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강연 모두 시장과 시의회 의장을 포함한 의원들이 다수 출석했다. 이날 강연 주제는 모두 '격동하는 한반도 정세와 한일 관계의 향후'였다. 어제까지 인도네시아 발리섬에서 열린 동남아시아국가연합 지역포럼(ARF)에서 남북 접촉이 실현된 것이 화제가 돼 이야기하기가 쉬웠다.
핵 교섭 책임자인 6자 회담 수석대표에 의한 남북 접촉은 예상했던 대로지만, 서서 이야기한 정도라 할지라도 양국 외무장관끼리 접촉한 것 자체가 한국에게 있어서 의외였던 모양이다. "이명박 정권을 상대하지 않겠다"고 밝힌 북한과 당국자간 회담 및 접촉을 실현한 것에 대해 이명박 정권은 크게 기뻐한 듯하다.
한편, 북한 측은 ARF에서 중국, 러시아 외무장관과의 회담이 있었던 사실을 전했지만, 한국과의 회담은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북한 측 입장에서 보면, 한국과의 접촉은 차후 북미접촉 및 회담을 위한 단순한 통과점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아무래도 북한에게 있어서 "모든 것은 워싱턴으로 향하는 길"일 뿐이다. 실제로 김계관 외무 제1차관이 28일, 미국을 방문한다. 정부 초청에 의한 방미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힐러리 클린턴 장관이 직접 이 사실을 발표한 것은 놀랍다. 미국에게 있어서도, 남북 대화는 북미 대화를 위한 단순한 의례에 불과했을 것이다.
김계관의 방미를 앞두고 클린턴 장관은, 6자 회담 조기 재개를 위해서 북한이 먼저 해야될 일로서 1) 우라늄 농축계획의 중단과 2) IAEA(국제원자력기구)의 감시원을 받아들이는 등의 조치를 취할 것을 전제조건으로 제시했다. 과연 김계관 제1차관은 회담 상대인 스티븐 보스워즈 북한 정책 특별대표에게 어떠한 조건을 제시할 것인가? 식량지원일까, 아니면 제재 완화일까, 아니면 하이클래스의 북미회담이 될 것인가? 흥미진진하다.
ARF에서 또 하나의 쟁점이 북일대화였다. 정식 대화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그래도 약간의 접촉은 있었던 듯하다.
북일 대화가 실현되지 않았던 것은, ARF에서 북한과의 접촉을 연기한 미국과 발을 맞췄던 것인지, 혹은 일본에게 그럴 마음이 없어서였는지, 아니면 일본의 요청에 북한이 긍정적 답변을 하지 않았던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그런 가운데, 당사자인 마쓰모토 다케아키 외상은 "대화를 거부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 북일대화를 추진하고 있지 않다"는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을 했다.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해 북일 회담의 조기 재개를 요구하고 있는 일본 측의, "대화를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 북일대화를 추진하고 있지 않다"는 발언은 이해하기 어렵다. 일각이라도 빨리 납치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북한과의 교섭 재개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요코다 시게루 씨를 비롯한 납치 피해자 가족들을 실망시키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북일교섭 책임자인 외무성의 수장이 "북일대화를 추진하고 있지 않다"고 말한 바로 이날, 중국 창춘에서 민주당 나카이 히로시 전 납치문제 담당상이 북한 송일호 북일 국교정상화 교섭담당대사와 납치문제를 진전시키기 위한 교섭을 비밀리에 진행하고 있었다.
이번 나카이 전 장관의 북한 접촉과 관련해, 외무성 반노 유타카 차관은 어제(25일) 기자회견에서 "외무성으로서는 사전에 이 사실을 알지 못했고, 현 시점에서도 일절 관여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민주당 정권은 납치문제, 북한 문제 대응에도 제각각이라는 말이 된다.
만약 사전에 알고 있었다고 한다면, 정부와 당이 서로 역할 분담을 하고 있었다는 말이 된다. 그러나 오카다 가쓰야 간사장이 "모르고 있었다"고 말한 것을 보면, 당이 움직인 것도 아닌 듯하다.
