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발매된 음반은 이미 품절되었고, 각종 차트에서 명카드라이브의 <냉면>과 퓨처라이거의 <let's dance> 등이 상위권에 올라 있다. 듀엣가요제에서 발표된 노래는 아니지만, 에픽 하이가 정형돈과 함께 부른 <전자깡패>를 무료로 다운로드받을 수 있게 해서 화제를 모았다. 그 와중에 잡음도 있었다.
윤종신은 <영계백숙>의 리믹스 버전을 유료화했다가 원성을 들었고, 대중음악계에서는 비록 뮤지션들이 참여하긴 했지만 이벤트성으로 만들어진 노래들이 정식 음반보다 오히려 잘 팔리는 현실에 분노하기도 했다.
어느 쪽도 틀렸다고 할 수는 없다. 윤종신으로서는 무한도전에서 발표된 노래와는 다르게, 다시 수고를 들인 ‘리믹스 버전’이기에 유료화가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반면 네티즌으로서는 무한도전 때문에 노래가 인기를 얻은 것인데, 그것을 자신의 이익으로 이용하려 한다고 볼 수 있다.
뮤지션들의 낙담도 이해는 간다. 심혈을 기울여 만든 음반이 1만장을 팔리기도 힘든 요즘 상황에서, 실력파 뮤지션들이 참여하긴 했지만 이벤트성으로 뚝딱 만들어낸 노래가 몇 만장 팔리는 것은 보고 기운이 빠질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다. 무한도전이라는 이벤트를 통해서, 타이거 jk와 윤미래, 에픽 하이 등 실력파 뮤지션들이 흥겨운 놀이판을 만들어냈다고도 볼 수 있지 않을까.
게다가 요즘은 가수나 배우, 개그맨 등이 자신의 영역에만 머무르지 않고 계속해서 확장을 해 가는 시대다.
따지고 보면 지금 무한도전에서 길과 전진은 원래 뮤지션이고, 정준하는 시트콤과 뮤지컬 배우이기도 하다. 박명수도 어쨌거나 5장의 음반을 냈다. 요즘에는 가수들이 다른 영역으로 뻗어가는 게 당연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가수들은 드라마와 버라이어티 등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이승기, 은지원 등의 가수들은 이미 버라이어티의 주역으로 자리잡았다. 올해 초 정상에 오른 손담비도 발빠르게 <드림>이란 드라마의 주연으로 나섰다. 개그맨들이 음반을 내서 팔리는 게 싫다면, 손담비가 드라마의 주연을 꿰찬 것은 어떻게 봐야 할까.
한국에서는 다른 분야에 도전하는 연예인을 곱지 않게 보는 시선이 있다. 이유가 없지는 않다. 드라마에 출연했던 이효리의 연기 실력은 형편없었다. 이휘재의 노래 실력도 꾹 참고 들어줄만한 것은 아니었다. 한 분야를 잘 한다고 해서 반드시 다른 것도 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개는 폭발적인 인기 때문에, 그 인기를 활용해 보기 위해서 다른 분야로 진출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물론 둘 다를 잘 하는 경우도 꽤 있다. 이정현과 엄정화가 대표적인 경우다. 임창정의 노래도 나쁘진 않았고, <막돼먹은 영애씨>의 김현숙도 좋다. 개그맨이면서 노래도 부르는 나몰라 패밀리도 괜찮다. 자신이 실력만 있다면, 다른 분야에 애정이 있다면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일본의 경우는 어떨까? 일본에서는 스타가 다양한 활동을 펼치는 것이 당연한 일처럼 여겨진다. smap, kinki kids, 아라시 등의 멤버들은 노래도 부르고, 연기도 하고, 버라이어티도 진행한다. 우에토 아야, 시바사키 코우 등 연기자 출신이면서 가수로서도 인기를 얻는 경우는 부지기수다.
특히 아이돌로서 인기를 얻기 시작한 연예인이라면 99% 가수와 연기 등을 병행한다. 대체로 아이돌에 대한 인기가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이돌의 팬들은 연기를 정말 잘하기 때문에, 노래를 너무나 잘 부르기 때문에 좋아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의 카리스마, 매력, 이미지 때문에 좋아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이 영화와 드라마에 나오면, 노래를 부르면 모두 좋아하고 산다. 그들이 최고의 연기와 노래를 할 수 잇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아이돌로서 매력적이기 때문에 팬이 생기고 열광적인 지지를 보내는 것이다.
