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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언론 총리비판, 日 언론 제대로 읽기

예산공개심의를 밀어버린 <요미우리>의 '총리 위장헌금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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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현 기자
기사입력 2009/11/25 [11:48]

일본의 일간지 시장은 5대 신문이 장악하고 있다. 
 
하루 900만부씩 찍어내는 요미우리 신문을 필두로 아사히, 마이니치, 산케이, 도쿄 신문이 그뒤를 따르고 있다.
 
사단법인 일본abc협회의 2007년 상반기 보고서(전국기준)에 따르면 아사히가 700만부, 마이니치가 250만부, 산케이가 130만부, 도쿄 신문 87만부를 매일 발행하고 있다.
 
일본 역시 예년에 비해 부수가 줄어들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경제지인 니혼게이자이 신문(350만부)를 포함한다면 하루 약 2천 500만부가 독자들 손에 들어간다. 즉 일본인 5명중 1명은 여전히 신문을 통해 일본사회를 바라본다. 
 
그런데 이들 일간지들의 이념 스펙트럼이 흥미롭다. 일본은 한국처럼 보수언론이 신문시장을 장악하는 구조가 아니다. 아사히, 도쿄, 마이니치가 진보에 속한다면 요미우리, 산케이는 보수를 대변한다. 발행부수도 각각 1천만부 안팎을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일본 언론의 '진보 vs 보수' 대결은 지면편집을 통해 종종 드러난다. 
 
지난 6월 <제이피뉴스>가 보도한 '일본 신문의 은근한 사진편집술'이 그런 예에 속한다. 당시 중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열린 당수토론에서 자민당 아소 다로 전 총리와 민주당 하토야마 유키오 대표(현 총리)가 주고받은 설전에 대해 요미우리와 산케이는 아소 다로의 자신감에 넘치는 표정을 실었던 반면, 마이니치, 아사히는 하토야마 대표의 당당한 자세를 실었다.
 
▲ 6월 4일자 마이니치 신문의 당수토론 사진. 하토야마 당시 민주당 대표의 시선이 날카롭다.    ©jpnews
▲ 반면 산케이가 게재한 당수토론 사진은 하토야마 씨의 눈이 아래로 가 있는등 수세적인 입장에 몰려 있는 느낌을 준다.    ©jpnews
 
이런 각 언론사의 스탠스는 민주당이 정권을 잡은 후에도 별반 다르지 않다.
 
어제 24일은 중요한 뉴스가 겹친 날이다. 먼저 두번째 예산낭비 공개심의가 시작됐다. 지난 17일 끝난 제1차 '사업 정리분류 작업(事業仕分け作業)'(이하 '심의작업')의 후반전 성격을 띤 이 작업은 많은 관심을 불러 모았다.
 
지난 1차 심의작업은 상당한 호평을 받았었다. 일반인, 지식인들은 물론 심지어 자민당 간부들조차 "흥미롭고 신선한 작업"이라고 털어 놓았을 정도다.
 
이번 2차 심의작업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도 높았다. 마이니치 25일자는 "일반인 방청객 1780명이 몰려 입장제한 조치가 내려졌다"면서 "하토야마 총리도 모습을 드러내 심의가 열리는 국립인쇄국 이치가야 센터 밖에는 100미터가 넘는 줄이 생기기도 했다"라며, 심의작업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아사히 역시 마찬가지다. 아사히는 첫날 심의작업의 쟁점으로 떠오른 외무성 산하 독립행정법인 국제협력기구(jica, 오가타 사다코 이사장)에 대해 자세히 보도했다.
 
"국제협력기구의 간부들은 비행기 티켓을 끊어도 비즈니스나 퍼스트 클래스를 끊는다. 급여도 독립행정법인 중에서 최고 수준이다. 이사장의 연봉은 2천 216만엔(한화 약 2억 8천만원)에 이를 정도다. 이는 국가공무원의 급여를 100으로 놓고 봤을때 133에 해당하는 급여수준이다."(아사히신문 11월 25일자)
 
마이니치와 아사히는 민주당 정권이 호평을 받은 '심의작업'에 초점을 맞춘 셈이다. 심의작업에서 오고간 토론을 자세히 보도한다는 것 자체가 결국 민주당 정권에 힘을 실어주게 된다. 
 
