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신기의 이번 사건은 국제 문제입니다. 동방신기는 단순히 한국가수가 아니라 일본 에이벡스 소속 가수이기 때문입니다"
일본 모바일 연예 뉴스 사이트 '나시모토 게노우라찬넬(梨本芸能裏チャンネル)' 타나베 기자가 말했다. '국제문제? 너무 비약이 심한 거 아닌가요?'라는 기자의 반문에 일본 기자는 고개를 저었다. 일본 가요계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에이벡스 소속사의 가수이자, 일본내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동방신기의 소송문제는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다.
6일 오후, 도쿄 진구가이엔 불꽃대회에는 한일 양국의 '핫이슈'인 동방신기가 출연이 예정되어 동방신기 팬들은 물론 많은 미디어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특종을 잡으려는 미디어들은 앞다투어 취재요청을 했지만, 에이벡스의 '미디어들을 걸러달라'는 부탁으로 상당히 까다로운 심사를 거치게 되었다.
jpnews도 3일전부터 이벤트 주최 측에 취재 신청을 했지만, "현재 (동방신기의) 민감한 상황으로 에이벡스로부터 한국 언론은 취재신청을 받지 않도록 요청을 받았습니다. 대단히 죄송합니다"라는 대답만 돌아왔다. 에이벡스 소속의 연예인들을 취재하기 어렵다는 것은 일본 미디어들에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힘있는 기획사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 동방신기가 출연하는 국립경기장은 이미 만원상태 ©jpnews | |
그러나 동방신기 소송문제가 터지고서 처음 큰 무대에 서는 이번 공연을 놓칠 수는 없는 일. 무리해서(?) 공연장 안에 들어갈 수 있었다. 국립경기장 안에는 중앙에 무대가 마련되어 있고, 무대와 가까운 그라운드에 지정석, 경기장 관람석이 있어 빈틈이 보이지 않을만큼 빽빽하게 관람객들이 들어차 있었다.
이번 도쿄 진구가이엔 불꽃대회에는 야구장 두 곳과 럭비장 한 곳, 그리고 국립경기장까지 총 네 곳에서 가수들이 출연, 무대를 펼쳤는데, 유일하게 현장티켓을 살 수 없는 곳이 동방신기가 나오는 국립경기장이었다.
정원 2만 6천명의 국립경기장은 가장 비싼 자리가 6000엔, 자유석이 2000엔으로 다른 이벤트장에 비해 가장 비쌌음에도 불구하고 일찍부터 표가 동났다고 했다. 너무 빠른 매진에 동방신기의 팬들은 인터넷 옥션을 통해 돈을 더 주고 표를 구입했다고 했다.
지정석의 팬들은 동방신기 응원도구를 거의 다 들고 있었다. 멤버들의 얼굴이 프린트된 부채, 이름을 적은 부채, 동방신기 팬클럽 타올 등 다른 가수들이 공연을 펼치고 있을 때도 그들의 관심은 거의 '동방신기'에 향해 있는 듯 했다.
국립경기장의 거대 전광판에서는 가수들의 무대 사이사이에 광고를 내보냈는데, 동방신기의 얼굴이 나오는 광고가 나오자 경기장 전체에 '꺅~' 환성이 터져나왔다. 광고만 보고도 이런 환성을 보내다니, 보통 인기가 아니다. 30주년을 맞은 불꽃대회를 축하하는 배용준의 축하메세지 영상이 나올때는 너무 조용한(?) 것과 상당히 대비되는 모습이었다.
▲ 동방신기 타올을 뒤집어쓴 팬들 ©jpnews | |
국립경기장에서 공연을 하는 가수들은 모두 에이벡스 소속사의 가수들로 타카스기 사토미, 에지지아엔지니아, 걸 넥스트 도어 등 총 8팀이 출연했지만, 모두 두 곡씩 노래를 부르고 내려온 것에 비해, 동방신기는 파이널 무대를 장식하고, 단독 40분이 마련되어 7곡을 불러 에이벡스 내에서도 '최고의 입지'를 자랑했다.
동방신기 문제에 에이벡스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것은 동방신기 등장부터 드러났다. 다른 가수들은 평범하게 관객석 중앙의 통로를 통해서 등장했지만, 동방신기의 순서가 되자 10~20여명의 스탭들이 검은색 막을 들고와 통로가 전혀 보이지 않도록 차단했기 때문이다.
카메라를 들고, 준비를 하고 있던 수십명의 기자들은 돌연 등장한 검은 막에 당황을 금치못했고, 돌격 인터뷰를 준비중이던 tbs 선데이재팬 리포터는 '이렇게 까지는 할 필요없잖아'라며 분한 표정을 지었다.
