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보스워스 대북정책특별대표는 협의가 끝난 뒤 "일부 의견차를 좁혔으나 견해 차이가 있다. 좀 더 시간과 협의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한편 협상 상대였던 북한 김계관 제1외무차관도 "큰 진전도 있었으나, 차를 좁힐 수 없는 문제도 있었다"며 보스워스 특별대표와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했다.
오바마 정권 하에서는 2009년 12월 평양에서, 그리고 올해 7월 뉴욕에서 6자회담 재개를 위한 북미협의가 2차례 진행됐다.
평양 회의에서는 "건설적으로 이야기를 나눴고, 6자 회담 재개의 필요성과 2005년 6자회담 공동성명 이행의 중요성에 대해 공감했다"(보스워스)고 밝혔지만 6자 회담 재개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그 이유에 대해 당시 클로리 국무차관보(공보담당)는 "해결해야할 일이 남아있다"고 설명했고, 북한 외무성 대변인 또한 "이견이 남아있다"며 미국과 같은 입장을 나타냈다.
올해 7월 뉴욕에서 1년 7개월만에 열린 북미회담에서도 양측 모두 "실무적이며, 건설적인 이야기가 오고 갔다"며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지만, 이또한 이견이 있는 부분에서 합의를 보지 못했다.
의견이 엇갈리는 사안이라는 것은, 미국이 6자회담 재개의 전제조건으로 삼아왔던 우라늄 농축활동의 중단 문제를 가리키는 것이 분명하다.
우라늄 농축활동의 중단을 최우선시하는 미국으로서는 의장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6자 회담 조기 재개를 요구해도 북한이 우라늄 농축활동을 중단하지 않는 한, 6자회담에는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이번 회의에서도 견지한 모양이다. 이 문제만큼은 "타협하지 않는다"는 미국의 강한 의사가 느껴진다.
북한 또한, 우라늄 농축활동 문제에서는 양보할 생각이 털끝만치도 없음을 선명히 드러냈다. 우라늄 농축가동의 중단은 6자회담에서 양보를 이끌어내기 위한 강력한 히든카드가 되기 때문에 한발도 물러나지 않을 자세다. 유엔 제재를 받고, 경제가 피폐해지면서도 2년 가까이 지나서도 조금도 태도를 바꾸지 않는 것을 보면, 앞으로도 이 문제에 대해서 양보할 생각은 없는 듯하다.
미국은 이번에 "(북한이) 무언가 새로운 것을 보일 의사가 있는지 확인하고 싶다"(국무성 고위간부)며 협의에 응했으나, 중요한 사안인 우라늄 농축 문제에서 바라던 대답도 없어 꽤 실망스러워 하는 눈치다.
이번 제네바 협의를 마지막으로 특별대표의 자리를 떠난 보스워스 대표는 "쌍방의 계속된 노력을 통해 6자 회담 재개를 위한 토대 구축이 가능하다"는 북미교섭 지속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
미국은 이번에도 북한이 양보할 때까지 '대기 전술'을 취하겠다는 자세다. 그러나 북한이 만약 미국의 '대기전술'을, '강성대국의 대문을 여는 해'로 선언한 내년까지 농축 우라늄 폭탄 및 경수로를 완성키시고 대륙탄도탄 미사일(ICBM)을 개발하는 데 필요한 시간 벌기에 역이용한다면, 미국의 '대기전술'은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킬지도 모른다.
김계관 제1차관은 북미협의와 관련해 "다음은 (미국대표와) 언제 만날 것인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가능한 빨리"라고 답했다. 또한, "연내에 만나는 것인가?"라고 질문이 이어지자 "그러길 바란다"는 답변을 했다. 하지만 이 말은, 듣는 사람에 따라서는 초조해하는 것 같으면서도, "공은 미국 측에 있다"고 답하고 있는 듯하기도 하다. 아무래도 북한도 미국과 마찬가지로 상대가 양보할 때까지 한결같이 기다리려는 듯하다.
오바마 정권은 때를 기다리는 전술로 유명한 도쿠가와 이에야스류의 '대기전술'을 취해왔다. 그러나 아무래도 반대로 감나무가 성숙해져 감이 떨어지길 기다리는 '인내전술'을 취하고 있는 것은 김정일 정권 쪽일지도 모른다.
우라늄 농축을 둘러싼 북미간 줄다리기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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