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농림수산성 사무차관을 지낸 70대 남성이 아들을 칼로 찔러 살해하는 사건이 벌어져 일본 열도에 충격을 주고 있다.
이달 1일, 도쿄 네리마 구의 한 주택에서 만 44세 남성이 식칼에 찔려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이 사건의 용의자로 피해자의 부친 구마자와 히데아키(만 76세) 전 농림수산성 사무차관을 살해 혐의로 체포했다.
경찰에 따르면, 용의자는 이불 위에서 피해자의 가슴 등 여러 군데를 칼로 찔렀다고 한다.
구마자와 용의자는 경찰 조사에서 "장남을 칼로 찔렀다"고 진술하며 혐의를 인정했다고 한다.
체포 당시 용의자는 손에 부상을 입은 상태였으나 범행현장에는 몸싸움을 벌인 흔적이 없었다. 이 때문에 경찰은 용의자가 장남을 찌르는 과정에서 손에 부상을 입은 것으로 보고 있다.
전직 엘리트 공무원, 왜 아들을 죽였나?
엘리트 공무원으로 사무차관까지 지내고, 인근 주민들로부터 신사적이고 예의바르다는 평가를 들었던 그는 왜 아들을 살해했을까?
그는 경찰 진술에서 "장남은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였다. 가정내 폭력도 있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주위에 민폐를 끼치고 싶지 않았다"고 밝혔다.
피해자인 장남은 종종 자신의 모친에 대해 폭력을 휘둘렀다고 한다. 용의자는 이를 보고 견딜 수 없었던데다, 아들이 또다른 누군가에게 위해를 끼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사건 직전 피해자가 인근 초등학교의 운동회 소리가 시끄럽다며 화를 냈고, 이를 용의자가 꾸중하는 과정에서 말다툼이 일어났다고 한다.
피해자는 평소 낳아준 부모에 대한 원망이 깊고 정신적으로도 질병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이러한 글을 남긴 바 있다.
"나의 육체는 건강하지만 뇌는 태어날 때부터 아스페거 증후군에 18살에 조현증에 걸린 저주받은 신체다. 내가 한 번이라도 낳아달라고 부모에게 부탁했는가? 웃기지 마!"
아스페거 증후군은 발달장애의 일종으로, 사회 관계에 어려움을 겪는다. 조현증은 대표적인 정신질환 중 하나다.
한편, 이번 사건과 관련해 일본에서는 "아버지가 어떤 심정에서 저랬을지 참담하면서도 이해가 간다"는 동정론이 나오는 한편, "그래도 다른 방법은 없었나", "살해를 정당화하면 안 된다"며 비판론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엘리트 관료로 빈틈없었던 용의자가 자신의 치부라 할 수 있는 히키코모리 아들의 폭력성에 대해 어느 누구에게도 상담하지 못했고, 그러한 상황이 그를 살인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으로 몰고 간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 이웃들은 그에게 자녀가 있다는 사실을 누구도 알지 못했다고 한다.
경찰은 진술을 토대로 더 자세히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