수상 관저의 반응은 어떤가 살펴보자. 에다노 유키오 관방장관도 기자회견에서 "정부와 연락한 것은 딱히 없다. (나카이 씨의 행동과 관련한) 사실관계 자체를 모르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한다면, 나카이 씨가 독자적으로 한 행동이든지, 아니면 간 나오토 수상의 승낙 하에 이뤄진 행동이든지 둘 중 하나라는 소리다.
이번 일에서 철저히 소외된 오카다 가쓰야 간사장은, "본래, 외교는 정부가 일원화되어 이뤄져야 한다. 나카이 씨 건에 대해, 마쓰모토 외상이나 간 수상이 모르고 있었다면 문제가 있다. 이원화되면, 협상 상대에게 빈틈을 보이게 되는 결과를 낳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외무성이 교착상태를 타개할 수 없다면, 이원외교든, 삼원외교든, 의원외교든, 민간외교든, 사태의 진전을 위해 움직이는 것이 옳다.
북한과의 교섭을 보류했던 오바마 정권 하에서도, 핵문제로 북한을 설득하기 위해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와 클린턴 전 대통령, 카터 전 대통령을 비롯해 저명한 학자 등 많은 미국인이 북한을 방문, 북한 측 요인과 직접 담판을 지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이원외교라 하는 경우는 들어본 적이 없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북한을 움직이기 위해 남북비밀접촉을 포함, 여러가지 루트를 사용해 대북외교를 전개해왔다. 그와 같은 움직임이 하나 둘 쌓여 이번 남북접촉도 북미접촉도 빛을 볼 수 있었던 것 아닐까.
오히려, 반대로 놀랐던 것은, 송일호 대사가 민주당 내에서 북한 문제에 가장 강경한 입장을 나타내고 있는 나카이 전 장관과 만났다는 사실이다.
나카이 씨는 2010년 9월까지 1년간 국가공안위원장 겸 납치문제담당상을 지낸 적이 있다. 이 때 북한이 가장 싫어하는 황장엽 전 노동당 서기와 대한항공 폭파사건의 김현희 전 공작원을 일본에 초청했다. 또한, 북한 여자 축구대표팀의 입국문제와 조선학교에 대한 수업료 무상화 문제에 이의를 제기해온 인물로서 알려져 있다.
그런데 북한이 '북한 적대 정책'의 장본인인 나카이 씨를 비밀 접촉 파트너로서 받아들인 것이다. 이는 간 수상의 특사였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납치문제의 해결 및 국교정상화를 위해서는 나카이 씨 등 강경파를 설득하지 않으면 곤란하다는 현실적인 판단이 작용했던 것일까. 후자라 한다면, 이것은 일찍이 납치의원연맹 회장이었던 나카야마 테루키 국회의원을 받아들인 것과 같은 수법이다.
'매파(강경파)의 논객'으로 알려진 나카야마 전 중원의원은 당초 "납치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대북 식량지원을 단행해선 안된다"고 발언하는 등 매우 강경한 자세를 보였었다. 그런데 북한 측과 접촉해 1997년 11월 북한을 방문한 뒤 '선 국교정상화, 후 납치문제 해결'로 입장을 전환, 북한에 매우 융화적인 인물이 됐다.
나카이 씨가 '제2의 나카야마'가 될 리는 없겠지만, 만약 나카이 씨의 배후에 소문대로 간 수상이 있다면, 그럴 가능성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민주당 내에서 오자와 이치로 씨와 가장 친하다는 나카이 씨가 간 수상을 돕기 위해 납치문제에 나서지는 않았을 것이라 보고 있지만, 비밀접촉이 세상에 공공연하게 알려진 이상, 납치문제의 진전도, 또한 말도 안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하지만, 소문이 돌고 있는 간 수상의 전격 방북 계획도 이걸로 무산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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