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스타의 절대 지존격인 배용준이 직접 프로듀스한 한국 궁중요리 도시락에, 그것도 한정판매를 실시한다고 알려지자, 2500엔(한화 3만 2천원 정도)이라는 고가에도 불구하고 일본내에서는 11만개가 팔렸다고 했다.
단순계산만으로도 2억 7천 5백만엔의 수익을 올렸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올해에도 배용준 도시락을 한정 예약받는다고 하여, 예약에 도전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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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욘사마 벤또, 예약하기
지난 6월, 일본 내에서는 '배용준 도시락'의 예약을 받고 있다는 미디어들의 보도가 있었고, 이것을 보고 인터넷 검색을 시작, 세븐일레븐 홈페이지에서 인터넷 예약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인터넷 예약은 의외로 간단하여 이름, 주소, 전화번호, 이메일 정도의 간단한 정보입력만으로 예약이 되었고, 한달 후 예약확인증을 출력해 근처의 세븐일레븐 편의점에서 금액을 지불하고 교환해달라는 메세지가 나왔다.
선예약금도 없고, 선불도 아니고, 이름도 실명을 쓰지 않아도 돼, 예약이 허술하다는 느낌은 있었으나, 주민등록번호 같이 손쉽게 본인확인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고, 약속은 칼같이 지키는 일본인들이기에 가능한 것 같기도 했다.
그리하여 예약한 사실조차 멀어져가고 있을 무렵인 지난 23일, 세븐일레븐으로부터 메일이 한통왔다. 24일 오후 12시에서 6시 사이에 지정한 세븐일레븐 편의점에 가서 도시락을 받을 수 있다는 메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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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락 하나 먹어보겠다고 한달이나 기다리는 것도 못마땅한데 집까지 배달도 안해주고, 매우 귀찮은 시스템이다. 차라리 처음부터 신용카드로 결제를 하고, 집까지 배달해주었으면 좋았을텐데..라는 아쉬움도 든다.
24일 당일, 편의점으로 도시락을 찾으러 갔다. 주섬주섬 인쇄한 예약확인증 종이를 꺼내어 보이니 '아~ 인터넷 주문이세요~'라며 젊은 청년 점원이 물건을 찾으러 갔다. 그런데, 5분이 지나도록 물건을 찾으러만 다니고, 도대체 도시락을 줄 생각을 안한다.
몇 명의 점원들이 토론(?)을 한 뒤에야 다른 점원이 이거 맞냐면서 도시락을 들고왔다. 점원들은 배용준 도시락을 처음 본 눈치다. '저게 그 벤또인가봐~'라며 수근거리는 점원들도 있었다. 그래서 '이 도시락 받으러 온 다른 사람은 없었나요?'라고 묻자 고개를 절레절레 '처음이신데요'라고 했다.
지난해 11만개가 팔렸다고 해도 배용준 팬이 아닌 일반 사람들에게는 '먼 이야기'인 듯 했다. 어쨌든 보통 도시락보다는 큰 연하늘빛 도시락이 봉투에 담겨졌고, '도대체 어떤 맛이길래 2500엔이나 할까?'라는 기대반, 설레임반으로 도시락을 들고 사무실로 향했다.
■ 욘사마 벤또, 먹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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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일단 도시락을 열어보고 겉모양만 봤을 때는 약간 실망. 도시락 문화가 워낙 잘 발달해있는 일본에서 살다보니 아기자기하고 예쁜 도시락을 워낙 많이 본지라 전체적으로 색깔이 칙칙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리고 '궁중요리'라는 말을 들어서 '신선로'까지는 기대를 안하더라도 한우나 전복 등 고급소재와 보기드문 메뉴를 기대했는데, 특별함이 없는 메뉴에도 조금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구절판에서 힌트를 얻었다는 팔각형의 도시락 모양이나, 고급스런 포장, 다른 음식의 맛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하나하나 따로 담은 정성 등은 높이살만 했으나, 가장 중요한 음식이 그다지 예쁘지 않고, 맛있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상당한 충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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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은 여름철 도시락 특성상 상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인지 전체적으로 '조금 짠 듯'했고, 표고전, 새우전 등 부침류는 심심한 맛이었다. 같이 맛을 본 직원들이 모두 '이건 맛있다'라고 추천한 것은 쇠고기를 양념하여 구운 듯한 '맥적'. 가장 궁중요리다우면서 고급스러운 맛이었다.
