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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신문의 은근한 "사진편집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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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현 기자
기사입력 2009/06/04 [10:14]

정권교체를 앞두고 일본언론의 줄서기가 시작되었다는 것은 "日 언론, 민주당에 줄서기 시작했나?" 에서 살펴보았다. 여기서는 일본을 대표하는 종합일간지들이 지난 5월 27일 아소 다로 총리와 하토야마 유키오 민주당 대표의 당수토론이 끝난 후 어떤 사진을 사용했는지 살펴보려 한다.

지난 5월 28일 조간에 쓰인 5대 신문들의 당수토론 관련 사진을 본 순간 미묘한 차이를 느꼈다. 비슷한 앵글임에도 어떤 매체의 사진은 하토야마 민주당 대표가 돋보였고, 또 어떤 사진은 아소 총리가 박력있게 다가왔다.
 
▲ <아사히> 5월 28일자 조간   ©jpnews

먼저 <아사히>의 사진에서는 당당하게 서 있는 하토야마 대표에게 아소 총리가 손짓 발짓을 구사하며 변명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일본의 총리가 누군지 모르는 외국인에게 이 사진을 보여주면서 "누가 총리 같나?"라고 물어보면 아마 십중팔구 하토야마를 가리킬 법한 듬직함이 느껴진다. 아소 총리의 이런 자세가 마치 도전자같다는 인상을 심어 준다.

<마이니치>와 <산케이>는 비슷한 앵글의 사진을 사용했지만, 그 느낌이 천양지차다. <마이니치>의 경우 아소 총리의 이마 주름살이 돋보인다. 무언가 불만이 가득한 아소 총리가 하토야마 대표에게 엉겨 붙는다. 하지만 하토야마 대표는 이 도전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당당하게 반론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 <마이니치>  5월 28일자 조간     ©jpnews

▲ <산케이> 5월 28일자 조간    ©jpnews

하지만 <산케이>는 거의 같은 앵글임에도 불구하고 아소 총리가 당당해 보인다.

왜 그럴까? 이유는 바로 하토야마 대표의 시선이다. 아소 총리의 질문공세에 하토야마 대표가 시선을 피하면서 손을 자기 가슴쪽으로 펴서 마치 방어하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저널리스트 시부이 테츠야는 "(시선을 피하는 사진은) 누가 봐도 악의적이라는 느낌을 준다"고 말했다.

<도쿄>와 <요미우리>의 사진도 재미있다. 이들은 좀 와이드한 앵글의 사진을 사용했는데, <도쿄>는 하토야마 대표가 똑바로 서서 왼손을 휘저으며 마치 연설을 하는듯한 사진을 사용했다. 아소 총리는 다리를 삐딱하게 벌리고 이를 그냥 듣고만 있다.

반면 양비론으로 일관한 <요미우리>는 사진자체가 작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소 총리가 서 있는 사진을 넣었다. 그런데 아소 총리의 말을 듣고 있는 하토야마 대표는 손을 뻗쳐 무언가를 만지작 거리고 있어 제대로 듣고 있지 않다는 느낌을 받는다.

45분동안 수많은 사진을 촬영했을텐데 그 중에서 하토야마 대표가 딴청 피우고 있는 사진을 골랐다는 건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까?
 
▲ <도쿄> 5월 28일자 조간     ©jpnews

▲ <요미우리> 5월 28일자 조간     ©jpnews

사진 한장만으로도 신문의 논조나 성향을 알 수 있다. 예전 같았으면 "뉴트럴" 코너에서 심판 역할을 했을 일본 언론들이 "정권교체"라는, 일본정치사에 남을 역사적인 순간에서 이렇게 자신들의 색채를 은연중에 드러내고 있다.

과연 남은 2개월동안 어떤 모습을 선사해 줄지 매우 흥미롭다.  
 
 
■ 참고 <일본 언론의 이념적 스펙트럼>
 
일본 거대 일간지의 이념적 스펙트럼을 본다면 가장 오른쪽부터 <산케이>, <요미우리>, <마이니치>, <아사히>, <도쿄>가 놓인다. 원래 발행부수만을 기준으로 놓고 본다면 <도쿄>대신 <니혼게이자이>가 들어가야 겠지만, <니혼게이자이>는 경제종합 일간지의 성격이 강해 <도쿄>를 대신 넣었다.

위 스펙트럼만 놓고 본다면 <아사히>와 <도쿄>가 진보적 성향으로 보여지지만 최근에는 꼭 그런 것만도 아니다. <산케이>가 워낙 오른쪽 성향을 띠고 있는지라 상대적으로 <마이니치>, <아사히>, <도쿄>가 진보적으로 보일 뿐이다. 굳이 말한다면 양심적인 언론이라는 표현이 적당할 것이다. 하지만 물론 이들 5대 신문은, 표면적으로는 '중립'적인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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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오 09/06/04 [11:05]
그때 그 자리에 누가 앉아 있느냐에 따라 너무나 많은 것들이 뒤바뀌게 됩니다. 편집이란 바로 그 사람의 머릿속에 있는 것이 판면에 뛰쳐나오는 것이므로, 미루어 짐작가는 것들이 많죠. 일본 신문들의 편집행태 분석기사, 즐겁게 잘 읽었습니다. 고맙슴다*^^*
박철현 09/06/05 [09:44]
항상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기사 쓴 다음에 언제 오대오님의 댓글이 달릴까 조금은 기대하기도 합니다...^^;; 언제나 마음깊이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김창규 09/06/05 [12:38]
예리하신데요. 마치 딴지일보(제게는 가장 신뢰도가 높은 언론 ^,.^)의 예리함을 보는 듯한 기사였습니다. 앞으로도 편집에 대한 기사를 많이 써 주셨으면 합니다. 그러고 보면 일본도 기자와 편집부장과의 관계와 우리나라와 같은지 궁금하군요... 
kori2sal 09/06/05 [15:03]
다각적인 분석 기사 아주 좋았습니다.
오타쿠 왕자님이 정권을 잡으면 그나마도 희망은 있을 거 같은데, 아무래도 하는 걸 봐서는 자기 생존에 더 집착하는 듯 하네요.
아키토 09/06/10 [07:03]
기사를 쓴사람이 의도하는데로 보일수 밖에 없겟군요.
신문기사라도 필터링해서 읽어야 하는 자세가 필요할듯합니다.
밝은미소 09/06/10 [22:12]
좀이상한사진보면,기자가안티인가-_- 정도로 생각하고 넘어갓것엇는데,
요런영향력이잇엇군.!!이제부턴 사진도 유심히살펴볼게요!신문읽는재미가한층업돼겟군요텣횽덕분에ㅋ,잘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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