라

 
▲ 뮤지컬 '빨래' 일본 공연 모습     © JPNews/사진: 신소라

 
▲ 뮤지컬 '빨래' 일본 공연 모습     © JPNews/사진: 신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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