거기에 일본 팬 특유의 충성심도 발휘된다. 한류 스타들이 일본에 가면, 노래를 부른다. 류시원, 박용하가 싱글 음반을 내면 오리콘 차트 상위에 올라간다. 그들이 노래를 그렇게 잘 부른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한류 스타의 팬들은, 그 스타에 관련된 상품이라면 무조건 구입한다. 편의점에서 한정 판매한 배용준 도시락도 품절되는 곳이 바로 일본이다.
그러니 스타가 되었다면, 가능한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의 인기를 누리고 돈도 버는 것이 당연해진다. 반대로 팬들은 스타의 다양한 모습을 보기를 원하고, 기꺼이 돈을 낸다. 서로의 이익에 따른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게다가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는 것이 일반적인 일본이라고 해서, 누구나 그런 것은 아니다. 아무로 나미에나 하마사키 아유미가 영화와 드라마에 나온 걸 본 적이 있는가. 자신이 관심이 있다면 나올 수 있겠지만, 노래나 연기의 한 우물을 파는 경우도 무수하게 많다. 반대로 이벤트성으로 부른 노래가 대성공을 거둔 경우도 많다. 개그 그룹인 톤네 루즈의 노래들도 큰 인기를 끌었고, 사극 배우로 유명한 마츠다이라 켄의 <마츠켄 삼바>는 2005년 최고의 히트곡이기도 했다.
사실 문화예술이라는 것은, 완성도가 얼마나 뛰어난가, 얼마나 예술적인가, 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이슈에 따라서, 시대적 요구에 따라서, 때로는 거칠고 조잡해도 인기를 얻고 의미부여가 되는 경우도 많다. 게다가 문화산업을 좀 꼬아서 말하면 ‘쇼 비즈니스’라고 할 수 있다. 쇼 비즈니스에서 중요한 것은, 얼마나 대중에게 어필하고 얼마나 많은 수익을 올리는가, 이다. 연기 경험이 절대 없는 가수를 주말 드라마의 주연으로 발탁한다던가, 발성도 제대로 못하는 인기 배우의 음반을 제작하는 것은 그런 이유다. 스타의 팬이, 그 드라마를 보고 노래를 다운로드받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하지만 스타의 실력이 어느 정도 뒷받침되지 못한다면, 그 인기도 오래 가지 못할 것이다. smap의 멤버들이 모두 노래와 연기를 잘 하는 것은 아니다. 일본 최고 스타인 기무라 타쿠야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연기력이 좀 부족해도, 기무타쿠가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카리스마가 느껴진다. 그리고 세월이 흐르면서 조금씩 좋아진다. 연기에서는 딱히 할 말이 없었던 카토리 싱고 역시 적역인 손오공을 연기하면서 인정을 받았고, <장미 없는 꽃집> 등으로 조금씩 연기폭을 넓혀가고 있다. 아이돌의 경우, 그들과 함께 나이를 먹으면서 그들의 성장을 바라보는 기쁨도 팬에게는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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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그동안 연예인의 타 영역 진출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았던 것은, 그들이 한순간의 인기에만 몰두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일 수 있다. 하지만 아이돌로 출발하여 이미 서른이 넘은 이효리가 버라이어티에서 활약하는 모습이나 소녀시대의 윤아나 빅뱅의 대성처럼 시작부터 다양한 활동을 펼치는 아이돌을 보고 있으면, 다르게 보일 수도 있다.
연예인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자신이 원하면 연기도 하고 노래도 부르는 것이고, 실력이 부족하고 인기가 떨어지면 자연스럽게 퇴출될 것이다. 사실 그렇게 영역을 넘나드는 연예인말고도, 연기를 못 하는 배우와 노래를 못하는 가수가 최고의 스타의 자리에 오르는 경우도 허다하지 않은가.
문제는 타 영역 진출이 아니라, 그들의 스타성이고 인기의 지속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