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간된 <원피스> 56권은 초판에 285만부를 발행하여 신기록을 세웠고, 10번째 극장판은 예매티켓이 30만장이 팔리며 순항중이다. 1997년 <소년 점프>에서 연재를 시작한 <원피스>가 10여년이 넘는 세월동안 변함없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본에서는 <원피스>를 ‘소년 만화가 원래 가지고 있던 로망과 꿈을 그대로 보여주는’ 만화라고 평가한다.
작가 자신도 “소년 만화는 모험이다, 여행이다, 동료다, 라는 거다. 우정이라든가 사랑이라든가, 그리는 쪽은 좀 부끄럽다고 생각해도, 어린이들은 스트레이트하게 받아들여준다. 그러니까 왕도로부터 벗어나면 안 된다.
우리들은 어린 시절부터 그런 것들을 읽어왔고, 결국 그게 가장 재미있었는데, 왜 최근에는 없는 걸까, 하고 생각하고 있었다”고 말한다.
|
그런 순수한 열정과 심플함 그리고 ‘전형성’이 인기 순위에서 소년만화부문은 단연 1위, 청년만화까지 합쳐도 3, 4위를 놓치지 않는 결정적인 이유일 것이다.
<원피스>는 단순히 해적이 보물을 찾아 떠나는 이야기이고, 기발한 능력을 발휘하는 악당들과 끊임없이 대결이 펼쳐지는 전형적인 구성이다.
악마의 열매를 먹어 고무인간이 된 루피는, 자신의 영웅이었던 해적 샹크스의 길을 따라 해적왕이 되기로 결심한다. 루피는 삼도류의 달인 조로, 발차기가 특기인 요리사 상디, 천재적인 항해사 나미 그리고 거짓말쟁이 우솝과 함께 모험의 길에 나선다.
<원피스>가 독자를 사로잡는 첫 번째 이유는 캐릭터의 매력이다. 작가가 자신과 가장 닮았다고 말하는 조로(외모가 아니라 지기 싫어하는 성격이)부터, 타인을 행복하게 만들기 위하여 거짓말을 했던 우솝까지 개성적인 캐릭터가 생생하게 살아있다. 주인공은 물론 조역들, 악당까지도 기발한 매력이 흘러넘친다.
|
그리고 그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도처에서 등장할 수 있도록 기이한 모험들이 화려하게 펼쳐진다. 루피 일행이 다다르는 곳마다 사건이 생기고,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한다.
어떤 판타지물에도 뒤지지 않는 방대하고도 아기자기한 모험담이 펼쳐지면서, 개성적인 악당들이 루피 일행과 맞닥뜨리고, 결투를 벌인다. 루피 일행과 새로운 적들의 싸움은 독자들이 계속해서 <원피스>를 보게 만드는 힘이다.
매력적인 캐릭터, 흥미진진한 이야기 거기에 각각의 싸움을 묘사하는 탁월한 솜씨까지 <원피스>는 3박자가 절묘하게 갖추어진, 최강의 소년만화다.
전투 장면에서도 <원피스>는 인상적인 액션을 선보인다. 루피 일행은 모험을 떠나면서 도착하는 섬마다 괴상한 적들을 만난다. 물이 약점인 루피를 바다로 끌어들여 싸우는 인어족과의 결투나 하늘섬에서 만난, 번개를 무기로 쓰는 갓 에넬과의 결투 등은 압권이었다.
루피만이 아니다. 세 개의 칼을 휘두르는 조로와 현란한 발차기의 상디, 니코 로빈의 트위스트와 나미의 임팩트 다이얼 그리고 전투형으로 변신이 가능한 쵸파 등등 <원피스>의 액션 장면은, 영화 이상으로 박진감이 넘친다. 더욱 아기자기하기도 하고.
그 모든 것들을 통해서 <원피스>는 하나를 말한다. ‘로망과 꿈’.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향해서, 즐겁게 달려가자. 일본 만화에서도 점차 낡은 단어가 되어버리는 듯하던 ‘로망과 꿈’을 다시 살려낸, 그것도 가장 노골적이고 치열하게 보여준 만화, 그것이 바로 <원피스>다.
|
다만 <원피스>에게도 약점은 있다. 서구에서는 <원피스>보다 <나루토>의 인기가 더 높고, 공전의 명작 <드래곤 볼>의 다양한 성과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신선한 아이디어가 부족해졌다는 말도 조금씩 들리고 있다.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도 힘들지만, 그 자리를 유지하기란 더욱 어려운 일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