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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민요, 이태리가곡보다 못할 것 없어!

[인터뷰] 일본에서 우리 민요 알리는 김정희 민요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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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민정 기자
기사입력 2010/10/28 [14:15]

"(에델바이스 등) 스위스 민요나 유명한 이태리 가곡 같은 건 누구나 한 곡씩 부를 줄 아는데, 한국 민요가 그렇게 되지 말라는 법이 없잖아요. 일본사람 한 사람, 한 사람이 우리 민요 한 곡은 부를 수 있게 만들겁니다"
 
스스로 일본의 한국민요 전도사 길을 개척하고 나선 김정희 씨의 포부는 크고도 확실하다. 젊디 젊던 어느 날 민요소리에 홀려 발을 들인지 30년. 외국 땅에서 주변의 따가운 시선에도 굴하지 않고 우리 민요사랑을 외쳐온 그녀는 이제야 자신의 꿈에 한발짝 다가갈 수 있게 됐다.
 
▲김정희 민요연구원 원장  ©jpnews/이승열

김정희 민요연구원의 김정희 원장을 처음 만난 곳은 지난 22일 도쿄 한국문화원에서 열린 제 1회 세계한식홍보축제에서였다. 세계에 우리 한식을 알리고자 일본의 관계자에게 한식을 선보이는 자리. 팔도음식을 맛보기 전, 우리 팔도민요로 흥을 살리고자 한 축하공연이었다.
 
화려한 한복색을 빛내며 제자들과 함께 무대에 선 김정희 씨는 충청도, 강원도, 전라도, 함경도, 황해도, 평안도, 경상도, 제주도 등 전국 팔도 민요를 맛깔스럽게 뽑아냈다. 한국인에게는 익숙한 곡들도 많았지만, 지역적 설명과 함께 들으니 지방색이 새삼  더 잘 전해지는 듯 하다. 
 
한 곡, 한 곡 끝날 때마다 회장에는 우뢰같은 박수와 함성이 터졌다. 마치 신기한 서커스를 보고 난 후 터져나오는 놀라움의 탄성과도 비슷했다. 김정희 원장이 직접 가르치고 있다는 도쿄 한국 초등학교 학생들이 무대 피날레를 장식했을 때는 가장 큰 환성이 쏟아졌다. 작은 몸에서 나오는 구수한 민요 가락에 일본인들도 반한 듯 싶다.
 
관객석에는 한국 민요를 처음 듣는 사람도 있었고, 평소에 관심이 많았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여간해서 잘 들을 수 없었던 한국 팔도 민요를 감상한 그들의 얼굴에는 만족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그 중 한 관객은 "영화 서편제를 보고 판소리, 민요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감동적이다. 가능하면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도 한다"며 "요즘 취미는 한국 지방 곳곳을 여행하는 것인데, 그런 의미에서 팔도 민요는 더욱 뜻 깊었다"고 말했다.
 
일본 내 한류는 더 이상 드라마, 가요의 전유물이 아니다. 처음에는 대중문화가 불을 붙였지만, 현재는 한국의 전통,  역사, 음식 등 모든 것이 일본인들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한국 관광하면 서울, 부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점점 지방으로 퍼져가고 있기도 하다. 
 
한국적인 것을 좀 더 알고 싶고, 느끼고 싶어하는 일본인이 늘어가고 있는 요즘, 일본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우리 민요 전파에 앞장 서고 있는 김정희 민요연구원 원장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민요, 그 강렬한 이끌림

"처음부터 민요를 한 건 아닌데, 어렸을 때 배운 가야금의 영향을 받은 것 같아요. 음악을 워낙 좋아해서 클래식도 했고, 팝송 가수도 했었죠. 한 때는 판소리에 빠져 맨날 목이 다 쉬어서 돌아다니고 그랬어요. 인간문화재 조상현 선생님을 찾아가 배웠죠. 가족들이 뜯어 말리고 난리가 났었어요. 이런 거 하면 여자 팔자 세진다고."
 
김정희 원장이 민요에 발을 들인 것은 약 30년 전. 가족의 성화에 못 이겨 판소리를 그만두고 마음이 허전할 즈음, 우연히 민요를 듣게 되었고 금세 빠져들었다. 김정희 원장은 당시를 회상하며 "우리 민요소리가 감미로운 요들송처럼 들렸다"고 하니 민요와의 만남은 어쩜 운명이었나 보다.
 
"처음엔 경기민요를 했었어요. 그러다 팔도 민요를 공부하게 되고, 일본에 건너와서도 민요와 끈을 놓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민요에 미쳐 살았는데, 주변 사람들한테는 당당하게 '나 민요한다'고 말할 수가 없더라구요. 그 당시만 해도 여자가 민요한다고 하면 가볍게 보는 사람들도 많았고, 무시하는 사람도 많았거든요"
 
민요는 기생들이나 부르는 것이라며 대놓고 무시하는 시선 때문에 한 때는 민요를 그만둘까하는 생각도 했다고 한다. 특히 타국에서 여자 혼자 민요를 부르다보니 '물장사 아니냐'는 따가운 시선을 받을 땐 정말 견디기 힘들었다고.
 
그래도 한번 빠진 민요에서 쉽게 헤어나올 수는 없었다. 포기하지 않고 공을 들여 실력을 쌓다보니 어느새 일본 땅에도 한류 붐이 일고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커지기 시작했다.
 