다들 '별로'라고 했던 것은 '우엉잡채'. 한눈에도 칙칙해보였던 우엉잡채는 '그저 간장맛'이라는 것이 대세. 원래 알록달록 잔치음식인 일반적인 잡채와 비교해 맛도 멋도 부족해보였다.
■ 욘사마 벤또, 평가하기
그렇게 여러명이서 한 입씩 맛을 보니 금방 바닥을 드러낸 '배용준 도시락'. 한 마디씩 품평을 해보자고 하니 모아진 의견이 '한국인이 먹기에는 맛이나 양이 별로' '궁중요리를 컨셉으로 했는데 고급스럽지 않다' '조미료 맛이 난다' '2,500엔의 가치는 없는 것 같다' 등 부정적인 평가였다.
사실 2,500엔이라는 가격은 일본 편의점에서 판매된 도시락 역사상 가장 '비싼' 금액이다. 또한, 요즘 직장인들 점심값 예산이 하루 500엔이 되지 않는다고 하는데, 2,500엔이면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일주일의 점심값이 해결되는 돈이기도 하다.
물론, 아기자기하게 16가지의 음식이 하나하나 담겨져있는 도시락이다 보니, 손이 많이 가는 것은 사실이겠지만, 고급스런 포장이나 팔각형 용기, 배용준 이름값을 친다고 하더라도 2,500엔은 조금 과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거기다 배용준이 직접 프로듀스했다는 '메뉴'도 조금 난해했다. 그냥 '한국음식'이라고 하기에는 '오징어조림'이나 '닭강정' 등이 중국음식 풍으로 볶아져 있었고, '참치김치주먹밥'과 '참치김치'는 '과연 전통요리인가?'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맛으로 보자면, 원래 조미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고급스런 한국 전통음식을 맛볼 수 있다고 하여 더욱 유명세를 탄 배용준의 도쿄 음식점 <고시레>와 비교해, <고시레 벤또>에는 조미료 맛이 선명하게 느껴져 조금 실망감을 느끼게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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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욘사마 벤또, 일본인들이 평가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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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평가는 일본인들 사이에서도 조금 '냉정'한 듯 싶다. 배용준 도시락을 주문했다는 사람들이 모인 인터넷 블로그에는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놓여있어 보는 눈이 즐겁다' 는 긍정적 평가가 있는 가 하면, '전체적으로 짜고 어떤 것은 싱겁다' '2500엔은 아무래도 너무했다' '여자 혼자 먹는데도 양이 넉넉하지는 않았다'는 부정적인 의견도 많았다.
거기에 '조금 호화스런 도시락이라도 사먹을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는 '벚꽃놀이' 시즌에 팔았다면 좋았겠지만, 혼자서 이유없이 사먹기에는 부담이 있다'라는 발매시기에 대한 불만, '욘사마 팬이라면 당연히 사겠지만, 일반인들에게는 부담스러운 도시락 가격'이라는 지적에 '도쿄에는 5,000엔 이상하는 벤또도 많은데, 그냥 그렇게 생각하면 되지 않나'라는 반박도 볼 수 있었다.
물론 매번 구입해서 먹고 있다는 욘사마 팬은 '욘사마 팬이라면 맛이 있건 없건 가격이 어떻든 상관없이 사야하는 것을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고, 하도 화제가 되어 처음 사먹어 봤다는 한 재일동포는 '팬 심리를 이용한 상업적 술수'라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어, 과연 배용준의 도시락 이벤트는 한국의 이미지에 득이되고 있는지 실이 되고 있는지 의문을 가져보게 되었다.
지난해 7월과 12월에 이어 제 3탄까지 탄생한 <고시레 벤또>. 기대와 비난 속에서 언제까지 계속 될 수 있을지, 먹어본 고객들의 평가가 반영되어 새로운 모습으로 등장할 수 있을 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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