하지만 보수를 표방하는 요미우리와 산케이는 달랐다. 요미우리 25일자 1면은 '하토야마 총리의 다른 정지단체에도 위장헌금 의혹이 발견됐다'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요미우리는 하토야마 총리의 전 정책비서에 대한 도쿄지검의 재택기소 방침을 보도하면서 2005년이후 매년 그의 모친과 누나가 개인헌금의 상한액인 연간 150만엔씩 기부했다는 사실이 추가로 밝혀졌다고 전했다.
 
"하토야마 총리의 자금관리단체 우애정경간화회(友愛政経懇話会, 이하 '간화회')의 위장헌금문제의 허위기입 총액은 2억 수천만엔에 이를 것으로 밝혀졌다. 도쿄지검 특수부는 허위기입의 총액을 확보한 후 12월중에 '간화회'의 회계담당이었던 전 정책비서를 형사처벌할 예정이다."(요미우리 11월 25일자)
 
▲ 11월 25일자 아사히(왼쪽)와 요미우리. 아사히가 정권교체 70일째를 강조하는 마크와 함께 민주당 정권의 정책과 그 추진과정을 소상하게 설명하고 있는 것에 비해 요미우리는 총리의 허위기재 사실을 1면 톱기사로 실었다.  ©jpnews
 
한편 요미우리는 마이니치, 아사히가 중점적으로 보도한 '심의작업'의 상세한 내용을 4면 오른쪽 부분에 게재했다. 한국과 달리 왼쪽으로 장을 넘기는 일본신문은 '홀수 지면'이 눈에 들어오기 쉽다. 2면은 넘기면 바로 나오기 때문에 그나마 낫다. 그러나 4면은 그냥 넘어가기 쉽다. 그런 지면에 '심의작업'을 게재한 것이다.
 
또 요미우리는 심의작업 기사의 왼쪽 지면에 얼마전 자전거 사고를 당했던 자민당 다니가키 사다카즈 총재의 동정을 사진과 함께 실었다. 그 위에는 정당의 싱크탱크가 기로에 서 있다면서 '자민, 폐지를 검토 / 민주, 휴면상태'라는 소제목을 박았다. 보통이라면 집권여당을 먼저 쓰는데, 요미우리는 야당 자민당을 집권여당 민주당보다 먼저 거론했다.
 
산케이 25일자도 비슷하다. 산케이는 1면에 이번 '심의작업'을 통해 폐지, 재검토등이 지적받은 일본정부의 개발도상국 무상지원(oda) 축소경향을 맹비판했다. 신문은 국제협력기구에 대한 심의작업 논의는 국제공헌을 명시한 하토야마 내각의 외교방침과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주장을 전개했다. 또 심의작업 자체가 재무성의 논리를 따라가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산케이의 본심은 1면 톱기사 하단에 위치한 '산케이쇼(産経抄)'에 드러난다. '산케이쇼'는, '산케이쇼'를 읽기 위해 신문을 구독한다는 열성 독자들이 있을 정도로 인기를 끄는 700자 칼럼이다.  
 
25일자 '산케이쇼'는 "하토야마 총리는 어쩌면 정말 우주인일지도 모른다"로 시작한다. 그러면서 그 이유에 대해 "도쿄지검 특수부의 허위기재헌금 수사가 본격적으로 전개됐지만 총리의 인기가 여전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또한 칼럼은 "막대한 돈을 들여 지은 하토야마 회관(도쿄 도시마)은 오히려 관광 스폿으로 매일같이 엄청난 인파가 몰리고 있는데 이런 유복한 환경속에서 자란 총리에게 2억, 3억엔(허위기재 총액이 2억엔이상임을 빗댄 표현-기자주)은 그냥 용돈에 불과할지 모른다"라고 덧붙였다.
 