"최근 10년동안 일본에서 한국 문화에 대한 인상이 크게 바뀌었다는 것을 느껴요. 한국에 관심을 가져주시는 분들도 많이 늘어났구요. 요즘엔 제가 먼저 '저 민요하는 사람이예요'라고 말하고 다닌다니까요. 여기저기서 민요를 듣고 싶다고 하시는 분들도 늘어나고, 알고 싶어하시는 분들도 계속 늘어나고 있어요"
 
일본에서 거의 드물게 팔도 민요를 하는 김정희 원장은 그 덕에 요즘 아주 바빠졌다. 최근에는 도쿄 하네다 공항 국제선 개통식에 초대받아 민요를 부르기도 했고, 한달에 두 세 번은 직접 공연에 나서기도 한다. 거기에 학생 지도, 일본인 민요 강습, 후배 양성에 한국 민요 관련 세미나까지 참석하다보니 몸이 두 개여도 모자를 지경. 
 
특히, 공을 쏟고 있는 분야는 학생들 지도와 후배 양성이라고 한다. 도쿄 오쿠보에 있는 김정희 민요연구원에는 프로를 지망하는 학생들도 여러 명 있는데 공교롭게도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 제주도 등 다양한 지방출신자들이 모여있어 팔도 민요의 생동감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 재일교포 3세 한유하 씨   © jpnews
김 원장이 가르치는 프로지망생 중에는 할아버지가 제주도 출신으로 일본에서 나고 자란 교포 3세 한유하(25, 회사원)씨도 있다. 아버지 때부터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랐는 데도 불구하고 한국말도 잘 하고 제주도 민요도 맛깔나게 잘 뽑아내 김 원장이 아끼는 제자 중 하나다. 
 
"어렸을 때 부모님이 교포분들과 모임을 가지고 민요를 부르시는 것을 자주 봤어요. 몇 번 들은 적도 있고. 그래서 예전부터 관심이 많았는데 좋은 기회가 생겨서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공부하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살고 있지만 엄격한 민족의식을 가진 부모님 덕분에 조국에 대한 감정이 남달랐다는 한유하 씨는, 직장생활을 하는 중에 틈틈히 시간을 내고 민요연구원에 들러 연습을 하고 있다. 지난 세계한식홍보축제에는 김 원장과 함께 무대에 오를만큼 실력이 일취월장하고 있다고.
 
한유하 씨처럼 자신의 뿌리를 찾아 민요에 뛰어드는 학생은 물론, 영화 서편제를 보고 한국 음악에 흥미를 가진 60~70대 일본인까지 김정희 원장이 가르치고 있는 제자만해도 벌써 수 십명에 달한다.  김 원장이 다른 무엇보다 민요 전수, 후배 양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민요에 한국인만의 고유한 특징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노래 잘한다는 오페라 가수, 성악 가수들도 똑같이 따라하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요들송이나 흑인음악도 그렇고. 근데 민요는 외국인이 아무리 노력하려고 해도 똑같이 안 된다고 합니다. 그만큼 한국만의 고유함, 특별함이 있는 문화라는 것이죠"
 
이렇게 좋은 문화를 알리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 누군가 해야할 일이라면 일본에서는 자신이 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는 김정희 원장. 지난해에는 사비를 털어 크게 민요 공연을 열었을만큼 목표가 확고하다. 제자들, 후배들을 양성하다 보면 언젠가는 일본 전국에 한국 민요가 알려질 날이 올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죽기 전의 꿈은 일본에 국악학교를 하나 세워서, 민요 뿐만 아니라 판소리, 사물놀이 등 한국문화와 전통을 가르치는 거예요. 배우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찾아와서 배울 수 있도록. 꿈은 꾸는 게 아니라 이루는 게 꿈이라지 않습니까. 반드시 실현할 겁니다"
 
평생 우리 민요와 함께하다 제자들을 자식삼아 눈 감고 싶다는 김정희 원장. 이렇게 타국에서도 한국 전통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한류는 지속되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녀의 꿈이 빠른 시간에 이루어지기를 바래본다.

[포토] 제 1회 세계한식홍보축제- 팔도민요공연 
 
▲ 김정희 민요연구원 김정희 원장   ©jpnews/이승열
▲ 김정희 민요연구원 김정희 원장과 제자들   ©jpnews/이승열
▲ 김정희 민요연구원 김정희 원장        ©jpnews/이승열
▲ 김정희 민요연구원  제자들과 함께한 무대  ©jpnews/이승열

[포토] 김정희 민요연구원 연습 모습
 
▲ 김정희 민요연구원      © jpnews

▲ 김정희 민요연구원      © jpnews
▲ 김정희 민요연구원     © jp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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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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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에노 나그네 10/10/29 [09:50]
오랜만에 우리가락 잘 들었습니다. 우리민요에 관한 한 척박한 불모지라 할 수 있는 외국, 그것도 일본에서 들으니 참으로 감회가 새롭습니다. 비록 소리는 제대로 다듬어지진 않았지만 그래도 우리 소리를 들으니 절로 고향생각이 나네요. 김정희 원장님! 수고하셨습니다. 
MOMO 10/10/29 [15:03]
혼이 살아있는 당신의 열정에 찬사와 감사를 보냅니다. 되돌려 받아야 할것이 아직도 너무도 많은 일본에서 참으로 우아하고 아름답게 시위를 하고 계십니다.  일본정부와 덴노계가 당신의 소리에 감동을 받아 강탈해간 문화 유산을 (국가소유 뿐만 아니라, 개인소유도 포함하여) 완전하게 (스베떼) 한민족에게 돌려주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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