'일본 가수가 등장할 때 이런 경우가 있었던 적이 있었는지'라고 주변의 기자들에게 물어봤지만 다들 고개를 저었다. 전례없는 매스컴 차단이라는 것이었다.
철저한 보호가 계속되는 가운데 전광판에서는 동방신기의 뮤직비디오가 흘러나왔고, 2만 6천명의 관객이 전원 일어서서 '도호신기~ 도호신기~(일본어로 동방신기)'를 스무번쯤 외쳤을 무렵, 흰색 진에 푸른색 무늬가 들어간 흰색 조끼, 전신 화이트 복장의 영웅재중이 무대위로 뛰어나오기 시작했다.
평소와 다름없이 최선을 다해 춤을 추고, 열창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2곡을 끝마치고, 영웅재중이 "감사합니다, 동방신기입니다"라며 입을 뗐다. '국립경기장 공연은 처음인데, 이렇게 큰 무대에 설 수 있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오늘 불꽃대회가 있다고 들었는데 즐거운 시간 보내시길 바랍니다' 등의 멘트도 언제나처럼 활기차고 친절한 말투였다.
"친구분들과 오신 분들도 있는 것 같고, 애인이랑 오신 분도 있는 것 같네요. 우리는 여자친구 없는데.."라는 영웅재중의 서비스 멘트에 팬들은 일제히 '꺄악~' 함성. 어두운 표정이나 걱정의 기색 하나 없는 모습이었지만, 리더 유노윤호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아 눈길을 끌었다.
'걱정을 끼쳐서 죄송하다'거나 '소송문제'에 대해서는 누구 한명도 언급하지 않았다. 그저 최선을 다해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모습으로, 이상하리만큼이나 열정적인 무대였다. '우리는 해체하지 않습니다'라는 말을 기다렸던 2만 6천명의 팬들은 동방신기가 잠깐의 토크를 마치고 다시 노래에 들어갈 때 '에~에~'하는 아쉬움의 탄성을 토해냈다.
6일, 에이벡스는 공식사이트를 통해 '저희는 지금까지와 같이, 일본에서 활동하는 동방신기를 전력을 다해 서포트 할 예정이오니, 따뜻한 시선으로 동방신기를 바라봐주시길 바랍니다(弊社はこれまでと同様、日本における東方神起の活動を全力でサポートしてまいりますので、今後とも東方神起を温かく見守っていただけるよう宜しくお願いいたします)'라는 공식입장을 표명했다.
앞으로 잡힌 일본 스케쥴에는 변함없이 활동하겠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현재, 일본에서는 아침, 저녁으로 주요 뉴스에 '동방신기' 문제를 다룰만큼 관심이 높다. 동방신기가 일본에서도 손꼽히는 인기가수인 영향도 있지만, '13년간의 계약' '금전문제' 등 일본에서는 볼 수 없는 자극적인 원인으로 다툼을 벌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현장에서 만난 일본 동방신기 팬클럽 회원들은 "해체는 절대로 없다고 생각한다. 원만하게 합의했으면 좋겠다"라고 입을 모았고, '만일 해체되어 솔로활동을 한다면 응원할 생각인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솔로가 되어도 응원은 하겠지만, 동방신기는 다섯명이 모여있을 때 동방신기이다. 큰 실망이 될 것 같다"라는 입장을 보였다.
일본과 다르게 소속사 분쟁이 잦은 한국 연예계에 대해서는 "동방신기가 잘 해결되어 앞으로도 이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라는 메세지도 전달했다.
동방신기는 더이상 한국 스타만은 아니다. 어떤 판결이 내려지건, 일본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고, 아시아 전역에도 보도될 것이다. 동방신기의 영향력이 얼만큼 큰지, 이들이 가지고 있는 책임감이 얼마나 무거운지 이번 사건으로 증명되고 있다.
앞으로 동방신기는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가? 아시아가 주목하고 있다.
▲ 동방신기를 보기위해 몰려든 팬들 ©jpnews | |
▲7일 오전 동방신기의 공연을 방송하고 있는 일본테레비의 정보방송 'zoom in' ©jpnews | |
▲동방신기의 3명이 한국 소속사무소와 전속계약의 효력정지를 청구 가처분 신청이라는 자막을 내보내고 있다 ©jpnews | |
▲오전 정보방송에서 부터 전날 동방신기 공연을 신속하게 보도하고 있다 ©jpnews | |
▲진구가이엔 불꽃놀이대회 스페셜 라이브 ©jpnews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