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문화에서 '왜색' 시비가 일어난 것이 하루이틀 일은 아니다. 트로트 음악들이 왜색을 띠고 있다고 하여 금지령을 받는 것 부터 최근 소녀시대의 새 앨범 자켓에 일본 전투기(零戦, 제로센) 삽입 문제까지 '왜색'은 언제나 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켜 왔기 때문이다.
물론 최근 연예계의 뜨거운 감자인 소녀시대 앨범재킷 문제는 하필이면 왜 일본 전투기를 넣어야 했을까?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무지한 처사였지만, 전지현 영화 '블러드'의 왜색논란, 트랜스포머 왜색논란 등 연예계 대형뉴스마다 전가의 보도처럼 뒤따라붙는 '왜색논란'이라는 말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한다.
이 문제를 이야기하기 전에 일본에서 '한국 사랑'을 당당히 외치고 있는 일본인 개그 콤비 '친구'의 이야기부터 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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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개그맨이면서 콤비명을 '친구'라고 지은 것부터 한국 냄새를 풍기는 이들은 쭉 뻗은 신장에 호리호리한 몸매, 웃는 모습이 매력적인 전형적인 일본 청년인 '포카'와 '신이치'이다.
2003년 콤비를 결성해 한국에서 반년정도 생활하고, 대학로 라이브 무대에서 한국어로 개그를 선보이는 등 지난 6년간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개그 활동을 펼치고 있는 '친구'.
2002년 한일월드컵을 보고 한국인의 정열적인 모습에 반해 한국 유학을 결심했다는 신이치가 적극적으로 나서 한국에서의 활동을 결심하게 된 이들은 한국어로 만담을 펼칠 만큼 한국어가 유창하고, 한국의 드라마, 영화, 연예인이라면 모르는 것이 없을만큼 한국 연예계에 해박하다.
현재는 일본의 최대 한인타운인 도쿄 신오오쿠보에서 한달에 한번꼴로 '한국'을 소재로 한 만담과 토크로 이루어지는 <진짜 토크>를 통해 일본인들에게 한국문화를 전하고 있다.
이들과 함께 이 토크쇼에 참가하는 사람은 '핫타 야스시'라는 한국 요리 전문 리포터로 그 역시 한국에서 1년반 정도 유학을 한 후, 한국 음식에 흥미를 가져 블로그, 메일 매거진을 통해 한국 음식에 관한 이야기를 연재하다 이것이 '직업'으로 발전한 독특한 이력을 가진 일본인 청년이다.
이 세 명의 젊은피가 한국문화를 전파하는 <핫타리친구 진짜토크>는 2007년부터 시작해, 적을 때는 정원 35명의 협소한 장소에서, 많을 때는 몇 백명에 달하는 관객들 앞에서 펼쳐져 지난 6월 공연으로 20회를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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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타리친구 진짜토크>에는 룰이 없다. 한국 축구이야기부터 최근에 본 드라마, 영화, 공연 소식까지 따끈따끈한 한국소식을 이들만의 재치있는 입담을 통해 관객들에게 전해진다.
2003년부터 한국을 오가며 개그 영역을 넓혀온 '친구'는 한국 연예인들과도 돈독한 친분을 자랑해 지난 20회 토크쇼에서는 8월 일본 무도관에서 콘서트를 예정중인 ss501에게 공연도중 전화를 거는 등 자유분방한 무대를 선보였다.
이들이 '한국'을 소재로 토크쇼를 기획한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일본에는 겨울연가 이후 '한류붐'이 불었고, 자칭타칭 '한국 매니아'인 이들이 그들의 특기인 '입담'을 살려 한류팬들에게 최신 소식을 전해주는 역할을 자칭하게 된 것이다.
연예계 소식과 한국 문화 전반을 '친구'가 담당한다면 삼겹살, 떡볶이로 대표되는 한국 음식의 최신 정보를 전하는 것은 '핫타'가 맡았다.
이 공연에 오는 관객들은 한류를 좋아하고, 한국을 좋아하는 평범한 일본인들. 대부분은 50대 이상의 중년여성들이지만, 2~30대의 젊은 여성,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중년남성 등 다양한 계층의 관객들이 모여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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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일본 아줌마 부대로 대표되는 한류팬도 아닌 2~30대 젊은 개그맨 청년들이 이렇게 '한국 사랑'을 외치는 것은 주변에 어떻게 비춰지고 있을까? 한국 연예인이 공개적으로 '일본 사랑'을 외쳤다면 분명 '왜색논란'에 시달리며 연예활동에 지장을 받을텐데 말이다.
한국 사랑을 외치고 다니는 데 주변 반응은 어떠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들의 반응은 '지금이 무슨 조선시대이냐'는 제스츄어를 취했다. 일년이면 백만명 넘는 사람들이 한국을 방문하고, 음식을 먹고, 쇼핑을 하는 이 시대에 한국 좋아한다고 이야기하는데 남자 여자가 어디있고 젊고 늙은 것이 무슨 상관있냐는 이야기이다.
가족들도 친구들도 이들을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는 이들은 없다고 한다. 드라마에 빠져 환타지를 꿈꾸는 '한류팬'이 아닌 '한국'을 좋아하는 데는 어느 누구도 이견을 제시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
물론, 이들의 이야기를 한국의 '왜색논란'과 비교하기에는 '침략한 자'와 '침략당한 자'라는 역사적 사실이 있기에 비약이 있을 수 있다.
일본 전쟁의 상징이었던 '욱일승천기' 티셔츠를 입고 나타난 빅뱅이나 '기미가요'에 박수를 보낸 조혜련, '제로센'를 앨범 재킷에 전면으로 내세운 소녀시대 등은 연예인들이 대중에게 미치는 막중한 영향력을 고려할 때 삼가해야 할 사항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전지현의 배우로서의 생명력에 대한 논란으로 시작돼 일본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한 영화 '블러드'의 왜색논란까지 비약한 과정은 지나친 '노이즈'가 아닌가 하는 느낌을 씻을 수가 없다.
'왜색'이라는 단어가 붐이 일자, 너도나도 붙이기 시작해 영화 '트랜스포머'의 억지스런 왜색논란까지 번지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초래했고, '누구의 왜색논란'이라는 말은 순식간에 인기검색어가 되어 오히려 마케팅에 도움이 되는 이 역설적인 상황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역사적인 상식없이 일본 전쟁의 상징을 걸치는 것은 분명히 바로잡아야 할 일이다. 하지만 논란을 위해 일부러 '왜색'을 이용하는 무분별한 사건 혹은 노이즈 마케팅은 문화를 문화 자체로 받아들이지 않고, 색깔론으로 논쟁을 부추기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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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난강이나 일본 개그콤비 '친구'같이 한국을 좋아하는 일본 연예인을 볼 때 당신의 기분은 어떠한가? 한국인의 친절함과 정열, 직설적인 표현을 좋아한다며 허리가 구부러질때까지 한일양국 문화를 잇는 공연을 계속하고 싶다는 이들도 '왜색'이라며 배척해야할까?
왜색논란이 포털사이트를 들끓는 요즘, 한번쯤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이다.
>> 한국 요리 전문 리포터 핫타 야스시는 새로운 한국어 회화책을 냈다.
>> 이들의 다음 공연은 오는 7월 26일 신오오쿠보 <나비코리아>에서 열린다.
참가해보고 싶은 사람은 http://www.kjnavi.co.j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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