칼럼은 "하토야마 총리는 6년전 메일매거진을 통해 '정치인은 기본적으로 금전에 관한 부분은 비서에게 맡기기 때문에 비서가 범한 죄는 정치인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면서, 마지막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비서의 죄가 입증되면 즉시 책임을 져라! 고 말은 하지 않겠지만 총리의 경제지식이 일천해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다. 닛케이 평균 주가는 총리가 취임하기 직전에 1만엔 대를 회복했는데 지금은 9401엔. 869엔이나 내려갔다. 유럽 미국의 주가가 급속도로 올라가고 있는 상황인데도 말이다. 시장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 눈앞에 보이는 사업 정리분류 작업에 신경쓸 틈이 없다."(산케이 11월 25일자 칼럼 '산케이쇼')
 
▲ 산케이의 명물 칼럼 '산케이쇼'. 독설과 비아냥이 난무하는 혼네(本音, 본심) 칼럼이다.   ©jpnews
 
같은 사안이라도 보는 관점에 따라 편집방향이 결정된다. 아사히, 마이니치라고 해서 총리의 허위기재 및 위장헌금을 취재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요미우리, 산케이도 일선의 기자들은 '심의작업'을 열심히 취재했을 테다.
 
하지만 데스크의 판단에 따라 지면배치, 기사게재여부, 기사 덩치(크기)가 결정된다.
 
미일동맹 중시의 입장을 펴고 있는 보수언론은 외교적 사안에 극히 민감하게 반응한다. 적어도 내년 초까지는 결정날 것으로 보이는 후텐마 기지 이전 문제에 대해 요미우리와 산케이는 '미일동맹 우선주의'의 입장을 펴 왔다. 
 
예를 들면 요미우리는 오카다 가쓰야 간사장이 20일 밝힌 "후텐마 기지 이전문제는 현행안(나고시 헤노코 슈와브 기지 이전)도 가능하다"는 것을 크게 보도했다. 물론 현행안은 자민당 정권시절에 나온 정책이다.
 
한국의 독자들도 한국신문에 인용되는 일본언론의 보도를 곧이 곧대로 받아 들여서는 안된다. 그 언론이 어떤 의도에서 그러한 기사를 작성했는지 '흐름'까지 파악해서 읽어야 제대로 된 '일본 신문 읽기'가 가능하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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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 09/11/25 [15:50]
정말 되풀이 되는군요.. 그만큼 기득권층의 약점도 이번 행정쇄신위의 사업분류에서 드러날 광맥이 푸짐하다는 얘긴데.. 앞으로 일본 정치의 향방이 궁금하네요.
요즘 행정쇄신위의 사업분류 생방송을 인터넷으로 보고 있는데 흥미진진합니다. 왠만한 대하드라마보다 더 재미있고 마치 '目の前で歴史が動いてるような感じで' 보고 있습니다.
양념으로 하토야마 블로그의 「콘크리트에서 사람으로」를 소개합니다.
-> http://blog.daum.net/mygym/1002840

박철현기자님의 좋은 기사 잘 읽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기사 부탁합니다.
엘시드 09/11/25 [19:02]
차라리 저렇게 스탠스라도 명확하게 고수하는 건 뭐라할게 아니죠. 
Nicholas 09/11/26 [00:42]
시의성있는 예시를 통한 일간지들의 성향을 짚어주는 것은 반가운 일입니다. 늘 독자들은 일간지들의 성향을 안다고 생각하지만, 정보의 홍수속에 노출된 일상을 감안할 때 언제든지 미혹될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특정 언론사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그 언론사가 제시하는 내용이 무엇인지. 일시적인 기사 너머로, 살펴지는 의미는 무엇인지. 이처럼 독자들에게 각인된 특정 언론사에 대한 생각이나 환영을 걷어내려는 노력이 그들의 속임수를 제어하는 한 방식이 됩니다. 
손님1 09/11/26 [04:54]
아사히,도쿄,마이니치-진보신문이라는 분류는 좀 틀린듯. 아사히 정도가 좋게 봐줘서 진보고 마이니치는 한국일보 정도의 중도, 도쿄는 그보다 더 애매한 위치가 아닐지요. 
음.. 09/11/28 [15:56]
요미우리 산케이는 정말 웃긴듯... 얼마 떨어지지도 않은 주가 들먹이면서 예산 깎는거 싫다면서 딴지거는걸 보면 조중동하고 어찌나 똑같은지..하기야 일제시대때부터 배운게 그거밖에 없을테니깐....

일본은 그나마 진보언론도 좀 부수가 많은 편인데 한국은 뭐 이거 경향, 한겨레는 어디 식용유 받침으로 쓰려고 해도 찾을수도 없을 정도로 부수가 작으니..ㅋㅋㅋ 대학교 총학생회실에나 가야 볼수 있는 신문이 돼버렸음. 경영상태는 거의 굶어죽다시피 한 상태이고..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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