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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철도 오타쿠의 '여신'을 만나다

아키하바라 철도 아이돌 '기무라 유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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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민정 기자
기사입력 2009/05/18 [14:20]

일본에는 많은 '오타쿠'들이 존재한다.

'오타쿠'는 무언가를 지나칠 정도로 수집하고 정보를 모으는 이들을 일컫는 말이다.  이들은 또한  단순한 매니아가 아니라 자신들이 열정을 쏟고 있는 분야에 대해선 엄청난 전문성을 자랑한다. 그들의 관심분야는 대개  애니메이션, 게임, 코스프레, 피규어, pc조립 등으로 다방면에 퍼져 있다.  
 
하지만 '오타쿠'는 자신이 좋아하는 특정 분야에만 모든 정열을 쏟아넣기 때문에 사회성이 결여되었다는 평가도 받고 있으며 그러다 보니 '왕따'라는 이미지로 받아들여질 때도 있다. 한국에는 이와 비슷한 표현으로 '폐인'이 있지만, 폐인이 관심분야에 몰두해 다른 것에는 신경 쓸 여력도 힘도 없는 사람들을 일컫는다는 데서 전문가 뺨치는 지식 및 정보로 무장한 '오타쿠'와는 약간 차이가 있다.
 
한국에도 워낙 일본 오타쿠 문화가 많이 소개되고, 스스로를 '오타쿠'로 지칭하는 사람들도 늘어가는 추세이지만, 서로 다른 환경탓에 한국에서는 그다지 폭넓게 활동하고 있는 오타쿠가 바로 '철도 오타쿠'. 일본은 가로로 긴 섬나라에 전국 방방곳곳이 철도로 이어져, 철도 여행이 상당히 발달되어 일찍부터 각종 노선을 외우는 것은 물론, 출발시각, 경유지, 철도 역사에 이르기까지 '달달 외는' 철도 오타쿠들이 자생해왔다.  일본드라마 '전차남'에서 주인공 오타쿠 전차남을 응원하는 오타쿠 중에 철도원 복장을 하고 '모에~'를 외치는 오타쿠가 바로 '철도 오타쿠'이다.
 
이런 철도 오타쿠들이 한자리에 모인다고 하여 오타쿠의 성지 '아키하바라'를 찾았다.
 
'누구라도 상관없었다'며 차를 들이박고 나이프를 휘둘러 7명이 사망한 '아키하바라 무차별 살인사건'이 일어난지 거의 1년. 사건 직후, 주말에도 발길이 뚝 끊겼다던 아키하바라였으나 무뎌진 사람의 기억과 함께 1년이 지난 아키하바라는 각종 기계음으로 시끄럽고 쇼핑을 나온 외국인들이 흘러넘치고 커다란 배낭을 맨 곱슬머리에 안경 쓴 오타쿠들의 행복한 미소로 제 모습을 다시 찾은 듯 했다. 
 

▲ 패스트푸드점 복장 그대로인 관객 © jpnews 이승열 기자
드라마 '전차남'에서 보아오던 대로 커다란 안경, 곱슬머리, 체크셔츠, 배까지 올린 바지에 커다란 가방을 맨 이들이 향한 곳은 아키하바라 게임 전문 매장 '아소빗토게임시티'.  저녁 6시부터 개최되는 철도 cd  발매이벤트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철도 cd 는 철도 오타쿠들에게는 '여신' 적인 존재인 철도 아이돌 '기무라 유코'가 철도를 테마로 부른 노래가 수록되어 있는 cd로, 곡이나 가사가 오타쿠스럽지도 않고 발랄하고 경쾌한 러브스토리에 가깝다.  지난 4월 29일에 발매한 이 cd는 아키하바라, 시부야 등에서 2000엔에 철도 매니아들에게 절찬리에 판매되고 있으며, cd 구입시 이벤트 참석권이 배부되었다고 했다. 
 
관객들은 입구에서 참석권을 열차 승차권으로 바꾸고, 제비뽑기를 통해 순서를 받아 뽑힌 순서대로 자리에 앉았다. 맨 앞에 줄에 당첨된 이들은 '기무라 유코'의 꽤 열렬한 팬인 모양으로 티셔츠를 맞춰입은 모습이었다.  착석이 마무리되고, 드디어 아이돌들이 등장하며 이벤트가 시작되었다.  이번 철도 cd에는 기무라 유코 외에 아키하바라 아이돌 '사쿠라가와 히메코'도 참여하여, 무대에는 기무라 유코, 사쿠라가와 히메코, 일본 최초의 철도 이자카야라는 'tgv' 점원 4명이 올랐다.
 
▲ 왼쪽부터 기무라유코, 사쿠라가와 히메코, 점원들     ©jpnews 이승열 기자
공주 컨셉이라는 '사쿠라가와 히메코'는 세일러문 같은 드레스 차림으로 나타나 간드러진 목소리로 오타쿠 관객들의 마음을 녹였고, 철도아이돌 '기무라 유코'는 본인이 직접 제작했다는 승무원 복장으로 씩씩한 모습이었다. 기무라는 보통 아키하바라 아이돌 cd라고 하면 예쁜 목소리가 특징인데 자신은 전혀 그렇지 않아 애를 먹었고,  조금 간드러진 목소리를 냈을 때 '매우 부끄러웠다'고 밝혀 솔직하고 밝은 성격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히메코는 노래도 특유의 간드러진 목소리로, 관객석에서는 흥에 겨워 덩실덩실 춤을 추기도 하고 환성을 외치는 이들도 있었으며, 이후 '여신' 기무라가 등장, '여러분 내일부터 다시 회사죠? 오늘은 신나게 놀아보아요~'라며 스탠딩을 유도하여 관객석의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발매된 지 아직 한달도 안된 철도 cd임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은 어느새 후렴구며, 율동을 맞춰 노래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은 마치 '광신도'를 연상하게 했다. 
 
▲ 기무라 유코  © jpnews 이승열 기자
약간의 토크와 라이브 후, 마지막 순서로는 입장시 나누어 주었던 승차권을 '기무라 유코'가 검열하며 사인엽서를 건네고 악수회까지 마쳐 철도 오타쿠 관객들의 얼굴에는 흐뭇함이 가득했다.
 
작업복 그대로에 모자에 '기무라 유코 전용 종업원'이라고 적은 팬, 얼굴에 기름기가 흐르는 아저씨 오타쿠, 구부정한 자세에 전형적인 오타쿠.. 그런 팬들과 인사를 나누고 노래를 하고 악수해주는 그녀를 보면서 '오타쿠들을 상대로 하고 싶을까?'하는 의문이 생겨, 모든 이벤트 종료 후 물어봤더니,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사실 저도 철도 오타쿠인걸요~'
 
실제 철도에 흥미가 있어 자격증을 2개나 보유하고, 철도에서 도시락 등을 판매하는 등 승무원 일을 했었다는 기무라.  그녀가 유명해진 것은 약 2년 여전으로 철도 오타쿠들 사이에서  '철도에 대해서 해박한 귀여운 승무원이 있다'라는 소문이 돌면서 일약 '철도 아이돌'로 등극했다고 했다. 올해로 26살이나 됐다며 '아이돌 하기에는 너무 많죠'라며 멋쩍어 하는 그녀는 동글동글한 얼굴만큼이나 성격도 좋아보였다.  '오타쿠 팬들이 무섭지는 않은지' 묻자 '정말 착한 사람들'이라며 손사레를 젓는다. 만일 무례한 행동을 하려해도 '그러지 마세요' 한 마디면 물러난다며 팬사랑을 표현하기도 했다.
 
또한, 예전에 한국을 방문해 목포에서 ktx를 타 본적이 있다며 당시 비행기도 아닌데 비상출구 등을 안내하는 방송이 나와서 인상깊었다는 소감을 밝히기도 하고, 같은 열차에서 한류스타 박용하를 보았다며 미소를 짓고, 한국에 '철도 아이돌'이 없으면 진출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귀여운 외모, 간드러진 목소리로 무장한 아이돌 사이에서 철도 아이돌 '기무라 유코'가 빛나는 것은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철도'가 있고, 그것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기 때문이 아닐까? 어리지도, 가녀린 목소리도 가지지 않은 '기무라 유코'는 철도 오타쿠들의 '여신'처럼 빛을 발하고 있었다.

▲ 전체기념샷     © jpnews hiroki yamamoto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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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09/05/20 [12:03]
앞부분에 조금 어색한 문장들이 눈에 띄네요..이런 것들은 기본적으로 체크되어야 하지 않나요? 
편집부 09/05/20 [13:14]
체크작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점 사과드립니다. 앞으로는 출고하기전 면밀하게 체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아이엠피터 09/05/20 [17:23]
창간하신지 얼마 안되어서 약간씩의 오류가 있지만,앞으로 잘 될것이라 믿습니다.일본 이야기들을 열심히 만들어주시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좋은 일본 관련 사이트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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